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행수와 오가와라면 일전에 말씀하신 왜국의 주고쿠 지방에 파견한 남방원정대에 관한 것입니까?”
“그렇소. 어쩌면 호판에게도 좋은 소식이될거 같소이다.”
내말을듣자 유연석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병조판서 박규수라면 남방원정대가 거둔 군사적 승리에 눈이 반짝일 것이다. 하지만 유연석은 재무를 담당하는 호조판서, 역시나 그의 관심은 이와미 은광에서 채굴되는 은괴에대한 부분이다.
얼마후 창덕궁 후원, 부용정 근처로 덜컹거리는 수레의 바퀴음과함께 방행수와 오가와가 오는게 보였다.
두명이 부하들과함께 운반해온 마차들의 숫자는 여러대였다.
첫번째 마차의 화물칸에는 묵직하게 보이는 상자들이 있었다. 두사람이 전하는 인사를 받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상자들이 이와미 광산에서 채굴된 은괴들이군요.”
“그렇습니다. 전하. 시마네에서 벌어진 전투의 승리후, 이와미 광산은 조선에서 파견된 광산기술자들의 도움을받아 새롭게 채굴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가져온것은 두달동안 은광에서 산출한 은괴들 입니다.”
“과인과의 약속을통해 이케다 가문도 상당한 이득을 얻을수 있게되었군.”
“이케다 가문의 토시노 가주도 만족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그들이 채굴한 은괴중에 대부분인 8~9할 이상을 에도에있는 막부에 바쳤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생산된 은괴중에서 3할정도는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선에서 온 광산기술자들의 도움으로 은 생산량이 더 증가했습니다. 그로인해 토시노 가주도 기뻐하는 중입니다. 이것은 토시노 가주가 소인을통해 전달해 달라고 부탁한 친서입니다.”
방행수가 말하며 편지를 올렸다.
편지의 내용은 이케다 가문의 토시노가 나에게 보낸것이다.
내용은 간단하게 이번에 죽을뻔한걸 구해줘서 감사하다는 것.
그리고 협정에따라 생산된 은괴중에서 50%를 조선에 보낸다는 내용이다.
역사에서 아시아 최대은광인 이와미 광산의 은맥들이 줄어들고, 채굴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에도막부 말기까지의 상황일 뿐이다.
이후에 일본에서 메이지 유신이 실시되면서 이와미 은광의 채굴량은 순식간에 증가한다.
그 이유는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통해 유럽에서 새로운 채굴기술과 광신기술을 도입한것. 그리고 이와미 은광에대한 대규모 광산개발을 본격적으로 시행했기 때문이다.
즉 에도막부 때에는 발견조차 못했던 새로운 은광맥들을 이와미 광산과 주변지대에서 찾아내고 은광채굴 기술을 대폭적으로 상승시킨 것이다.
그결과 이와미 은광의 생산량은 단번에 증가했다.
또한 그렇게 생산된 막대한 은을 바탕으로 일본이 메이지 유신을 완성한것. 동시에 일본의 산업화, 심지어는 영국과 유럽을통해 대량의 무기들을 도입하는데도 큰 역활을했던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낸 덕분에 일본의 이와미 광산은 1910년대에는 완전히 말라버린다. 광산의 은들을 완전히 쥐어짜냈고 21세기의 광산채굴 기술로도 이와미 은광에서는 1g의 은도 캐낼수없는 상태까지 되었다.
그리고 이와미 은광은 메이지 유신때부터 1910년대까지 캐낸 은의 산출량이 그전의 수백년간 캐낸 은의 총량에비해 열배가 넘었다.
그처럼 이케다 가문은 엄청난 은광을 갖고 있으면서도, 본격적인 채굴기술과 개발을못해 은의 산출량이 적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조선의 발전된 광산기술을통해 이와미 은광이 보유한 잠재력과 포텐을 제대로 터뜨리는 것이다.
잠시후 호조판서 유연석이 서둘러 마차로 다가갔다.
나의 신호에따라 마차에 실려있는 은괴상자들을 열었다. 상자들에는 직사각형의 틀에부어 만들어진 은괴들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순간 그의 두눈이 커지며 탄성을 토해냈다.
“전하! 방행수와 오가와가 가져온 은괴들은 대단합니다.”
“호판이 보기에 어느 정도인거 같습니까?”
