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의 상황은 어떤가?”
“다행히 파도가 거친편은 아닙니다. 따라서 목표한 훗카이도까지는 순조로운 항해가 될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인봉이 최승규 함장에게 대답했다.
유인봉은 항해사였고 호위함대를 지휘하는 최승규 함장을 보좌했다. 이번의 항해에서 동해함대의 군선들은 최승규 함장을 중심으로 호위함대를 구성했다.
동시에 최승규 함장이 탑승한 진격함은 호위함대의 기함이면서 1200톤급에 이르는 선체와 배수량을 가졌다.
때문에 주변에있는 증기판옥선들보다 월등하게 큰 대형이다.
또한 월터가 개발한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장착해 강력한 힘을 낼수가 있었다. 과거 조선수군이 노를 젓는 판옥선으로 해안선 근처의 바다만 이동했던 것에비하면 엄청난 발전을 한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훗카이도에 도착할 수송선들과 파병군의 병력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것이네.”
“명심하고 있습니다.”
유인봉이 대답했다.
최승규 함장은 노련한 지휘관답게 호위함대의 구성과 선단의 배치를 적절하게 하였다. 30척에 이르는 수송선단을 2개로 나누어서 이동시켰다. 그 사이로 호위함대에 소속된 2척의 기열함(旗列艦)들과 증기판옥선들이 위치한 것이다. 기열함은 조선이 도입한 12척의 개량된 증기선들이였고, 증기선의 형태를한 전열함이란 의미를 갖고있었다.
동시에 기열함들은 증기판옥선들에비해 몇배나 큰 선체를 가졌기에 각 함대에서 화력과 전투의 핵심을 담당했다.
한편 최함장은 전방에대한 정찰과 수색을위해 몇척의 증기 판옥선들을 선발했고 본대의 선두에서 이동하는 임무를 맡겼다.
얼마후 최승규 함장이 지도를 꺼내었다.
조선을 포함해 일본, 그리고 주변의 지역들이 표시된 것이다.
지도에는 수송선단이 도착할 훗카이도섬의 중요한 지형과 장소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훗카이도에대한 지도는 꽤 상세했고, 그곳으로 잠입해 활동중인 설풍단, 그리고 하야토 조원들이 정보를 소집해서보낸 것들도 추가된 상태다.
“우리의 수송선단이 도착할 곳은 훗카이도의 동쪽 해안에있는 오타루라는 곳이군.”
“위치는 일본 혼슈(본섬)와 동북부에있는 지방번들이 세력을 갖고있는 하코다테에서는 좀 떨어진 지역입니다. 다만 저곳에는 훗카이도의 아이누족들이 산간지방에서 활동하고 있고 아직도 세력을 유지하는 곳입니다. 따라서 수송선단이 도착한뒤에 거점을 마련할 장소로 적합하다고 생각됩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그런데 훗카이도까지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을거같은 느낌이군.”
최승규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임무에서 중요한것은 2,000명에 이르는 훗카이도 파병부대가 육지에 내리고 주둔할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저곳 오타루에는 연락을받은 설풍단의 요원들, 그리고 아이누족들이 동해함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선에서 출항하고 처음 며칠동안은 항해가 순조롭게 되었다.
하지만 최함장이 예상한대로 훗카이도로 가는 길이 마냥 순탄한 것만은 아니였다.
* * *
“전방에 배들이 나타났다.”
“혹시 조선의 선박들인가?”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동해에서 고기잡이하는 어선들이 여기까지 나오는 경우도 없고, 지금 나타난 배들은 모양이나 크기가 상당한 편입니다.”
“확실히 그렇군.”
김성중이 망원경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호위함대의 최전방에서 증기판옥선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일종의 선견대와 같은 것인데 그의 지휘에따라 선두에 위치한 3척의 증기판옥선들은 본대보다 앞장서서 나가는 중이다. 이것은 혹시라도 선단을 노리는 적들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저건 양인들의 범선과 비슷하군.”
“그런데 남방지역이라면 몰라도 이곳은 북해쪽인데 저런 서양의 범선들이 있다는게 특이합니다. 어디 소속의 것일까요? 아무리봐도 청나라쪽은 아니고 말이지요.”
