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자에게 작전을 설명해준뒤 송길준의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총병대장. 자네는 선박에 실려있는 장비와 예비용 총포들까지 모두 술탄궁으로 옮기게. 그리고 술탄의 친위대들중에 일부를 선발해 현무철포를 사용할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조선군만큼 사격을 잘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전투에서는 큰 도움이될거 같습니다.”
송길준은 능숙하게 부대장들에게 임무를 내렸다.
이것을보며 제이든은 감탄했다. 조선군이 과거에비해 엄청나게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정도 수준일지는 몰랐던 것이다.
“제이든 사장님! 조선군 지휘관이 전술을짜고 명령을 내리는걸보니 영국의 레드코트(영국군)와 맞먹을 정도입니다.”
“브루나이의 현지부대가 있다해도 600명의 병력으로 5000명의 반란군을 막겠다고 나서는 정도니, 저런건 영국군 장교들도 배짱좋게 나서기 힘든것이지.”
제이든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세계에서 전투를 벌이며 대영제국의 영광을 만들어내는 영국군의 모습을 지금은 조선군을통해 볼수있었던 것이다.
* * *
“이번에는 기어코 늙은 술탄놈의 목을 내손으로 쳐버리겠다!”
바긴다가 주먹을 쥐었다.
그는 타그족 출신으로 이번에 결성된 반란군을 지휘했다.
반란군의 핵심은 타그족이였고 그외에 보르네오섬에있는 다른 부족들도 참가하는 중이다.
이들중 상당수는 티그족 수장인 바긴다의 협박에의해 반강제로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 타그족은 과거 브루나이에게 크게 패배한뒤 복수를 노리고 있었다.
한편 타그족의 야만성은 보르네오에서도 악명이 높았다.
전투에 패배한 다른 부족을 잡아서 식인하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이때문에 타그족에비해 문명화된 브루나이에서는 타그족을 토벌하고 국가를 지키기위해 전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이제까지 타그족의 무기와 장비가 원시적인 수준이였기에 브루나이의 군대가 수월하게 싸웠다.
하지만 지금 타그족의 무기는 브루나이군과 맞먹거나 월등한 상태였다. 특히 바긴다가 보유한 500명의 조총부대는 술탄 오마르 사푸딘의 기병대를 궤멸시켰다. 그리고 술탄까지 부상당해 불능으로 만들었다.
“바긴다님! 파란눈들이 준 무기는 뛰어나군요.”
“하지만 그들이 공짜로 준것은 아니다. 이번에 브루나이 놈들을 박살내고 술탄의 목을 딴뒤에는 파란눈 녀석들과 보르네오섬을 가지기로 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우리로서는 손해볼게 없는 것이군요.”
“물론이다. 브루나이 놈들을 씹어먹지 못하면 우리 타그족은 놈들에게 멸시만 받을뿐이다.”
“그런데 다른 부족들중에 우리한테 참여하기를 거부하는 놈들이 있던데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르나이 술탄을 끝장낸뒤에 그놈들도 모두 해치운다. 그래야 보르네오에서 우리에게 도전하는 놈들이 나오지 않을 것이니까.”
“크크큭! 저번처럼 포로로 잡은 놈들을 솥에넣고 삶아버리면, 모두 겁을먹고 말을 잘 들을겁니다.”
부하가 바긴다를향해 대답하며 킬킬거렸다.
“그런데 세르지님. 저 야만인 놈들에게 500정의 머스켓을 준것이 신경쓰이긴 합니다.”
“모레노. 자네는 걱정이 너무많군. 어차피 본국에서도 퇴물이된 구형 머스켓들일 뿐인데 뭘 그러나.”
세르지가 말하며 피식웃었다.
브루나이 수도를향해 진격중인 5000명의 바긴다 부대들.
후방에는 바긴다 부하가 파란눈이라고 부른 서양인들이 보였다. 숫자는 10명이였고 이들을 지휘하는게 세르지였다. 동시에 세르지는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기대하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에 브루나이를 박살내고 보르네오를 손에넣으면 과거 마카오 부총독과는 비교조차 안되는 엄청난 포상과 재물을 손에넣을수 있다.’