“은괴로 되어있어 정확한 수량과 무게를 계산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신이 보기에도 최소 150만냥에서 200만냥의 사이는 될것으로 사료됩니다.”
“허어. 두달만에 200만냥이라...”
조선의 광산기술자들을 파견한 것이 상당한 효과를 본것이다.
그리고 광산의 은 생산량에서 30%를 받기로한 이케다 가문과 토시노가 좋아할것은 당연했다. 그전까지 이와미 광산의 은 생산량은 기껏해야 1/5 도 못되었으니 말이다.
“이후에는 이와미 은광에 파견한 광산기술자들이 새로운 광맥을 발견하는데 앞장설 것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발전된 채굴기법을 사용하면 은광의 산출량은 더 많아지니 앞으로 더 많은 은괴들이 조선에 들어올수 있습니다.”
“전하. 참으로 경사스런 일입니다. 이정도의 은괴들이 꾸준히 들어온다면 호조의 재정은 더 풍족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전하께서 하명하신 수많은 대업들을 진행하는데 이 은괴들이 큰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됩니다.”
호조판서가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전까지 나와함께 예산부족에대해 이야기할때는 죽을 상이였다. 그런데 이제는 엄청난 은괴들을보며 저렇게 좋아하다니! 역시 이와미 은광에대한 확보는 조선의 산업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중에 하나였다.
일본이 메이지유신과 산업화를위해 이용한 이와미 은광.
지금부터는 조선이 이용해먹을 차례지. 따라서 이와미 은광의 광맥이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캐내고 또 캐내야지.
자원의 보고 보르네오섬 공략
“식후의 가베(커피)한잔은 최고로구나.”
“소인은 전하께서 탕약처럼 쓴 가베를 좋아하시는게 잘 이해되지 않지만 전하께서 기뻐하시니 망극하옵니다. 하오나 궁궐안에는 조선팔도에서 가져온 진귀한 차들도 있으니, 시간이 날때에는 드셔보시는걸 권유하옵니다.”
“송내관이 과인의 건강을 신경써주니 고맙구나.”
송내관을향해 말하며 원두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선죽상회를통해 광저우에서 가져온 원두는 몇자루나 보관되어 있었다. 그리고 송내관에게 알려준대로 이제는 궁중내의 나인들이 원두커피를 레시피대로 잘 만들었다.
식후의 커피한잔이 습관이고 즐겁기는 했다. 그러나 송내관의 말대로 다른 전통차들을 이따금씩 마시는것도 필요했다.
식후의 커피한잔을 끝낸뒤 오늘낮에 올라온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을때 희정당으로 두명의 대신들이 방문하였다.
“전하! 낮에 들어온 전령인데 천축(天竺)을향한 탐사대가 광저우를 무사히 출발했다는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정말로 다행이군요.”
병조판서인 박규수를향해 말했다.
이번에 탐사대를 지원하는 조선군 부대, 그리고 지휘관인 송길준에 대해서는 박규수가 직접 선발했다.
부대의 규모부터 무기 및 장비, 여러가지를 박규수가 직접 나섰기 때문에 신경쓰는 모습이였다. 그도 이번에 인도로보낸 탐사대의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있었다. 때문에 새로운 소식이 들어오면 즉각적으로 나에게 전달했다.
오늘 낮에는 이조판서인 흥선군 이하응과 국내문제에대해 몇가지를 논의하였다. 흥선군은 자신이 운영하는 보부상들의 전국조직을통해 조선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들을 주시했다.
그리고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기도 하였다.
그전에 나는 비호국(飛虎局)이란 첩보조직을 설립해 활용했다.
다만 비호국의 경우에는 군사 및 특수한 정보작전에는 실력이 뛰어나지만 만능은 아니였다.
그에반해 흥선군 이하응이 운영하는 보부상의 전국조직과 네트워크는 조선내의 곳곳에서 활동했다. 그리고 평민들이나 주민들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보들이나 상황들을 취합하고 활용하는데 장점이 있었다. 이때문에 이하응이 만든 보부상 조직은 비호국을 보조하는 역활로서는 괜찮은 편이다.
‘전하. 서원개혁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시행된 정책을통해 양반과 유림세력들이 크게 위축된거 같습니다. 그에반해 각 지방에있는 백성들의 민심은 상당히 좋아진 편입니다.’
이하응이 보부상 조직을통해 취합한 정보들을 내게 보고했다.
