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39화 (139/169)

브렌든 선장은 상당히 놀랐다.

그는 20척으로 구성된 선단에서 지휘부의 역활을하는 프레이저호를 책임지고 있었다. 대서양을 횡단하는 선박들만큼은 아니여도 아시아에서 항해하던 선박들과 선원들 사이에서도 괴혈병 환자들은 꽤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탐사대의 선단에서는 괴혈병 환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고 선원들의 건강상태도 양호했다.

“선장님! 전방에서 배가 오고 있습니다.”

선원의 외침을듣자 브렌든이 망원경을 들었다.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난 배는 3개의 돛을가진 정크선이였다.

선단에있는 차륜형 증기선들에 비한다면 소형이고, 범선이긴 하지만 바닷바람이 잘불어 줄때에는 해상에서의 속도가 제법 되었다. 이런 정크선들은 동남아에서는 중국계의 화교들이 주로 사용하는 선박이다. 화교들의 상당수가 객가인 출신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들 화교들은 오래전부터 동남아시아의 무역에 진출하고 있었다.

“제이든 사장님. 전방에 낯선 배가 출현했는데 혹시 짐작되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무래도 리앙쉰이 보낸거 같군.”

제이든이 브렌든 선장에게 망원경을 받아든뒤에 확인을 시작했다. 서서히 접근해오는 정크선의 선수에는 오랜만에보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는 과거 제이든이 리앙쉰과함께 광저우로 올때 리앙쉰의 부하로있던 장위텅이였다.

얼마후 장위텅이 탄 정크선이 프레이저호에 근접했고 그가 승선하며 제이든에게 인사를 하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이든씨.”

“만나서 반갑네. 리앙쉰은 요즘 어떤가?”

“이전에비해 무역을하는 거래처가 더 늘었습니다. 그리고 발니국(渤泥國)에는 리앙쉰 사장께서 새로운 사무소와 지부를 만들고 사업을 확장하던 중이였습니다. 그때 제이든씨께서 우리쪽에 보낸 편지가 도착했고 이렇게 마중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안그래도 동남아시아쪽에 거점을두고 솜씨좋은 리앙쉰과 새로운 사업을 해볼까 생각중이였는데, 자네들이 부르나이에 있다는것이 좋은 기회로군.”

시필드 제이든이 미소를 지었다.

얼마전 제이든은 탐사대장인 김승엽의 요청에따라 부르나이를향해 나아가던 중이였다. 탐사대의 최종 목적지는 인도의 봄베이 항구였고, 다시 내륙에대한 초석광산의 탐사를 시작한다.

하지만 철종은 조선의 탐사대가 인도로 가기전에 기회가되면 부르나이에 들릴것을 지시했다. 목적은 브루나이를 포함해 보르네오 섬에대한 조사, 그리고 부르나이 술탄과의 친교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철종이 계획중인 남방전략에는 부르나이를 포함해 다양한 국가들이 대상이다. 그중에서도 우선적으로 선택한것이 부르나이인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브루나이가 위치한 보르네오섬은 동남아에서 막대한 지하자원의 보고였다. 그중에서도 부르나이는 21세기에도 동남아시아 최고의 산유국으로 유명했고 보르네오 섬에 매장한 원유의 규모만해도 엄청날 정도였다.

지금 당장은 석탄을 사용하는 증기기관이 대세이기 때문에, 원유의 개발이나 정제를통한 석유의 사용은 한참이나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것외에도 부르나이가 있는 보르네오 섬에는 다량의 철광석 산지를 포함해서 금광이나 주석의 산지도 있었다.

이것외에도 보르네오 섬에서 산출되는 질좋은 목재와 천연고무등은 조선의 공업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였다.

때문에 철종은 탐사대의 핵심인 김승엽과 송준길에게 지시를내려 부르나이에 들렀다가 인도로 향하도록 명령을 내린것이다.

다만 조선과 부르나이는 그전까지 특별한 교류도 없었기에 무턱대고 갈수는 없었다. 하지만 철종은 이전 제이든과의 만남에서 그가 리앙쉰이란 화교를 만난것.

