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 거친 숨소리를내며 400명의 화총대 병사들이 나아갔다.
부대의 중앙에서 지휘하던 우치다가 말위에서 소리쳤다.
“진격속도를 내라! 서둘러 놈들의 화포부대를 박살내야 한다.”
우치다가 재촉했지만 속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문승준이 양무화포들을 위치시킨 곳은 비탈진 언덕의 정상이였다. 때문에 아래쪽으로 적들의 상황은 잘 보이면서, 밑에있는 적들이 반격을위해 오기는 쉽지않았다.
때문에 우치다가 지휘하는 400명의 화총대 병사들은 경사길을 오르며 숨을 헐떡거렸다.
문승준의 화포부대를 양쪽에서 기습하겠다는 작전이였고, 언덕의 좌측을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나머지 400명은 우치다의 심복인 사카구치가 지휘했고 우측을 통과중이다.
우치다가 나름 머리를 굴리기는 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원정대장인 송진태가 파놓은 함정이였다.
“헉헉! 그런데 어디까지 올라가야...”
선두의 화총대 병사들이 투덜거릴때 전방에서 굉음을내며 돌진해오는 기병들이 있었다.
콰두두두! 돌격대장인 이경무는 적들이 경사길을 올라와 함정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가 조선군 기병들이 기습하기에 최적이기 때문이다.
“허억! 전방에 적의 기병대다!”
“전원 사격준비!”
“어서 탄환을 장전해라.”
화포대를 기습할려던 화총대들은 경악했다.
얼마후 화총대와 함께온 나기나타-창부대가 방어진을 만들면서 기병들을향해 대응을 시작했다. 일단 장창으로 막은뒤에 장전을마친 화총대의 플린트락 머스켓으로 일제사격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조선군 기병들이 총포를 갖고있다.”
“뭐라고? 믿을수 없다.”
돌진하던 기병들이 백두철포를 조준했고 그것을본 적들은 경악했다.
기마병이 총포를 쓰다니?
일본에서는 생각조차 할수없는 것이다.
그들이 보유한 유럽의 플린트락 머스켓-도 기병이 사용하기에 힘들었다. 때문에 화총대 병사들은 대부분 보병이거나 화총대를 엄호하는 장창병들로 구성된 상태였다.
“돌격대장님! 저놈들이 백두철포를보고 놀란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물을 줘야지. 전원 사격!”
탕! 타타탕! 돌진해가던 기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단총신의 백두철포지만 2발을 연속으로 발사가 가능했고, 근거리에서는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퍽! 퍼퍼퍽! 크악! 장창을 세웠던 병사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후방에서 플린트락 머스켓을 장전하던 화총대들은 공포에 빠졌다.
백두철포의 일제사격을 마친뒤에 기병들이 화총대의 중앙으로 파고들며 기병도를 베었다.
쉬잇! 크악! 칼날이 번쩍이며 탄환을 장전하던 적들이 쓰러졌다. 겨우 장전을마친 화총대 병사들 일부가 대응사격을 시도했지만 큰 위력을 보지는 못하였다.
그럴것이 플린트락 머스켓은 전열보병의 대열처럼 한쪽 방향을향해 일제사격을 개시해야 큰 효과를 낼수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처럼 기병들이 내부로 파고들어 칼을 휘두르면 화약을넣고 탄환을 장전하다가 목이 베어지는 상황이다.
“대열을 정비해라! 물러서지 마라... 커억!”
탕! 타탕! 부하들에게 소리치던 우치다가 피를토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운좋게 숨이 붙어있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하였다. 기병대를 지휘하던 돌격대장 이경무의 창이 우치다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던 것이다.
아시아 최대 은광을 손에 넣다
탕! 타탕! 멀리서 들려오는 총격음.
순간 사카구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자 옆에있던 무장이 넌지시 말했다.
“아무래도 반대쪽에서 진격하던 아군에게 긴급상황이 벌어진거 같습니다.”
“긴급상황이라면 혹시 매복이라도 당한것인가? 하지만 그럴리 없다. 조선놈들이 우리의 기습을 눈치채기는 힘드니까.”