특권층이라고 위세부리던 양반과 유생들이 몇번이나 타격을 받았다. 이것을 지켜본 조선내의 백성들도 세상이 변하는걸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상당히 좋은 현상이다.
조선은 아직도 사농공상의 신분제가 강력하게 유지되는 중이다.
21세기 역사에서 미개한 것으로 취급받던 인도의 카스트 제도, 그것을 조선에 대입하면 사농공상의 신분제도다.
이런 사농공상의 신분제도를 없애는건 조선이 근대화된 국가로 나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여기에는 미리부터 준비작업이 필요했다.
‘내일 당장이라도 어명을내려 금일부터 조선에서 수백년동안 내려은 사농공상의 신분을 없앤다고 발표하는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효과를 볼까?’
솔직히 생각하면 임금인 나의 앞에서야 머리를 숙이며 반대하지 않겟지만 양반과 사대부들은 이걸 암암리에 무시할 것이다.
‘양반과 사대부들의 저런 반응이야 충분히 예상된 것이지. 그런데 문제는 임금인 내가 신분제도를 철폐해줘도 양반들 앞에서 당당하게 어깨를펴고 다닐 일반 백성들의 숫자는 손에 꼽을 것이다.’
그만큼 수백년동안 지속된 신분제도란 것이 임금의 명령 한마디로 쉽게 부서지는게 아니다.
때문에 사농공상의 신분제도를 부수기위해 먼저 필요한것이 양반들의 특권과 권위를 빼앗고 줄이면서 대신에 조선을 산업화 공업화 시키는것이 중요했다.
얼마전 이하응이 전격적으로 나서서 실시한 서원철폐와 개혁도 그런것중에 하나다.
두번째로 중요한것이 교육이다.
특히 한글교육을통해 문맹율을 줄이는것. 그리고 조선의 백성들 스스로가 양반과 사대부들에게 종속되지 않아도 살아갈수 있고, 당당할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부분에서 흥선군 이하응은 잘해주고 있었다. 그것을위해 흥선군에게 이조판서라는 높은 자리를 준것이니까 말이다. 잠시 흥선군과 논의한 부분에대해 생각할때 예조판서 장우영이 말했다.
“전하께서 천축으로 초석광산의 탐사를위한 인원들을 선발해서 보낸것은 소신도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부분에서 한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어떤 것입니까?”
“전하께서 광저우를 출발한 천국에대한 탐사대를향해 중간에 발니국(渤泥國)에 들러 조선과의 우호관계를 맺기위한 친서를 전달하라고 하신것은 무슨 연유이옵니까?”
장우영은 지금도 이것에대해 당황하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장우영이말한 발니국은 21세기에는 브루나이 왕국을 지칭하는 지명이다.
조선에서도 발니국, 즉 부르나이 왕국을 제대로 알고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기껏해야 오래전 중국에서 건너온 참고문헌이나 서적들중에 몇차례 언급될 뿐이다.
때문에 처음에 예조판서 장우영에게, 부르나이에 전달할 친서와 몇가지 물품들을 준비하라고 했을때 장우영은 크게 당황했다.
본래 예조판서의 직무에는 외교분야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실력을지닌 장우영도 브루나이 왕국에대한 부분은 자료조차 제대로 없어서 꽤 당황했던 것이다. 이후에 장우영은 그래도 예조의 관원들과 머리를 짜내어 내가 지시한 것들을 준비했다.
“경들이 지도에서 본것처럼 발니국은 여기 보르네오 섬에서 오랜동안 전통과 역사를 갖고있던 국가였습니다.”
지도를 꺼내어 탁자위에 펼쳤다.
브루나이 왕국이 위치해있는 보르네오섬을 가리켰다.
내가 생각중인 남방지역에대한 진출과 전략.
그것에서 브루나이는 중요한 거점이 될수있는 장소였다.
조선인들에게 동남아시아는 단지 남만지역으로 알려진 곳일 뿐이다. 그러나 동남아시아는 오래전부터 유럽의 열강들이 진출해서 각축전을 벌이는 곳이다. 포르투갈이 처음으로 왔고, 그뒤에는 스페인, 나중에는 네델란드가 참가했다.
이제는 영국과 프랑스가 자리를잡고 세력을 넓히는 중이였다.
무엇보다 동남아시아는 엄청난 자원을 보유한 곳이다.
