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2화 (142/169)

“전하의 말씀을 듣고보니 앞으로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습니다.”

“병조판서가 수고해 주시요.”

박규수를향해 말했다.

조선의 국방력을위해 박규수는 분골쇄신의 정신으로 일하고 있었다. 송내관에게 듣기로 매일마다 야간에도 작업을 하였고 병조에있는 관원들을 챙긴다고 하였다. 중앙에있는 6조의 부서들이 제각기 중요하지만 병조에대한 부분은 결코 소홀할수 없었다.

그럴것이 지금은 약육강식과 무한경쟁이 판을치는 제국주의 시대다. 약한놈은 먹히고 어디에도 하소연 할수도 없었다.

20세기와, 21세기에 세계질서를 유지하고자 했던 국제연맹이나 유엔(국제연합) 따위도 존재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s)이라고 부르는 국제법규도 1864년에 겨우 시작된다.

이처럼 군사력이 약한 상대는 얼마든지 센놈에게 먹히는 시대. 그것이 바로 제국주의다.

문제는 이런 제국주의 시대에대해 비판하면서 떠들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대응책을 만들고 이용할줄 아는것이 승자다.

“앞으로 조선이 발전하고 부강해 질려면 전세계의 대양을 목표로 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전하의 말씀대로 세계전도를 보건데, 조선을 벗어난 외국에는 거대한 바다들이 있군요. 현재까지 조선인들은 기껏해야 조선의 근처에있는 바다, 그리고 좀더 멀리 본다면, 중국의 바다를 아는것이 전부였지만 이제부터는 많은것이 바뀔거 같습니다.”

흥선군이 대답하며 흥미를 표시했다.

나에게 발탁되고 많은 대화를하며 흥선군은 지금의 조선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방법중에 하나가 패권이란걸 눈치챈듯 보였다.

역시 크게 보고 대전략을 생각하는 마인드가 있었다.

근대역사에서 프로이센과 독일의 수상인 비스마르크는 통칭 철혈재상이라는 별명과함께 엄청난 일을 해낸것이다.

이런 비스마르크의 뒤에는 그를 밀어주고 후원해준, 독일황제 빌헬름 1세가 있었다.

나로서는 눈앞에있는 흥선군 이하응을 조선제국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처럼 만드는것도 한가지 목표다. 지금까지 흥선군 이하응이 보여준 능력을 본다면 충분히 비스마르크처럼 뛰어난 일을 해낼수 있으니까 말이다. 잠시 두명의 대신들과함께 업무를 논하고 있을때 밖에서 송내관이 말했다.

“전하. 군기시의 한민규 총관, 그리고 장인들이 알현을위해 왔사옵니다.”

“드디어 도착했군.”

내가 반가운 표정을짓자 두명이 고개를 갸웃했다.

“전하. 어인일로 군기시 인원들을 부르셨나이까?”

“이번에 군기시에 지시할 새로운 임무가 있어서 입니다. 그리고 과인이내린 임무를 군기시가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기있는 이판과 병판의 힘도 필요하니 마침 잘되었군요.”

“이번에는 또 어떤것을 하실려는지...”

병조판서 박규수가 기대감 반, 걱정반의 모습이다.

그럴것이 내가 박규수에게 내린 지시사항들만해도 한가득이다.

때문에 이걸 처리하고 진행하는데만도 매일마다 야근과 작업이다. 그런데 또 군기시에 뭔가 새로운걸 만들라고 할거 같았으니 말이다. 나로서도 시간이많고 여유가 넉넉하다면 천천히 진행하고 싶다.

하지만 조선은 겨우 출발선에 선 상태에서 달리는 중이다. 그에반해 서구열강들은 한참이나 앞서 나간 중이고, 느긋하게 있다가는 간격만 더 벌어질 것이다. 이처럼 조선같은 후발주자가 선택할수 있는건 하나밖에 없었다.

더 빠르게 더 강렬하게 진행하는것-

“소신 윤민수와 군기시의 장인들이 전하를 뵈옵니다.”

“어서 오시요. 이렇게 다시보니 반갑군요.”

희정당으로 들어온 군기시 일행들을 맞이하였다.

얼마후 송내관을 불러서 간단한 다과상을 준비하도록 시켰다.

