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0화 (150/169)

“포각은 평사!”

“포각 평사!”

“포탄 장전!”

화포장들의 외침에따라 병사들이 화약을넣고 포탄을 포구에 넣었다. 선발로 돌진하는 증기판옥선들은 한군데로 모여있는 적선단의 중앙을 돌파하는 전술이였다. 이것은 적의 중앙을 파고들면서 증기판옥선들의 양쪽에있는 화포들을 연속으로 발사하는 전술이다.

펑! 퍼펑! 몇척의 증기판옥선들이 나아가자 사츠마번 해적쪽에서 화포를 쏘았다. 하지만 제대로 명중하지도 않았다.

“역시 해적놈들의 포술은 형편없군.”

“거기다 단종진으로 파고드는 상황이라 적선들이 더 맞추기도 힘들겁니다.”

함대의 진형에는 크게 단종진 그리고 횡단진등이 있었다.

단종진은 몇척의 함선들이 일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인데 적에대한 중앙돌파를 시도할때에 사용한다.

그에반해 횡단진은 적을 포위하고 퇴로를 막을때 쓰기도 한다.

남해함대의 박상기 제독은 10척의 증기판옥선들중에 5척은 단종진으로 중앙돌파를 시도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5척은 주력함을 지원하며 후방에서 횡단진으로 만들고 퇴로를 차단하는 전술을 사용했다. 이것은 증기판옥선의 성능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으로 박제독은 조선이 도입한 증기선이란 개념에 익숙해진 상태였다.

“사종진으로 전환해라!”

기함인 태풍함에서 신호깃발이 올라갔다.

상대쪽에서 포격이 하나둘씩 날아오는 상황.

단종진으로 파고들지만 직선으로 돌진하면 그것대로 아군에게 피해가 생긴다. 그에따라 중앙돌파를위해 일렬로 나아가는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지그재그의 형식으로 이동했다.

때문에 해적선단에서 발사하는 화포탄들은 명중타를 내지는 못하였다.

애초부터 제대로된 사거리도 나오지않는 상태에서 화포를 발사할 정도로 해적들의 화포술은 형편없었던 것이다.

그에반해 돌진해가는 증기판옥선들의 화포병들은 거리를 계산하면서 발사준비를 하였다. 특히 적선과의 거리를 확인하는것에는 조선육군과 화포부대에서 사용하던 광학식 거리측정기와 포각계를 이용하였다.

“드디어 저놈들이 아군 화포의 사거리에 들어왔다!”

“발사!”

펑! 퍼펑! 선두에서 진격하던 증기판옥선이 화포를 쏘았다.

적선단의 진형을 뚫기위해서는 큰 구멍을 내야했다.

그것을위해 선두의 증기판옥선에서는 선수에 설치된 포탄을 먼저쏘았고 발사된 몇발의 포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포탄이 날아온다!”

“피해라!”

해적들이 소리쳤다.

쾅! 콰콰쾅! 증기판옥선들이 발사한 포탄은 방어를위해 나오던 선두의 세키부네들을 강타했다. 기본적으로 세키부네들은 해적선단이 노획한 판옥선들보다 소형이긴 하였다.

대신에 내부에는 조총병들과 일본도를 사용하는 백병전부대가 탑승하고 있었다.

일부는 조총을 발사하며 저항했다.

그러나 돌진해간 증기판옥선에서 포격이 연달아 터졌다.

그러자 세키부네의 선체가 걸레처럼 찢어졌고 폭발에의해 위쪽에있던 해적들이 튀어올랐다.

얼마후 몇척의 세키부네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해적선단에는 커다란 틈이생겼다. 그리고 이런 틈을향해 증기 판옥선들이 파고들었다. 이제는 증기판옥선들의 양측면에 장착된 화포들을 마음껏 쓸수있는 상황이다.

“지금부터 공격이다!”

“화포장들의 지휘하에 포격을 개시하라.”

명령이 떨어졌다.

양무화포에 배치된 병사들이 일제히 발사를 하였다.