그의 두눈이 탐욕으로 번득였다.
세르지는 포르투갈의 관료였고 이전에는 마카오에서 부총독을 하였다. 그러나 마카오는 작은 섬이였고 갈수록 입지가 좁아졌다. 특히 영국이 아편전쟁을통해 청을 굴복시키고, 홍콩섬을 손에넣었다. 그뒤에 상하이를 포함해 5개의 항구들을 열면서 마카오는 과거와같은 이득을 챙길수 없었다.
그나마 총독이라면 몰라도 부총독의 위치는 애매했고 출세를 바라던 세르지는 다음목표로 보르네오섬을 노린것이다.
그리고 포르투갈 본국과 협조해 이번의 작전을 배후에서 조종한 것이다.
그는 브루나이에대해 적개심을 품고있는 타그족을 회유했고, 이들을 무장시키기위해 구형머스켓 500정과함께 화약과 탄환등을 공급했다.
그 효과는 단번에 나타났다. 얼마전 부르나이 술탄이 지휘하던 토벌군을 격파했던 것이다. 이제 브루나이 수도만 점령하고 타그족의 손으로 브루나이 술탄의 목까지 따버리면 모든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는것이다.
한편 세르지가 연락한 포르투갈 본국에서는 이번 작전을 흔쾌히 지원했다. 그럴것이 동남아시아에서 포르투갈의 세력이 점점 줄어들던 과정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통해 보르네오섬을 차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포르투갈이 보르네오섬을 손에넣으면 엄청난 이득이 생길것이다. 이후에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갖고있는 네델란드와 맞먹을수도 있었다.
세르지는 모든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자만했다.
하지만 그는 브루나이에 조선군이 도착했다는 사실. 그리고 조선군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전혀몰랐다.
* * *
“바긴다 족장님! 브루나이 놈들의 수도에 도착했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놈들도 분명히 우리들이 진격해 온다는걸 알았을텐데.”
바긴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부대가 브루나이 수도와 외곽에 도착했지만 적에게서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도시는 적막감이 감돌했고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혹시 놈들이 모두 도망간것이 아닐까요?”
“녀석들이 여기를 포기하고 달아난다고? 늙은 술탄놈이 그런 결정을 내릴거 같지는 않는군.”
“하지만 족장님. 그놈은 저번의 전투에서 큰 부상을 당했습니다. 따라서 술탄궁까지 운좋게 돌아갔는지 몰라도 그 안에서 부상으로 죽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듣고보니 가능성이 없는건 아니군. 좋아! 그렇다면 먼저 술탄궁까지 진격해 그곳을 점령한다.”
“이제부터 바긴다 족장님이 부르나이의 새로운 술탄이 되시는 것이군요.”
부하의 아부를 들으며 바긴다가 히죽거렸다.
잠시후 바긴다의 명령에따라 5000명의 반란군이 도시를 통과해 술탄궁에 도착했다. 하지만 궁전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주변에는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너희들은 궁전의 문을 열어라. 이제부터 저곳은 우리 타그족이 차지한다.”
지시를받은 몇명의 타그족 병사들이 나아갔다.
궁전의 정문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볼때 기습적으로 화살들이 날아왔다.
핑! 피피핑! 퍼퍼퍽! 쾌속으로 날아와서 박히는 화살들.
그것은 길이가 짧은 것이였고 어디에서 발사된 것인지도 알수없었다.
크악! 켁! 찰나간에 화살을맞고 나뒹구는 타그족 병사들.
이것을보며 바긴다의 두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이것이 조선군의 전투다
“놈들의 위치는 어디냐?”
“족장님.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라 적들이 어디에서 화살을 발사했는지 알수조차 없습니다.”
“믿을수 없다.”
바긴다가 소리쳤다.