여기있는 두명의 대신들이야 내가 항상 만나고 하지만 윤민수를 포함해 군기시의 관원들은 가끔씩 보는것이다.

거기다 임금인 내가 불러서 왔는데 기왕이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것이 더 좋다.

“경들도 같이 드시는게 어떻소? 항상 업무적인 부분때문에 분위기가 딱딱한 것도 좋을건 없으니까 말이지요.”

“그렇군요. 전하.”

흥선군 이하응이 대답하며 차를 들이켰다.

군기시 장인들은 모처럼만에 임금이내린 다과상에 기뻐하며 몇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걸보며 군기시 총관인 윤민수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전하께서 군기시에대해 은덕을 베풀어 주시니 소신 윤민수 감사하기가 이를데 없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수고한 군기시 관원들에게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것일 뿐이요. 아참. 그리고 이판께서는 지금까지 많은 공헌을한 군기시 장인들에게 포상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십시요.”

“전하의 어명대로 시행하겠습니다.”

흥선군 이하응이 대답했고 윤민수와 군기시 장인들은 감격한 표정이다. 임금이 과거와달리 군기시를 직접 챙겨주는 상황이 벌어지니 그들도 한없이 기쁜것이다.

성리학 탈레반들이 권력을잡은 조선에서는 군기시의 뛰어난 장인들을 막일이나 하는 천한것들이라며 비웃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유교경전 달달외운 유생보다는 손재주 좋은 군기시 장인 한명이 몇배나 귀중하다. 얼마후 윤민수가 준비해온 장계와 보고서등을 올렸다.

“양무화포를 포함해 백두철포와 현무철포의 생산등도 저번달에비해 증가했군요.”

“전하의 지시에따라 군기시의 장인과 인원들을 대폭적으로 늘인것이 중요했던거 같습니다. 거기다 여기있는 수석장인 한기준을 포함해 군기시에서 오랜동안 일한 장인들이 새로 들어온 신입들을 지도하며 가르쳐서 작업능률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윤민수가 대답했다.

지금도 군기시의 규모와 인원들을 늘리는 중이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그나마 행운인건 조선에서는 손재주좋은 장인들이 꽤 있었고 이들중에 많은수가 군기시에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위해 군기시에 소속된 장인들의 급료도 상승시켰다.

장인정신으로 일하는 그들이지만 최소한 노력한 만큼의 댓가와 보상은 해주는게 중요했다.

그에따라 과거에는 몇십문에 불과했던 양무화포의 숫자가 지금은 몇배로 늘어났다. 그외에도 백두철포와 현무철포의 생산과 보유량도 상당히 많았다.

이제는 조선에있는 정규군들은 충분히 무장시키고 남을 정도였다. 백두철포와 현무철포는 기존에 조선군이 보유했던 구식의 화승총들을 개조하는 것이기에 단기간에 이런 성과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할수는 없었다.

앞으로 몇년만 지나만 유럽의 열강들은 강선식의 라이플로 무장하게되고 무기체계도 바뀐다. 때문에 조선의 무기들도 더 발전시키고 강력하게 만들어야 했다.

“군기시에서 생산중인 양무화포의 위력이 뛰어난것은, 지금까지 벌어진 몇번의 전투를통해 충분히 입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양인들 국가에서는 더 강력한 화포와 무기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나의말에 윤민수와 군기시 장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그들은 유럽의 국가들, 그중에서도 영국에서 생산된 구형의 캘버린 화포들이 얼마나 강한지를 직접 체험했으니 말이다.

아직 강선식의 화포가 나올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리고 후장식의 캐논(대포)가 실전에서 쓰이는건 훨씬 나중의 상황이다.

이번에 구형의 캘버린포를 양무화포로 개조하면서 군기시의 장인들은 많은연구를 하였다. 따라서 이후에는 조선에서 자체적으로 성능좋은 화포를 제작할 때도 멀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과 동시에 완성해 놓아야할 신무기가 있었다.

“정말로 양인들의 병기제작 기술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그처럼 뛰어난 무기들을 가졌으니 고작 수천명의 인원으로 청나라를 패배시킨거 아니겠습니까?”

박규수가 말했다.

