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0화 (120/169)

“설마? 적선에서 포격을 개시했다.”

“저 거리에서는 화포를 발사해도 여기까지 올수가... 으악!”

“피해라!”

방심하던 시바토번 병사들이 경악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날아오던 포탄들이 적들을 덮쳤던 것이다.

크악! 케엑! 묵직한 쇠구슬이 적병들의 사이로 낙하하며 고속으로 굴러갔고, 피하지못한 시바토번 병사들의 하체가 박살나며 선혈이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신병기 양무화포의 위력

“각자의 위치를 사수해라!”

“물러서지 마라!”

사무라이 갑옷을걸친 시바토번 무장들이 소리쳤다.

그러나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양무화포의 위력에 병사들은 겁을먹은 상태였다.

첫번째 포격에서 수십명이 죽었다.

육편으로 변해버린 동료의 시체를보며 시바토번의 병사들은 온몸을 전율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두번째 포격, 세번째 포격이 진행되면서 김종수가 지휘하는 선박들은 해안을향해 접근했다.

방행수가 백사장의 상황을보며 외쳤다.

“적들이 상륙지점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얼마가지 못할 겁니다. 포탄을 산탄인 조란탄(鳥卵彈)으로 바꿔라!”

김종수가 지시를 내렸다.

양무화포를 사용하는 전술중에 하나였다.

원거리에서는 충격력을 발휘하는 묵직한 쇠구슬의 탄을 사용했다. 한편 적들의 근처까지 접근하면서는 수십개의 산탄들을 퍼붓는 조란탄으로 바꾼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조란탄은 작은 석탄(石彈)-을 사용했다. 그러나 양무화포에 사용되는 조란탄은 살상력이 뛰어난 쇠구슬을 수십개씩 한꺼번에 쏘아보내는 것이다.

“포격개시!”

쾅! 콰콰쾅! 근접해 직사로 발사하는 조란탄들이 해안에서 방어하던 시바토번 병사들을 휩쓸었다.

퍽! 퍼퍼퍽! 크억! 비명소리가 연속으로 터지며 장창을들고 대응하던 적병들이 튕겨져 나갔다.

“상륙을위한 돌격대를 투입해라!”

끼릭! 끼릭! 거중기에 장착된 밧줄이 감아지며 선두로 나아가던 선박들에서 상륙용 주정들이 하나둘씩 내려졌다.

이것은 나룻배처럼 소형이고 한척당 10명정의 인원들이 탑승할수있었다.

상륙용 주정들이 수면위에 안착하자 그물로짠 밧줄을타고 제 2 선단의 전투병들이 차례로 내려갔다. 그들의 등뒤에는 현무철포가 걸쳐져 있었고 상륙주정에 오르자 조준을 시작했다.

“저놈들이 이상한 수법을 사용한다.”

“믿을수없다! 에도의 막부군에 저런 능력이 있다고?”

상륙을 막기위해 해안에 모여들었던 시바토번 병사들은 경악했다. 그들이 알고있는 일본의 배들은 대부분 소형이다.

지금 제 2 선단의 선박들에 장착된 거중기같은 장비도 없었다.

때문에 거중기를 이용해 나룻배를 내리고 그것을타고 해안으로 진격해오는건 태어나서 처음본 것이다.

“뭣들 하는거냐? 적들이 상륙을 시도한다!”

“육지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라.”

“와아아아!”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밟으며 시바토번 병사들이 달려왔다. 상당수는 나기나타(雉刀)-를 움켜쥔 장창병들이고 배에서 내리는 상대를향해 돌진할 준비를 하였다.

잠시후 노를저으며 다가오던 나룻배들이 백사장에 멈추었다.

그리고 현무철포에 장전을마친 돌격대의 대원들이 사격을 시작했다.

“전방을향해 일제사격 개시!”

탕! 타타탕! 현무철포에서 불꽃이 터졌다.

백사장을향해 다가오던 10척의 나룻배들.

