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1화 (141/169)

“누가 밖으로 나가서 알아봐야 하는거 아냐.”

“하지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는 감옥을 지키는 것이잖아. 만약에 저기있는 아이누족 계집들이 탈출이라도 하면 어떻할려고? 그렇게되면 우리들은 목이 달아나.”

“감옥에 갇혀있는 계집들이 무슨짓을 할수 있겠어?”

“하긴... 크크큭!”

간수들이 여자들을 바라보며 히죽거렸다.

그 사이 동료들을 바라보던 산페는 귀를세우고 집중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저택에 누군가 침입했다.

그때문에 병사들이 한꺼번에 몰려가며 외치는 함성도 들렸다.

감옥의 입구쪽을 쳐다보던 그녀의 눈이 반짝였다. 조심스럽게 들어오는 두명의 사내들. 산페는 그들이 뭣때문에 여기로 왔는지 알아챈 것이다. 그녀는 간수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창살쪽으로 나아갔다.

“병신같은 놈들! 너의 동료들이 밖에서 당하고 있는데 여기서 숨어있는 거야? 겁쟁이같은 녀석들.”

“이년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거야? 겁쟁이라고?”

산페는 일본어가 가능했기에 간수들을 비웃으며 도발을 한것이다. 산페의 말에 발끈한 간수들이 앞으로 다가오며 협박했다.

“죽고싶어서 환장한 계집이군. 시게노부님께서 노예계집들을 이상없이 지키라고 하셨지만 저년은 용서할수 없다.”

“물론이야! 이번 기회에 박살을 내버려야지.”

“흐흐흐!”

음흉한 표정까지 드러내며 간수들이 산페를 노려보았다. 간수들은 등뒤로 접근하는 이즈미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산페가 간수들의 이목을 돌리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때문에 이즈미는 단번에 적들의 후방으로 파고들며 칼날을 휘둘렀다.

“죽고 싶은건 네놈들이군.”

“허억! 누구냐?”

크억! 커억! 연달이 비명소리가 터지며 간수들이 피를 뿌렸다.

이즈미의 뒤를따라 나머지 인원들도 들어왔고 남아있던 간수들까지 모조리 해치운 것이다.

쓰러진 간수에게서 열쇠를꺼내 감옥문을 열었다.

덜컹! 문이 열렸지만 내부에있던 아이누족 여자들은 여전히 두려운 표정이였다.

“혹시 너희들중에 혼슈(본섬)말을 할수있는 사람이 있나?”

“제가 가능해요.”

“다행이군. 너의 이름은 뭐냐?”

“산페예요. 그런데 당신들은 누구죠?”

“그것은 나중에 설명해 줄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너희들을 탈출시키는게 우선이다.”

“알겠어요.”

산페가 고개를 끄덕였고 아이누족 여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러자 감옥에 갇혀있던 여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외부에서는 하야토 조장님이 적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전투를 개시한거 같습니다.”

“잘되었군. 우리들은 저택의 후문쪽을 이용해 빠져나간다.”

이즈미가 대답하며 구출된 아이누족 여자들을 인도했다.

* * *

“저런 놈들한테 밀리고 있다는 것인가? 이것은 나카츠번(番)의 수치다!”

시게노부가 소리쳤다.

소집령을 건뒤에 저택 내부의 부하들을 이끌고 정문쪽으로 온것이다. 도착해보니 전투는 벌어지고 있었다. 문제는 대문에있는 적들의 숫자는 5-6명에 불과했는데 부하들이 쩔쩔매는 상태였다.

“조장님! 저놈이 나카츠 번주의 아들인 시게노부 입니다.”

“훗카이도에서 노예사냥을 지휘하던 놈이 나온것이군. 우리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으니 번주 아들의 목을 가져가는 것도 필요하지.”

“어쩌면 그들과의 협상에서 좋은선물이 될수도 있고 말이지요.”

“물론일세.”

나가노의 말에 하야토가 대답했다.

