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62화 (162/169)

오늘 진행될 신병기의 포격시범에는 더 많은 대신들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흥선군과 박규수, 장우영등의 3명이면 충분했다.

* * *

끼릭! 끼릭! 육중한 거중기들이 움직이며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을 이동시키고 있었다. 넓게펼쳐진 부지에는 수백명에 이르는 작업원들이 비지땀을 흘리는 중이다.

생각 같아서는 저곳에서 일하는 백성들과 일꾼들을 한명씩 만나서 격려해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럴만한 여건이 안되었다.

대신에 건설작업에 참가한 인부들은 임금인 내가 직접왔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끼며 표정도 상당히 밝았다.

앞으로도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면 지금처럼 현장방문을 자주 하는것도 필요해 보인다.

“여기있는 관료들과 백성들이 한양역의 건설을위해 밤낮으로 수고하는 모습을보니 과인도 기쁘네.”

“황송하옵니다. 전하.”

건축현장을 감독하는 관료가 고개를 숙였다.

군기시에서 진행될 시범포격을위해 이동하던중 잠시 들른곳이 여기다. 조선의 운송과 교통혁신을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

그것은 철도의 건설과 확장이다.

이것을위해 미국의 철도사업가인 잭슨을 영입하였다.

동시에 그와 함께 일하는 트랜스 레일(Trans Rail)의 기술자들은 실력이 뛰어났다. 현재 트랜스 레일의 철도건설에는 수많은 조선인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동시에 철도건설에 필요한 대량의 강철과 레일은 조선에서 건설된 제철소를통해 공급하는 중이다. 철도건설의 본격적인 시작전에 제철소부터 완공시킨것은 이런 이유때문이다. 지금은 사이먼에의해 포항에 또다른 제철소가 지어지는 상황이였다.

“한양역이 완공되면 저곳은 조선의 철도와 산업에서 중심이 될것입니다.”

“저곳으로 거대한 증기기관차가 들어오다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예판인 장우영이 말하며 미소지었다.

여기있는 대신들은 잭슨의 트렌스 레일이 조선으로 가져온 거대한 증기 기관차들을 목격하였다. 그 증기기관차는 미국에있는 트랜스 레일의 본사에서 제작하였고 이후에는 선박들을통해 조선으로 운반된뒤에 추가로 조립한 것이다.

아직까지 증기기관차의 제작은 미국에서 해야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선에서도 증기기관차를 제작하고 조립하는 공장을 짓는것도 가능해진다. 그뒤에는 조선이 철도에서 필요로하는 대량의 증기기관차들을 더 많이 공급할수 있었고 철도망도 급격하게 늘어갈 것이다.

“공조에서 올라온 장계와 보고에 따르면, 다음달이면 한양과 개성을 연결하는 철도선이 완성되고, 전하께서 원하시는대로 한양과 개성을 다수의 증기기관차들이 달릴수있게 된다고 합니다.”

“처음의 계획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니 놀랍군요.”

“철도건설에 종사하는 인부들과 관원들도, 그들의 눈으로 증기기관차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열정이 가득하다고 하더이다.”

흥선군 이하응이 대답했다.

한양과 개성을 연결하는 철도망의 길이는 짧은 편이지만 첫번째 시도와 단계가 중요했다. 이걸 성공시키면 그만큼 조선의 기술자들도 자신감과 경험을 쌓게된다. 그뒤에는 더 먼거리의 철도공사에도 응용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개성은 조선에서 국제무역항으로 개발중이기 때문에 수도인 한양과 개성을 철도로 연결하는건 중요했다. 이것을통해 물류와 수송은 단번에 증가하고 빨라질 것이다. 그뒤에는 한양과 평양, 그리고 한양과 부산포를 포함해 조선내의 수많은 지역들을 연결하는 철도망을 깔아야했다.

유럽의 강국인 영국과 프랑스는 자국내에 거미줄처럼 촘촘한 철도망을 건설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바다건너 아메리카 대륙에있는 미국도 이후에는 대륙횡단 철도라는 거대한 철도사업을 시작한다.

따라서 조선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철도망을 깔고 그것을 바탕으로 더넓은 지역으로 확대해야 하는것이다.

‘나중에 만주와 시베리아에 철도를 깔기 위해서는 먼저 조선내부의 철도망부터 다져놓아야 하니까.’