그곳에 탑승한 원정대의 병사들이 한꺼번에 사격을 퍼부은 것이다.

퍽! 퍼퍼퍽! 크악! 커억! 수십발의 탄환이 날아가며 창을들고 달려들던 적들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상륙을 막기위해 모여들었던 시바토번 병사들을 경악하게 만든건 따로 있었다.

“저건 에도막부의 병사들이 아니다!”

“그것이 정말이야?”

“저 복장과 갑옷은... 조, 조선군이다.”

나룻배에서 내리는 원정대를 확인한 적들이 경악했다.

처음부터 에도의 막부군의 보유한 선박이라고 할수없는 중대형의 선박들.

거기다 기묘한 장비들까지 달려있고 상륙을위해 나룻배를타고 돌진해오는 모습까지... 이제는 자신들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를 알게된 것이다.

“저놈들 꽤 놀랐군! 진격해서 상륙거점을 확보해라!”

탕! 타타탕! 일제사격으로 기세를 꺽어버린 대원들이 현무철포의 앞쪽에 총검을 장착했다. 그리고 전열보병식 대열을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사격이 개시될때마다 수십구의 시체들이 늘어났다.

얼마후 상륙을 막기위해 돌진해왔던 시바토번 병사들은 겁을먹고 후퇴했다.

* * *

“어떻게 된거냐? 왜 저놈들을 막아내지 못하는 거냐?”

시바토 번주, 쿠니조가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그는 해안에 출현한 20척의 선박들을보며 승리를 확신했다. 자신이 데리고온 4,000명의 병력이면 상륙을 시도하던 적들을 쓸어버리고 남을테니까 말이다.

‘여기 전투를 승리하면 이와미 은광의 이권은 5:5 가되는 것이다. 하시모토 그놈과 동등해진다. 그리고 이후에는 시바토번이 주고쿠 지방의 패자가 될수도 있지.’

쿠니조도 속셈이 있었다.

그리고 나름 주판알을 튕겨보고 야마나 가문에 협력한 것이다. 이와미 은광에서 산출되는 막대한 은괴를 이용하면 시바토번도 세력을 모으며 힘을 키울수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하시모토에게 막부군 선박들이 출현했다는 말을듣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리고 은광의 이권을 5:5 로하는 조건도 성공시켰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것이다.

본래라면 상륙하던 적들을 한방에 끝내 버려야 하는데, 오히려 적들이 해안에 상륙하며 이제는 시바토번 부대가 밀려나고 있었다. 얼마후 선혈이 군데군데 뭍어있는 무장이 달려왔다.

“네놈은 어찌하여 부하들을 이끌지않고 여기로 왔느냐?”

“번주님. 지금 휘하에있는 병사들 상당수가 전멸을 당했습니다.”

“뭐라고?”

“네녀석이 그러고도 사무라이냐?”

“해안에 상륙중인 적들은 에도에서 파견한 막부군이 아닙니다.”

“무슨 헛소리냐? 그렇다면 이케다 가문의 놈들이란 것이냐?”

“저... 그것이... 놈들이입은 갑옷이나 무장, 그리고 여러가지 부분을 봤을때 상륙한 적들은 조선군이 분명합니다.”

“.....”

쿠니조의 표정이 굳어졌다.

믿을수없는 상황이다. 일본내에서 지방의 세력들끼리 전투를 벌이는 중인데 어떻게 타국에있는 조선군이 온다는 것인가?

“네놈의 말이 사실이냐? 거짓이라면 당장에 목을 베겠다.”

“정말입니다. 번주님! 처음에는 믿을수없어 몇번이나 확인을 했지만 에도의 막부군은 아니였습니다.”

부하가 목숨까지 내걸고 대답하자 쿠니조는 믿을수밖에 없었다. 그때 쿠니조의 옆에있던 사다케가 말했다.

“번주님. 아무래도 이케다의 토시노가 조선과 내통한것이 분명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갑자기 조선군이 여기에 나타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조선놈들이 뭣때문에 이케다 가문과 토시노를 지원한다는 것인가? 그놈들에게 무슨 득이 있다고....”