사카구치가 확신에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구석에 불안감이 생겼지만 총소리가 난 곳으로 전령을 보내기에는 상황이 좋지못했다. 잠시 갈등하던 사카구치는 일단 진격하기로 결정했다.
“속도를 높여라! 우치다님의 부대보다 먼저 습격해 적들을 상대하고 있으면 그뒤에는 아군도 도착할 것이다.”
“진격해라.”
지시를받은 사카구치의 화총대가 경사길을 올라갔다.
얼마후 그들의 눈앞으로 야마나군 부대를향해 화포를 발사하는 조선군들이 보였다. 그것을 확인하자 사카구치의 두눈이 증오로 벌개졌고 부하들을향해 소리쳤다.
“저곳에 조선놈들이 있다. 돌격해라!”
“와아아아!”
괴성과함께 화총대가 나아갔다.
하지만 기세좋게 돌진한 사카구치 부대는 백운화포대(百雲火砲隊)의 근처도 도달하지 못했다.
“사카구치님! 저앞에 또다른 적들입니다.”
“그것이 정말이냐?”
카타나를 빼들며 독전하던 사카구치가 당황했다.
정면에는 자신들과 비슷하게 총포를든 조선군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군이 휴대한 총포들은 화총대(火銃隊)가 사용하는 서양의 플린트락 머스켓-과는 좀 달랐다. 그러나 돌격명령을 내린 이상 후퇴할수는 없었다.
“대열을 정비하고 사격을 준비해라.”
“탄환을 장전해!”
화총대 총병들이 플린트락 머스켓-에 화약을넣고 탄환을 장전했다. 그들은 이전에 훈련한대로 서양식 전열보병과 일제사격을위해 400명의 화총대들이 종대와 횡대로 늘어섰다.
그에반해 정면에서 대기중이던 조선군 총병들은 달랐다.
개별적으로 나무나 바위뒤에 몸을 숨기면서 전진했던 것이다.
“저놈들 무슨 짓이지? 숫자도 우리보다 적은 놈들이 총병 대열을 만들지 않다니?”
“상관없다! 일제사격 개시!”
“쏴라!”
탕! 타타탕! 화총대 병사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핑! 피핑! 탄환이 빗발쳤다. 그러자 각자 전진하던 조선군 총병들이 신속하게 상체를 숙였다.
“저놈들 무식하게 쏴대는군.”
“그런데 사거리 계산도 안하고 대충 발사하는군요.”
“처음부터 우리들의 교란작전에 걸렸으니까 그런것이지.”
허재용이 측면에서 준비하던 최만근에게 씨익웃으며 대답했다.
그는 현무철포를 능숙하게 다루었고 여러번의 실전을거친 노장이였다. 이제는 후임인 최만근과 함께 진격하며 전투에대해 가르쳐주고 있었다. 현무철포를 장비한 조선의 총병들은 사카구치의 화총대를향해 노련한 전법을 사용했다.
야마나군 화총대들은 플린트락 머스켓을 도입했지만 그들이 훈련받은 사격방법은 기껏해야 유럽에서 사용하던 전열보병식의 일제사격이다.
그에반해 현무철포를 사용하는 조선의 총병들은 상황에따라 유연한 사격술을 펼친것이다.
대규모의 적들이 돌진해 올때는 화력을 집중하기위해 일제사격을 펼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적의 사격을 먼저 유도하고 반격타를 날릴때에는 다른 전술을 사용했다.
그것은 총병들이 좌우로 흩어져 개별적으로 전진하면서 적들을 한명씩 조준사격으로 해치우는 방식이다.
다만 신참들이 능숙하게 해내기는 힘들기에 조선군 총병부대는 선임과 후임이 각각 한조를 이루어 전투하는 방법을 쓴것이다.
최만근이 고참인 허재용의 지시에따라 전진과 포복을 병행하면서 나아갔다. 그리고 조금전 화총대가 일제사격을 퍼부을때는 몸을 은폐했다.
“만근아! 장전을 마쳤냐?”
“예! 지금 끝났습니다.”
“좋아. 사격!”
