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개의 포탄이 튕기면서 10명 이상이 넘어지며 고깃덩이로 변하였다. 두번째 포격에서는 강력한 폭약이 장착된 대신기전이 공중을 가르며 적들의 중앙으로 떨어졌다.
콰콰쾅! 퍼퍼펑! 대신기전들이 터지면서 주변에있던 적들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아버님! 저걸 보십시요. 이제는 야마나군 놈들이 밀리고 있습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아들인 마사토의 외침에 이케다의 가주 토시노가 주먹을 쥐었다. 지금까지는 시코네 성채에서 방어에 집중했다.
하지만 적이 헛점을 드러낸이상 성채에만 있을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이케다의 병사들은 성채를나가 적들의 후방을 공격한다!”
“와아아아!”
토시노의 외침에 병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얼마후 성채의 문이열리며 복수심에 불타는 이케다군 병사들이 돌격을 개시했다.
“후방에서 이케다 놈들이 습격해온다.”
“막아라! 아군의 방어선을 지켜라.”
혼란에빠진 야마나군 병사들이 외쳤다.
상부의 명령에따라 조선군을향해 돌격하고 있었는데 기습을 당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야마나군 보병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존재들은 따로있었다.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쇄도해가는 조선군의 기병들.
선두에는 돌격대장인 이경무가 있었다.
능숙하게 백두철포를 꺼내었고 방어선을 만들던 적들을향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탕! 크억! 나기나타-장창을든 보병들이 쓰러졌고 사이로 파고들며 기병도를 베었다.
“네놈들은 뭘 했길래 기습을 당하는 것이냐?”
“하토시마 가주님! 이것은 처음부터 조선놈들이 짜놓은 함정과 계략이였습니다.”
옆에있던 무장이 소리쳤다.
조선군 화포대를 공격하기위해 상당수의 주력이빠진 상태에서, 시코네 성채에있던 이케다군이 달려들었다.
그리고 측면에서는 조선군 기병대들이 돌파해온 것이다.
충격에 빠져있던 하토시마의 정면으로 말위에서 검을 휘두르며 돌진해오는 이케다의 가주 토시노가 보였다.
복수를위해 토시노와 이케다의 무장들은 맹렬하게 파고들었다.
그에반해 야마나군은 숫적으로 많았지만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무기를 버리며 도망치기도 하였다.
“하토시마! 네놈의 목을 내놓아라!”
챙! 카캉! 지휘부까지 파고든 토시노가 검을베었고 하토시마가 그것을 막으면서 후퇴했다. 서로간에 공방전이 벌어지며 토시노가 하토시마를 밀어부쳤다. 본래라면 하토시마 주변의 무장들이 충분히 막아줄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하였다.
돌격대들 사이에는 뛰어난 칼솜씨를 자랑하는 오가와가 있었고 유키카제구미(雪風組)의 대원들이 적의 핵심들을 차례로 쓰러뜨리는 중이였다. 얼마후 뒤로 밀린 하토시마가 바닥에 쓰러졌다.
“허억! 제, 제발!”
“지금까지 네놈에게 당한 이케다 식솔들의 복수다.”
쉬잇! 크악! 토시노가 하토시마의 가슴을 찔렀다.
피거품을 토해내던 하토시마가 최후를 맞이했고 토시노는 시체의 목을베어서 들어올렸다.
“이럴수가? 하토시마 가주님이 당했다.”
“우리들은 끝장이다.”
혼란에빠진 야마나군 병사들이 절망에 휩싸였다.
한편 겨우 백운화포대를향해 돌진했던 공격부대는 정면에 등장한 조선군 총병들에 경악했다.
“전부대 사격개시!”
탕! 타타탕! 현무철포에서 발사된 수백발의 총탄이 야마군 병사들을 시체로 만들었다. 정면과 후방, 그리고 좌측까지 3면에서 포위당한 야마나군은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가주인 하토시마의 머리를 목격한 다카모리가 남은 무장들과함께 최후의 돌격을 개시했지만 그들도 고깃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와아아아! 전투를 승리한 이케다군 병사들이 함성을 내질렀다.
상당수는 눈물까지 흘리며 감격했다. 얼마후 시코네 성채에 숨어있던 이케다 가문의 여자들과 아이들도 하나둘씩 나왔다.
“저분들이 우리를 구해주셨다니!”
“조선군 만세!”
위기의 순간에서 살아난 이케다의 병사들과 영지민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자신들을 도와준 조선군의 전투력은 강력했고 일부는 경외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였다면 여기있는 저와 이케다가문은 몰살당했을 것입니다.”
“저보다는 조선에계신 전하의 덕분이지요.”
원정대장인 송진태가 토시노를향해 대답했다.