소리치던 쿠니조가 주츰했다.

그리고 사다케가 천천히 대답했다.

“번주님의 짐작대로 조선놈들도 이와미 은광의 이권을 노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개같은 조센징 놈들이 감히...!”

쿠니조가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한편 쿠니조가 속한 시바토번은 과거에 조선에서 벌어진 임진왜란에 참가한적이 있었다.

다만 군대 규모가 큰것도 아니였기에 단독으로 지휘관도 못되었고 임진왜란에서 존재감이 있었던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임진왜란에 참가했던 선대의 번주 모리시타는 용맹을떨친 의병들에 대패했고 목까지 잘렸던 것이다.

이번에는 조선군이 해안에 상륙했고 그 이유가 자신이 탐내던 이와이 은광에대한 것이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쿠니조의 얼굴이 복수심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막부보다 저 놈들이 증오스럽다! 잘되었다. 이번기회에 선대의 복수를 해주마. 모조리 쓸어주겠다.”

쿠니조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금까지는 부하무장들에게 전투를 맡겨두고 있었다.

부하들이 공을세울 기회를 주기위함이고 20척의 선박에 타고있는 적들의 숫자도 얼마안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쿠니조의 예측대로 김종수가 지휘하는 제 2 선단의 병력들은 대략 1,000명 수준이다.

그에반해 쿠니조가 보유한 부대는 4,000명.

하지만 1,000명에 이르는 조선군이 보유한 무기와 전투력은 막강했던 것이다.

이윽고 선두의 돌격대가 상륙거점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더많은 숫자의 원정대 병사들이 나룻배를타고 해안에 상륙했다.

상륙주정의 역활인 나룻배들이 노를저으며 제 2 선단의 선박들과 해안선을 왕복하며 병력을 수송했던 것이다.

얼마후 상륙을마친 병사들은 800명에 이르렀다.

그중에는 선단에서 지휘하던 김종수도 있었다.

“돌격대장이 임무를 제대로 해주었군.”

“지금 방어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방어하던 적들이 큰 피해를 당한뒤에 후퇴했지만, 조금후에는 남은 부대를 모아서 한차례 공세를 취할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경무 돌격대장의 보고를 받으며 김종수가 전방을 보았다.

백사장의 곳곳에는 팔다리가 잘려진 시체들이 나뒹굴었다.

양무화포의 포탄을 직격으로 당한 적들의 흔적이다.

이윽고 김종수의 지휘에따라 원정대원들이 진격을 시작했다.

백사장을 벗어나자 암석들이 솟아난 장소가 보였다.

일단은 여기가 1차 방어선을 펼치기에 적당했다.

“현무철포로 무장한 병사들을 바위쪽에 배치시키고, 양륙해온 5문의 화포들은 저곳에 위치시키게.”

“좋은 생각이십니다.”

이경무 돌격대장이 찬성했다.

그들이 맡은 임무는 이곳에서 방어선을치며 적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사이에 제 1 선단에서 상륙한 다른부대가 적의 헛점을 파고들 것이다. 준비를마친 제 2 선단의 병사들이 위치를 잡았을때 정면으로 수백명에 이르는 적들이 괴성을 내지르며 돌진해왔다.

“현무철포 사격준비!”

처처척! 바위나 나무뒤 그리고 지형을 이용해 몸을 엄폐시킨 조선군들이 총구를 전방으로 향했다. 그사이에 후방에 배치를마친 5문의 양무화포에는 화포병들이 움직이며 포탄을 장전했다.

“번주인 쿠니조가 제법 잔머리를 쓰는군요. 해안에있던 창병들이 갈려나가자 이번에는 아껴두었던 기병대를 이용해 한꺼번에 밀어 붙이려고 하는거 같습니다.”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시바토번 기병대가 돌진을 개시했다.

그 사이로 창병들과 조총을든 총병들이 따라왔다.