퍼퍼퍼펑! 순식간에 터져나가는 굉음들. 내부에 탑재된 증기기관을 이용해 움직이는 신형 판옥선들은 가공할 전투력을 발휘했다. 증기판옥선들의 좌우에서 발사하는 포탄들은 한발한발이 강력했다.

“포탄이 떨어진다.”

“피해라.”

양무화포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공중을 날아갔다.

이번에는 해적선단이 보유한 판옥선들을 목표로 한것이다.

판옥선에대한 공격에서는 화포의 각도를 조절했다.

판옥선 자체를 침몰시키는것이 아니라 갑판위에 늘어선 해적들을 노린것이다.

세키부네와 다르게 사츠마번 해적들이 노획하고 강탈한 판옥선에는 다수의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된 경우도 있었다.

주로 노꾼으로 동원되었고 때문에 판옥선에 구멍을 내버리면 오히려 조선인들의 피해도 생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판옥선의 선체는 튼튼한 편이고 따라서 포각 조절해서 발사한 포탄들이 판옥선에 떨어져도 내부로까지 파고드는 경우는 잘 없었다.

“해적들을 소탕하는것도 중요하지만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된 판옥선까지 모두 격침시킬 필요는 없지. 대신 그곳에있는 해적놈들만 처리하면 된다.”

박상기 제독은 사전정보를통해 해적들이 20척에 이르는 조선의 판옥선들을 보유했다는것. 그리고 납치해간 조선인들을 노꾼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때문에 해전을 벌이더라도 강제로 판옥선에있는 조선인들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방향으로 전술을 짠것이다.

크아악! 케엑! 터져나오는 비명소리들.

위쪽 갑판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조선인 노꾼들을 감시하던 해적들이 당황했다.

블루스틸(Blue Steel)과 청진 제철소

“위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어서 올라가봐라!”

부하들을향해 간부가 소리쳤다.

당황한 해적들이 달려갔고 노꾼을하던 조선인들이 뭔가를 들었다. 그것은 포탄을 발사하며 지나가던 증기 판옥선에있는 병사들이 외친것이고 판옥선에있는 해적들이 전멸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조선어를 모르는 사츠마번 해적들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분노한 노꾼들은 바로 이해했다.

지금이 행동할 때였다. 긴밀하게 눈치를보던 조선인 노꾼들이 몇명 남은 해적들을향해 기습을 가하였다.

“조선놈들이 감히?”

“여기도 있다!”

퍽! 후방에서 파고든 기습에 해적들이 쓰러졌고 남은 사람들은 곧바로 무기를 챙겨들었다. 그리고 갑판위로 돌진했고 양무화포의 포격과 현무철포에의해 비명을 지르던 해적들을 공격했다.

이처럼 증기판옥선들은 해적들이 노획했던 판옥선에 대해서는 갑판의 해적들을 공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겨우 남아있는 해적들이 화포를 가지고 반항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현무철포의 일제사격이 터질때마다 대응사격을 시도하던 해적들은 시체로 변해버릴 뿐이였다.

* * *

“조선놈들이 쳐놓은 함정에 걸리다니!”

“미야자키 대장. 이대로가면 전멸입니다.”

부하들이 소리쳤다. 아직도 해적선단은 남해함대에비해 남아있는 배들의 숫자는 많았다. 그럼에도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상황이다.

조선해군의 함선에서 발사하는 포탄들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고 주변에있던 해적들을 단번에 쓸어버렸다. 특히나 조선에게 노획하고 강탈한 판옥선들이 역활도 못하고 차례로 멈춰버렸다.

“분하지만 할수없다! 전군에 퇴각명령을 내려라.”

“퇴각이다!”

대장선에서 신호깃발이 올라갔다.

증기판옥선에서 발사한 포탄에 쩔쩔매던 해적선들이 방향을 바꾸어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박상기 제독은 해적선들이 싸우다 불리하면 도망칠 것이란 사실도 예상했다.

때문에 증기판옥선들중에 5척은 단종진으로 돌격을 하였고 나머지 증기판옥선들과 주력함들은 후방에 배치한 것이다.