이처럼 한양에서 출발하는 기관차들이 굉음을내며 출발하는 모습을 기대해 보는것도 즐거운 일이였다.

* * *

“전하께서 작열포탄의 시범사격과 결과를 보기위해 오시다니! 이거야말로 군기시의 경사가 아니겠습니까?”

“물론이네. 또한 과거에비해 군기시의 규모와 인력과 엄청나게 늘어났으니 한평생을 장인으로 살아온 나로서도 꿈같은 상황일세.”

한기준이 부하들을향해 대답했다.

여기있는 장인들은 한기준에게 다양한 무기제작과 병기제작 기술을 배웠다. 지금까지 군기시에서 개발하고 제작해낸 신병기들로 조선군은 수많은 활약을 하였다. 처음에 신형총포를 개발하는 부분도 쉬운건 아니였지만 이번에 개발을 완료한 작열포탄의 경우에는 여러번의 실패도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는 조립하던 작열포탄들이 잘못해 터질 위험도 있었다. 과거에 조선군이 이미 만들었던 비격진천뢰를 참고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량했다. 그럼에도 많은것들은 한기준의 뛰어난 무기제작 지식과 실력이 큰 역활을 하였던 것이다.

“작열포탄들을 발사할 화포들의 준비는 어떤가?”

“신형으로 개조된 20문의 양무화포들이 사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작열포탄을 발사하고 운영할 화포병들에대한 훈련과 교육도 끝내놓은 상태입니다.”

“역시 자네들이 있기에 예상보다 더 빠르게 작열포탄의 개발이 성공한거 같네. 이번에 포격시범에 사용할 작열포탄은 과거에 화포병들이 사용하던 포탄과는 다르기에 충분한 주의를 주어야 할걸세. 무엇보다 전하께서 지켜보시는 상황에서 사고라도나면 큰일이니까 말일세.”

“명심하겠습니다. 부감나리.”

지시를받은 장인들이 대답했다.

한양의 외곽에있는 군기시에서는 개발된 작열포탄의 사격을위해 얼마전부터 준비를 하였다. 작열포탄의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충분히 넓은장소가 필요했다. 동시에 작열포탄이 날아간뒤에 타격할 목표들을 만드는것도 중요했다.

이때문에 좌우로 늘어선 20문의 양무화포들의 전방에는 군데군데 가건물로 지어진 창고들이 있었다.

또한 이번에 진행될 포격시범에는 물위에 뜬 적선을 공격하는 부분도 포함된 상태였다. 그에따라 작열포탄들을 발사하는 장소는 한양의 중심에서 상당히 떨어진 장소를 선택했다.

“부감나리! 지금 전하께서 조정의 대신들과함께 도착했다고 합니다.”

“알겠네.”

한기준이 크게 심호홉을 한뒤에 군기시의 장인들과함께 나아갔다. 사격장에 찾아온 임금을향해 보고를 하였고 그자리에는 군기시를 책임지는 윤민수 총감도 동행했다.

한기준을 포함한 군기시의 장인들과 기술자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고 신병기의 개발에 몰두할수 있는것도 윤민수 총감의 덕분이였다.

둥둥둥! 두둥~ 북소리가 사방으로 울려나갔다.

그러자 주변에 대기중이던 병사들과 군기시의 장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정된 화포병들은 포격준비를 시작해라!”

군기시 총감인 윤민수가 지시를 내렸다.

그외 외침에따라 20대의 양무화포들에 대기중이던 화포병들과 병사들이 행동을 시작했다. 화포에 장약을넣고 포탄을 넣는 과정들은 이전과 비슷했다. 다만 이번에 사용하는 포탄은 군기시에서 새로 개발된 작열포탄이란 부분이 달랐던 것이다.

“이 포탄들은 잘못하면 터질수도 있으니 조심해서 다뤄야 할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각각의 화포에 배치된 화포장들이 주의를 주었다.

그의말대로 작열포탄은 불씨가 닿으면 상당히 위험했다.

특히 포탄의 겉부분에 나와있는 뇌홍을 이용해 만든 심지는 더욱 그랬다. 때문에 군기시에서 만든 작열포탄과 주물로만든 포탄에는 심지부분에 한지를 이용해 덮어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을통해 평소에는 혹시라도 불씨에 닿아도 안전했다.

