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7화 (147/169)

“내가 동방에있는 미개한 국가들에대해 모두 알아야 하는것인가?”

세르지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이것에 부하인 모레나가 움찔했다. 무엇보다 세르지는 과거 마카오에서 부총독까지 했으면서 조선이란 국가 자체를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할수도 있겠다.

모레나도 조선에 대해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단지 그가 마카오에 있을때 외부에서 전해오는 소문으로 들은것이 전부였다. 얼마후 모레나가 상관을향해 조선의 위치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보니 얼핏 들은적이 있군. 청나라의 동쪽에있는 청황제의 속국이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 조선에서 새로운 국왕이 나왔고 그뒤에는 많은것이 변화되는 중이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그래봐야 동양의 미개한 국가일 뿐이잖아. 우리 대 포르투갈 제국과 비교가 될수있나?”

“그렇기는 합니다. 다만 이번에 정보원이 가져온 보고에는 조선군이 참전했고 브루나이 친위부대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선은 기껏해야 청나라와 관계를 맺고있을뿐 외부세계와는 거의 접촉이 없거나 왕래도없던 국가였습니다. 동시에 세르지님도 봤다시피 그들이 사용한 머스켓이나 화포등은 꽤 강력했고, 이것은 결코 조선따위가 보유할수있는 무기와 장비수준이 아닙니다.”

모레나가 대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세르지도 반쯤은 동의하고 있었다.

어쩌다 조선군이 보르네오섬에 올수는 있다쳐도 조선군이 사용한 무기는 유럽의 열강들이나 사용하는것과 비등했다.

“미개한 동양인 놈들이 무슨 재주로 그런 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인가?”

세르지가 분통을 터뜨렸다.

조선군의 방해만 없었다면 모든것은 자신의 계획대로 되었을 것이다.

“확실이 이번에 조선병사들이 브루나이에 온것은 용병으로 참가했고 술탄의 친위대를 지원한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무기와 장비는 조선의 능력으로는 만들수도 없는 유럽의 것입니다. 따라서 이것이 의미하는 부분은 하나입니다.”

“무슨 뜻인가? 모레나.”

“저와 세르지님이 타그족들에게 포르투갈제 머스켓총들을 주고.배후에서 지원한것처럼 다른 세력이 조선군들을 용병으로 이용해서 무기를주고 이번에 참가시킨것이 분명합니다.”

“확실히 자네의 말을 듣고보니 이제서야 설명이 되는군. 그렇다면 어떤 놈들인가? 네델란드, 아니면 프랑스?”

“그들도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지만 우리 포르투갈을 가장 적대하고 방해하고 싶은 놈들이 누구겠습니까?”

“개같은 스페인 놈들이!”

세르지의 입에서 욕설이 터지며 주먹을 쥐었다.

동방에서 포르투갈의 세력확장을 가장 싫어하는건 두말할 필요도없이 스페인이다. 만약에 포르투갈이 보르네오를 차지하게 된다면 스페인이 차지하고있는 필리핀보다 더 커지게되는 것이다. 당연히 이것을 막기위해 스페인은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자신들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기위해 용병으로 조선군들을 고용했고 무기까지 지원해준 것이다.

이것이 세르지와 모레나가 내린 결론이였다.

다만 이것은 조선의 능력에대해 개뿔도 모르는 두명의 명백한 착각일 뿐이지만 말이다.

“스페인 놈들한테 또 당하게되면 이것은 치욕입니다.”

“물론이다. 지금 당장 바긴다 족장을 만나야겠다.”

세르지가 소리쳤고 모레나와함께 천막을 나왔다.

그리고 대기중이던 포르투갈 병사들과함께 바긴다 족장이있는 움막으로 향했다. 바긴다 족장이 패배로인해 잠시 침울해 있었지만 세르지가 신경쓸것은 아니다. 어차피 타그족은 브루나이 왕국을 무너뜨리고 보르네오를 차지하기위한 수단일 뿐이니까 말이다.

“그게 정말이요? 우리 타그족에게 더 많은 무기를 장비를 주겠다는것이...”

“물론이요. 그리고 본국과 마카오에 연락을취해 더 많은 포르투갈 병사들도 동원할 계획이요.”