그리고 리앙쉰이 동남아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다는걸 파악했다. 때문에 제이든이나 리앙쉰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가능할수도 있었던 것이다.

‘전하께서는 남만(동남아시아)쪽의 확장을위해 화교와 객가들을 이용할 계획을갖고 계시구나.’

탐사대장인 김승엽은 철종의 설명을듣고 깨달았다.

그리고 광저우를 출발해 동남아시아로 향하고 상세한 항해지도와 다양한 지식들을 알게되면서 철종이 동남아 지역을 중요하게 여긴 이유를 알거같았다.

일찍부터 동남아시아의 자원과 중요성을 깨달은 유럽의 열강들은 오래전에 진출해 있었다.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 서로 각축전을 벌이는 유럽의 국가들만해도 영국부터 시작해, 프랑스, 네델란드, 스페인, 포르투갈까지 다양했다.

이제부터는 조선도 경쟁의 대열에 한발을 내딛은 것이다.

얼마후 프레이저호에 탑승한 리앙쉰의 부하, 장위텅이 뱃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 * *

“조장님! 이번에 우리들이 숙소와 은신처로 사용할 장소를 잘 고른거 같습니다.”

“동감일세.”

하야토가 이즈미를향해 대답했다.

훗카이도의 항구도시 하코다테에 도착한뒤 하야토 일행들은 당분간 지낼 숙소를 구했다. 그곳이 지금 지내는 시마야라는 여관인데 나름대로 경치가 좋았다.

아래쪽에는 하코다테의 선착장, 그리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쪽에 있었던 것이다. 동시에 하야토가 여기를 정한것은 다른것도 있었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고 적들이 다가오면 먼저 알아채고 대응할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여관의 뒤쪽에있는 산쪽으로 피신도 가능하다.

“어떻습니까? 음식과 숙소는 마음에 드십니까?”

“훌륭하군. 주인장! 요리도 일품이고.”

“감사합니다.”

여관주인 코다마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부모와함께 어릴때 하코다테로 건너와 지금은 여관업을향해 지내는 중이다. 다만 위치가 시내의 번화가에서 좀 떨어진 곳이라 장사가 잘되는건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 하아토 일행들이 투숙하며 상당한 돈까지 지불했던 것이다. 다만 코다마가 보기에 하야토는 자신들을 훗카이도에서 장사를하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지만 좀 다르다는 느낌은 받았다.

그럴것이 보통의 장사치들과 다르게 체격들이 건장했다.

거기다 몸놀림도 민첩했다. 무엇보다 부하들을 이끄는 하야토의 눈매가 날카로운게 범상한 사람은 아니라는 인상이였다.

하지만 코다마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야토 일행들은 귀중한 손님이고 자신에게 해를끼칠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후 코다마가 준비해온 차를 내려놓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이즈미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조장님! 이것이 하코다테와 훗카이도에서의 상황과 정보들 입니다.”

“자네들이 수고하는군.”

하아토가 이즈미를향해 격려하며 그가 전해준 서류들을 확인했다. 그가 설풍단 수장인 오가와에게 받은 임무는 몇개가 있었다. 그중에 첫번째가 훗카이도의 항구도시인 하코다테를 포함해 주변에대한 정세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철종은 일전에 방행수와함께 창덕궁을 찾아온 오가와에게 일본에서의 또다른 지시와 전략을 알려주었다.

‘오가와 단장님이 말하기를 전하께서는 훗카이도에대한 작전을 실시하며, 이후에는 조선에 필요한 전략거점을 만들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훗카이도의 상황을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쉬운건 아니지만...’

하야토가 내심 중얼거렸다.

훗카이도는 상당히 큰 섬이였다. 면적만해도 조선 영토의 반이나 되었고 군데군데 울창한 수림들이 있었다.

하지만 섬의 해안선을 따라서는 평탄한 지형들이 존재했다.

동시에 하코다테처럼 항구도시를 만들 여건들도 충분했던 것이다.

“여기 훗카이도는 여전히 개발이 필요한 미개척지가 엄청나게 많은거 같습니다.”

“그때문에 전하께서도 오가와 단주님께 명령해 우리들을 여기로 보내신 것이지. 앞으로 해야할 임무가 막중한 것이네.”