옆에서 지켜보던 이창덕이 말했다.
그도 수군에서 오랜동안 생활했기에 청나라의 배들에 대해서는 군선부터 시작해 상선용의 정크선까지 익숙했다. 하지만 지금 수평선 너머에 등장한 배들은 조선인들이 이양선이라고 부르는 서양의 배들이 분명했던 것이다.
“듣기로 청나라의 위쪽인 몽골, 거기서 북으로 올라가면 노서아(러시아)가 있다고 하더군. 어쩌면 저 배들은 그 노서아의 것인지도 모르겠네.”
“노서아라면 과거 나선정벌때 조선군이 싸웠던 상대이지 않습니까?”
“그렇네. 상당히 오래전의 일이긴 하지. 그뒤로 우리 조선은 노서아와 이렇다할 접촉이 없었으니까 말이지.”
나선정벌에 대한것은 조선의 무관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효종때였고 최소 200년전의 사건이란 부분이 다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선정벌때 조선군은 뛰어난 전투와 활약을 하였다. 그리고 남하를 시도하던 러시아군은 크게 당하면서 후퇴하였다.
문제는 나선정벌과 조선군의 활약을통해 공짜로 이득을 챙긴것은 청나라였다. 러시아군이 남하를 포기하면서 청나라는 러시아와 조약을맺고 연해주 일대까지 차지하는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청은 조선에대해 어떤 보상도 안했던 것이다.
따라서 청나라가 차지한 연해주쪽은 본래 조선이 가져야할 영토인데 청나라가 중간에서 도둑질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들이 무슨 이유로 여기에 나타난 것인지는 알수없지만, 일단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봐야겠군. 자네는 지금까지의 사실을 뒤에서 따라오는 기함에 보고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이창덕이 준비하였다. 그 사이에 김성중이 지휘하는 증기판옥선들은 러시아의 선박들을향해 나아갔다.
* * *
“보리스 선장님! 청나라의 정크선들이 출현했습니다.”
“놈들이 어떻게알고 여기까지 온것이지?”
선원들의 외침에 보리스가 당황하며 전방을 주시했다.
자신이맡은 임무는 비밀스런 것이고 적들에게 들키면 안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에서 느긋하게 지내는줄 알았더니 갑자기 또다른 임무라니...”
보리스가 투덜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그가 지휘하는 5척의 범선들은 베링함대의 소속이였다. 베링함대의 주임무는 러시아의 동쪽에있는 캄차카 반도와 베링해를 통과해 알래스카까지 왕복하며 물자 및 병력수송과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 베링함대는 캄차카반도에서 남쪽으로 내려와서 사할린 지역,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더 남쪽인 훗카이도에까지 진출해 거점을 만들기로 한것이다.
특히 베링함대가 사용하는 캄차카반도나 더 위쪽은 항구의 입지조건이 열악했다. 때문에 사할린과 훗카이도를 손에넣으면 함대의 항해와 작전에 유리한것이 많았다. 그래서 5척의 전투용 함선들을 이끌고 항해하던 중이였던데 난데없이 청나라 배들을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보리스도 그렇게 생각하고 바다를 살펴보았다. 잠시후 그의 입가가 실룩거리며 조소를 띠었다.
“멍청한 놈들! 저건 청나라의 배가 아니다.”
“그럼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처음에는 청나라 놈들의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저 모양은 틀림없이 조선의 것이다. 그런데 조선 놈들이 뭣때문에 여기까지 온것인지 모르겠군.”
“혹시 청의 지시를받고 우리를 방해하러 온것이 아닐까요? 조선은 청의 속국이지 않습니까?”
“확실히 그럴수도 있겠군.”
부하의 말에 보리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알고있는 조선은 청에게 지배를받는 속국이다.
그리고 이곳 해역까지 조선의 배들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한편 보리스는 조선의 배들을보자 과거의 일도 떠올랐다. 그것은 러시아군이 남하를 시도했을때 나선지역에서 조선과 청의 연합군에게 크게 당하고 물러났던 사건이다.
“저걸보니 놈들은 몇척 없는거 같군.”
“맞습니다. 보리스 선장님! 숫적으로 우리가 우세하고 여기서 저놈들을 해치워도 누가 했는지를 모를겁니다.”
