소설리스트

165화 (165/169)

“과연, 기대가 되는군! 그대들이 앞으로 조선의 발전을위해 더 많은 것을배우고 익혀서 오기를 바라고 있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도열한 청년들이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주로 10대후반부터 20대후반까지가 많았지만 드문드문 30대나 40대로 보이는 인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국제 유학생단의 출발.

철종에의해 조선이 국책으로 시행하는 대업이다.

그리고 파견되는 해외유학생들은 국가에서 대부분을 지원했다.

조선내에서 실력만 있으면 누구든지 해외유학생단에 선발될수가 있었다. 다만 국가에서 많은것을 지원하는 상황이지만 결코 공짜는 아니다.

이들은 일정 기간동안 교육과 기술습득, 그리고 외국에서의 체류를 마친뒤에는 조선으로 복귀해서 활동할 예정이다. 그것을위한 투자였다. 이미 많은 숫자의 조선 청년들이 유학생의 형태로 외국에 진출해 있었다.

한편으로 선발하는 분야도 다양했다.

주로 기술과 실용분야의 학문에 중점을 두었다. 그외에도 언어를 포함해 요리, 의복, 예술적인 분야에도 인원들을 선발했다.

동시에 주기적으로 선발하고 출발하는 해외유학생단에 대해서는 철종이 직접 참가해 그들을 격려해주고 있었다.

철종의 격려사가 끝난뒤에는 흥겨운 잔치가 벌어졌다.

“그래도 신료들과함께 이런식으로 잔치를 벌이며, 술도 마실수 있으니 좋은 기회로군요.”

“소신들도 간만에 회포를 풀수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조판서 이하응이 대답했다.

임금이 되고나서 철종은 창덕궁 내에서 특별히 큰 행사를 가지는건 아니다. 다만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국제유학생단의 파견식은 그래도 예외다. 이때에는 철종을 포함해 조정내의 관료들도 바쁜 업무를 내려놓고 같이 어울리는 것이다.

낮동안 진행된 잔치를 마감하고 저녁이되자 철종은 송내관의 안내를받아 희정당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잠시 피로를 풀고 있을즈음.

“전하, 이조판서와 예조판서가 도착했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송내관이 나가고 문이열리며 이조판서 이하응과 예조판서 장우영이 들어왔다.

장우영이 낮에 잠시 철종에게 귀띰을 한것이 있었다.

대만에서 새로운 소식과 정보들이 들어왔다는 것인데 당장 급한것은 아니라서 저녁으로 미뤄둔 것이다.

철종도 어느정도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럴것이 철종이 지시해서 대만(타이완)쪽으로 몇척의 함선들을 파견했다. 그리고 이 임무에 대해서는 조선해군으로 성장한 서해함대에 명령을 주었던 것이다.

한편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

잠시후 이하응과 같이들어온 예조판서의 양손에는 제법 두툼한 장계가 보였다. 아무래도 그동안에 꽤 많은 정보와 보고서들이 도착한거 같았다.

대만에서의 활동이나 상황정보들은 먼저 비호국을 거치고, 그 다음에 연관되는 부서들에 전달된다. 한편 대만에 파견된 서해함대의 함선들에는 예조에 소속된 관원들도 있었다. 이번에 진행되는 대만에대한 작전에는 예조와 비호국이 동시에 참가하고 병조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두분의 표정을보니 대만에서의 일이 잘 진행되는듯한 느낌이군요.”

“소신이 정확하게 판단하긴 힘들지만 뭔가 좋은 조짐인건 분명한듯 보입니다. 이것이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에대한 장계들 입니다.”

“흐음.”

철종이 예조판서 장우영에게 장계를 받아들었다.

그곳에는 철종의 지시를받은 함선들이 조선을 출발해서 대만까지 항해하던 부분에 대한것. 그리고 대만에서 진행된 여러가지 일들에대한 내용들이 있었다. 상당부분은 철종이 예상하던 범주의 것이였다. 다만 몇가지 내용들은 특이하면서 철종의 눈길을 끌었다.

