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1화 (121/169)

운좋게 장창과 조총병 부대들중 일부가 도착했지만 그들을 기다리는건 지옥일 뿐이였다.

“화포장전 완료!”

“발사!”

펑! 퍼퍼펑! 후방에 배치한 5문의 양무화포들이 불을뿜었다.

캘버린포를 개량해 긴사거리를 가졌고, 포각계와 사거리 측정을위한 장비를 도입해 정확한 포격이 장점이였다.

발사된 포탄들이 공중을 날아가며 창병들과 진격해오던 조총병들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쾅! 콰지직! 크악! 육중한 포탄에의해 조총병들의 몸체가 찢겨 나갔다. 한번 시작된 포격은 2탄, 3탄까지 계속되며 시바토번 병사들을 시체로 만들었다.

“아직도 놈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리지 못한 것이냐?”

“번주님! 적의 저항이 너무도 거세고 화포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멍청한 놈들!”

부하들의 대답에 쿠니조가 날뛰었다.

눈앞에 원수인 조선군들이 있는데 당하는건 자신의 병사들이다.

조선군이 사용하는 화포와 신형철포의 위력에 시바토번의 졸개들만이 아니라 사무라이들도 충격을받아 벌벌떨었다.

아무리 갑옷을입고 날뛰어도 현무철포의 탄환 한발에 고깃덩이로 변하고 양무화포의 포탄에 몸체가 날아가 버리니 말이다.

진격이 좌절되는 상태에서도 쿠니조는 밀어부쳤다.

그래도 병력에서는 우세했고 조선군은 충분히 이길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다.

하지만 쿠니조가 부대를 전방으로 집중시킬때 후방에서 송진태가 지휘하는 제 2 선단의 전투부대가 출현했다.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돌진해가는 500명의 기병들-

중갑기병은 아니지만 각자 2정씩의 백두철포를 휴대했다.

그리고 적에대한 기습을 개시하기전 탄환장전을 마쳐놓은 상태였다.

“왜놈들의 후방이 완전히 비었다!”

“돌진해라.”

“뒤쪽에서 적이 나타났다.”

“조선군의 기병대다.”

시바토번 병사들이 경악했다.

자신들이 보유했던 기병대는 조선군 철포앞에서 고깃덩이로 변해버린 상태였다.

“조총부대! 대열을 정비해라.”

“장창부대는 서둘러 움직여라.”

후방에서 돌격해오는 조선 기병대를 막기위해 시바토번 병사들이 허겁지겁 움직였다. 하지만 고속으로 돌진해온 송진태의 기병부대는 장전해놓은 백두철포로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타탕! 크악! 백두철포에서 발사되는 탄환에 적병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대열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그 사이로 사격을마친 기병대원들이 창을찌르며 나아갔다.

푸욱! 크아앗! 창에찔린 적의 병사가 뒤로 넘어갔다.

일부는 기병대의 군마에 짓밟히며 내장이 터졌다.

그리고 조총을들어 막을려던 적들은 맹렬하게 휘두르는 기병도에 머리가 잘려버렸다.

정한론(征韓論) 세력들

“으아아! 저놈들은 마귀다.”

공포에빠진 시바토번 병사들이 소리쳤다.

후방에서 기습한 기병대의 돌파에 적의대열은 완전히 무너져 버린것이다.

일부의 창병들과 조총부대가 방어를 시도했지만 그것도 성공하지 못했다. 조선군 기병들은 개개인이 백두철포를 휴대했고 근접전에서 강력한 화력을 발휘한 것이다.

탕! 타탕! 크악! 전방에서 장창을 들고있던 두명을 연속으로 사격한 윤지창이 백두철포를 안장에넣고 기병도를 빼들었다.

이럇! 군마에 박차를 가하며 쇄도했고 아래쪽의 왜군들을 사정없이 베어버린 것이다.

그의 기병도가 공기를 가를때마다 적들의 선혈이 튀어올랐다.