기세좋게 브루나이의 술탄궁으로 진격했다. 조금후면 저 크고 웅장한 술탄궁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올 순간이였다. 그런데 갑자기 날아온 화살에 상황은 급변했다. 바긴다의 뒤에있는 5000명의 반란군들이 동요하는 중이다.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정찰병들이 보낸 내용에는 도시가 텅텅비었고 도망치는 놈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는데.’
바긴다가 고개를 저었다.
몇명의 부하들이 술탄궁의 정문쪽에 쓰러진 부하들을 살펴보았다. 그들을 경악시킨건 타그족 병사들에게 박혀있는 화살들이다.
“저런 화살들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데.”
“브루나이 놈들이 사용하던 화살과도 다릅니다.”
쓰러진 병사들에 박혀있는건 길이가 짧은 화살이다.
저렇게 짧은 화살들은 실전에서 사용조차 힘들었다.
그리고 화살대가짧아 제대로 당길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저런 화살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병사들이 있었던 것이다.
송길준의 천축원정대는 다양한 무기들을 보유했다.
그중에서 현무철포나 백두철포, 그리고 양무화포등의 화약을 사용하는 강력한 무기들도 있다. 그외에 조선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편전용의 애기살과 통아, 각궁들도 보유했던 것이다.
조선의 각궁은 사거리도 길었고 편전을 사용할때는 적들에게 기습적인 사격과 공포심마저 줄수있었다.
“저놈들이 놀라는 모습을보니 재밌군요.”
“보르네오같은 남만지역에서는 조선의 각궁같은 활이나 편전을 사용하는 경우가 없으니까 말이야.”
총병부대장인 양현모가 말했다.
조금전 발사된 편전들은 그의 명령을받은 궁병들이 사용한 것이다. 총병부대의 병사들은 기본적으로 현무철포를 사용했다. 그리고 부대원 중에서 활솜씨가 뛰어난 이들은 각궁와 편전을 현무철포와 함께 쓰기도 하였다.
이처럼 조선군 병사들은 한명이 몇개의 무기들을 사용할만큼 실력이 출중했다. 특히 송길준의 천축원정대에 선발된 인원들은 특수작전을 수행할만큼 다양한 훈련도 쌓은것이다.
“바긴다님! 어떻하실 겁니까? 이대로 물러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럴수없다. 병사들 몇명이 당했다고 여기서 포기한다면 기껏 소집한 부대가 무너진다.”
바긴다가 대답하며 주먹을 쥐었다.
이대로 주저한다면 여기온 5000명의 대부대에 균열이 생길수도 있었다. 후방에서는 웅성거리는 목소리와 혼란이 벌어지는 중이다. 이윽고 그가 소리쳤다.
“지금부터 술탄궁에대한 공격을 개시한다. 공성전을위해 가져온 장비들을 배치하고 병사들 진형을 만들어라. 저곳을 점령한뒤에 얻는 계집들과 금은보화들을 너희들에게 나누어줄 것이다.”
“와아아아!”
바긴다의 외침을듣자 함성이 터져나왔다.
술탄궁에있는 여자와 보물들을 나누어 준다는 말에 반란군들의 사기는 높아졌다. 잠시후 공성용 사다리를가진 부대가 도열했고 돌격을위한 부대까지 준비를 마쳤다. 숫자는 2000명에 이르렀고 저들이 한꺼번에 돌진하면 견고해 보이던 술탄궁도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것이다.
“바긴다 놈! 야만인 주제에 제몫은 해내는군.”
“세르지님. 저기있는 술탄궁만 함락시키면 보르네오는 우리들의 손에 들어올 겁니다.”
“마카오같은 작은 섬에 비한다면 보르네오는 엄청나게 큰 곳이지. 멍청한 가바론 총독은 사사건건 나의 제안을 묵살했지. 그 때문에 포르투갈은 아시아에서 세력이 줄어들고 말았다. 본래 인도를 발견하고 그리고 대항해시대에 항신료 산업을 주도한것도 포르투갈인데 말이야.”