아이누족들에게 시게노부는 원수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저놈의 목을 아이누족들에게 선물로 준다면 하야토가 지시받은 작전을 성공시키는데 유리했다. 다만 시게노부는 자신을 바라보는 하야토의 속셈도 모른채 부하들을향해 돌격명령을 내렸다.

“놈들의 숫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한꺼번에 돌격해 박살내라.”

“와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수십명이 달려든다.

대장인 시게노부가 왔고 내부에서 수십명의 동료들을 데리고 온것이다. 나기나타(雉刀)창날을 앞으로 세웠고 일부는 허리에서 검을뽑았다. 이것을보던 하야토가 말했다.

“총병들의 준비는?”

“신호만 주시면 언제라도 사격이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저놈들에게 조선이 보유한 무기의 위력을 체험시켜줄 차례군.”

하야토의 지시를받은 나가노가 신속하게 움직였다.

정문을 박살내고 안쪽으로 들어온 인원들은 기껏해야 하야토를 포함해 5-6명에 불과했다. 대신에 나머지 20명의 인원들은 밖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갖고온 현무철포를 꺼내어서 장전을 시작한 것이다.

시게노부는 하야토의 옆에있는 인원들이 전부라고 생각해 일제돌격을 명령했지만 착각일 뿐이였다.

타다닥! 타닷! 부서진 정문을통해 대기중이던 총병들이 뛰어들었다. 현무철포의 장전을 마쳤고 좌우로 늘어서며 사격자세를 취한것이다.

“저놈들이 조총을 갖고있다.”

“거기다 숫자도 더 증가했다.”

“지옥에 온걸 환영한다. 발사!”

나가노가 냉소를 지었고 사격명령을 내렸다.

탕! 타타탕! 맹렬하게 터져나가는 총격음이 주변을 진동시켰다.

퍽! 퍼퍼퍽! 기세좋게 돌진하던 나카츠번의 병사들이 피를 뿌리며 튕겨진다.

“크악! 케엑!”

“이럴수가...”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보며 시게노부가 경악했다.

현무철포의 일제사격에 돌진하던 부하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간 것이다.

“시게노부님! 이러다가는 아군이 전멸을 당합니다.”

“조총병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것인가?”

“지금 준비를 마치고 도착하는 중입니다.”

“젠장! 저놈들에게 속았다.”

시게노부가 분노로 주먹을 쥐었다.

본래 그의 소집령을통해 저택 내부에있던 30명의 조총병들도 출동하던 차였다. 하지만 조총은 무기고에 보관되어 있었고, 전투를위해 화약과 탄환까지 준비하다보니 오는게 늦었다.

그리고 시게노부는 상대가 몇명 안된다 생각하고 돌격을 시켰는데 하야토에게 당해버린 것이다. 얼마후 후방에서 나카츠번 조총병들이 몰려왔다.

“이놈들! 왜 이제서야 오는것이냐?”

“죄송합니다. 시게노부님.”

“더이상 시간이없다. 저기있는 적의 조총병들을 해치워라!”

시게노부가 조총병들을 지휘하던 부하에게 소리쳤다.

잠시후 지휘관의 명령에따라 30명의 나카츠번 조총병들이 사격자세를 갖추었다.

“저놈들! 구식의 조총으로 우리를 상대하겠다는 것인가?”

나가노가 조소하며 신호를 보내었다.

현무철포로 일제사격을 퍼부었던 총병들이 좌우로 흩어졌다. 현무철포의 사격법에는 일제사격, 그리고 총병 개개인이 사격하는 방법을 포함해 다양한 사격전술을 운영할수 있었다. 총병들이 엄폐물을 찾아서 이동했고 시게노부에게 지시를받은 조총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타탕! 피핑! 핑! 조총들의 사격이 시작되었지만 좌우로 흩어진 하야토의 총병들을 상대하기는 힘들었다.

“저놈들은 조총도 제대로 쓸줄 모르는군.”