탕! 타탕! 허재용이 외치자 최만근이 적을향해 조준사격을 하였다. 현무철포의 사거리는 플린트락 머스켓보다 좀더 길었다.
더 중요한것은 재장전시의 시간과 발사속도였다.
크억! 최만근의 사격에 화총대가 한명 쓰러졌다.
그러자 고참인 허재용이 현무철포를들어 두번째 적에게 탄환을 먹여주었다. 그 사이에 최만근은 재장전을 개시했고 적을찾아 사격을 개시했다.
2명이 1개조로 사격과 재장전을 반복하는 전술.
그러자 전열보병 대열을 이루고있던 화총대들은 정신이 없었다. 자신들 전방에서 조선군 총병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사격을 한뒤에 숨어버리고 또다시 탄환이 날아왔다.
그에반해 사카구치의 화총대는 노출된 상태에서 모여있었다.
완벽한 타겟이였고 여기 모여있으니 적들보고 총을 쏴달라고 광고하는 꼴이다.
“적들은 숨어있는데 우리는 총탄의 한가운데라니! 이러다가는 전멸이다!”
“씨끄럽다. 대열을 유지해라!”
화총대의 무장들이 소리쳤다.
일본도까지 빼들며 독려했지만 동료들이 탄환에 맞으며 쓰러지는걸 보고 겁을먹은 것이다.
이전까지 막부군의 조총병들을 상대로는 화력에서 우세했기에, 대열이 무너지지 않았다.
지금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퍽! 퍼퍽! 크악! 털썩! 대열의 선두에있던 병사들이 바닥을 뒹굴었다.
이윽고 재장전을 마친 후방대열이 앞으로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공포에 질렸고 제멋대로 눈앞에 보이는 조선군 총병들을향해 사격을 가했다.
“죽어라! 이새끼들!”
탕! 타탕! 핑! 피핑! 겁에질려 사격하던 화총대 병사는 현무철포에서 발사된 탄환에 가슴이 뚫리면서 쓰러졌다.
쉬잇! 커억! 지휘관의 신호없이 플린트락 머스켓을 발사한 부하를향해 화총대 무장들이 일본도를 휘둘렀다.
“누가 마음대로 발사하라고 했나? 지금부터 멋대로 사격하는 놈들은 처단하겠다.”
살기를띠며 겁박했고 조금은 통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하였다.
“사무라이 갑옷을입은 놈들이 적 화총대의 지휘관들이다. 저놈들부터 저격해라.”
“멍청한 놈! 죽여달라고 날뛰는군.”
현무철포에 탄환을 장전한 허재용이 총구를 들었다.
그와 최만근은 화총대의 근거리까지 도달했고 카타나를들고 소리치던 사무라이를 조준했다.
호홉을 조절한뒤에 타앙! 한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발사된 탄환이 정확하게 상대를 명중했다.
크억! 일본도를 빼들며 소리치던 사무라이가 피를뿌리며 뒤로 넘어갔다.
이것을보던 화총대의 병사들은 경악했다.
조선군 총병들의 조준사격에의해 2/3 가 날아간 상태에서 지휘하던 무장까지 당하자 대열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으아아! 더이상은 버틸수없어!”
“적들이 혼란에 빠졌다! 전부대 착검 돌격!”
조선군 총병대를 지휘하던 김종수가 외쳤다.
명령이 떨어지자 선두에있던 허재용과 최만근이 허리에서 총검을꺼내 현무철포의 앞부분에 장착했다.
철컥! 준비가 끝나자 두명이 맹수처럼 튀어나갔고 돌진해가던 상태에서 장전된 현무철포를 발사했다.
탕! 타탕! 사격으로 기선을 제압한뒤 혼란에 빠져있던 야마나 화총대를향해 총검을 휘두르며 파고든 것이다.
쉬잇! 커억! 총검으로 상대의 목을베거나 가슴을 찔렀고 나머지 조선군 총병들이 돌진했다.
“이게 조선의 백병전이다!”
현무철포에 장착된 30cm 길이의 총검은 근접전에서 뛰어난 위력을 발휘했다. 현무철포를 사용하는 총병들은 사격술과함께 총검술까지도 훈련했던 것이다.