세르지는 일부러 바긴다에게 조선군의 배후에 스페인이 있다는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신과 모레나만 알고있으면 충분 하니까 말이다.

다만 이번상황에대한 보고를 포르투갈에 보낼때 스페인이 조선의 배후에 있다는 부분을 추가하면 본국에서는 대폭적인 지원을 시작할 것이다. 비록 한번의 실패가 있었지만 포르투갈이 전력을 투사하면 조선따위는 결코 상대가 되지못할 것이다.

‘조선왕이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네놈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기껏 스페인이 던져주는 머스켓과 화포따위에 넘어가서 포르투갈을에게 도전해? 이제부터 그 댓가를 받을거다.’

세르지가 속으로 외쳤다.

이처럼 세르지가 타그족장 바긴다를 회유해 반격을 준비를 할때, 그들은 자신들이 숨어있는 은신처를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타그족 놈들. 얼마전 브루나이의 수도에서 패전했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여기에 숨어있었군.”

“놈들에게 당한걸 생각하면 갈아마셔도 시원치 않습니다.”

“지금 우리힘으로는 저놈들에게 상대가 안된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수는 없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부터 우리부족은 저놈들의 정보를 브루나이 왕국에 전달하고 복수의 기회를 노린다. 듣기로 지금 브루나이의 수도에있는 군대는 타그족들을 수천명이나 해치웠을 정도로 강력하다. 아마도 그들은 남은 타그족을 토벌하기위해 행동을 시작할 것이다.”

“역시 그렇군요.”

숲속에서 타그족의 은신처와 주둔지를 감시중인 십여명의 사내들. 그들은 타그족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전멸에 가까운 학살을당한 싱카부족이였다. 타그족에비해 숫자도 적었고 무기와 장비도 열악했기 때문에 상대가 안되었다. 겨우 도망친 일부만이 복수를 다짐하며 이제까지 타그족과 바긴다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자신들을 대신해 복수해줄 존재들이 생겼다.

이윽고 그들은 몇명의 인원들에대해 감시를 지속했고 나머지는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들을 가지고 어딘가로 떠났다.

* * *

< 바다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한다 >

이것은 제해권(Sea power)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문장이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부분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라는 특성때문에 그렇다. 이처럼 대양으로 진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과 지형임에도 조선은 해양진출을 제대로 못하였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요즘 이판께서도 가베(커피)를 즐기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이거참 뭐라고 해야할지, 처음에는 전하께서 주신 가베가 너무 쓰고 맛도 이상해서 꺼려졌는데, 몇번정도 마시다보니 지금은 꽤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뭐랄까, 고진감래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거 같은 음료입니다.”

흥선군 이하응이 대답하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사에서 쇄국정책을 부르짖으며, 양이(襄夷)놈들은 한발자국도 조선에 들어오지 못한다...! 라고 기염을 토하던 흥선군이 이렇게 바뀌었다.

다만 흥선군이 쇄국정책을 한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지금 내앞에있는 흥선군 이하응은 웬만한 개화파 실학자들을 능가할 정도로 유연하고 열린 마인드를가진 인물로 변해버린 것이다. 어쨌든 오늘 모인 흥선군과 병조판서 박규수에게 중대한 발표와 계획을 말해야겠다.

“경들도 알다시피 얼마전 강화도에서 개최된 해상열병식은 큰 성과를 거두며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특히 해상열병식의 준비를위해 분투한 경들의 노고를 치하해주고 싶군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저 소신들은 맡은바 소임을 다했을 뿐입니다.”

이하응과 박규수가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병판이올린 장계를보니 증기기관을 장착하고 개량된 판옥선들의 숫자가 더 늘어났군요.”

“그러하옵니다. 전하. 영길리국에서 온 기술자인 월터와 그의 직인들이 조선수군을위해 큰 도움을주고 있습니다.”

병판이 대답했다.

조선수군이 과거부터 보유해왔던 다수의 판옥선들을 증기선으로 개조하고 성능을 높이는 작업에 월터일행들은 밤낮으로 일하는 중이다. 박규수가 올린 장계에 따르면 이제는 그 숫자가 100척이 넘어갈 정도다.