다만 화포의 포신내부로 넣을때에는 부착된 한지를 떼어내고 옆으로 뉘어진 심지를 세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것은 간단한 동작만으로 되었기에 화포를 발사하는 시간은 이전과 비슷했다.

“1번포 발사준비 완료!”

“2번포 발사준비 완료!”

각각의 화포들에서 외침이 터져나왔다.

얼마후 20문의 양무화포들이 작열포탄의 장전을 완료했고 저마다 신호를 기다렸다. 잠시후 군기시 총감인 윤민수가 포격명령을 내렸다.

“화포 발사!”

펑! 퍼퍼펑! 굉음이 터지며 양무화포에서 쏘아진 작열포탄들이 날아갔다. 공중에서 크게 포물선을 그렸고 한기준을 포함해 군기시의 장인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발사된 20발의 포탄들이 지면에 떨어졌다.

치지직! 치직! 작열포탄에있는 뇌홍과 심지가 타들어가며 불꽃을 내었다.

일본의 중심, 에도막부에 도착한 조선군

쾅! 콰콰쾅! 주변을 진동시키는 거대한 폭발음.

발사된 포탄들은 나와 대신들이 위치한 장소에서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폭발한 것이다. 그럼에도 20발의 작열포탄들이 터지며 발생한 충격파와 굉음은 여기까지 전달되었다.

“으아! 마른하늘의 천둥보다 더 큰 소리입니다.”

같이온 송내관이 놀라며 귀를막았다.

이런 반응은 송내관만이 아니였다. 근엄하게 자리를 지켰던 호위청과 금군의 무관들도 움찔했다. 또한 양무화포로 작열포탄을 쏘았던 화포병들도 엄청난 위력에 입이 쩌억 벌어진 상태다.

“전하께서 말씀하신 작열포탄들이 저런 위력을 내다니! 조선군이 얼마나 강력한 신무기를 소유하게 되었는지 실감이 됩니다.”

흥선군 이하응의 음성에는 흥분마저 섞여있었다.

그가 성리학을 배우고 익혔지만 그는 중국을 최고로 떠받드는 사대주의에 가득한 유교 탈레반같은 인물은 아니다.

조선이 중국을넘어 강력한 국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야망이 가득한 사람이였다. 이런 그에게 눈앞에서 엄청난 위력을 발산하는 작열포탄의 힘을 보았으니 그가 어떤 생각을 품었는지 충분히 이해되었다.

“전하. 아룁기 송구하오나, 이렇게 강력한 신무기와 위력이라면 조선이 능히 천하를 평정하는것도 불가능은 아닐것입니다.”

나직하게 말하던 흥선군이 끝말을 흐렸다.

천하를 평정하는것. 그 대상은 중국이고 청나라에대한 것이다. 내가 구상중인 대전략에는 청나라를 상대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을 흥선군같은 대신들에게 대놓고 말한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임금인 내가 해온 일들이나 여러가지를통해 그들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조금전 흥선군이 나직하게 말한것은 그런뜻이 아니였을까?

그리고 이런 흥선군의 야망에대해 책망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대신들이 중국에대해 사대주의로 가득한 상태라면, 임금인 내가 뭔짓을해도 조선이 중국을 이기기는 힘드니까 말이다.

“허허. 이판께서 말한 그부분에 대한것은 과인이 고려해 보도록 하지요.”

“황송하옵니다. 전하.”

흥선군이 고개를 숙였다.

양무화포에서 발사된 20발의 작열포탄들이 터지는 모습은 성공적이였다. 또한 개량된 양무화포의 포격과 정확도는 작열포탄의 위력과 성능을 충분히 끌어낸 것이다.

“대단한 위력이요. 경에게 큰 포상을 내려야 겠군요.”

“황송하옵니다 전하. 하오나 소신은 단지 군기시 총감으로서 휘하의 장인들과 관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지켜본것이 전부일 뿐입니다. 정말로 포상을 받아야할 이들은 오늘의 시범포격에서 작열포탄을 개발하고 성공시킨 군기시의 수많은 직인들입니다.”

“과연...”

군기시 총감 윤민수가 겸손함을 나타냈다.

그리고 공을 군기시의 수많은 기술자들과 장인들에게 돌렸다. 역시 제대로 발탁된 인재였고 이후에도 군기시의 활약이 기대되는 순간이다.

