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자네들이 처음본 총포의 모습이라해도 중요한것은 성능이지 않겠는가?”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측근 무장이 마사히로에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마사히로가 냉정함을 유지할려고 시도했지만 그의 표정에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사이에 지시를받은 이경무는 조선군 총병들에게 사격준비를 지시했다.
그리고 다른 병사들은 사격시범을위해 목표물을 설치했다.
그런데 총병들과 목표와의 거리를본 에도성의 무장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저렇게하면 제대로 맞추기도 힘들것인데.”
“조선군은 무슨 생각인가? 데지마를통해 수입해온 양인들의 총포도 저런 사거리는 나오지도 않는데.”
무관들이 고개를 저었다.
그들은 막부군의 병사들을 훈련시키며 조총과 플린트락 머스켓의 사거리도 충분히 알고있었다. 특히 조총과 플린트락 머스켓의 사격법은 적을 근거리와 코앞까지 끌어들인뒤에 일제히 발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군이 설치한 표적과의 거리는 막부군이 신형으로 생각하는 플린트락 머스켓의 사격거리보다 훨씬 먼 거리다. 그들의 군사지식과 상식으로 볼때 저렇게 먼거리에 표적을두면 빗나가는게 대부분이다. 처음에는 긴장했던 몇몇 무장들도 설치된 표적과의 거리를보며 피식하며 조소를 띠기도 하였다. 동시에 조선군은 조총과 총포사격의 기본조차 모른다고 하면서 말이다.
* * *
“저걸보니 왜놈들 표정이 영 별로인데요.”
“어차피 신경쓰지 마라. 우리들이 저들에게 현무철포의 성능을 보여주고 난뒤에는 입이 벌어질 테니까.”
“하긴. 아직도 구식의 조총이나 쏴대는 놈들이니 이번기회에 조선군이 얼마나 강한지를 알려주는것도 필요하겠군요.”
지시를 기다리던 조선군 총병들이 냉소했다.
“총병들은 화약과 탄환을 장전해라!”
돌격대장인 이경무가 외쳤다.
그러자 좌우로 늘어선 10명의 조선군 병사들이 일제히 행동을 개시했다. 허리에찬 주머니에서 화약과 탄환이 결합된 약협을 꺼내었다. 이것은 질긴 한지로 만들어진 것이고 현무철포에 들어갈 화약량을 정확하게 재어서 넣은 것이다.
때문에 화약 주머니를 꺼내어 총구에 화약을 들이붓는다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또한 조선군 총병들은 이처럼 화약과 탄환이 결합된 약협을 개인당 50개씩 기본으로 휴대했고 상황에 따라서 100개까지도 휴대할수 있었다. 이것을통해 조선군 총병 한명이 현무철포로 해치울수있는 적들의 숫자는 최소 50명에서 100명이란 뜻이다.
강력한 현무철포를통해 조선군 병사 한명이 일당백의 전투력을 가지는 것이다.
“허어. 저런 방식으로 화약과 탄환을 장전하다니! 우리쪽 일본의 조총병들이 훈련하는 장전법과는 완전히 다르군요.”
지켜보던 에도성의 무장들이 깊은 신음을 토해냈다.
조금전까지 조선군을향해 깔보던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조선군 총병들의 행동을 유심하게 살펴보는 중이다.
이경무의 신호를통해 총병들이 화약을넣고 탄환을 장전하는 절차가 끝났다.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기에 장전을마친 조선군 총병들이 신속하게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허리쪽에서 뇌홍을 꺼내고 노리쇠를 뒤로 당기는 동작들도 한꺼번에 진행된 것이다.
“조금전 조선군 총병들이 노리쇠를 당기고 끼워넣은 것은 무엇입니까?”
“조선이 개발한 뇌홍이라는 것이지요.”
“데지마에서 화란(네델란드)상인들을통해 들여온 양인들의 플린트락 머스켓은 화약접시를 사용하는데, 조선군의 현무철포는 그런것도 없다는 뜻입니까?”
“조선도 유럽의 양인들이 사용하는 총포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조선군이 개발한 현무철포는 그것에서 더 발전된 것입니다.”
송진태가 대답했고 로주 아베 마사히로의 표정은 흥분으로 바뀌었다. 조선군이 서양인들의 머스켓보다 더 우수한 총포를 보유하고 있다니?
이건 예상조차 못했던 부분이다.
그리고 에도성의 무장들은 조선군 총병들이 조총병들과 다르게 화승심지를 꺼내지도 않은것에 당혹감을 느꼈다.
일본의 병사들이 사용하는 조총은 구형의 화승총과 비슷하게, 화승심지를 이용해서 격발하는 것이다. 때문에 조총을 사용하기 전에는 심지에 불을 붙여놓은 화승심지를 꺼내서 연결해야 했다.