조선기병들이 백두철포로 사격을 퍼부은뒤, 기병도와 장창을 이용해 적 보병들을 해치우는 실력은 탁월했다.

“대열을 유지해라!”

사무라이 갑옷의 무장들이 소리쳤다.

그들을향해 적 보병들을 돌파한 기병대들이 쇄도했다.

“왜놈들이 자랑하는 사무라이의 실력을 구경해볼까?”

“저 개같은 놈들이?”

말에탄 사무라이들이 카타나를 뽑으며 돌진했다.

챙! 캉! 서로간에 불꽃이 몇차례 튀었다.

단 몇합을 겨뤄본 윤지창은 냉소했다.

“사무라이는 것들. 역시 소문과 다르게 별로군. 마상전투라면 너희들보다 팔기군 놈들이 더 위협적이지.”

윤지창의 평가는 정확했다.

사무라이들 대다수가 말위에서 검투를 벌이는 마상전투에는 그닥 실력이 없었던 것이다.

동시에 마상전투에서는 단순히 칼만 휘두른다고 되는게 아니다. 타고있는 말과 호홉을맞춰 헛점을 파고드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이 부분에서 사무라이들은 허약했고 윤지창은 말에 박차를 가하며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었다.

“허억! 어느새?”

마치에다가 경악했다.

마치에다가 뒤쪽으로 돌아 기습해오는 조선 기병대에 당황하며 방어를 시도했다. 그러나 윤지창의 기병도가 매섭게 움직이며 마치에다를 베어버린 것이다.

크악! 지휘하던 사무라이가 조선기병과의 싸움에서 피를뿌리며 떨어지는 모습에 시바토번 보병들은 경악했다.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일부는 들고있던 나기나타(雉刀)까지 던져버리며 도망칠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도주하던 그들의 정면으로 포위망을 만든 또다른 조선군 부대가 등장했다.

“어딜 도망갈려고?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다.”

“멍청한 녀석들!”

현무철포를 휴대하며 나타난 병사들.

이들은 송진태가 지휘하는 제 2 선단의 총병부대들이다. 선두에서 돌진한 기병부대가 적의 대열을 무너뜨리고 혼란을 만드는 사이, 후방에서 포위망을 만들면서 진격해온 것이다.

“전부대 조준개시.”

처처척! 장전을마친 현무철포들이 전방을 겨누었다.

자신들을 노리는 현무철포에 시바토번 병사들이 경악하며 외쳤다.

“제발 살려줘!”

“도망쳐라.”

일부는 양손을 비비며 애걸하고 일부는 도주할려고 시도했다. 개중에는 이판사판으로 달려드는 놈들까지 제각각이다.

그 사이에 현무철포를 조준하며 나아가던 총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타탕! 찰나간 불을뿜는 수백개의 총구들.

발사된 탄환들이 공기를 가르며 시바토번 병사들을 차례로 넘어뜨렸다.

퍽! 퍼퍼퍽! 크악!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터지며 포위망에 갇혀버린 적들의 시체가 쌓여간 것이다.

“드디어 아군이 후방에서 나타났습니다.”

“역시 송진태 단장님은 정확하군.”

김종수 제 2 선단장이 주먹을 쥐었다.

적들은 완전히 갇혀버린 것이다.

“지금부터 남은 적들을 전멸시킨다. 진격해라!”

김종수가 명령을 내렸다.

지금까지 제 2 선단의 병사들은 방어선을 만들며 적의 시선을 유도하였다. 그때를노려 송진태가 지휘하는 제 1 선단의 기병부대가 적들의 후방을 무너뜨렸고, 뒤에나타난 총병부대가 완벽하게 포위망을 만든것이다.

쿠니조가 자랑하던 시바토번 정예병들 4,000명은 그물에걸린 물고기들처럼 퍼덕거렸다. 탈출을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그때마다 기병부대의 칼에 목이 잘리거나 백두철포에 고깃덩이로 변했다.