“전하. 조금전 실시한 일제포격의 이후에는 더 많은 부분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박규수가 설명했고 다음번 포격을위해 화포병들이 준비를 하였다.

“전하. 두번째 포격은 수상에있는 적함선을 화포와 작열포탄으로 타격하는 부분입니다.”

“역시 그 부분도 중요하지요.”

박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에서 작열포탄이 처음으로 실전에 사용된것은 크림전쟁이다. 그리고 크림전쟁에서 벌어진 여러가지 전투중에서 작열포탄은 해전에서 첫번째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현재 조선해군이 보유한 함선들은 영국에서 가져온 구형범선들을 증기선으로 개조한 기열함들이 첫번째이다. 두번째가 월터가 개발한 스크류형 기관을 장착한 증기판옥선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때문에 해상에서의 기동력에는 얼마든지 서구열강의 함선들과 대등할 정도다. 문제는 각 함선에 장착된 함포들인데, 이것도 영국제 캘버린포들을 개량한 양무화포의 덕분에 그럭저럭 상대할 수준이긴 했지만 만족한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작열포탄들을 함포에서 사용한다면 해전에서의 전투력은 단번에 상승하는 것이다.

끼릭! 끼리릭! 이윽고 20문의 양무화포들이 포각을 조정했다.

“이번에 타격할 목표들은 저기 물위에 떠있는 선박들이군요.”

“그러하옵니다. 5척의 선박들 모두 오래되고 폐기직전의 상태입니다.”

목표물로 준비된 선박에는 선원들이 준비를 마치고 떠났다. 그리고 화포장들이 작열포탄의 발사를 준비했다.

“포격개시!”

펑! 퍼퍼펑! 맹렬한 포성이 터지며 2번째 사격이 개시되었다. 날아간 포탄들중 상당수가 물위에있는 폐선들에 적중했고 둔탁한 굉음들이 흘러나왔다. 외피를 철로만든 작열탄이기에 목재로된 선체를뚫고 내부로 들어가는건 충분했던 것이다.

잠시후, 쾅! 콰콰쾅! 퍼펑! 폐선들 내부에서 폭발이 터지며 불길이 솟아올랐다. 단번에 폐선들이 화염에 휩싸였고 2척은 충격을 견디지못해 쪼개지고 있었다.

이후에 진행된 3번째 일제사격에서는 지상에 만들어놓은 가건물과 창고들이였다. 그사이에 짚단으로 만든 적병사들의 모형위에 포격을 가하는 진행도 하였다. 모든것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한 이번의 시범포격을 준비한 박규수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준비는 갖추어졌다.’

작열포탄의 개발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것으로 조선군의 전투력은 월등하게 높아진 것이다. 지금까지 조선은 기껏해야 아시아의 동쪽끝에있는 조용한 국가의 수준이였다.

말이좋아 조용한 국가이지 본질은 세계사의 무대에서 쩌리 취급받는 듣보잡 신세였다. 그때문에 강대국들이 세계역사를 주도해갈때 어떤 역활도 못하였고 나중에는 그 댓가를 혹독하게 받았다.

지금은 약육강식의 제국주의 시대-

이런 시대에서 조용히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건 스스로 사냥감이 되겠다는것에 불과했다.

승자는 정의고 패자는 등신취급 받는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조선이 선택할 것은 단 한가지.

바로 승자가 되는것이다.

* * *

에도(江戶)는 도쿠가와 막부의 핵심으로 수백년의 세월을 거쳐왔다. 처음에 에도는 기껏해야 해안가에 위치한 시골의 촌구석에 불과했다. 그러나 에도막부를 시작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간척사업과 개발을통해 현재는 일본내 최대의 도시로 성장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중심에있는 에도성일 것이다.

일본인들에게 쇼군, 또는 정이대장군의 성으로 불리는 곳으로, 일본의 권력과 정치의 모든것이 이곳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따라 과거에는 강력했던 에도막부의 힘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었다.

특히 현재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요시가 노쇠하고 전국에대한 권위가 흔들리면서 상황은 악화되는 중이다. 때문에 에도성의 2인자로 불리는 로주 아베 마사히로의 표정은 갈수록 어두워졌다.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아베 마사히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전 전령이 가져온 보고내용은 믿을수 없었다.