“그렇다면 녀석들에게 사격이 뭔지를 가르쳐 줘야지.”

“물론이지.”

현무철포를 움켜쥔 총병들이 재장전을 시작했다.

탄환과 화약이 일체화된 한지로만든 봉투를 뜯었고 신속하게 화약을넣고 다음번 탄환을 장전했다. 그뒤에는 허리의 주머니에서 퍼커션캡의 뇌홍을 껀내뒤에 장착했다.

끼릭! 단번에 노리쇠를당겨 발사준비를 마쳤다. 이 모든것이 단 몇초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조총을 일제사격한 적들은 재장전을위해 화약주머니를 꺼내고 탄환을 장전하느라 허둥대었다.

“느려 터졌군. 그 댓가는 네놈들의 목숨이다.”

하야토의 총병들이 조준을 시작하며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타탕! 크억! 켁! 재장전을위해 허둥대던 시게노부의 조총병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조금전 일제사격에서 지금은 총병들 개개인이 조준사격을 펼치는 것이다.

“적들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진격하라.”

하야토의 외침에따라 착검을마친 부하들이 나아갔다.

현무철포의 앞쪽에는 한자(30cm)길이의 총검을 장착할수 있었다. 이것을통해 근접전에서는 창처럼 사용하는게 가능했다.

그리고 적과의 거리가 떨어져 있으면 신속하게 탄환을 장전해 발사했다.

“저놈들이 사용하는 총포는 뭐냐?”

“믿을수 없다. 크악!”

시게노부의 조총병들이 혼란에빠져 하나둘씩 무너졌다.

선두로 돌진한 하야토가 허리에 휴대한 백두철포를 뽑았다.

부하들에게 소리치던 시게노부를 목표로했고 이런 하야토를향해 시게노부의 부하들 2명이 달려들며 막았다.

“시게노부님을 지켜라.”

“방해된다. 비켜라.”

탕! 타탕! 하야토가 장전된 백두철포를 연달아 발사했다.

근거리에서 성능이 뛰어난 백두철포는 2개의 짧은총열을통해 연속으로 사격이 가능했던 것이다.

크악! 비명이 터지며 하야토의 앞을 막아섰던 적들이 쓰러졌다.

분노한 시게노부가 칼을 휘두르며 덤볐다.

챙! 캉! 하야토가 신속하게 방어를하며 측면으로 이동했다.

“네놈들의 정체는 뭐냐? 무엇을 원하는거냐?”

“글쎄. 아이누족들과 협상을 위해서는 너의 목이 필요하거든. 그러니까 얌전히 죽어라.”

“감히 나카츠번을향해 도전해?”

시게노부가 소리치며 몇번이나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하야토는 백두철포로 상대의 칼을 막아내며 빈틈을 파고들었다.

푸욱! 크억! 시게노부의 복부에 칼날이 박혔고 거친 숨을내며 흔들렸다. 그러자 하야토는 마지막 일격으로 시게노부의 목을 쳐버렸다.

“이것이 설마 꿈인가요? 어떻게 이런일이...?”

이즈미의 안내를받아 후문으로 탈출했던 산페와 아이누족 여자들은 전투가 끝난뒤 합류했다. 얼마전까지 자신들을 사냥하며 노예로 잡았던 나카츠번의 병사들, 그리고 시게노부까지 시체로 뒹굴고 있었다.

“완전한 전멸이군요.”

“특별히 살려둘만한 놈들도 없더군.”

하야토가 이즈미에게 말하며 한손에든 머리를 던졌다.

툭! 바닥을 굴러가는것. 그것은 아이누족에대한 노예사냥을 주도했던 시게노부의 것이다. 이것을보며 산페는 전율했다. 그녀들에게 나카츠번 병사들은 악마와도 같았는데 이들은 몇배나 강했으니 말이다.

“하야토 조장님! 저 아이누족 여자가 일본어를 할줄 압니다.”

“잘 되었군. 이름이 뭔가?”