“너의 말이 정답이다. 저놈들을 그냥 놔두면 우리가 사할린과 훗카이도를 노린다는걸 들키게 되니까. 그리고 과거 우리 러시아군이 나선에서 당한 것에대한 복수도 해야지.”
결심을굳힌 보리스가 부하들에게 전투준비를 명령했다.
* * *
“노서아(러시아) 놈들의 배가 수상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설마 저놈들이...?”
병사들의 외침에 김성중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전방에서 나타난 5척의 범선, 그리고 러시아의 배들이 평범하게 오는듯 보였다. 다만 선체가 크다보니 200톤에 이르는 증기 판옥선들에 비해서도 5배나 큰 수준이다.
그리고 아군의 증기판옥선에서 신호를 보내도 상대는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에 범선의 돛을 전부펼치며 속도를 높인 것이다. 잠시후 거리가 가까워지자 러시아의 배와 갑판에서 움직이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놈들이 전투준비를 시작한다.”
“미친 놈들이군요. 이유도없이 먼저 선제공격을 시도하다니!”
김성중의 지시가 떨어졌고, 증기판옥선에있는 기관과 보일러에 석탄을 넣었다. 조선해군이 개량한 증기판옥선에는 과거에 사용하던 돗대는 그대로 달려있었다. 이것은 바람이 잘 불때에는 석탄을넣는 증기기관보다 돛을 이용해 항해를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석탄을 아끼기 위한 부분도 있었다.
1850년대의 증기선들은 대다수가 내부에 장착한 증기기관을 사용하며 동시에 돛을이용한 바람까지도 사용하는 기범선의 형태를 한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증기판옥선도 전투시에는 증기기관을 최대로 사용하지만 평소때의 항해에는 돛을 사용해 움직였다. 다만 지금은 상대가 적대행위를 시작했기에 증기기관만을 이용한 기동전을 펼쳐야할 때였다.
치이익! 텅텅텅! 보일러에서 수증기가 밸브를통해 흘러나왔고, 피스톤이 맹렬하게 움직였다. 선체 후방에있는 스크류가 회전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 사이에 보리스가 지휘하는 5척의 러시아 범선들이 다가오며 화포를 장전했다.
“저놈들을 한척도 남김없이 바다에 수장시켜라.”
“어차피 조선놈들의 배는 우리들의 함선에 비하면 나룻배처럼 작은 놈들입니다. 상대가 안될 것입니다.”
갑판에서 화포를 장전하던 보리스의 부하들이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상전투와 해군력에 있어서는 러시아가 청나라 함대를 월등하게 능가했다. 따라서 청나라의 속국이라고 알려진 조선의 배들쯤은 한순간에 박살낼수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하지만 보리스와 부하들의 오만함은 금새 무너졌다.
“저건 뭐야? 저놈들의 배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잖아? 설마 조선놈들의 배에서 불이라도 난건가?”
“보리스 선장님! 조선의 배들이 속도를 증가시켰고 빠르게 다가옵니다.”
“설마 저건 증기기관인가? 믿을수없다. 우리 러시아의 함선들보다 작은 선체인데, 어떻게 증기기관 따위가 있을수 있나?”
보리스와 부하들이 당황하고 있을때 김성중이 지휘하는 3척의 증기판옥선들은 속도를 높이면서 돌진했다. 김성중은 방향을돌려 후퇴를 시도하면 불리하다는걸 알았다.
잘못하면 상대에게 후미를잡혀 계속해서 포격을 당할수도 있었다. 때문에 정면으로 돌파하고 그뒤에 상황에따라 본대와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동시에 상대는 증기판옥선의 성능을 제대로 몰랐고 이런 헛점을 이용했다.
“양무화포 준비!”
“포격준비.”
김성중의 지시에따라 증기판옥선에 장착된 화포들에 포탄이 장전되었다. 그사이에 증기판옥선과 러시아 함선들과의 사이는 가까워졌고 서로간에 측면을 노출시키며 지나갔다.
“조선 놈들의 배를 침몰시켜라! 발사!”
펑! 퍼퍼펑! 러시아 함선들이 함포를 발사했다.