주고쿠 지방에서 벌어진 사건-

야마나 가문이 이케다 가문을 공격했다. 이때문에 주고쿠 지방은 물론이고 일본열도 전체가 떠들썩하게 변했다. 각 지방에있는 세력들이나 번들은 에도막부의 행동을 지켜보며 숨을 죽였다.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수백년전 새로운 정권을 연뒤로, 지금까지 에도막부와 도쿠가와 쇼군들은 일본을 지배하는 권력자였다.

봉건적인 체제로인해 각 지방에 영주와 번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에도에있는 막부를향해 머리를 숙여야했다. 그것이 규칙이였고, 이것을 어기는 세력에 대해서는 막부에서 강력한 응징을 가하며 집권체제를 지켜왔던 것이다.

[야마나 가문도 대단하군. 이케다 가문이라면 이와미 은광에서 생산되는 엄청난 은괴를 에도막부에 바치는 곳이잖아. 그리고 강력한 막부의 비호를받는 세력인데... 그런 이케다 가문을 공격해 버리다니.]

[이전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 하지만 요즘 막부의 힘이 예전같지 않으니까 시도해본게 아닐까?]

막부가있는 에도에서 떠도는 소문과 수근거림이다.

더 나아가 각 지방에는 이 사건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막부의 비호를받는 이케다가문이 공격을 받았는데 과연 에도막부에서는 어떤 행동을 취할것인가?

무엇보다 관심은 이 부분이다.

때문에 로주인 아베 마사히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막부내에서 신중론을 말하거나 또는 군사행동 보다는 사건을 일으킨 야마나 가문을 달래거나 협상을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아베 마사히로는 거기에대해 겁쟁이들은 닥쳐라..! 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럴것이 다른 지역의 가문도 아니고 에도막부에 매달마다 막대한 은괴를 바치는 이케다 가문이다. 여기에대해 막부가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막부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질 것이니 말이다.

이런 아베 마사히로의 결정은 나름 타당했다.

또한 에도에서 5,000명의 대군이 출정을 시작했을때는 수많은 지방의 번들이 찬사를 보내었다. 심지어는 과거부터 막부에대해 시비를걸고 트집잡던 조슈번이나 사츠마번들도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었다.

[이제 야마나 가문은 끝장이다. 에도막부의 토벌군이 야마나 가문을 몰살시킬 것이다]

[멍청한 하토시마 녀석! 막부를향해 이빨을 드러내다니!]

대다수가 막부군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리고 에도에서 출발한 막부군은 대군을 이끌면서 행군했다.

또한 통과하는 각 지역들과 번들에서 위세를 과시하며 충성맹세까지 받았던 것이다.

로주인 아베 마사히로는 자신의 결정에 흡족했다.

오랜만에 에도막부의 위세를 과시하며 지방의 세력들을 누를수있는 기회였다. 모든것이 아베 마사히로의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생각했는데.

“멍청한 요시타카 놈! 막부의 정예군을 가지고도 그깟 야마나 놈들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하토시마에게 패배하다니.”

“로주님! 믿을수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전령이 보내온 내용을 살펴보니 요시타카는 처음부터 철저하게 놈들의 계략에 말려든게 분명합니다. 거기다 설마 시바토번 놈들까지 배신을 할줄은 몰랐을 겁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이건 용서가 안되는 것이다. 요시타카 그놈에게는 할복도 아까울 정도다.”

아베 마사히로가 주먹을 쥐었다.

막부에서 파견한 정예부대의 패배. 그것이 가져온 충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이때문에 아베 마사히로는 곧바로 부하들에게 함구령을 내렸고 에도에있는 시민들에게도 이 사실을 비밀로 부쳤다. 그렇다고 이것이 숨겨질수 있는건 아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막부군의 패전소식은 소문을타고 점점더 퍼져나갔다.

패배하고 돌아온 요시타카를향해 아베 마사히로는 자신이 직접 목을 베겠다고 난리쳤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였다. 무엇보다 요시타카와함께 막부군 파병을 주도하고 강경론을 펼친건 자신이지 않은가?

때문에 요시타카의 목을벤다면 자신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고 동시에 강경론에 나섰던 다른 무장들의 불만도 생길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때문에 아베 마사히로는 요시타카의 직위를 해제하고 그가 속한 가문으로 추방시키는 것으로 대충 해결을 보았다. 그뒤에 다시 논의를거쳐 대책을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이것마저도 의견이 대립되면서 시간만 보내는 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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