잠시후 남아있던 화총대들은 완전히 무너지며 플린트락 머스켓을 버리고 도망치는 병사들도 나왔다. 하지만 그들도 얼마가지 못가서 주변을 포위한 조선군 총병들의 사격에 시체로 변하였다. 동시에 화총대 중앙에서 저항하던 사카구치는 목에 총검이 찔리면서 입에서 피거품을 토해냈다.
* * *
“적들이 갖고있던 무기들을 모두 회수했습니다.”
“수고했네.”
김종수가 대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언덕쪽에서 진행된 매복작전과 전투는 승리로 끝났다.
주변에는 적의 시체들이 널브러졌고 일부는 치명상을 당해 살려달라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후에는 잠잠해졌다.
병사들이 한가운데 모아놓은 플린트락 머스켓 소총들은 수백정이 넘었다. 김종수가 그중에 하나를 들었다.
“이 총포들은 왜놈들이 사용하던 조총과는 다르군요.”
“군기시 장인들에게 듣기로는 요즘 구라파(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총포라고 하더군.”
“이걸보니 왜놈들의 조총에 비해서는 탄환의 장전이나 격발등이 개량된 모습이긴 하지만 아군의 현무철포나 백두철포에 비한다면 성능이 많이 부족한거 같습니다.”
“물론일세. 따라서 우리가 사용할것은 아닐세. 대신 이번작전이 끝난뒤 이케다 가문의 병사들에게 준다면 그들이 요긴하게 사용할수 있겠지.”
“좋은 생각이십니다.”
돌격대장인 이경무가 말했다.
그는 기병대를 이끌고 반대편 언덕에있던 오구치의 화총대를 전멸시킨뒤 수백정의 플린트락 머스켓을 노획해왔던 것이다.
송진태가 이끄는 3,000명의 남방원정대는 이후에도 주고쿠 지방과 시마네에 주둔하게 될것이다.
첫번째 목적은 철종의 명령에따라 이와미 은광을 관리하고 채굴할 이케다 가문에대한 방어와 안전보장이다.
그것을 위해서도 야마나군 한테서 노휙한 수백정의 플린트락 머스켓은 활용가치가 있었고 이케다 가문의 전투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것은 분명했다.
* * *
“공격해라! 멈추지 마라!”
다카모리가 소리쳤다.
그의 지시에따라 수천명의 야마나군 병사들이 언덕을향해 나아갔다. 그가 가주인 하토시마에게 받은 명령은 하나였다.
‘반드시 조선군을 박살내라! 어떤희생이 있어도 상관없다.’
조금전까지 시코네 성채를 공격하던 야마나군의 목표는 완전히 바뀌었다. 언덕에있는 조선군 화포대를 공략하기위해 투입되었던 화총대가 전멸당하자 하토시마는 격분했다.
얼마후 백운화포대를 지휘하던 문승준은 포격지점을 야마나군 본대로 바꾼것이다.
그러자 하토시마가있던 지휘부까지 양무화포의 포탄과 대신기전들이 날아와서 폭발했고 야마나가문 지휘부는 당황했다.
이대로 있으면 조선군 화포부대에 차례로 섬멸당할 위기였다.
때문에 하토시마는 발악하듯 다카모리에게 언덕으로의 진격명령을 내린것이다.
하지만 다카모리는 기습을 시도했던 화총대까지 실패한 상황에서 성공할수 있을까 의문이였다. 하지만 하토시마의 명령이였고 그가 생각해도 다른방법은 없었다.
“저놈들이 개미떼처럼 몰려드는군.”
“그래봐야 여기까지 오는동안 대부분 지쳐버릴 것입니다.”
“그전에 조선군 화포의 매운맛을 보여주는것도 필요하지.”
문승준 화포대장이 신호를 보내었다.
잠시후 언덕에 배치된 30문의 양무화포들이 발사준비를 시작했다.
“포격 개시!”
펑! 퍼퍼펑! 양무화포들이 불을뿜었고 포탄들이 날아갔다.
쉬이잉! 쾅! 콰쾅! 콰지직! 언덕위에서 날아온 포탄들은 경사면을 오르던 야마나군을 박살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