“그러니까 서해함대에서 파견된 함선들이 대만에 상륙을 하자마자 오디크 왕자를 구출했다는 뜻인가요?”

“구출이라기 보다는, 그가 먼저 우리쪽의 파견함대에 찾아왔다고 하는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특이한 경우군요.”

철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장계에 적혀있는 내용들로 볼때 조선에서 파견된 함선들은 대만에서도 인적이드문 동부해안을 목표로 다가갔다.

조선에서 개조한 증기선들이였고 첫번째 목적은 대만에 일부의 병력들을 상륙시키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의 함선들이 상륙을 개시하고 거점을 만들고 있을때에 낯선 청년이 온것이다.

다만 그 청년은 군데군데 상처가 있었고 조선군들이 상륙한 해변 근처에 오더니 탈진해서 쓰러졌다. 조선군 지휘관은 그 청년을 거두었고 치료해 주었다. 얼마후 그 청년은 깨어났고 여러가지 사정에대해 설명을 하였던 것이다.

“다두왕국의 후예가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니...”

철종이 나직하게 말했다.

대만의 역사에대해 일정부분 알고있던 철종이다.

특히 다두왕국의 경우에는 대만의 역사에서도 차지하는 부분이 상당했다. 흔히 대만은 중국에서 건너간 한족들이 세운 곳이라고 알려졌지만 자세한 내막을보면 완전히 달랐다.

중국본토에서 한족들이 건너오기전 대만에는 자체적으로 생활하던 원주민 부족들이 모여서 국가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것이 바로 다두왕국이다.

다만 이 다두왕국의 경우에는 군사력을 포함해 세력도 약했다. 그래도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며 버티기는 하였지만 청나라가 대만에 군사들을 보내어 본격적으로 장악을 시작하면서 멸망하고 말았던 것이다.

처음에 철종은 대만에서 원주민들이 만든 다두왕국의 명맥은 끊어졌다고 판단했다. 그전까지 다두왕국은 대만내의 원주민들에게 하나의 구심점 역활을 했지만 더이상은 아니였다.

그런데 다두왕국의 후예가 살아있다는 거.

그것도 왕자의 신분이다. 이것은 다두왕국이 비록 국가로서 몰락했지만 그 왕족들과 후예들이 나름대로 피신을 잘했다는 뜻이다. 또한 원주민들은 대만내의 지리에 밝았기에 그들이 작정하고 대만의 험준한 산맥으로 들어가면 완전히 토벌하기도 힘들었으니 말이다.

“전하께서는 다두왕국의 후예를통해 뭔가를 계획하고 계시는거 같군요.”

“그렇습니다.”

철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21세기 역사에서 대만은 본토에서 건너온 한족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대만의 본토 원주민들은 기껏해야 명맥만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본토에서 대만으로 건너온 한족들도 꽤 있지만 대만내의 곳곳에 살고있던 원주민들의 숫자도 상당했다.

현재 청나라는 대만을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만의 미래에 대해서는 대만내에있는 토착민들에게 맡기는게 중요하다.

또한 본토에서 건너온 한족들도 대만을 자신들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바다건너 있는 청조정에 충성을 맹세하는건 아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볼때 조선에게는 지금이야말로, 대만에 중요한 거점을 만들수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조선에게 뒤통수를 맞은 일무회(日武會)

어두운 골목길을따라 몇명의 사내들이 움직였다.

그들은 이따금씩 시선을 뒤로향하며 뭔가를 확인하는 행동을 하였다. 이것은 혹시라도 미행이 있지않을까 걱정해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들이다.

이윽고 목표한 장소에 다가갈수록 그들의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일본의 수도인 에도에서도 외곽으로 한참 떨어진 장소였다. 가끔씩 여행자들이나 상인들이 머무는 객점으로 보였고 시설도 허름했고 크기도 작았다.

하지만 여기가 에도에서 활동중인 비밀조직 일무회(日武會)의 핵심적인 은신처들중 하나였다. 한편 객점 앞에는 한명의 중년사내가 있었고 그가 사내들을향해 말했다.