이윽고 가주인 토시노를 선두로 이케다 가문의 병사들과 식솔들이 무릅을 꿇었다.
“저곳이 조선의 임금이계신 한양쪽입니까?”
“그렇습니다.”
“지금부터 이케다 가문은 한양에계신 전하를 섬기며 충성을 다할 것입니다.”
토시노와 이케다가문의 식솔들이 세번의 절을하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었다.
앞으로도 이케다가문이 조선의 임금에게 충성할테니, 그 댓가로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는 것이다.
송진태는 이것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본인들은 자신들보다 강한 존재 앞에서는 얼마든지 복종한다.
과거에 이케다 가문은 에도막부에 복종했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이 조선의 임금으로 바뀐것이다.
송시열을 숭배하는 화양서원(華陽書院)의 발작
“사장님! 정말로 이런곳에서 성공할수 있을까요?”
“어쩔수없네. 우리에게 남겨진 마지막 기회일세.”
잭슨이 대답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표정도 밝은건 아니다.
잭슨과 타일러는 얼마전까지 미국에서 생활했고 꿈을 키웠다.
동시에 잭슨이세운 철도회사 트랜스 레일(Trans Rail)은 혼신을바쳐 이룩한 결과물이다.
타일러는 트랜스레일의 창업자임과 동시에 잭슨에게는 둘도없는 파트너였다. 맨손으로 시작한 잭슨은 미국에서 명성높은 철도회사의 사장임과 동시에 존경도 받았다.
특히 철로공사와 증기기관차의 제작에서 잭슨의 트랜스레일은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잭슨과 철도회사의 앞날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갑자기 미국의 철도업계에 약육강식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중에서 역사에서 미국의 철도왕이라고 불리는 밴더빌트.
동시에 그가 설립한 메트로 라인(Metro Line)이라는 철도회사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했다.
게걸스럽게 다른 회사들을 먹어치웠고 빠르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미국 철도산업의 태동기에는 다양한 회사들이 많았다.
저마다 특색과 기술을 보유하면서 철도산업의 발전을위해 전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밴더빌트가 수많은 중소규모의 철도 회사들을 먹어치우고 파산시키면서 상황은 급변하였다.
그런중에도 잭슨의 트랜스레일은 제법 버티었다.
그러나 점점 한계가 다가왔다.
얼마후 잭슨에게 남은 선택은 별로없었다.
괴물같은 메트로 라인-에게 먹히느냐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찾아 도전할 것인가.
며칠밤을 고민하던 잭슨은 결단을 내렸다.
이대로 끝날수는 없었던 것이다.
미국은 밴더빌트의 세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태.
때문에 다른곳에서 기회를잡고 반격을 노려야했다.
얼마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시아였다.
미국인들에게 아시아, 그중에서도 아시아의 공룡이라 불리는 청제국에대한 소문은 좀 알려져 있었다.
“미국에있는 동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군요.”
“나도 그들이 걱정이네.”
잭슨이 대답했다.
그의 회사가 밴더빌트에게 넘어가거나 파산한것은 아니였다.
다만 잭슨의 트랜스레일은 잠정적인 휴업의 상태다.
하지만 미국내 철도업계에서 잭슨의 트랜스레일은 끝났다는 소문이 돌고있었다.
“듣던대로 여기는 로스비프(영국)놈들이 장악하고 있군요.”
“정확히는 영국령 동인도회사의 세력이지.”
“인도쪽도 동인도회사가 세력을 뻗치며 쥐고있는데, 광저우도 그렇다니.”
“지금 전세계에서 대영제국 놈들의 손이 닿지않는 곳이 없을 정도니까 말일세.”
“미국에 있을때는 몰랐는데 중국과 아시아에 와보니 모든것이 다릅니다.”
타일러가 고개를 저었다.
미국이란 국가도 거대하고 넓은곳인데 세상에는 그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곳들이 많았던 것이다. 다만 중국에서도 주도적인 위치에다가 광저우를 손에 쥐고있는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신경 쓰이는건 사실이다.
“로스비프(영국)의 동인도회사 놈들은 기껏해야 눈앞의 근시안적인 이익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동감이네. 저들의 탐욕스런 행태를보니 오래가지는 못할거 같군.”
“녀석들이 우리의 제안을 무시한것이 기분 나쁘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기는 한데.”
잭슨이 잠시 한숨을 쉬었다.
두명이 새로운 기회를찾아 광저우에 왔지만 일이 쉽게 풀리는건 아니였다.
여기는 말도 통하지않고 미국세력은 이제 광저우와 중국에 진출하던 상황이였다. 미국인인 그들에게는 마땅한 기반자체가 없었던 것.
그럼에도 기회를 찾으려고 시도했다.