그리고 사격준비 때에도 화승심지가 꺼지지 않도록 보관해야 했다. 이때문에 비가오거나 날씨가 흐릴때에는 화승심지가 꺼져서 조총을 발사조차 못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졌다.
그래서 에도막부에서는 조총과 다르게 화약접시와 부싯돌을 사용하는 유럽의 플린트락 머스켓을 도입할려고 엄청난 돈을 데지마의 네델란드 상인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무철포는 뇌홍(퍼커션캡)을 사용했기에 에도막부가 기를쓰며 얻을려고했던 유럽의 플린트락 머스켓을 단번에 능가하는 신무기였다.
“전방을향해 조준! 발사!”
탕! 타타탕! 이경무의 사격신호에따라 터져나오는 굉음들.
시범사격에 참가한 10명의 조선군 총병들은 사격술이 뛰어난 인원들이였다. 때문에 플린트락 머스켓보다 더 먼거리에있는 표적들을 정확하게 맞추었다. 일제사격이 끝나자마자 총병들은 신속하게 현무철포를 내렸다.
“제 2 탄 발사준비!”
척! 처처척! 총병들이 재장전을위해 허리에서 약협을 꺼내었고, 화약과 탄환을 총구에 밀어넣었다. 그 동작이 민첩했고 물흐르듯 능숙했다. 화약과 탄환장전이 끝나자 뇌홍을꺼내 노리쇠를 당기면서 끼웠고 신속하게 총구를 정면으로 향했다.
“믿을수없다. 벌써 재장전을 마쳤다니!”
“어떻게 저런것이 가능할수 있다는 것인가?”
단 몇초만에 재장전이 끝나버린 현무철포와 조선군 총병들의 모습. 이것은 지켜보던 에도성의 무장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들도 막부군의 총병들을 훈련시키며 조총으로 재장전을 하는데 얼마나 많은시간이 걸리는지 알고있었다.
때문에 다수의 조총병들을 3열횡대, 또는 5열횡대식으로 운영하면서 사격을마친 선두열이 재장전을할때, 후방의 대열이 발사하는 방식을 썼다.
다만 이것도 처음의 일제사격 때에는 그런대로 효과가 있지만 곧바로 조총의 느린 재장전과 시간때문에 제대로 운영하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현무철포의 재장전 시간은 엄청나게 빨랐고, 단번에 총구를 전방으로 향하며 추가로 사격을 개시했던 것이다. 단시간에 총병당 10발씩의 사격이 진행되었고 발사된 탄환들은 표적들을 걸레처럼 만들었다.
“로주님. 인정하긴 싫지만 조선군이 갖고있는 저 강력한 총포들과 숙련된 병사들의 모습을볼때, 저들 10명이 일본의 조총병들 50명은 너끈히 상대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
“최소 50명, 상황에 따라서는 100명도 가능합니다.”
“조선군들의 총포가 그정도로 강력하다니!”
“이미 성능에서는 서양의 총포를 능가하고 있습니다.”
측근 무장인 시게미츠가 대답했다.
그는 조금전 조선군의 시범사격을통해 자존심이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인정할수밖에 없었다. 조선군의 무기는 강력했고 만약에 실전이였다면 일본의 조총병들은 사냥감에 불과했을 정도니까 말이다.
* * *
“로주님! 이것은 우리에게 큰 기회입니다. 따라서 절대로 놓칠수 없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조선군의 군사력과 무기는 우리 일본이 모르던 사이에 엄청난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강군을 지휘하는 조선왕이 우리쪽 막부를 도와주겠다는 것입니다.”
로주 아베 마사히로를향해 강력하게 요구하는 몇명의 무장들.
그들은 조금전 송진태가 조선군을통해 실시한 시범사격을 본뒤에 큰 감명을 받았다. 동시에 그들은 현실적인 부분을 충분히 인식했고 일본내에서 막부의 위치가 계속해서 흔들리는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었다.
이상태로 간다면 지방의 세력들이 에도막부를 우습게보고 언제 거대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조선왕이 에도막부를 지원하는 부분에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기는 하였다.
“로주님! 조선군이 강하기는 하지만 에도막부가 조선의 지원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명예가 실추되고, 체면이 구겨질수도 있습니다.”
“체면이 밥이라도 먹여준다는 것이요?”
“그렇다면 경은 에도막부가 대일본의 정신을 잃어버리고, 조선의 개가 되어야 한다는 뜻인가?”
“조선과 협력하는것이 어떻게 개가 된다는 말인가? 심지어 막부를 개창하신 도쿠가와 이에야스공도 히데요시와는 다르게 조선과의 협력관계를 중요시하게 생각했소.”
로주 마사히로의 앞에서 서로간에 목소리가 커져갔다.