“자네들이 여기까지 오다니? 이건 규칙위반인거 모르나?”

“하지만 중요한 일이기에 반드시 우치다님을뵙고 전해야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에도막부에대한 것입니다. 아니, 로주 아베 마사히로, 그 개같은 놈이 대일본의 정신을 무참히 짓밟고 배신까지 했습니다.”

“흐음....!”

선두의 사내가 강력하게 말하자, 중년인 요시쿠라가 침을 삼켰다.

본래 일무회 조직은 규율과 체계가 확실했다.

때문에 여기에온 저 사내들이 비록 일무회의 소속이지만, 객점안에있는 우치다를 직접적으로 만날 자격은 없었던 것이다. 본래라면 단번에 거절할 것이지만 그들이 말한 로주 아베 마사히로의 이름, 그리고 에도막부에대한 부분이 요시쿠라의 심기를 흔들었다.

“할수없군. 알겠네!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감사합니다.”

선두의 사내가 고개를 숙였고 요시쿠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후 카타나를 휴대한 사내들이 나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걸 확인하자 방문한 인원들을 안내하며 움직였다.

* * *

“지금 너희들이 말한것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선두의 사내, 도야마가 대답했다.

이것을듣자 우치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두눈에서는 살기가 흘러나왔고 엄청난 분노로 얼굴마저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그럴것이 도야마가 가져온 소식은 충격적인 수준이였다.

“에도막부가 미개한 조선따위와 손을잡고 지원까지 받는다고? 도대체 에도성에있는 놈들은 무슨 생각을하고 있는것인가?”

“그게... 조선군이 이케다군과함께 에도성에 도착하고부터 여러가지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해라!”

우치다가 재촉했다.

그가 속해있는 일무회는 일본에서 에도막부를 타도하고 무너뜨리는 것을 목표로 세워진 비밀단체였다. 다만 군사적인 능력이나 세력이 큰것은 아니였다. 대신에 일무회의 특징은 지금처럼 에도에 첩보원들을 침투시키는것. 그리고 정보를 캐내거나 비밀작전을 실행하는게 많았다.

군사적으로 강력한 단체는 아니지만 첩보조직으로 능력이 있기에 일무회는 여러 활동을통해 얻은 정보들을 일본내의 반 막부세력과 지역의 다이묘(영주)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일무회가 습득한 첩보들중에 상당부분은 교토에있는 막부타도파의 핵심에 보내지는게 많았던 것이다.

“제길, 야비한 마사히로 녀석! 더러운 막부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선왕에게 머리를 숙이는짓을 하다니!”

“이것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얼마전 에도에서 파견한 막부군이 박살나면서 상황이 우리쪽에 유리하게 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조선놈들이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로주놈이 뭣때문에 조선에게 양보하고 머리를 숙였다는 것인가? 그놈이 함부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거나 양보할 녀석이 아닌데. 아무리 상대가 조선이라 하여도 말이다.”

우치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일본내에서 에도막부는 최고의 권력이자 핵심이다.

그중에서도 로주인 아베 마사히로는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요시 다음의 2인자였다.

즉 각 지역의 다이묘(영주)들도 마사히로에게 고개를 숙여야했다. 뿐만아니라 로주가 에도성에 만들어놓은 강력한 파벌로인해 쇼군도 마사히로를 함부로 대할수 없었다.

따라서 평소에도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콧대높은 아베 마사히로가 조선에게 허리를 숙인다는거, 우치다로서는 생각조차 힘든 것이다.

“얼마전 에도성으로 전해진 비밀첩보에 따르면 주고쿠에 상당한 숫자의 조선군이 상륙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조선군의 상륙은 이케다 가문의 요청에의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개같은 이케다 가문놈들! 감히 일본인이 조선군을 본토로 끌어들여? 그놈들은 대일본의 반역자들이다.”

우치다가 격분했다.