역사에서 동인도 회사를 탄생하게 만든것이 저곳이다.
이처럼 조선에게도 엄청난 이득이 생기는 저곳을 그냥 둔다면 멍청한 짓이다.
다만 동남아시아의 진출이란게 쉬운건 아니다.
이미 전략거점을 차지하고 세력을 구축한 지역들도 많았다.
따라서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을 펼쳐야 하는것이다. 그것을위해 머리를 짜내던중에 적당한 선택지가 나왔고 그곳이 부르나이다.
“전하의 말씀을듣고 지도를 살펴보니 저 발니국이있는 보르네오섬은 조선에 비해서도 몇배나 큰 곳이군요.”
장우영이 감탄했다.
그의 말대로 보르네오섬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이고, 면적만해도 조선보다 3배 이상이다. 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것이 울창한 열대우림인데 이것때문에 질좋은 원목들이 생산된다.
그뿐인가? 보르네오섬에 뭍혀있는 각종 철광석과 금, 주석등의 매장량도 상당했다.
이외에도 보르네오섬의 내부, 그중에서도 부르나이는 21세기때, 아시아에서 최고의 원유생산국이다. 다만 1850년대의 산업기술로서는 당장에 원유를 시추하고 개발하는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리부터 거점을 마련해두면 이후에는 상당한 잇점이 생기는 장소가 보르네오섬과 부르나이였다.
“전하의 말씀을 듣고보니 조선도 남만지역에 친교를 유지하는 국가를 만드는것도 중요한거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천축으로 향하던 탐사대가 발니국에들러 조선에서 보내준 친서와 선물을 술탄에게 준다면, 그들도 좋아할거 같습니다.”
“그런데 발니국에 보내는 홍삼들을 그곳의 술탄과 회교도(回敎徒)들이 좋아할지 모르겠군요.”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소신이 알아본결과 조선의 홍삼은 청나라와 왜국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남만에서도 평가가 좋다고 들었습니다. 과거에 조선의 거상들이 청나라의 광저우등에 홍삼을 가져다가 팔면, 그중에 일부는 또 광저우에있는 화교나 객가인 상인들이 바닷길을건너 남만지역에있는 부자들이나 술탄들에게도 판매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예판의 말을 듣고보니 안심이 되는군요.”
조선의 홍삼이 동남아시아, 그중에 무슬림 국가들에도 인기가 있다니! 이거야말로 상당히 좋은 수단중에 하나다.
동남아에도 중국 화교나 객가인들이 오래전부터 진출했다.
때문에 그들이 홍삼을 먹는걸본 다른 무슬림이나 술탄들이 홍삼의 효능을 실감했던거 같다. 어쨌든 홍삼외에도 조선에서 나오는 특산품들도 선물용으로 가져갔으니 브루나이 왕국의 술탄이 좋아하면 일단은 성공이다.
“그런데 현재 발니국의 술탄은 누구입니까?”
“소신이 알아본결과 발니국의 술탄은 오마르 시푸딘이라는 인물입니다. 다만 젊을때에는 용맹함이 보르네오섬 전체에 알려졌을 정도지만 현재는 노년기에 접어들어, 그 위세가 예전만큼 못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예조판서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21세기때 아시아의 석유부국인 브루나이의 영토는 보르네오섬의 북쪽끝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소국이다. 인구도 얼마되지 않았고 산업이나 제조업 역량도 약한 상태. 다만 브루나이에서 생산되는 막대한 원유로인해 부국이 된것이다.
하지만 본래 부르나이는 보르네오섬 대부분을 차지했던 강국이였다. 그러나 외부에서 밀려온 세력과 유럽에서 건너온 열강들의 세력에의해 영토가 축소되었고 나중에는 겨우 명맥만 유지했던 것이다.
‘확실히 부르나이 왕국의 술탄으로서도 보르네오섬의 주인이 자신들인데, 최소한 과거의 영광중 일부라도 되찾고 싶었을테지.’
장우영의 설명대로 현 부르나이 술탄인 오마르 시푸딘은 용맹했고 군사적 재능도 발휘했다. 그리고 약해지던 부르나이 왕국의 재건을위해 상당한 활약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는 지키는것도 힘들어진 상태라는 것인데, 어쩌면 이런 부분들이 조선에게도 기회가 될것같은 느낌이다.