총 200척의 판옥선들을 증기판옥선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에서 50% 의 성과를보인 것이다. 더 중요한것은 월터일행들과 조선수군의 장인들이 함께 이번일을 진행하면서 조선의 장인들도 기술을 습득하고 많은것들을 배워가고 있었다.

비록 개조된 증기판옥선들이 태평양이나 대서양, 인도양같은 큰 바다로 나가지는 못해도 조선수군의 작전영역은 엄청나게 커지는 것이다.

가만, 그런데 조선수군?

이제는 조선이 대양해군으로 진행하는 상황인데 언제까지 수군이란 명칭을 써야하는 것이지.

머리속으로 뭔가 생각들이 스쳐갔다.

‘이제부터는 수군의 편제와 조직도 근대적인 해군에맞게 바꿔야 할거같다. 무엇보다 이것은 지금 조선수군의 지휘관들과 수병들에게 미치는 사기에도 중요하니까.’

하드웨어를 바꾸는 중이라면 소프트웨어도 그에걸맞게 바꿔야 한다. 그래야 양쪽이 균형을 유지하고 제대로 작동하니까 말이다. 잠시후 이부분에대해 이하응과 박규수에게 설명을 하였다.

“소신들이 생각해도 지금 조선의 수군은 과거에비해 강력한 증기선들을 도입하고 또한 더 큰 바다로 나가기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하의 말씀대로 수군의 명칭으로 해군으로 바꾸고 각 수영의 지휘관들을 제독과 부제독으로 승격시키는것도 좋은 방안인듯 생각됩니다.”

“이것을통해 조선의 수군병사들이 자부심을 가지면 사기도 올라갈 것입니다.”

흥선군도 박규수의 생각에 동의했다.

첫번째로 할것은 조선수군의 명칭을 조선해군으로 바꾸는것.

두번째로는 현재 6개정도로 나뉘어진 수영들의 조직을 함대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역시나 이조와 병조가 협력해서 진행하는것이 수월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끝나는건 아니다.

조직의 체계를 바꾸고 명칭을 바꾸는건 행정의 문제이고 정작 중요한것은 바로 해상전투의 실력이지.

“요즘 조선의 바닷길은 어떻습니까?”

“해상을통한 조운선의 운행은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오나...”

박규수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

얼마후 박규수가 병조를통해 올라온 장계들이나 여러가지 상황들을 설명하였다. 국가의 세금과 재정에 핵심이되는 조운선의 통행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지만 그외에 상선들이나 해안지역의 마을에대한 해적들의 습격이 있다는 것이다.

보통 조운선들의 경우에는 수군의 판옥선들이 호위를하는 경우도 있어서 해적들이 함부로 덤벼들지 못한다. 그에반해 군선의 호위가없는 상선들은 해적들에게 쉬운 사냥감이 되는 것이다.

“조선이 보유한 판옥선들의 숫자가 상당하지만 상선들의 배까지 모두 호위해줄 여건은 안되니.”

“그리고 조선에서 외국으로 나가 무역을하는 상인들과 선박들의 숫자도 더 증가할 예정이기에, 단순한 호위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이하응이 대답했다.

그도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발생하는 해적들의 습격이나 해안마을에대한 공격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양해군을 목표로하는 조선이 주변바다에있는 해적들도 제대로 처리못해서 골치를 썩인다면 그것자체로 문제다.

그리고 새로 도입된 증기선들이나 개조된 판옥선들의 실전 테스트와 경험을 쌓기 위해서도 해적들을 소탕하는게 필요했다. 다만 박규수와 흥선군도 해적들을 격멸하는데는 동의했지만 또다른 문제가 있었다.

해적 토벌작전 (02)

“경의 설명대로면 남해의 해적들은 여차하면 일본으로 도망치고 서해의 해적들은 중국의 해안쪽이나 대만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이군요.”

“그러하옵니다. 전하.”

대답하던 박규수의 음성에도 분노가 서려있었다.

이제까지 수군들이 조선의 바다에서 날뛰던 해적들을 제대로 토벌못한 큰 이유중에 하나다.