하지만 러시아 함선과 갑판에있던 포반원들은 조선군의 증기판옥선이 예상보다 빠르게 돌진했기에 정확한 포격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때문에 발사된 포탄들중 상당수가 빗나갔고, 일부는 증기판옥선들이 지나가고 난뒤에 포탄을 발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에반해 김성중이 지휘하는 3척의 증기판옥선들은 양무화포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적함선의 측면을향해 정확한 포격을 개시했다.
“발사!”
펑! 퍼퍼펑! 콰콰쾅! 퍼펑! 양무화포의 일제사격이 개시되었고, 포구에서 불꽃이 터져나왔다. 공중을 날아간 포탄들이 러시아 함선들의 선체를 강타했다. 그리고 거대한 굉음과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동해함대 VS 러시아의 베링함대 (01)
크악! 비명이 터지며 갑판에있던 러시아 수병들이 쓰러졌다.
3척의 증기판옥선과 양무화포에서 발사된 일제사격-
포탄들이 러시아 함선들의 선체를 뚫으며 엄청난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어버린 것이다.
양무화포는 영국군이 사용하는 캘버린포를 개량하고 정확도를 높인것이다. 함선에 설치된 화포의 위력에서는 러시아군의 화포와 맞먹거나 능가할 수준이였다.
그러나 5척의 러시아 함선들이 1000톤에 이르는 선체크기를 갖고 있기에 기습적으로 펼쳐진 일제사격에 침몰할 정도까지는 아니였다.
다만 포탄이 지나가며 군데군데 뚫려있는 구멍.
그리고 러시아 함선들을 타격할때 비산된 파편으로 십수명의 병사들이 피를흘리며 쓰러졌다.
“보리스 선장님! 우리쪽이 당해버렸습니다.”
“아군 함선들의 피해는?”
“항해가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지만 선상에있던 병사들의 피해가 큰 편입니다. 현재 부상자들을 옮기고 화포들을 배치중에 있습니다.”
“감히 조선 놈들이...!”
보리스가 주먹을 쥐었다.
조선의 판옥선들은 베링함대의 함선들에 비하면 나룻배 수준에 불과했다. 크기도 작고 멀리서보면 허접한 정크선으로 생각될 정도다. 그런데 기습을 시도했다가 역으로 당했다.
그리고 보리스의 자존심을 구긴건 따로 있었다.
“영국놈들은 아편전쟁에서 청나라의 해군을 일방적으로 박살냈는데 대제국 러시아의 베링함대가 청나라 해군보다 못한 조선놈들에게 당한다고? 있을수없는 일이다.”
“하지만 선장님! 과거 200년전에도 러시아군이 조선군을 우습게 생각했다가 당한것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신중하게...”
“씨끄럽다! 청나라의 속국이나 다름없는 조선의 배들에게 기습당하고 물러난다면 그것은 러시아 해군의 수치다! 네놈은 우리들이 그렇게 기억되기를 원하는가?”
보리스가 소리치자 충고하던 부하 두코프가 움찔했다.
처음에는 조선의 판옥선에 기습당해 정신없다가 상관인 보리스가 말한 부분이 얼마나 중대한지 깨달은 것이다.
보리스와 두코프 모두 러시아의 귀족 출신이다.
그리고 베링함대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청나라보다 약한 조선에게 러시아 함대가 깨지고 도망쳤다는게 알려지면 자신들의 명성은 박살난다. 무엇보다 러시아 귀족사회에서도 멸시를당할 것이다.
“개같은 놈들때문에 저와 선장님이 치욕을 당할수는 없습니다.”
“물론이다. 기습을 당했지만 아군의 함선들은 아직도 멀쩡하다. 수병들 일부가 당한것은 어쩔수없다. 대신에 몇배, 몇십배로 갚아주면 되는 것이다.”
보리스가 외쳤고 지시를받은 두코프가 각 함선들에 명령을 내렸다.
“갑판에있는 시체와 부상병들을 옮기고 화포준비를 서둘러라! 지금부터 러시아 함대의 위력을 보여준다!”
지시를받은 5척의 러시아 함선들이 반격을 준비했다.
* * *
“노서아(러시아)놈들이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한방 맞은 복수를 하겠다는 것인가?”