운좋게 조선기병의 칼날을 피해도 외부에는 견고하게 만들어진 현무철포의 화망이 있었다.

얼마후 적들은 계속해 몰렸다.

이제는 번주인 쿠니조를 포함해 수십명의 측근들만이 남은채 버티던 중이였다.

“저 자가 시바토 번주인 쿠니조인가?”

“그렇습니다.”

“저꼴은 덫에걸린 사냥감과 비슷한 모습이군.”

“항복을 권유해 볼까요?”

“글쎄. 저걸보니 마지막까지 덤벼들 기세로군. 물론 그래봐야 똑같은 것이지만.”

송진태가 대답했다.

그의말대로 중앙에 적색의 사무라이 갑옷을걸친 쿠니조가 부들거렸다. 4,000명의 병력들은 대부분 전멸당했다. 그리고 몇십명에 이르는 측근들을 데리고 패잔병 신세로 몰려있었다.

“조선놈들이 감히 대일본 제국의 땅에 들어와서, 그리고 나의 군대를 이렇게 만들다니!”

“하오나 번주! 이미 상황은 끝났습니다. 더이상 저항을 하는건... 크억!”

항복을 제안했던 사다케의 복부에 카타나가 박혔다.

쿠니조는 최측근 까지도 죽이면서 마지막 발악을 시작한 것이다.

“저곳의 조선군 대장놈은 반드시 해치운다! 전원 돌격!”

“시바토번 만세!”

“야마토 다마시(大和婚)를위해.”

쿠니조를 선두로 칼을빼든 패잔병들이 달려들었다.

이것을보며 송진태가 백두철포를 한손으로 들었다.

휘리릭! 가볍게 손안에서 회전시켰고 포위망을 만든 병사들에게 신호했다.

탕! 타타탕! 맹렬한 사격이 진행되며 선두에서 돌진하던 쿠니조의 어깨에 총상을 당했다.

크억! 한차례 비명을 내지르며 움찔했지만 운좋게 송진태의 정면까지 달려드는데 성공했다.

“죽어라! 조선 놈!”

쿠니조가 발악하며 카타나를 휘둘렀지만 어깨의 부상으로 힘도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뛰어난 무장 송진태는 그것을 가볍게 피하면서 쿠니조의 정면으로 이동하며 장전을 완료한 백두철포를 조준했다.

“쿠니조! 여기까지 온것은 칭찬해주마.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다!”

탕! 타탕! 백두철포의 쌍열총신에서 두발이 연속으로 발사되었다.

퍽! 퍼퍽! 연타로 맞은 쿠니조가 튕겨졌고 입에서 피거품을 토해냈다. 이윽고 몇번정도 사지를 부들거리더니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 사이에 쿠니조와함께 발악을 시도했던 부하들은 조선군의 총격에 피떡이되며 바닥을 뒹굴었다.

“그런데 김종수 선단장! 조금전 쿠니조란 녀석이 일본 제국이니 어쩌고하며 떠들지 않았나?”

“그렇습니다. 요즘 일본에는 조선을 우습게보고, 그리고 과거 임진왜란에서 실패한 조선정벌을 성공시켜 자신들의 식민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헛소리를하는 놈들이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정한론인지 뭔지를 주장하는 쓰레기들인가? 전하께서 말하기를 일본에는 조선을 적대시하며 세력을 키우는 놈들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것이 사실이였군.”

송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진행한 남방원정대는 첫번째로 이케다 가문을 지원하고, 이와미 은광의 이권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나아가 일본에서 조선을 적대하고 노리는 세력들을 견제한다는 의미도 있었던 것이다.

“이걸보니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할 임무가 막중하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김종수가 대답했다.

잠시후 병사들이 소리치며 포로가된 시바토번 졸개들을 끌고왔다. 쿠니조의 등신같은 무지성 돌격으로 대부분이 고깃덩이로 변했다. 그럼에도 운좋게 살아남은 포로들과 사무라이들이 일부 존재했던 것이다.