에도막부가 조선에게 무기와 장비를 지원받고 군사적인 동맹을 맺는 부분에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그 인원이 적은편에 속했다. 만약에 송진태가 현무철포의 강력한 위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오히려 반대파의 목소리가 대다수를 차지했을 것이다.
심지어 로주인 아베 마사히로도 처음에는 조선군의 총포에대해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고 무시했다가 입이 쩌억 벌어졌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럴즈음 로주의 측근무장인 시게미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여기있는 경들은 얼마전에 막부가당한 모욕과 대참사를 잊었다는 것인가? 이케다 가문을 구원하러 파병했던 막부군이 한줌도 안되던 시바토번과 야마나가문 놈들에게 박살이 나버렸소. 그런데 이런 놈들을 단번에 해치운게 바로 조선군이란 말이요. 만약에 조선이내민 손길과 협력을 거부한다면 막부군이 또다시 대참패를 당하는 상황이 올것이요.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요?”
“.....”
시게미츠의 말에 반대하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들은 대일본의 자존심이니 뭐니 소리쳤지만 결국 지금 에도막부의 상태가 무너지는걸 막을 대책조차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논란을 지켜보던 로주 마사히로가 말했다.
“조선에서는 우리들이 목격했던 강력한 현무철포를 무려 1,000정이나 지원해 주기로 하였네.”
“그것이 사실입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막부군의 전력은 단번에 상승할수 있습니다.”
찬성파의 무장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송진태는 에도막부를 회유하기위해 로주인 마사히로에게 현무철포를 지원해주기로 한것이다. 그들이 1,000정의 현무철포에도 놀랄 정도였지만 이미 조선에는 수만정이 넘어가는 현무철포가 있었다. 때문에 에도막부에게 지원해주는 숫자는 얼마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송진태가 제안한 군사원조, 그리고 에도막부의 악화된 상황등을볼때 그들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해함대, 대만에 상륙하다
“미개한 놈들! 감히 대청제국을향해 도전해?”
갑옷을걸친 기마병들이 소리쳤다.
주변으로는 무장한 병사들이 보였다. 일부는 후덥지근한 날씨때문에 땀을흘리고 있었지만 앞으로 진행될 사냥을 기대하며 흥분된 모습이였다. 이전에도 여러번했고 그때마다 수확물은 확실했다. 어차피 대만섬에있는 원주민들은 미개했고 노예같은 존재들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멍청한 놈들! 여기는 이미 포위망이 펼쳐진 곳이다. 네놈들이 도망갈 길은 어디에도 없다. 진격하라!”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군마들이 나아갔다.
얼마후 그들의 앞으로 공포에질린 모습으로 도망쳐오는 사냥감들이 보였다.
숫자는 대략 100명정도. 하지만 그들이 입고있는 옷이나 몸에 두르고있는 장신구들은 대만에서 생활하는 원주민들의 것과 비슷했다. 탈출을위해 달려가던 파포라족들은 경악했다. 설마 여기에도 청의 기마병과 병사들이 포진해 있을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오디크 왕자님. 정면에도 적들이 있습니다.”
“크윽! 놈들의 함정에 빠졌단 말인가?”
오디크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동포들을 탈출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노예농장에대해 기습을 시도했는데 역으로 당해버린 것이다. 또한 상대는 너무나도 강했다. 처음에 참가했던 200명의 병사들중에 반정도가 당해버렸고 이제는 100명만 남아있는 상태였다.
후방에서 추격해오는 또다른 적들. 그리고 정면에서는 노예농장에서 파견된 팔기병들과 적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뒤로 막혀버리는 상태. 그러나 순순히 당할수는 없었다.
“어떻하든 탈출해야 한다.”
그나마 전방에있는 적들의 숫자는 자신들보다 적었다.
일단 돌파를 성공한다면 그뒤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수 있었다.
죽기를 각오한 파포라 부족의 전사들이 검과 창을 빼들며 나아갔다.
“저놈들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군.”
부하들을 지휘하던 당번성이 비웃었다.
그의 눈에는 돌진해오던 파포라 부족의 전사들은 하찮게 보였던 것이다. 무기나 장비, 그리고 모든것에서 상대가 안되었다.
“총병과 궁병들을 준비해라!”
“팔기들은 저놈들의 대열이 흐트러진 틈을노려서 파고든다.”
화승총을든 병사들이 대열을 만들었다.
반대쪽에는 궁수들도 시위를 매겼다. 오디크가 지휘하는 파포라 부족의 전사들도 활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만에있는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활은 강력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숲속에있는 대나무나 탄성이 좀있는 나무들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때문에 사거리나 위력도 약하였다.