바다는 육지와달리 도망갈곳이 많다. 특히 조선은 삼면이 바다로 되어있으니 해적들이 쳐들어 오기도 쉬우면서 도망치기도 쉽다. 문제는 수군이 한번 발견한 해적들을 끝까지 추격하고 섬멸할 결심이면 못할것도 없지만, 이것이 수군 지휘관이 단독으로 결정할수 없는 부분이다.

조금전 박규수가 말한대로 남해에서 암약하는 해적들은 일본에서 온 놈들인데 조선수군에 상대가 안될것 같으면 일본쪽으로 튀는 것이다.

‘아마도 놈들의 은신처나 근거지도 일본내의 섬들중에 있을것이다. 문제는 이제까지 조선수군이 그곳까지 쳐들어가서 해적들을 섬멸할 만큼의 재량권도 없고, 성리학 탈레반에빠진 주류 양반과 사대부들이 그걸 허용해줄리도 없었다는 것이지.’

듣고보니 한심하고 분노마저 치민다.

과거 조선은 세종대왕때에 이종무를 지휘관으로 대마도 정벌까지 했을정도로 해적들을 박살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용맹과 기상은 성리학 탈레반들이 조선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조선의 배들이 약탈당하고 백성들이 해적들에게 당하는데도, 그놈들이 일본으로 도망쳐 버리니 더이상 쫓지도 못했다고?

이처럼 유교경전이나 읊어대는 성리학자들이 조선군을 허접한 3류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더이상 이런 상황이 계속되도록 놔둘수는 없었다.

“해적놈들이 여차하면 일본으로 도망치는건 아무래도 일본에도 그놈들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제대로 보셨습니다. 전하. 지금까지 들어온 첩보에 따르면, 남해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의 배후에는 사츠마번(番)이 있을것으로 추측이 됩니다. 그럴것이 해적들이 일본으로 도망치는 방향이나 여러가지 정황들이 큐슈쪽이고 그곳지역에서 강대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건 사츠마번이라는 무리입니다.”

박규수의 대답을듣자 반사적으로 미간이 꿈틀거렸다.

일본역사에서는 메이지유신을 만든 양대세력중에 하나로 죠슈번과함께 등장한다. 그런데 이들 죠슈번과 사츠마번은 조선을 정복하고 식민지로 만들자는 정한론(征韓論) 세력의 근원지이고 악질적인 놈들이다.

그런데 일본에서 반막부 세력으로 덴노파를 이끄는것만이 아니라 사츠마번이 일찍부터 조선을 상대로 더러운 짓거리를 해왔다는게 이번상황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긴 해적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며 조선을 상대로 쿡쿡 찔러보니까 조선이 만만해 보이고 군사력도 약하다는걸 파악하고 정한론까지 나온것이다.

‘사츠마번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이 지난뒤에 행동을 시작할 계획이였는데 서둘러야겠다. 이대로 그냥두면 더 커질것이고 나중에는 손대기 힘들어 질지도 모르니까.’

박규수의 보고내용을 들으며 생각을 바꾸었다.

또다른 보고에있는 대만섬에대한 부분도 중요했다.

앞으로 조선해군이 활동영역을 넓히고 조선의 상선들이 무역을 제대로 수행할려면 조선의 외부에 해상거점들을 마련하는게 중요했다. 특히 대만섬은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중요한 곳이고 지금부터 작전을 펼치는것도 필요했던 것이다.

“그대들의 말을 듣고보니 조선의 대외무역과 백성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해적들을 이대로 방치할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적들이 일본이나 대만섬으로 도주하고 이것을 추격하던 조선군이 두눈 멀쩡히뜨고 포기하는것도 더이상 생겨서는 안됩니다.”

순간 흥선군 이하응과 박규수의 표정이 굳어졌다.

두명은 눈치가 빨랐고 이제부터 내가 할려는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짐작하는 상황이다.

“하오면 전하께서는 조선군이 해적들을 추격해서 일본영해, 그리고 큐슈쪽에서도 활동하도록 허가하실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해적들이 큐슈로 도망치면 그곳까지 추격해서 섬멸하는걸 함대 지휘간에게 허가할 것입니다. 어차피 해적들이 일본의 막부가있는 에도로 가는것은 아니니까 말이지요.”