* * *
연돌에서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며 두척의 증기선들이 나아갔다.
선박들은 보통의 증기선들고 좀 달랐다. 선체 양쪽에 대형 수차를 회전시키며 나아가는 것이 아니였다.
아일랜드의 기술자이자 발명가인 월터에의해 개발된 신형의 스크류형 증기기관을 장착한 선박들이다. 그리고 선박들은 조선에 도착한 12척의 개량된 증기선들중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중 10척의 증기선들에는 조선수군에서 선발된 병사들이 영국인 선장과 선원들에게 훈련을 받고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2척의 증기선들은 월터와 더블린 메카닉(Dublin Mechanic)의 직원들을위해 배정된 상태였다.
그럴것이 월터와 더블린 메카닉의 기술자들은 조선에 도착한뒤에 해야할 중요한 임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갑판에서 바다를 보고있던 월터를향해 누군가 다가왔다.
월터 일행들을 지원하기위해 동행한 조선인 역관 엄태용이다.
“월터씨. 조금후면 조선의 남쪽 해안에있는 수군기지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여기로군요.”
“맞습니다.”
월터가 지도의 한곳을 가리키자 엄태용이 대답했다.
조금후 그들이 도착할 곳은 경상우수영이 있는 장소다.
조선수군에서 많은 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판옥선들.
철종은 판옥선들의 내부에 월터가 개발한 신형 증기기관을 장착하고 활용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조선에서 건조한 판옥선들은 크기가 180톤에서 200톤의 규모이다. 문제는 판옥선들이 전투시에는 하갑판에 배치된 노꾼들에의해 노를저어 움직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상에서 장거리로 이동하는건 쉽지않았다.
무엇보다 평저선이란 구조때문에 먼바다에서 파도에도 약했다.
조선의 바닷가 근처에서는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조선의 바다를 벗어날수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도 존재했다.
이것을 극복할 방법이 판옥선 내부에 신형 증기기관을 설치하고 평저선을 첨저선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월터씨와 더블린 메카닉의 기술자들 덕분에, 조선의 수군에는 큰 변화가 생길거 같습니다.”
“아닙니다. 조선왕께서 영국에있던 우리들을 지원해준 덕분에 새로운 증기기관을 개발할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우리쪽에서 감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월터가 엄태용을향해 말했다.
얼마후 그들의 앞으로 경상우수영의 모습이 보였다.
* * *
“어서 짐을 옮겨라!”
“하나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수군의 판옥선에 사용할 소중한 기물들이다.”
작업을 감독하던 장인들이 말했다.
경상우수영에 도착한 2척의 증기선들.
그리고 실려있던 화물들이 차례로 하역되고 있었다. 경상우수영에는 배를 접안할수 있도록 부두시설이 있었고 그것도 넓게 확장했다. 때문에 월터일행들이 타고온 증기선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하역작업을 진행할수 있었다. 얼마후 월터 일행들은 하선하였고 앞으로 경상우수영의 지휘관이 마중을 나왔다.
“반갑습니다. 여러분들! 상부에서 판옥선 개조를위해 기술자들이 온다는 연락을받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경상우수사의 안내를따라 일행들은 수영에있는 작업장으로 이동했다. 월터의 정면으로 몇척의 판옥선들이 작업대에 올려져 있는게 보였다. 경상우수영에는 자체적으로 판옥선을 제작할수있는 작업장이 있었다. 그리고 상당수의 장인들이 배속된 상태였다. 지금 보여지는 판옥선들은 증기선으로 개조를위해 다수의 장인들이 참가해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월터 일행들의 눈에비친 조선의 판옥선.
그는 광저우에서 동양의 선박인 청나라의 정크선들을 구경하였다. 하지만 정크선들도 눈앞에 보이는 조선의 판옥선들에 비하면 소형이였다.
판옥선들도 영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이 대양항해를위해 보유한 선박들과 비교하면 작은 편이다.
다만 월터가 광저우에서 목격했던 정크선들은 선체도 약하고, 대포 한발만 맞아도 박살날 정도지만 판옥선들의 목재는 꽤 튼튼히 보였던 것이다. 얼마후 월터는 통역사인 엄태용의 안내를받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밑바닥이 평평한 선박의 단점을 저런식으로 보완하는것도 훌륭하군.”
월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판옥선들은 배의 밑부분이 평평한 형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