“산페입니다.”

“우리들은 혼슈(본섬)가 아니라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다. 저기있는 시게노부의 머리를 선물로 줄테니, 우리들을 너희들의 마을로 안내해줄수 있는가?”

산페의 두눈이 커졌다.

비록 일본어를 쓰고있지만 그들은 조선에서 왔다고 했다.

이제는 아이누족의 마을을 방문하고 싶다는 것이다. 산페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들의 원수를 갚아주셨으니,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산페가 대답했고 하야토가 미소를 지었다.

조선의 비스마르크, 흥선군 이하응

“전하께서 소인들을 부르시니 무슨 일인지 궁금하군요.”

“아무래도 전하께서 군기시에 큰 임무를 주실려고 하는거 같네.”

윤민수가 수석장인 한기준을향해 대답했다.

조선은 유교와 성리학 탈레반이 주류를 이루면서 수많은 패악들을 저질렀다. 그중에서 국방에대한 부분은 노답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한심했다.

조선초기만해도 조선의 국방력은 강한 편이였다.

세종때와 성종때에는 다양한 신무기들도 개발했고 명맥을 유지했다. 덕분에 임진왜란때 조선은 왜군을 경악하게 만든 신기전을 포함해 다양한 화약무기들을 사용해 전과도 올린것이다.

그러나 이후 성리학 탈레반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조선의 국방력과 군사기술은 한없이 추락했다.

특히 병권에 관계된 병조판서와 상급 관료들이 모조리 무능한 문관들로 채워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의 국방력과 군사기술의 핵심이되는 군기시는 찬밥신세를 받았다. 군기시의 뛰어난 장인들과 기술자들이 뭔가를 할려해도 위에서 유교경전이나 읽어댔던 성리학자들이 방해를했던 것이다.

하지만 요즘 군기시는 철종에의해 새롭게 부활했다.

특히 철종이 임명한 군기시의 새로운 수장, 윤민수 총관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능력을 바탕으로 군기시를 발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모인거 같으니 출발하세.”

“알겠습니다. 총관님!”

한기준과 장인들이 대답하며 창덕궁으로 향했다.

* * *

“전하. 조선의 수군들이 이제는 양인들의 증기선을 충분히 운영할 수준까지 올랐다는 보고입니다.”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처음에 예상했던 훈련기간보다 더 단축되었고, 조선에 12척의 증기선들을 끌고왔던 영길리국의 선장과 선원들도 좋은 평가를 내렸다고 합니다.”

이조판서 이하응이 대답했다.

조선의 바다에서는 각 수영에서 선발된 군관과 수병들이 열심히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월터가 개발한 신형의 스크류식 증기기관을 장착한 영국 선박들을 조선으로 갖고온것이 첫번째 단계였다.

문제는 조선에서는 한번도 증기선을 접해본적도 없었고, 기껏해야 먼바다에서 움직이는 서양의 증기선들을 본것이 전부였다.

때문에 중요한 것은 조선의 수군과 지휘관들이 영국에서 가져온 증기선들을 직접타보고, 선장과 선원들에게 훈련을 받으며 항해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좀 오래 걸릴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배울려는 의지가강한 조선인들의 능력과 재능이 훈련기간을 상당부분 단축시킨 것이다.

“이판께서는 훈련에 참가한 수군의 인재들과 수병들에게 충분히 포상을 해주도록 하십시요. 무엇보다 그들이 앞으로 조선수군에서 중요한 역활을 담당하게 될것입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전하.”

이하응이 고개를 숙였다.

그와 박규수는 나와함께 직접 증기선을 탑승해 보았다.

때문에 증기선들이 가진 능력이 조선수군의 판옥선이나 군선에비해 얼마나 뛰어난지를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훈련이 끝나고 12척의 증기선들이 조선수군에 본격적으로 배치되면 그뒤에는 개량작전이 진행중인 증기판옥선들과함께 함대를 편성하고 해상진형을 만드는 연습도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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