그러자 도야마는 이케다가문이 조선군과 철종에게 지원을 요청한 이유와 이후에 주고쿠에 상륙한 조선군이 야마나 가문과 시바토번까지 전멸시켰다는 보고를 하였다.

그렇게 엄청난 승전을거둔 조선군이 에도성에 도착했고, 그때 전투를 담당했던 지휘관, 그리고 이케다가문의 장자인 마사토등이 로주와 협상하면서 이런 상황이 전개된 것이라고 대답했다.

“우치다님! 처음에 이케다가문을 지원하러 떠났던 에도의 막부군이 대패한것에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것때문에 조선이 개입하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하인 요시쿠라도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지금까지 에도막부의 힘을 약화시키고, 그것을위해 여러가지 비밀공작을 수행했다. 이제 그 성과가 나올려는것에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왕인 철종이 개입해서 모든걸 중간에서 가로채버린 것이다. 철종의 입장에서는 일무회(日武會)가 지금까지 해온 개뻘짓거리(?)에대해 고마운 기분일 것이다.

“우치다님. 이대로가면 막부는 점점 조선과 밀착될 것입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차후에는 야마토혼이 가득한 여기 일본마저도 조선에게 먹힐지도 모릅니다.”

“죽어도 그런 꼴은 볼수없다. 어떻하든 막아야한다. 본래 조선은 대일본제국의 식민지에 불과한 미개한 놈들의 땅일 뿐이다. 그런데 미개한 놈들이 일본의 막부를 수족처럼 조종할려고 하다니!”

우치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것은 중대한 사안이다! 지금까지는 에도에있는 일무회의 조직만으로 막부에대한 공작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현재의 상황을 바꾸기는 힘들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막부타도와 반역자들을 처리하기위해 모든것을 동원할 때다.”

“물론입니다.”

우치다의 외침에 부하들이 탄성을 토해냈다.

이윽고 우치다는 참석한 그들에게 새로운 명령과 지시를 전달했다. 동시에 일무회는 에도막부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따라서 지금부터 일무회가 보유한 모든 힘과 능력을 사용할때가 온것이다. 이처럼 우치다와 부하들이 새로운 각오로 불타올랐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함정에빠져 허우적대고 있음을 몰랐다.

“저곳이 놈들의 은신처인가?”

“그렇습니다. 에도내에 존재하는 다른 은신처들도 몇곳 발견했지만, 저곳에는 우리들이 추적하는 일무회의 핵심간부나 상부가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확실히 그렇군. 무엇보다 주변에대한 경계도 나름대로 되어있고, 위치도 에도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마련해 놓았으니 말이야.”

오가와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그는 항왜의 후손이면서 지금은 설풍단의 운영과 책임을 맡고있었다. 과거에비해 규모가 커지고 조직원들도 증가하면서 지금은 설풍조에서 설풍단으로 승격되었다.

동시에 오가와는 비호국의 국장인 최원상등과함께 철종을 직접 대면하면서 지시를 받았다. 일본에대한 첩보활동과 비밀작전등은 설풍단이 주로 담당했고 여기에는 오가와의 역활이 상당했던 것이다.

“전하께서는 일본에 존재하는 반 막부세력들의 존재를 파악하고, 그것에대한 정보와 감시를 명령하셨네. 그중에서도 에도내에서 비밀리에 활동중인 일무회의 놈들을 찾아내는게 중요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성공을 거두었군.”

“저놈들도 평소같으면 그 존재를 철저하게 숨기고 비밀을 유지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에도성으로 온 조선군과 막부와의 접촉, 그리고 협력관계등은 녀석들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조선군이 직접 이케다 가문과함께 에도성에 온것도 그런 목적중에 하나도 있었네.”

“과연 그렇군요.”

송진태가 조선군을 지휘하며 에도성에 온것에는 설풍단의 책임자인 오가와가 요청한 것도 있었다. 바로 에도에서 활동중인 반 막부세력과 비밀조직을 찾아내기 위한것.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적들에게 미끼를 던져야했고 이번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이것으로 일단 에도성의 내부에도 반막부 세력과 연계된 첩자들이 있다는게 사실로 들어났군.”