그중 하나가 광저우에있는 중심세력, 영국령 동인도회사와 합작을통해 중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일대에서 철도사업을 시작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잭슨의 순진한 생각에 불과했다.
- 이보시요. 양키들! 이미 우리들은 청나라에 아편을 팔아먹는 것만도 엄청난 이득을 챙기는데 무슨 철도사업 이요?
- 중국인들은 유럽의 철도와 증기기관차를 받아들일 준비조차 안되었소. 그들이 만약 증기기관차를보면 괴물이라고 하면서 달려들 것이요. 크하하핫!
광저우의 동인도회사 간부들이 비웃음을 토하며 대답했다.
장기적인 투자인 철도공사나 사업보다는 당장에 눈앞에 떨어지는 이득.
아편을 팔아서 얻는것이 막대했던 것이다.
얼마전 벌어졌던 1차 아편전쟁을통해 영국상인들과 동인도 회사는 막대한 권리를 얻었다.
그중에는 중국에 아편을 자유롭게 팔수있는 권리까지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니 동인도회사나 영국사업가들이 철도공사나 사업따위에 관심을가질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사장님. 일단 한잔 드십시요.”
“그러지.”
잭슨이 술잔을 받았다.
그리고 탁자위에 올려진 금속모형을 아쉬운듯 쳐다보았다.
이것은 트랜스레일-사에서 설계하고 제작까지 완료한 신형 증기기관차의 모형이다.
잭슨은 이 모형을들고 동인도회사의 간부들을 만나면서 설득작업도 하였지만 모두 실패했던 것이다.
탁자위에 올려진 증기기관차의 모형을보며 술집에있던 중국인들이 흘깃 보았지만 대부분 신경쓰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기껏해야 기묘한 형태를한 장신구쯤으로 생각되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였다.
중국인들의 평상복을 입고있지만 안쪽에있는 두명의 사내들은 조금전부터 잭슨이 앉아있는 테이블쪽을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였다.
“조장님. 저 금속모형은 전하께서 말씀하신 스스로 달리는 거대한 철마에대한 것이 아닙니까?”
“확실히 그렇군.”
김동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명은 비호국에 소속된 요원들이다.
이미 광저우에는 여러명의 비호국 요원들이 활동중에 있었다.
철종이 광저우에 비호국 요원들을 잠입시키고 파견한 이유는 몇가지였다.
첫번째로 광저우에 세력을둔 영국과 동인도회사. 그외에도 다른 서구 열강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것.
둘째로 광저우에는 다양한 기술과 특기를지닌 서양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중에 조선의 발전을위해 필요한 인재들을 포섭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때문에 광저우에 파견되는 비호국의 요원들은 철종을 창덕궁의 희정당에서 직접만나는 기회까지 가졌다.
철종이 그들을 만난 이유는 있었다.
아무리 비호국 요원들이라해도 서구문물에 대해서는 역시나 낯설수밖에 없었고 지식도 부족했다.
때문에 철종이내린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여러가지 지식들을 습득하는게 중요했던 것이다.
또한 철종은 광저우의 비호국 요원들이 포섭하고 정보를 수집할 대상이되는 서양인들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지금 술집에서 신세한탄을 하고있는 두명의 백인들-
잭슨과 타일러는 철종이 포섭대상으로 지시한 부류에 속했다.
“정말로 멋진 증기기관차의 모형이군요.”
“당신은 누구신지?”
잭슨이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럴것이 중국인 복장을한 사내가 유창한 영어로 말을 걸어왔으니 말이다. 그들은 광저우에서 영어를 할줄아는 중국인들을 만난적이 거의없었다.
두명이 광동어를 할줄도 몰랐기에 주로 생활하던 지역은 광저우에서도 외국인 거주구역으로 한정되었다.
얼마후 김동준이 능숙하게 잭슨의 맞은편에 앉았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자 절망감에 쌓여있던 잭슨과 타일러의 두눈은 커지기 시작했다.
* * *
“저곳이 화양서원(華陽書院)인가?”
“그렇습니다.”
“소문대로 크고 웅장하군.”
“과거의 성리학자였던 송시열을 기리기위해 세워진 곳이니 말이지요. 지금도 조선에서는 저 화양서원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양반과 유생들로 넘쳐날 정도입니다.”
“학문의 참뜻조차 모르고 허레허식에만 집착하는 것들이라니.”
전기웅이 냉소하며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같이온 후배 관원들도 동의했다.
이들은 조선에서 유교와 성리학을 가르친다는 서원들이 얼마나 많은 부패와 폐단을 가져왔는지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에서 서원이 난립하고 성리학 탈레반들의 거점이 되었어도 이것을 통제할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