그들은 바닥에 널브러진 시바토번주 쿠니조의 모습을보자 절망에 가득한 표정으로 주저앉았다. 모든것을 포기한 상태였고 주변을 둘러싼 조선군들에게 겁을먹었다.

“조, 조선의 오니(鬼:귀신)들이다.”

“선단장님! 이놈들 완전히 맛이간 상태인데요.”

“그렇군. 일단은 주먹밥이라도 먹인뒤에 심문을 시작해.”

“알겠습니다.”

지시받은 병사들이 포로들을 끌고갔다.

얼마후 주고쿠 해안에서 대승을거둔 원정대장인 송진태는 병사들에게 휴식을 명한뒤에 다음작전을 준비했다.

* * *

“막아라! 성채를 반드시 사수해라.”

이케다 가문의 무장들이 소리쳤다.

잠시후 활을든 궁병들이 성채위로 달려갔다.

그러나 일본에서 사용하는 활들은 조선의 각궁에비해 성능이 떨어졌다. 화살을 멀리쏘는 탄성을 내기위해 활대가 더 길어졌고 대부분 활들은 궁병들의 키보다 더 큰 상태였다.

“조총의 화약과 탄환은 최대한으로 아껴라!”

“궁병들은 사격해라.”

핑! 피피핑! 시코네 성채에서 발사된 화살들이 날아갔다.

돌진해오던 야마나가문 조총병들 몇명이 화살을맞고 튕겨진다. 하지만 조총병들 옆으로 방패를든 나기나타(雉刀) 창병들이 호위하며 상황이 불리하게 되었다.

쏘아진 화살들중 상당수가 방패에 막히며 조총병들이 더 가까이 온것이다. 가죽과 나무로된 방패라서 탄환을 막을 수준은 안되지만 화살은 방어하며 조총병들을 보호했던 것이다.

“조총부대 사격!”

탕! 타타탕! 야마나가문의 조총병들이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퍼퍽! 크아앗! 이케다가문의 궁병들이 차례로 쓰러졌고, 그것을 이용해 적부대는 앞까지 전진했다.

“오늘로서 시코네 성채도 끝장이군.”

“그렇습니다. 이케다 놈들도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습니다.”

다카모리가 대답했다.

전세를보던 야마나가문의 하토시마는 만족했다.

시코네 성채의 방어가 충분히 약해졌다고 판단했기에, 하토시마는 전병력을 투입해 밀어부치고 있었다.

잠시 지켜보던 하토시마가 질문했다.

“그런데 다카모리. 시바토 번주인 쿠니조에게서는 아직도 소식이없나?”

“얼마전 전령을통해 해안에 출현한 20척의 선박들을 확인했고, 전투준비를 시작한다는 연락은 받았습니다. 다만 그 후로는 아직...”

“쿠니조 녀석! 기껏해야 1,000명 남짓한 적들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군. 역시 시바토번 놈들의 전투력은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야.”

“어차피 놈들은 머릿수를 채우기위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케다 가문을 몰살시킨 뒤에는 상황을봐서 쿠니조와 시바토번도 해치우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이번에 놈들의 전력이 약하다는게 증명되었으니.”

“과연 다카모리! 자네의 계책은 탁월하군.”

하토시마가 입가를 씰룩거렸다.

이와미 은광의 이권을 쿠니조와 나눌 생각도 없었다.

따라서 시바토번이 해상에 나타난 에도막부군을 상대하느라 힘이 빠진다면 그것도 충분한 기회니까 말이다.

그러나 하토시마도 쿠니조의 시바토번이 시간을 끌지언정, 일방적으로 박살날 것이란 생각은 못하였다. 그럴것이 쿠니조가 동원한 4000명은 적들보다 몇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더 밀어부쳐라! 오늘로서 이케다 가문을 끝장낸다.”

하토시마가 돌격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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