기병돌진으로 전열을 무너뜨리면 그뒤에는 조선군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상륙한 조선군 원정대가 구형 화승총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통할수있는 전법이다.

탄환의 장전부터 발사까지 모든것이 느리고 구식인 화승총은 강력한 기병돌진에 무너지는 경우도 많았으니 말이다.

일본에서도 전투시에 화승총과 유사한 조총부대를 돌파하고 무너뜨릴때 기병대를 사용했다. 따라서 쿠니조의 전술은 같은 일본군을 상대로는 통할만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달랐다.

“이럇! 조센징 놈들의 목을 베어라.”

“사무라이 정신이 우리와함께 한다.”

“야마토 다마시(大和魂)만세!”

괴성을 지르며 돌진해오는 사무라이 기병들-

일부는 카타나를 빼들거나 장창을 앞으로 쥐기도 했다.

이것을보며 조선병사들은 냉소를 지었다.

“어서와라 왜놈들아. 그 잘난 면상에 철탄을 먹여줄 테니까.”

현무철포의 위력을 알고있는 병사들이다.

그래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시바토번의 기병들에 당당히 맞서고 있었다. 얼마후 적의 기병대가 현무철포의 사거리 내부로 들어오자 김종수가 소리쳤다.

“전원 사격개시!”

탕! 타타탕! 찰나간 뿜어지는 수백발의 탄환들.

퍼퍼퍽! 크악! 돌진하던 시바토번 기병들이 말위에서 튕겨져 나갔다. 일부는 말이 고꾸러지며 땅에 쳐박했고 바닥을 굴러갔다.

“야마토 타마시다. 물러서지 마... 크억!”

부하를향해 소리치던 사무라이의 얼굴이 박살나며 말위에서 떨어졌다. 십여명의 기병들이 방어선 코앞까지 돌진했지만, 두번째, 세번째 장전을마친 조선 병사들의 사격에의해 전멸을 당하였다.

“창병들은 조총부대를 엄호하며 진격해라.”

기병돌격이 실패하자 남은 창병과 조총부대를 이용해 돌파를 시도했다. 시바토번 조총병들이 불이붙은 화승줄을 꺼내었고, 화약을 총구에 쑤셔넣으며 허겁지겁 장전을 시도했다.

“쏴라! 조선놈들의 방어선을 무너뜨려라!”

탕! 타타탕! 핑! 피핑! 적 조총부대의 사격이 잠시동안 빗발쳤다.

하지만 이것이 현무철포 부대에 큰 피해를 주지는 못했다.

김종수는 부대원들을 바위나 나무뒤에 은폐시킨 상태에서 적을향해 사격을 가하는 방식을 쓴것이다.

진격보다는 방어전이다.

그때문에 방어에 유리한 사격전술을 채택한 것이다.

그에반해 장창병의 엄호를 받고있지만 시바토번 조총부대는 완전히 노출된 상태였다. 거기다 조총은 현무철포에비해 사거리도 짧았고 발사나 장전속도 모든것이 열악했다.

“조준사격도 못하는 놈들이 무턱대고 쏴대는군.”

현무철포를 장비한 병사들이 몸을 숙이면서 신속하게 약포를 꺼내었다. 탄환과 화약이 일체화된 것이고 단번에 재장전을 마쳤다. 그뒤에 허리에찬 주머니에서 뇌홍을꺼내 끼우면 바로 재장전이 완료다.

왜군의 조총에비해 몇배나 빠른 재장전 속도와 더 긴 사거리-

이것을 충분히 활용하며 조선병사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타탕! 정확한 사격이 개시되며 사바토번 조총병들이 하나둘씩 쓰러졌다.

“이럴수가? 저놈들이 사용하는 총포의 사거리가 더 길다!”

“잘못하면 다 죽는다.”

겁에질린 조총병들이 후퇴할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주위에있던 창병과 지휘하던 무관이 카타나를 빼들었다.

“도망칠려는 놈들은 여기서 목을 베겠다.”

협박에 굴복한 조총병들이 어쩔수없이 전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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