청나라가 조선에 감추고 은폐할려고 시도했던 과거 아편전쟁의 굴욕. 이제는 조선에있는 관료들은 나를통해 대부분 알고있는 사실이다.

박규수의 말대로 청나라는 기껏 수천명에 이르는 영국군에게 개박살이 났다. 이것은 근대전투의 승패를 좌우하는것이 무기의 성능이란 부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조선군이 목표로 하는것도 적보다 뛰어난 무기, 그리고 병사와 지휘관의 전투능력이다.

“양인들의 무기와 장비가 뛰어난건 사실이나 이제는 조선도 그들보다 먼저 강력한 무기와 병기를 개발하면 되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혹시 염두에두고 계신 부분이라도 있습니까?”

윤민수가 나를향해 질문했다.

역시 눈치가 빠르다. 군기시 총관인 자신을 포함해 군기시에서 상급에 속하는 장인들을 희정당까지 부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듯 보였다.

“수석장인. 한기준.”

“예. 하명하십시요. 전하.”

“현재 조선군이 화포에 사용하는 포탄들은 어떤것을 사용합니까?”

“대개는 큰 쇳덩이로된 철환탄,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작은 쇠구슬을 수십개넣은 조란탄을 쓰기도 합니다. 다만 조란탄의 사거리는 짧기때문에 적들이 가까이 왔을때에 산탄처럼 쏘는 경우입니다.”

한기준이 설명하였다.

철환탄은 단순하게 주철로만든 쇠구슬이다.

화포에서 발사된뒤 물리적인 충격을 적에게 주면서 박살내는 포탄인 것이다. 곡사포탄처럼 터지는건 아니지만 쇠구슬이 낙하한뒤에 굴러가며 앞에있는 적병들은 팔다리가 뜯겨나갈 정도의 위력이였다. 하지만 파편이 터지는 작열탄에 비한다면 살상효과는 상당히 부족했다.

“그대의 설명대로 철환탄이나 근거리의 조란탄도 적에게 큰 타격을주고 위력이 큰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양이들은 새로운 포탄을 개발중에 있으며 그 포탄들은 얼마후에 실전에서 위력을 발휘하게 될것입니다.”

“새로운 포탄이라고 하시면 어떤 것입니까?”

“포탄의 모양은 철환탄과 비슷하나 이것은 화포에서 발사된뒤에 땅으로 낙하하면 스스로 폭발하고, 다량의 파편들을 사방으로 비산시키는 강력한 포탄입니다.”

“만약에 그런 포탄이 실제로 나오고 사용된다면 위력은 지금의 화포탄들을 몇배나 능가할 정도로 강할거 같습니다.”

군기시 총관 윤민수가 즉각 대답했다.

조금전 말한대로 지금 유럽에서는 작열탄에대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실전에 처음 등장한것은 이후에 벌어질 크림전쟁이지만 개발은 그전에 끝나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조선도 더이상 머뭇거릴때는 아니다. 지금부터 개발에 들어가야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수있고 준비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전 과인이말한 위력적인 포탄을 우리의 선조들께서는 꽤 오래전에 만든적이 있습니다.”

희정당에있는 책장에서 서책을 꺼낸뒤에 그들앞에 놓았다.

군기시총감 윤민수가 서책의 앞부분에 적혀있는 제목을 보더니 바로 눈을 번쩍였다.

“전하 이것은 과거 임진왜란때에 사용했던 비격진천뢰에대한 것이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허나 지금 조선군에서는 비격진천뢰를 사용하지 않고 더이상의 제작도 중지했다고 들었소.”

“소신도 비격진천뢰를 상세히 아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비격진천뢰는 사거리가 일반 화포에비해 상당히 짧고, 또한 사용하는데도 위험이 많은것으로 들었습니다. 때문에 임란 이후에는 더이상 제작을하지 못한것으로 생각됩니다.”

윤민수가 대답했다.

확실히 비격진천뢰가 작열탄처럼 지면에 떨어진뒤 터지는 강력한 위력은 있지만 대신에 단점도 있었다.

“과인이 이 서책을 그대들에게 보여준건 비격진천뢰를 다시 생산하기 위한것은 아닙니다. 다만 작열포탄이 발사된뒤에 적들의 사이에서 터지는 원리는 비격진천뢰와 상당히 비슷하기에, 이것을 참고하면 좋을거 같습니다.”