“명심하겠습니다.”

이즈미가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잠시후 찻잔을 내려놓은 하야토가 여관주인을 불렀다.

그가 하코다테에서 토박이로 오래 지냈으니 잠깐 시내를 포함해 안내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에대해 코다마는 기뻐하며 출발준비를 서둘렀다.

* * *

“싸게 드립니다. 어서와서 구경해 보세요.”

가판을 벌려놓은 상인이 외쳤다.

주변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은 꽤 많았다.

코다마의 안내에따라 하야토 일행들은 하코다테에있는 번화가에 나온것이다.

훗카이도에서 먼저 개척된 도시였기에 본섬인 혼슈에서 건너온 일본인들도 상당히 많았다. 개중에는 어부들이 바다에서 잡아온 생선이나 해산물들을 파는 곳들도 있었다.

안내를 담당하는 코다마의 부모도 처음에는 어부생활을 했다고하니 훗카이도에 안착한 본섬인들에게 어업은 중요한 생업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활기찬 곳이군.”

하야토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여느때처럼 사람냄새가 물씬풍기는 거리처럼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였다. 행인들과 뒤섞여가던 일행들의 뒤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란이 일어났다. 그때문에 일행들도 잠시 멈추었다. 그때 누군가가 다급하게 외쳤다.

“저건 아이누족 노예들이다.”

“어디야? 진짜네.”

“이번에도 노예사냥을 나갔던 놈들이 돌아온 것인가.”

수근거리는 행인들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얼마후 시선을 집중시키며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허리에는 일본도를 차고있었고 나기나타(雉刀)처럼 창날이 휘어진 무기를 가진 병졸들도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사이에는 10명의 여자와 소녀들이 밧줄에묶여 끌려갔다. 조금전 행인들중 누가 외쳤던 아이누족들이다.

“아이누족에 대해서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거기다 노예사냥이라니.”

“저놈들은 나카츠번(番)의 놈들입니다. 잘못 걸리면 크게 다칠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런데 사내들은 없고 죄다 어린 소녀와 여자들 뿐이군.”

“나카츠번의 놈들은 노예사냥에서 마을을 습격하면 남자들은 모두 죽이고 여자들만 데려옵니다. 듣기로는 아이누족 사내들은 노예로잡혀 죽기보다는 끝까지 싸우다가 전사하는걸 택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흠....”

코다마의 설명에 하야토가 깊은 신음을 삼켰다.

훗카이도에는 본섬의 동북부에있는 지역의 세력들이 진출해 있다는 정보는 있었다. 그중에는 나카츠번의 놈들처럼 노예사냥을하며 세력을 키우는 무리들도 존재했던 것이다.

“이놈들아! 뭘 쳐다보고 있어?”

아이누족 여자 노예들을 끌고가던 병사들이 소리쳤다.

그러자 행인들은 고개를 숙이며 아무도 반항하지 못했다.

한편 하야토는 처참한 몰골로 끌려가는 여자 노예들을 바라보며 뭔가를 생각했다. 이윽고 신호를 보내자 옆에있던 이즈미가 다가왔다.

“조장님! 무슨 일입니까?”

“자네는 조원들중에 2명을 데리고 저놈들을 미행하게. 그리고 어디서 지내는지 주변의 상황이 어떤지도 파악하도록.”

“알겠습니다.”

얼마후 지시를받은 이즈미가 두명의 동료들과함께 움직였다.

설풍단(雪風團)의 특수작전

“전하! 이것은 무슨 음식이길래, 냄새가 기묘합니다.”

예조판서 장우영이 에둘러 말했지만 표정은 고문받는 사람의 얼굴이다. 이것은 같이온 공조판서인 김석민도 마찬가지.

그런데 치즈가 원래부터 이처럼 냄새가 고약한 거였나?

21세기 한국에 살면서 기껏해야 마트에서 팔던 체다치즈, 그리고 햄버거나 샌드위치에 들어가던 치즈를 먹어본것이 전부이긴 하였다. 그때는 치즈냄새가 고소했던거 같은데 1850년대에 생산하던 치즈는 냄새부터가 비호감이다.

이윽고 두명의 호기심을 풀어주듯 대답했다.