“하오나 조금전 보고한대로 큐슈에는 사츠마번이라는 강한 세력이 있습니다. 차후에 그들과의 마찰이 생길수도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에 사츠마번이 해적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면서 악행을 했는데도 감히 조선을향해 뻔뻔스럽게 따진다면 그에 합당한 대응을 해주면 되는 것입니다.”

“.....”

내말에 두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흥선군 이하응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마저 서려있었다.

사츠마번 따위가 조선을향해 도전한다면 얼마든지 해보라고 판을 깔아주고 싶다. 나로서는 그걸 핑계로 조질 명분이 더 생기니까 말이다.

“경들은 이제 과인의 생각을 알았으니 이판과 병판은 앞으로 진행될 해적토벌과 작전을위해 준비를 해주시요. 그리고 작전에 참가할 무관들과 지휘관들에게도 이 사실을 전해서, 그들이 현장의 판단과 상황에따라 전투를 할수있도록 해주십시요.”

“전하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두명이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부터 강력한 증기선으로 무장한 조선해군이 어떤 활약을 펼칠것인지 기대가 되었다.

* * *

땅땅! 쇠망치로 금속을 두드리는 소음이 터진다.

한켠에는 화로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며 쇠를 달구고 있었다.

이마에서 땀을흘리며 작업하는 장인들의 모습.

그들의 손놀림은 능숙했고 기술은 더욱 발전되었다.

과거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의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었다.

새롭게 개조되는 판옥선들의 숫자는 늘어갔고 작업을마친 판옥선들은 장인들의 감독에따라 바다위에 띄워졌다.

개조된 판옥선들에 달라진 모습은 역시나 중앙에 솟아있는 연돌(굴뚝)이다. 영국에서 수송해온 선박용 증기기관과 증기보일러들을 현장에서 조립한뒤에 탑재했던 것이다.

때문에 과거 판옥선의 하단부에 길게 나와있던 노들은 모두 사라졌다.

판옥선의 탑승인원들중 노꾼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는데 이제는 증기선으로 바뀌면서 노꾼들은 다른 임무를 하게되었다.

화포병들로 바뀐경우도 있고 갑판병, 그리고 총병과 전투병으로 전환되었다.

“이번의 시험항해도 잘되어야 할텐데.”

“걱정말게. 이미 모든 점검을 마쳤으니까.”

갑판에있는 장인들이 기대감을 표시했다.

처음 해보는것도 아니다. 몇번이나 판옥선의 개조를 마쳤고 선박용 증기기관과 보일러의 장착을 완료했으니까 말이다.

“좋아! 기관의 가동을 시작한다.”

“석탄을 넣어라.”

증기보일러의 연소실에 석탄을 공급했다.

잠시후 압력 밸브들에서 증기압들이 솟구친다.

실린더가 서서히 움직였고 나중에는 속도가 빨라졌다.

텅텅텅! 증기기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연돌(굴뚝)에서는 시커먼 연기들이 솟구쳤다. 동시에 육중한 선체를지닌 판옥선이 물살을 가르면서 나아갔다.

“성공이다!”

“하하하!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구나.”

장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리고 전라좌수영에서 건조된 증기판옥선을 책임지던 관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철종이 조선수군을 근대적인 해군으로 진행시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먼저 조선수군이 삼도수군의 체계를 쓰던것을 함대개념으로 바꾼것이다. 동시에 수군체제에서 각도의 수영들을 그대로 두면서 대신에 함대기지로의 변화를 시도했다.

그에따라 전라좌수영은 이제 남해함대라는 새로운 명칭이 생겼다.

그리고 남해함대 사령관이자 제독은 박상기가 담당했다.

경험과 실력이 뛰어났고 조선해군을 발전시킬 핵심인물중에 하나였다. 동시에 증기선으로 개조되는 판옥선들을통해 박제독은 조선해군의 전투력을 높이기위해 어떤것들을 해야하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철종은 조선해군에서 중추적인 역활을 하게될 함대사령관들을 하나씩 희정당으로 불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에게 조선해군이 앞으로 해야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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