“전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수석장인 한기준이 말했다.

어쨌든 조선의 장인들이 과거에 작열탄 같은 비격진천뢰까지 개발한 상황인데 지금이라고 못할것은 없다.

물론 작열탄은 과거의 비격진천뢰에비해 더 소형이고, 화포를 발사하는것과 동시에 작열탄의 심지에 불을붙여야 하는 부분. 그리고 내부에 폭발장약과 파편을 넣는것까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에온 수석장인 한기준을 포함해 군기시 장인들의 솜씨와 능력은 이미 증명된 상태다. 그리고 이런 장인들을 지휘해서 임무를 수행할 윤민수는 현장경험이 풍부한 관료였다.

“이판과 병판은 군기시에서 작열탄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해주세요.”

“소신이 보기에도 전하께서 말씀하신 신형 포탄은 조선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하의 어명대로 수행하겠습니다.”

이하응이 대답했고 윤민수와 한기준이 각오를 다졌다.

앞으로 이들이 개발해낸 작열포탄이 실전에 사용될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수십문의 화포에서 발사되는 수십발의 작열포탄들-

그것에 적들의 공격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지옥을 맛보게 될것이다.

훗카이도(북해도)의 역사가 바뀐다

“조장님! 훗카이도의 산세는 일본에있는 혼슈(본섬)보다 더 험하고 깊은거 같습니다.”

“자네말대로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이나 여러가지를 봤을때 확실하군.”

하야토 조장이 나가노를향해 대답했다.

주변을 경계하며 나아가는 수십명의 사람들. 중앙에는 구출된 20명의 아이누족 여자들이 있었고 그녀들을 보호하듯이 하야토의 부하들이 정면과 측면 그리고 후면에 위치했다.

하코다테에서 100명에 이르는 나카츠번의 적들을 전멸시켰다. 그리고 하야토는 나카츠번주의 아들인 시게노부까지 해치우는 승리를 거둔것이다.

이후에 하야토는 저택내부를 수색하며 필요한 것들을 챙겼다. 시게노부가 모아두었던 상당한 자금과 보물들도 있었다.

그외에 나카츠번에대한 여러가지 정보와 자료들까지... 이것은 하야토와 조선이 훗카이도에서 작전을 펼치는데 큰 도움이 될것은 분명했다.

그뒤에 하야토는 몇명의 부하들을 남겨 거점으로 사용하는 시마야 여관에서 활동을 지속하도록 하였다. 신속하게 모든것을 끝낸뒤 하야토는 남은 부하들을 데리고 출발을 시작했다.

그가 야습을통해 여자들을 구해낸것은 더 큰 목적인 아이누족과의 협력관계를 만들기위한 것이다.

“저건 아이, 이건 크아레. 그리고 우리들이 있는 여기는 시리코로. 제대로 발음한거 맞아?”

“맞아요. 아이는 아이누말로 화살, 그리고 크아레는 활. 숲은 시리코로예요. 그런데 이즈미 당신은 아이누말을 처음 배우는 것인데도 금방 익숙해 지네요.”

“그냥 운이 좋은거 같군.”

이즈미가 산페를향해 웃었다.

구출된 아이누 여자들중 유일하게 일본어가 가능했던 산페는 이후에도 이즈미와 많은 대화를 하였다. 이즈미로서는 구출작전을위해 지하감옥에 들어갈때 그녀가 간수들의 시선을 다른데로 돌려 수월해서 적들을 해치울수 있었다. 그뒤에도 산페는 구출된 아이누족 여자들과의 통역을 담당하며 하야토와 이즈미에게 큰 역활을 하였다. 잠시 그녀와 대화하던 이즈미가 하야토에게 건의했다.

“조장님! 지금까지 너무 강행군을 했더니 구출한 아이누족 여자들도 지친거 같습니다. 거기다 우리조원들도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 휴식도 필요한거 같고 말이지요.”

“자네의 말도 일리가 있군. 적당한 곳을찾아서 힘을 충전한뒤에 움직이는것도 필요하겠지. 그리고 식량이나 다른것도 준비를 해야하고. 하코다테에서 가져온 식량도 이제는 다 떨어져가는 상황이니까.”

하야토 조장이 대답했다.