“건락(乾酪)이라는 것인데, 서양에서는 치즈라고 부르는 음식입니다.”

“전하. 건락이라면 북방의 몽골인들이 양의 젖을짠뒤에 그것을 끓이고 남은 걸죽한 것들을 말린뒤에 먹는다고 들었는데... 과연 양인들의 음식중에도 건락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공판인 김석민이 호기심을 표시했다.

동아시아에서 치즈와 비슷한 것이라면 몽골인들이 양젓으로 만든 것들도 포함되겠다.

“냄새는 고약한 편이지만 이렇게 작은 조각에도 영양이 풍부해서 용도가 다양합니다. 경들도 한번 체험해 보시는게 어떻습니까?”

칼을들어 덩어리진 치즈를 잘랐다.

그러자 더많은 구리한 냄새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이게 원조 치즈의 포스인가? 크흠.

선죽상회에 지시를내려 광저우에서 가베(커피)라고 불리는 원두를 가져왔다. 광저우에는 제이든의 이스트 프론티어를 비롯해서 서양의 무역상들이 있었고 유럽에서온 사람들도 꽤 많았다. 영국이 아편전쟁을통해 획득한 홍콩섬이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고 그곳에도 많은 영국인들이 모여들고 있다는 정보는 들었다.

홍콩에 대해서는 한양을 방문했던 제이든과 만난뒤에 들었고 그에게 몇가지 팁을 주었다.

지금의 홍콩섬을 포함해 내륙쪽으로 영역을 충분히 확장하라는 것이였고 제이든은 내말에따라 홍콩총독에게 제대로 설명해 주었던 것이다.

따라서 역사에서 나왔던 1997년에 영국이 홍콩을 다시 중국에게 뺏기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것이다.

어쨌든 홍콩은 영국의 영역으로 인정해 주는게 편하다.

대신에 홍콩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개발중인 곳이 있다.

그곳은 상하이(上海)다.

조선에게는 상하이쪽에 진출하는게 더 이득이고 내가 생각중인 중국전략을 위해서도 필요한 부분중에 하나였다.

“전하의 말씀대로 냄새는 고약하지만, 약간 비릿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일품입니다.”

“거기다 북방의 몽골인들도 이런 건락을 휴대하고, 오랜동안 여행을 했다고하니, 전하의 말씀대로 비록 작은 크기이지만 영양은 풍부하다고 생각됩니다.”

치즈를 체험해본 두명이 의견을 내놓았다.

두명의 평가를 들으며 꽤 만족했다. 이번에 광저우에서 가져온 이 치즈덩어리를 두명에게 체험시킨 것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조선의 1차 산업중에 농업은 기술이 축적되었고 꽤 강세를 보이지만 목축업과 낙농업 부분은 상당히 부진했다.

이것은 조선의 지리적인 환경때문에 벌어진 것이긴해도 앞으로 조선의 낙농업과 목축업을 성장시킬 필요는 있었다.

“앞으로 조선에서는 목장을 만들고 소와 양을 기르고, 돼지를 기르는 농가들의 숫자도 늘여가야 할것입니다.”

“돼지를 기르는 농가들은 각 마을마다 있기는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나 양을 전문적으로 기르는 농가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기는 합니다. 다만 제주도에서는 과거부터 국둔마필(國屯馬匹)을두어 말을 기르기는 했습니다.”

공판인 김석민이 말했다.

21세기에 삼겹살과 치킨에 환장하는 한국인들을 생각해보면 지금 조선에서 돼지나 닭을 생산하는 농가의 숫자는 상당히 부족했던 것이다.

역사에보면 조선인들이 닭이나 돼지도 먹고, 어떤 경우에는 소도 잡아먹기는 했지만 이것은 특별한 때에 한정된다. 따라서 전반적인 육류의 섭취량은 상당히 부족했다.

그래도 육식을 금지하며 물고기만 먹고살았던 일본에서의 상황에 비한다면 그래도 좋은 편이긴 했어도 서양에 비할바는 아니였다.