핑! 피핑! 부족원들이 활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하지만 상당부분이 목표까지 도달을 못하였다. 그에반해 한족들로 구성된 궁병들이 발사하는 화살은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몇명이 화살에맞아 쓰러지는게 보였다. 그래도 이곳의 지형들은 나무들도 많기에 적의 궁병들이 발사하는 일제사격에도 버티면서 접근하는게 가능했다.
“크악! 저놈들이?”
측면에서 기습당한 청의 궁병들이 무너졌다.
그리고 파포라 부족 전사들을 지휘하던 오디크 왕자도 선두에서 맹렬하게 싸웠다. 벌써 그의 칼에 몇명의 적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순간.
탕! 타타탕! 맹렬한 총성들이 터져나왔다.
궁병들을 기습하며 승기를 잡아가던 상태에서 터져나온 일제사격. 아군과 적군이 뒤섞인 상태인데도 화승총의 사격으로 짚단처럼 쓰러졌다.
“멍청한 궁병놈들! 저렇게 미개한 놈들도 막지못하고 휩쓸리다니.”
지휘하던 팔기의 장수가 씰룩거렸다.
어차피 말위에타고 활을쏘는 팔기궁병들이 소중한 것일뿐, 한족 궁병들이야 소모품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화승총의 사격으로 대열이 무너져 버리자 당번성이 명령했다.
“이제부터 저놈들을 쓸어버릴 차례다! 돌격!”
“와아아아!”
대기하던 보병들이 달려갔다. 그 사이로 갑옷을걸친 만주족 팔기병들이 창을 휘두르며 상대를 관통했다. 마상창에 찔린 파포라 전사들이 튕겨졌고 하나둘씩 최후의 숨을 내쉬었다.
“왕자님! 더이상은 안됩니다. 당신이라도 탈출을 하셔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 동료들을 두고 어떻게?”
“당신만이 저놈들에게 멸망한 다두왕국을 부활시킬 유일한 존재입니다.”
검과 창에 찔리면서도 부하들이 오디크를향해 소리쳤다.
적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얼마후 파포라 부족의 전사들은 오디크를 탈출시키기위해 모든것을 던졌다. 한명씩 차례로 달려들며 방어를 하였고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그 모습은 처절할 정도였다.
* * *
“헉헉!”
거친숨을 내쉬면서 오디크가 달려갔다.
얼굴에서 선혈이 떨어졌고 입고있는 옷도 시뻘겋게 물들었다.
목숨은 붙어있었지만 오디크도 군데군데 부상을 당하였다.
후방에 남겨졌던 동료들은 전멸을당한 것이다.
얼마후 바닷가쪽으로 나온 오디크는 주저앉았다.
분노와 억울함이 솟구쳤다. 하지만 적들은 너무나도 강했다.
자신들이 갖고있는 무기는 보잘것 없었다. 오디크가 절망으로 흐느끼고 있던 그때, 저멀리 수평선 쪽에서 몇척의 배들이 보였다.
“저건 대체....”
처음에 오디크는 경악했다.
원래 이곳은 항구가있는 지역도 아니다. 따라서 갑자기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난 배들의 정체조차 알수가 없었다.
문득 떠오르는 두려움. 설마 청제국의 본토에서 보낸 함선들인가?
그것도 아니면 대만에있는 항구에서 보낸 적선들?
얼마후 점점 다가오는 배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체의 형태는 그가 알고있는 청제국의 배들과는 전혀 달랐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배들위에는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세상에 저런 기이한 배들이 있다니!”
알수없는 존재에대한 두려움.
그것으로 움찔했지만 오디크는 이것이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었다. 얼마후 그는 배들이 움직이는 방향을 확인했다.
이곳 해안선 주변에는 변변한 항구조차 없지만 그래도 배들이 접안하고 상륙할수있는 장소는 몇군데 있었다.
그리고 지금 저 선박들은 그중에 한곳을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얼마후 오디크가 주먹을 쥐었다. 온몸이 고통스럽고 금방이라도 쓰러질거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려야했다.
저 배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 * *
악기들이 연주되고 궁중음악이 흘러나갔다.
조선의 전통악기들을 활용한 것이고 음악은 꽤 웅장했다.
듣는 순간 온몸이 흥분되고 의욕이 넘쳐나게 만든 것이다.
그때문일까?
넓은광장에 모여있는 215명의 청년들.
그들의 시선은 전방으로 집중되면서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앞으로 자신들에게 펼쳐질 신세계.
그리고 배워야할 수많은 것들.
조선을떠나 낯선 이국으로 향하는 그들이지만 결의만은 대단했다. 잠시후 모여있는 200명의 청년들중에서 누군가가 앞으로 나왓다. 눈빛이 강렬했고 목소리도 꽤 우렁찼다.
“전하께 아뢰옵니다. 소인 안석진을 비롯하여 미리견(미국)으로 출발하는 국제유학생 215명은, 오늘 이자리에서 전하께 유학생단 출발의 신고식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