얼마후 적들의 퇴로를 막아버리며 횡단진으로 포위망을 만들었다.

“저기도 조선놈들의 함선이 있다!”

“이럴수가? 완전히 갇혔다.”

“퇴로를 차단당했다.”

탈출을 시도하던 해적들이 경악했다.

해적선단은 남은 몇척의 판옥선들을 정면으로 세우면서 나아갔다. 그사이로 세키부네들이 따라가며 조총사격을 시도했다. 근접전을 개시해 남해함대가 보유한 증기판옥선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조선수군을 상대로 여러차례 성공한 전법이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하지만 해적들은 남해함대 병사들이 보유한 현무철포의 위력을 몰랐다.

“사격해라!”

“조선놈들을 해치워라.”

탕! 타타탕! 갑판에 늘어선 해적들이 조총사격을 개시했다.

이것에대해 증기판옥선에 탑승한 병사들은 신속하게 몸을 숙이면서 일제사격의 신호를 기다렸다.

“멍청한 해적놈들! 포격전만이 아니라 사격전에서도 이미 우리쪽이 유리하다.”

“쏴라!”

탕! 타타탕! 현무철포를 장전한 병사들이 사격을 퍼부었다.

과거 조선수군은 근접전에서 활을 주로 사용했다.

때문에 해적들은 이번에도 증기판옥선에서 화살을 날릴것으로 생각하며 준비했다. 하지만 현무철포가 불을뿜었고 갑판에있던 해적들이 피를뿌리며 나뒹굴었다.

털썩! 콰당! 갑판위로 쓰러지는 해적들이 신음을 내었다.

동료들이 시체가된 광경을보며 나머지 해적들은 경악했다.

접근전에서 조총으로 압도할려던 시도가 무너진 것이다.

해적선에대한 공격은 현무철포만으로 끝난것은 아니다.

“포각을 조정해라!”

“갑판에있는 해적들을 양무화포와 조란탄으로 해치운다.”

“발사!”

펑! 퍼퍼펑! 포위망을 구성한 증기판옥선들이 화포를 발사했다.

목표는 남아있는 해적들의 판옥선들을 향했다. 양무화포에서 발사된 근거리용의 조란탄들이 주변에있는 해적들을 쓸어버렸다.

겨우 남은 몇명이 조총을쏘며 대응했지만 소용없었다.

얼마후 중앙에있던 증기판옥선이 빠르게 돌진하며 남아있는 판옥선들에 접근을 시도했다.

“돌격!”

“와아아!”

증기판옥선에서 대기중이던 병사들이 넘어갔다.

적은 숫자가 넘어갔지만 위력은 강력했다.

장전된 현무철포를 발사하며 돌진했고 정면에있던 적들이 픽픽 쓰러진다. 현무철포의 정면에는 백병전을위한 총검도 장착된 상태였다.

곧바로 상대의 몸체에 총검을 박아넣으며 해치웠다.

기회를틈타 몇명은 해적들에게 강탈된 판옥선의 하부로 내려갔고 그곳에서도 감시하던 적들을 전멸시켰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자유입니다. 우리들은 남해함대의 소속입니다.”

“그것이 정말입니까?”

구출된 조선인들이 감격했다.

이윽고 그들은 주변에있던 무기를 집어들었고 신속하게 갑판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남아있는 해적들이 있기에 복수를위해 달려들었다.

“지금까지 네놈들에게 당한 복수다!”

“해치워라.”

구출된 노꾼들이 사방에서 기습을 개시했다.

얼마후에 판옥선을 장악한 노꾼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판옥선들마저 조선놈들에게 뺏기다니.”

“이제 우리는 죽었다.”

공포에질린 해적들이 절규했다.

그사이에 돌파작전을 펼쳤던 박제독과 나머지 주력함들이 크게 선회하며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 해적들은 완전하게 앞뒤로 포위당해 버렸다. 이런 상황이되자 대장선에 타고있던 미야자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조선함대의 기동력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였다.