하코다테에서 출발한뒤 일주일 정도를 쉬지않고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이 찾아갈려는 아이누족의 마을, 그중에서도 아이누족들 사이에서 대족장이라 불리는 지도자를 만나는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길은 훗카이도(북해도)의 거친 산속을 통과해야 했기에 시간이 필요했다.

“산페. 우리들이 잠시 쉬어갈만한 장소가 있을까?”

“마침 좋은곳이 있어요. 아이누족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노보리베츠 온천계곡이 근처에 있어요.”

“온천이라...”

“나쁘진 않군. 어차피 숲속에서의 날씨도 쌀쌀하고 지금은 상당히 지쳐있으니까.”

대화를 듣고있던 하야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후 일행들은 산페의 안내를따라 노보리베츠로 향했다.

근처로 다가갈수록 코를 찌르는 진득한 유황냄새가 전해졌다.

“조장님. 저렇게 엄청난 유황지대는 혼슈(본섬)에서도 보기 힘든데 여기는 정말로 대단합니다.”

노보리베츠에 도착한 일행들이 먼저 본것은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유황과 온천들이였다. 지하에서 솟아나온 유황들이 세월과함께 굳어져 있었고 하야토가 단검으로 뜯어내자 조각처럼 떨어져 내렸다.

“이것은 특별히 정제할 필요가없는 고순도의 유황들이군. 안그래도 오가와 단장님한테 받은 명령들중에는 일본내에서 대량의 유황들을 얻을수있는 장소를 발견하면 보고하라는 부분도 있었지.”

“확실히 일본은 조선에비해 유황을 얻을곳이 많기는 합니다.”

나가노가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철종이 일본에대한 공략과 전략을 펼치는 이유중에 하나다.

조선의 국방과 군사력을위해 반드시 필요한것은 대량의 화약들을 생산하고 확보하는 부분이다.

현시기에 주종을 이루는 흑색화약에서 핵심은 초석이였다.

흑색화약은 초석과 황, 그리고 목탄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조선에서는 초석광산 자체가 없어서 화약 생산량이 늘상 부족했다.

이것을 해결하기위해 철종은 인도의 초석광산을 노린것이다.

다만 흑색화약 생산에 두번째로 필요한 것이 황인데 이것도 조선에서 쉽게 구할수 있는건 아니였다. 그나마 초석만큼 어렵지는 않아도 고순도의 유황을 한꺼번에 얻는것은 힘들었다. 그에반해 일행들이 방문한 노보리베츠 온천지대에는 지하에서 솟구치고 굳어진 고순도의 유황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산페의 설명에 따르면 훗카이도에는 화산지대가 많고 여기있는 노보리베츠처럼 한꺼번에 많은 유황을 얻을수있는 장소들이 군데군데 있다는것도 기쁜 소식이였다.

‘전하께서는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설풍단의 오가와 단장님께 지시를 내리신 것인가? 아무튼 여기 훗카이도는 조선에게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 될것은 분명하다.’

부하들과함께 수증기가 솟아오르는 온천에 몸을담그며 하야토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조금만 더가면 대족장님이 계시는 마을이예요.”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던 산페가 말했다.

이것에 나머지 아이누족 여자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들의 마을은 나카츠번의 적들에게 박살나고 마을의 남자들마저 몰살을 당하였다. 모든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을때, 노예로 팔릴뻔한 자신들을 구해준 것이다.

처음에 아이누족 여자들은 하야토 일행들을 혼슈(본섬)의 일본인들이라 생각하며 경계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여행해오며 그녀들은 이들이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란걸 알게되었다.

하야토를 포함해 부하들은 일본어와 조선어를 동시에 할줄 알았기에 여행하는 동안에는 조선어를 쓰는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산페. 저분들이 건너온 조선이란 나라는 어떤 곳이야?”

“언니. 나도 잘은 모르지만 조선의 임금께서는 대단하신 분이고 거기다 지금 조선은 엄청나게 강한 국가예요. 이미 본섬이있는 주고쿠 지역에 조선군들이 파병해있고 그곳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어요.”

“우리를 노예사냥하는 혼슈(본섬)인들보다 더 강하다니.”

“저분들과 조선군은 나카츠번 따위와는 비교조차 안되는 엄청난 분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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