“세르지님 말씀대로 보르네오만 손에넣으면 포르투갈의 영광을 부활시킬수 있습니다.”
“물론이지. 브라질 배신자 놈들대신에 동남아시아에서 포르투갈의 새로운 식민지를 개척한다.”
세르지가 주먹을 쥐었다.
그를 포함해 포르투갈의 식민주의자들은 브라질에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포르투갈이 해외에가진 대형 식민지는 브라질이였다. 하지만 포르투갈은 남미에있는 브라질을 더이상 지배할 능력을 상실해 버렸다. 그뒤에 1822년에 브라질은 독자적인 국가로 독립을 해버렸다.
이 사건이 포르투갈에준 충격은 엄청났다.
특히 세르지같은 세력들은 브라질의 독립을 반대했고 이것을 막기위해 시도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브라질을 잃고난뒤에 포르투갈의 입지는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이제는 스페인의 옆에붙은 작은영토가 전부인 국가였고 유럽에서도 삼류국가로 전락해가던 상황이였다.
그러던중 새로운 식민지로 목표를 잡은게 보르네오섬이다.
이곳만 손에넣으면 브라질을 잃은것에대한 보상은 충분해질 것이다.
“술탄궁을 공격해라! 안에있는 놈들은 모조리 죽이고 불태워라.”
“와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병사들이 돌진했다.
바간디는 2000명을 선발로 보내고 나머지는 대기를 시켰다. 술탄궁을 점령하는건 1000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만약을위해 2배를 투입한 것이다.
“술탄 친위대에서 차출한 인원들의 상태는 어떤가?”
“기본적인 훈련을 거치기는 했지만 실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카디자 왕세자가 병사들을 지휘하는 능력이 탁월한거 같으니 그 부분은 기대해도 좋을거 같습니다.”
“다행이군.”
송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축원정대가 보유중인 예비용 현무철포들은 200정 정도였고, 이것을 술탄 친위대에서 선발한 인원들에게 지급했다.
리앙쉰과 탐사대 역관들이 통역을 담당하는 가운데 단시간에 속성으로 훈련을시킨 것이다. 어쨌든 이것을통해 술탄친위대도 강력한 현무철포를 사용할수 있게되었고 왕세자가 지휘를 담당했다.
총지휘를 담당하는 송길준은 돌진해오는 적들을 냉철하게 지켜보았다. 여러차례 실전경험을 가진 그는 뛰어난 지휘관이였다. 동시에 아군이 보유한 현무철포의 사거리, 여러가지등을 고려해서 적들이 술탄궁의 코앞까지 오도록 유도했다.
“지금이다! 전부대 사격개시.”
“쏴라!”
탕! 타타탕! 맹렬한 사격이 개시되었다.
송길준의 명령에따라 성벽뒤에 몸을숨기던 조선군들이 현무철포를 발사한 것이다. 찰나간 퍼부어지는 수백발의 사격에 적들은 달려오던 상태로 쓰러졌다.
퍽! 퍼퍼퍽! 크악! 탄환에맞은 적들의 몸체가 튕겨졌고 피를 뿌리며 시체로 변해갔다. 선두열이 쓸려나가자 기세좋게 돌진하던 바긴다의 부하들이 움찔했다.
“족장님! 적들이 머스켓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꺼번에 수백발이나 쐈습니다.”
“믿을수없다. 브루나이 놈들이 갖고있는 머스켓이라고 해봐야 기껏 100여개가 전부인데.”
총탄에 쓰러지는 상황을보며 바긴다가 소리쳤다.
브루나이군도 수입해온 화승총들이 있었지만 숫자는 얼마되지 않았다. 때문에 바긴다는 승리를 확신했는데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얼마후 술탄궁 성벽위에서 누군가 모습을 나타냈다.