“물론입니다. 조선과 로주 아베 마사히로 사이의 협상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은 에도성의 내부에서만 알수있는 것인데, 이런 사실들이 밖으로 새어나갔다는 뜻이니까 말이지요.”

“어쨌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대응책을 찾아야 할거 같군.”

“그런데, 오가와님! 저놈들을 그냥 내버려 둡니까? 이미 위치도 파악한 상태니까 당장이라도 설풍단의 인원들을 동원해서 전멸시키는것도 가능합니다.”

“그것은 나도 알고있네. 다만 지금까지 들어온 정보에 따르면, 에도에서 활동중인 일무회의 조직은 단지 일부일 뿐이고, 본진은 다른곳에 있을것이네. 동시에 저놈들이 일본내에서 다른 세력들과도 연계되어 있으니 일단은 저들을 감시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캐내는게 중요하지.”

“그렇군요.”

오가와의 설명에 부하들이 동의했다.

현재 설풍단의 전투능력은 상당할 수준이다. 조선에서 개발한 강력한 신무기와 장비들로 무장했고 동시에 비호국을통해 막대한 지원도 받았다. 또한 과거에비해 조직원들의 숫자도 증가했고, 그 능력은 일무회 따위는 상대도 안되었다. 때문에 일무회를 박살내는건 쉬웠지만 일단은 그냥 두면서 일무회를 이용해 더 많은 것들을 얻으려는 전략이였다.

그리고 이런 오가와의 판단은 정확했다.

자신들이 함정에 걸려든것도 모른채 일무회의 핵심인 우치다는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리며 조선과 막부에대한 분노로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 * *

“쥐새끼같은 놈이 잘도 빠져나가다니!”

“걱정마십시요. 총독님!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그놈도 전투중에 상당한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지금쯤은 숲속에서 시체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겠는데.”

조등이 입가를 씰룩거렸다.

대만에서 원주민들이 세웠던 다두왕국의 후예들이 살아있는 정보. 이것을 듣게되자 조등은 군사작전을 펼쳤다.

상대를 유인해 박살내는 것인데 처음에는 그런대로 잘 통했다. 다두왕국의 후예들이 속해있는 파포라부족을 급습해 상당한 숫자의 부족민들을 끌고왔었으니 말이다.

그에따라 오디크왕자를 포함한 파포라족의 전사들이 구출을위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조등이 파놓은 미끼에 걸린것.

다만 처음에 계획했던 파포라족의 잔당들을 상당수 제거하는 목적은 이루었지만, 그가 원했던 다두왕국의 후예이자 중요한 왕족인 오디크왕자를 사로잡거나 죽이는데는 실패한 것이다.

한동안 분개하던 조등이 상에 차려진 고기를 뜯었다.

그리고 옆에 대기중이던 여자가 술을 따랐다. 조금은 짙은색 피부였지만 이목구비가 뚜렸하고 상당한 미모를 자랑했다.

욕정의 눈빛을 드러내던 조등이 그녀의 가슴을 움켜쥐며 추행을 시작했다. 여기에대해 여인은 어떤 반항도 못하였다.

그녀가 반항하면 농장에서 노예신세로있는 그녀의 가족들이 무슨 처벌을 받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그럴즈음 내부로 부하가 들어왔다.

“총독님, 연경(북경)에서 칙사가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오셨군. 귀중한 손님이니 편히 모셔라.”

“알겠습니다.”

부하가 대답하며 나갔다.

그리고 조등이 손짓하자 옆에있던 시녀들도 자리를 떠났다.

얼마후 부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한명이 들어왔다. 그를보자 조등의 표정이 몇차례 바뀌더니 마중을 하였다.

“어서 오십시요. 안그래도 기다리던 상황이였습니다.”

“여기는 연경(북경)에비해 후덥지근한 날씨군요.”

“그래도 지내다보면 적응이 되실겁니다.”

조등이 대답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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