“아마도 그럴겁니다. 적들은 5척, 우리는 고작 3척의 증기판옥선들. 거기다 배의 크기도 러시아 놈들이 월등하게 큰 편입니다. 아마도 지금쯤은 자존심이 구겨져 날뛰고 있을겁니다.”
이창덕이 대답했다.
그의말대로 러시아의 함선들은 200톤에 불과한 증기판옥선들보다 5배는 큰 덩치를 지녔다. 따라서 손쉽게 조선의 판옥선들을 침몰시키며 끝장낼거라 자만했다가 당해버린 것이다.
“본대에대한 연락과 보고는 어떻게 되었나?”
“전투가 개시되기 전에 끝냈습니다. 지금쯤은 기함에서도 여기서 벌어진 상황을 알고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저놈들을 본대쪽으로 유인해야겠군. 비록 양무화포의 위력과 정확도가 우수하지만 저놈들의 배가 크다보니 쉽지않군. 거기다 숫적으로 불리하고.”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성중의 제안에 이창덕도 동의했다.
본대는 뒤쪽에서 따라오고 있고 그곳에는 러시아의 함선들을 능가하는 기열함들이 2척이나 있었다. 그외에 기열함들의 옆으로 호위함대의 증기판옥선들도 있기에 협공을통해 적들을 충분히 상대할수 있었다.
“증기기관을 전속으로 가동시켜라! 이제부터 적 함선들을 유인하는 작전을 펼친다.”
명령이 떨어지자 대기중이던 병사들이 석탄을 삽으로 넣었다.
2명이 교대로 작업하며 증기보일러의 화력을 높였다.
치이익! 텅텅텅! 기관의 피스톤이 맹렬하게 상하로 움직이며 굉음을 내었다. 내부에있는 기어박스와 회전축을통해 증기판옥선의 후방에있는 스크류가 작동했다.
“어떻게 된거냐? 놈들과의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서둘러 추격해라.”
보리스가 부하들을 재촉했다.
러시아 해군에서도 증기선들을 도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유럽에있는 주력함대에 먼저 배치가 되었다. 때문에 증기판옥선들이 본격적으로 속력을내자 거리는 더 벌어졌다. 다만 김성중은 적들을 완전히 따돌리는게 아니라 유인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그래서 속도를 적당히 조절하며 추격해오는 5척의 적함들을 관찰했다.
‘잘 따라오고 있군. 하지만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지옥이 될거다.’
망원경으로 적함들을 지켜보던 김성중이 냉소를 지었다.
* * *
“함장님! 전방에있는 선발대에서 보낸 것입니다.”
“노서아(러시아)의 함선들이라니! 그것도 5척이나 한꺼번에 나타날 줄이야.”
최승규 함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송선단을 호위하며 훗카이도로 향하는 임무와 작전에서 러시아의 함선들과 부딪치게 될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것도 한척이 아니라 5척이다. 선체의 크기만도 증기판옥선보다 5배나 큰 대형이다. 이정도의 크기는 현재 호위함대에서 주력함으로있는 2척의 기열함(旗列檻)들과 맞먹을 정도였다. 다만 아군쪽에는 대형함선이 2척인것에비해 적들은 5척이다.
“다행인것은 러시아 함선들이 우리쪽 기열함들같은 증기선이나 기범선은 아니라는 것이군.”
“일단 기동성에서는 아군의 기열함들이 유리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숫적으로는 2:5 로 열세지만 아군에는 속도가 빠르고 화력도 갖춘 증기판옥선들도 있으니까 말이지요.”
“해전에서는 함선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외에 기동성과 화력, 동시에 진형도 무시할수 없는 것이지.”
최승규 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선해군이 월터의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탑재한뒤, 개조한 증기판옥선들은 200톤 정도의 크기였다. 러시아의 함선들에 비하면 소형이지만 기동력과 화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이런 증기판옥선들은 현대적인 함대에서 구축함과 같은 역활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것을통해 노서아(러시아)놈들도 사할린과 훗카이도를 노리는게 분명하군요. 그렇지 않다면 아군의 증기판옥선을 상대로 무턱대고 공격부터 시작할리가 없으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