“공판의 설명대로 지금은 농사를짓는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닭 몇마리, 돼지 몇마리, 그리고 소를 기르는 상황이긴 하군요. 하지만 앞으로는 목축과 낙농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인원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공판은 이 부분에대한 준비를 진행하도록 하십시요.”

“좋은 방법인거 같습니다. 전하. 그렇다면 목축과 낙농을 대규모로 시행할 장소로 어디가 좋을거 같습니까?”

공판의 질문을받고 잠시 고민을 하였다.

육류용의 소를 키우는데는 역시나 강원도의 대관령이 첫번째다.

하지만 장소가 여기만 있는건 아니다.

북쪽의 개마고원도 낙농과 목축업을 하기에는 좋은 편이다.

개마고원의 입지조건은 유럽에서 낙농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알프스 산지와 비슷하니까 말이다.

더 나아가 만주의 광활한 벌판과 평야도 말을 기르고 소를 기르기에 충분했다. 남쪽으로 눈을돌리면 훗카이도(북해도)가 유력한 후보지다. 역사에서도 일본의 훗카이도는 일본의 유제품 산업과 낙농산업을 지탱하는 핵심지역이였다.

이걸 생각하니 훗카이도(북해도)에 욕심이 더욱 생긴다.

“전하의 말씀대로 태백산맥의 대관령과 평창은 강원지역의 개발과 백성들의 생활을 위해서도, 양과 소를 기르는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거기다 개마고원 지역은 이미 그곳에서도 양과 소를 기르는 집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이번기회에 규모를 늘리면 더 많은 수확과 생산이 있을것으로 예상됩니다.”

“역시 공판은 전국팔도의 여러곳에대한 지식이 밝군요.”

“성은이 망극합니다. 전하.”

김석민이 고개를 숙였다.

이조판서인 흥선군 이하응부터 공조판서인 김석민까지, 조정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6조의 대신들 능력은 탁월했다.

내가 역사를알고 미래의 지식이 있다해도 세세한 부분까지 챙길수도 없었고 그랬다가는 과로사로 쓰러진다.

때문에 임금인 나로서는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고 목표를 정해주는것이 최선이다. 그외에 나머지는 6조의 대신들이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다. 특히 공판인 김석민은 조선내의 각지역에대한 견문이 밝고 산업에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그의 설명을통해 개마고원 쪽에는 목축과 낙농을하던 농가와 주민들이 꽤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 만주를 공략한뒤에 차지하면 개마고원에서 목축과 낙농기술을쌓은 그들을 만주쪽에 보내서 개척하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후에 조선의 낙농업과 목축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면, 조선에서 생산된 치즈를 먹을날도 올거같다.

* * *

어둡고 칙칙한 감옥의 내부.

그곳에는 20명에 이르는 여자들이 갇혀있었다. 그녀들이 입고있는 옷들은 군데군데 찢어졌고 맨살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헝클어진 머리와 흙이묻은 얼굴은 그녀들이 여기로 오기까지 얼마나 고생했는지 나타내는 표시다.

흑흑! 몇명의 여자들은 슬픔에젖어 울음을 터뜨렸다.

이것을 지켜보던 간수들이 곤봉으로 창살을 두드리며 협박했다.

“이년들이 어디서 울고 난리야? 조용히 못해!”

“.....”

협박을듣자 몇명이 겨우 울음을 참았다.

자신들을 노려보는 여자들을향해 간수들은 비릿한 조소를 띠었다. 그들은 본섬인 혼슈의 동북쪽, 일본에서는 토호쿠 지방이라고 하는곳에서 번주의 명령을받고 여기까지 온것이다. 과거부터 토호쿠 지역의 번들은 중앙에있는 세력들과 번들에 비해서는 큰 주목을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중에도 패권을 노리는 자들도 있었고 간수들이 속해있는 나카츠번(番)은 최근들어 그 세력이 급성장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나카츠번이 악랄하게 벌이는 노예사냥과 노예매매가 큰 역활을 하였다.

나카츠번이 노리는 대상은 훗카이도에있는 아이누족이였고, 지금까지 수많은 아이누족 여성들이 나카츠번에의해 사로잡히고 노예로 팔려나간 것이다. 얼마후 지하에있는 감옥으로 일본도를 허리에찬 무사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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