옆에는 술탄의 친위무장들이 서있었고 상대를 확인한 바긴다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타그족은 들어라! 나는 사푸딘 술탄의 후계자이자 브루나이의 왕세자인 오마르 카디자이다. 너희들 족장인 바긴다에게 속아 왕국과 수도를 침입해온 너희들에게 남은건 죽음뿐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항복한다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카디자의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기껏해야 부상당한 늙은 술탄이 나올것으로 예상했는데 왕세자인 카디자의 위세는 당당했던 것이다. 카디자가 바긴다를 딱 찝어서 말하자 술렁거리는 분위기도 나왔다.
이것은 송길준이 왕세자인 카디자에게 제안한 심리전인데 잘 먹히고 있었다. 타그족은 족장인 바긴다를향해 충성하고 있지만 나머지 부족들은 협박에의해 반강제로 참가한 것이다.
그나마 전투가 순조롭고 승리가 눈앞에 있을때는 결속력이 있었다. 하지만 진격했던 병사들이 일제사격에 박살나자 그 충격이 상당했던 것이다.
“저놈의 말에 신경쓸거 없다. 브루나이는 우리들 손에 들어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껏 술탄궁에서 마지막 발악이나 하는 놈들이 기세좋게 떠들고 있구나.”
바긴다가 소리쳤다.
속으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겉으로 태연한 표정을 유지한 것이다. 왕세자인 카디자를 그냥두면 부대에 동요가 생길수 있었다. 때문에 바긴다가 부하들에게 지시해 공격명령을 내렸다.
“돌격해라! 어차피 공격부대가 사다리를걸고 올라가면 놈들도 버티지 못한다. 그리고 놈들의 머스켓은 재장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충분한 기회가 있다.”
“바긴다 족장님의 명령이다! 어서 공격해라.”
후방에서 진격명령이 떨어지자 움찔했던 적병들은 달려들었다. 그러나 조금전까지 자신감 가득한 모습은 아니였다.
“카디자 왕세자의 심리전이 효과가 있군요.”
“그렇다면 저들에게 더 확실한 공포와 두려움을 주는것도 필요하지.”
송길준이 냉소를 지었다.
그 사이에 함성을 내지른 바긴다 부하들은 공성을위해 돌진해왔다. 바닥에 널브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밟았고 일부는 성벽에 사다리를 걸치기위해 성벽아래로 파고들었다.
탕! 타타탕! 크억! 접근해오는 적병들을향해 현무철포가 불을 뿜었다. 술탄 친위대의 병사들은 활을쏘거나 성벽에서 기어오르는 적들에게 창을찔렀다. 적들이 걸쳐놓은 사다리가 무너지며 여러명이 비명을 지르며 낙하했다.
“놈들의 머스켓은 재장전이 느리다. 그틈을 이용해 공격해라.”
“바긴다 족장님! 우리쪽에서도 머스켓 부대를 투입해야 할거 같습니다.”
“좋은 생각이다. 이럴때를위해 준비해둔 것이니까.”
부하의 말에 바긴다가 승낙했다.
잠시후 대기중이던 500명의 머스켓 총병들이 앞으로 나섰다. 이들은 성벽에 돌격중인 부대를 지원하며 사격을 개시했다.
핑! 피핑! 바긴다의 머스켓 총병들이 발사한 탄환들이 성벽위에 맞으며 불꽃을 튀겼다.
몇명의 술탄 친위대들이 사격에당해 쓰러지며 떨어졌다.
그에반해 조선군 총병들은 사격전에 익숙했기에 신속하게 탄을 발사한뒤에 몸을 은폐했다.
“반란군 족장인 바긴다가 아껴두었던 총병부대를 투입했습니다.”
“저놈도 급한 모양이군.”
“그럴겁니다. 술탄궁만 점령하면 브루나이 왕국을 손에넣을 기회라고 생각중일 겁니다.”
“그건 저놈의 착각일 뿐이지. 조선에게도 이곳은 중요하니까. 화포대에 전달하게. 목표는 적의 총병부대다.”
“좋은 선택입니다. 적의 조총에 비하면 양무화포의 사거리는 월등하게 기니까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