특히나 검은연기를 수직으로 뿜어내는 저 괴상한 형태의 판옥선과 대형함들은 너무도 강력했다. 기세좋게 조선을 상대로 노략질을했던 사츠마번 해적들의 최후가 다가오고 있었다.

“돌파해라! 조선놈들의 포위망을 뚫어라!”

대장선에서 깃발이 올라가며 진격했다.

하지만 그것은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다.

얼마후 추격해온 박제독, 그리고 기함인 태풍함과 주력함들이 양무화포를 장전했다. 이제부터 전개될 화포공격은 증기판옥선들의 화력을 몇배나 능가하는 것이다.

동시에 조선군들이 탁월한 전술과 기습을 가하면서 해적들에게 강탈당했던 이전의 판옥선들도 상당부분 되찾은 것이다.

박제독은 판옥선들을 되찾는거보다 그곳에 잡혀있던 조선인들의 구출에 더 중점을 두었다. 때문에 구출이 완료된 판옥선 몇척이 침몰하기도 했지만 상관은 없었다.

“제독님. 작전은 성공입니다.”

“조선인들의 구출이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그것이 잘되어서 다행이군.”

“해적들에게 잡혀서 노꾼을했던 조선인들이 목숨걸고 싸워준 덕분입니다.”

이병준 함장이 대답했다. 긴박한 상황들이 많았기에 잡혀있던 조선인들이 결사항전을 하면서 수월하게 풀린것이다.

“지금부터 섬멸작전에 들어간다.”

“모든 전선들은 화포를 장전해라! 저놈들을 모조리 바닷속에 수장시켜 버린다.”

“쏴라! 발사.”

펑! 퍼퍼펑! 기함인 태풍함, 그리고 주력함에서 발사한 포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강력한 위력을지닌 포탄들이 해적선을 관통하며 내부로 파고들었다. 충격에의해 선체가 박살나고 파편이 튀어올랐다.

그리고 해적들이 타고있던 배가 차례로 찢겨져 나갔다.

잠시후 기함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미야자키와 지휘부가 탑승한 대장선까지 날아왔다.

대장선은 판옥선을 몇개나 합쳐놓은 크기였다.

중앙에는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누각과 지휘소가 있었다.

이정도 크기의 함선은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정도다.

때문에 미야자키는 자신이 타고있던 대장선에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대장선에는 다수의 함포들이 설치되어 있었고 타고있는 조총병들의 숫자만도 상당했다.

“제독님. 저기에 해적두목이 타고있는 대장선이 보입니다.”

“물위에 떠있는 고깃배 수준이군.”

상당한 크기였지만 박제독에게는 사냥감으로 보일 뿐이였다.

중요한것은 크기가 아니라 전투능력이니까 말이다.

잠시후에 박제독이 지휘하는 함선들이 적선을 차례로 박살내며 나아갔다. 해적선단의 대장선에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몇개의 포탄들이 증기판옥선에 맞았지만 큰 피해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간에 벌어지는 총격전에서는 현무철포를 사격하는 조선군이 월등하게 앞섰다.

“미야자키 대장님. 완전히 포위당하고 말았습니다.”

“개같은 조선놈들!”

미야자키가 일본도를 뽑아들며 괴성을 질렀다.

이것을 지켜보던 박제독은 냉소를 지었다.

“저기서 반항하는 놈에게 포탄을 실컷 먹여주도록.”

“알겠습니다.”

“발사준비! 쏴라!”

퍼퍼펑! 단번에 수십발의 포탄들이 대장선을향해 날아갔다.

콰콰쾅! 대장선의 중앙에있는 대형누각과 지휘소를 강타했고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왔다. 해적두목인 미야자키가 일본도까지 뽑아들며 발광을 했지만 단 한명의 조선군조차 베지못하였다. 대신 포탄의 충격과 파편에 팔다리가 찢겼고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갑판뒤에 내동댕이 쳐졌다.

자신들의 두목이 고깃덩이로 변하자 남은 해적들은 경악했다.

더이상 싸울 의지를 상실했고 일부는 들고있던 일본도와 조총을 버리며 애걸했다.

“항복하는 놈들까지 모조리 척살할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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