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9화 (119/169)

“신호탄이 2개로 갈라진걸보니 협상은 성공이다.”

외부에 대기중이던 다른 유키카제구미의 대원들이 신호탄을 확인했다. 그것은 이제부터 조선의 강력한 전투부대가 이케다 가문을 구하기위해 움직인다는 뜻이였다.

주고쿠 상륙작전 (02)

동쪽에서 떠오른 일출을 맞이하는 부산포 앞바다-

평소에도 선착장은 입항과 출항을하는 선박들로 분주한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했다.

그럴것이 여느때에는 볼수없던 무장한 병사들, 그리고 말을탄 기병들까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후방에서는 육중한 무게를지닌 화포들도 마차에의해 운반되고 있었다.

“출항하기에 적당한 날씨군요.”

선착장에 나와있던 남해상회의 방행수가 말했다. 그의 표정은 신중했지만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기대하며 미소를 지었다.

“대장님! 그동안 부산포에서 대기한다고 따분했는데 드디어 일본을향해 출발하는군요.”

“물론이다. 그러니 각 부대들의 준비상태를 한번더 점검해라.”

“알겠습니다.”

송진태의 지시를받은 무관들이 대답했다.

그를포함해 남방원정대의 병력들, 3000명이 부산포에 도착한 것은 일주일 전이였다.

원정대장을 맡은 송진태는 직접 한양으로가서 임금을 만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무엇이고, 어떤 작전을 펼쳐야 하는지를 듣고는 놀랐다.

그러나 송진태는 과거 홍상준이 지휘했던 간도와 만주에서의 특수작전에도 참가했고, 상당한 경험을 쌓았던 것이다. 때문에 철종이 보기에도 일본에대한 특수작전을 맡기기에는 충분했다.

동시에 송진태가 지휘하는 3,000명의 부대원들은 철종이 이후에 발생할 다양한 특수작전들을위해 미리부터 준비시켜놓은 부대들중에 하나였다.

이런 부대들 중에는 김좌근의 반역사건에서 활약한 간도정찰대를 포함해 몇몇 부대들이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이케다 가문과의 협상이 결정되면, 남방원정대를 즉시 출정시킬수 있도록 준비하게.’

지시를받은 송진태는 평안도 군영에있던 부대원들을 먼저 선박들을 이용해 부산포까지 옮겼다.

이것은 부산포에서 일본의 주고쿠 지방에대한 상륙작전과 이동을위한 준비에도 필요한 것이였다.

부산포에 도착한뒤 송진태는 부대원들에게 장비의 점검과 휴식을 주면서 상황을 지켜봤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낮에 이케다 가문이 철종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이고 협상이 완성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부산포까지 부대를 이동시켰는데, 만약에 협상이 결렬되어 출항조차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니까 말이지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케다 가문을 공격하는 적들의 규모가 더 증가되었다는 정보입니다. 야마나 가문과 시바토번, 그리고 일부 세력까지 합치면 최소 12,000명의 수준이라고 하더군요.”

방행수가 걱정하며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활동중인 오가와, 그리고 유키카제구미(雪風組)를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받았고, 이것을 원정대장인 송진태에게 전달했던 것이다.

“방행수의 말대로 적들의 규모가 아군보다 큰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들어온 정보를볼때 적들에게는 몇가지 약점들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송진태가 대답했다.

뛰어난 지휘관답게, 사전에 철종을통해 작전목표를 정확하게 전달받은 송진태는 부산포에서 대기하며 적에대한 연구와 전술을 검토했다. 그결과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첫째로 적의 핵심이자 야마나 가문의 수장인 하토시마는, 이번에 조선군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두번째로 적의 숫자가 아군보다 몇배나 많아도 상당수는 여전히 함락을못한 시코네 성채에대한 공격과 포위를위해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로서는 이케다 가문이 방어중인 시코네 성채에서 버텨만줘도 상황은 아군에게 충분히 유리할것으로 판단됩니다.”

“과연 그렇군요.”

송진태의 대답을듣자 방행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방행수도 남방원정대의 병력이 3,000명이고 적들이 몇배나 더 많은것에 걱정했다. 그러나 조선군이 보유한 무기와 장비, 그리고 전술적인 능력은 적을 능가했던 것이다.

“저것이 군기시에서 개량하고 배치한 양무화포란 것입니까? 확실히 조선군이 과거에 사용하던 화포들과는 다르군요.”

“이번에 가져갈 30문의 양무화포들이 큰 역활을 할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송진태가 말했다.

잠시후 선박에 장착된 거중기들이 양무화포들을 밧줄로 묶어 올리기 시작했다.

끼리릭! 끼릭! 거중기를통해 양무화포들이 하나둘씩 실리는 과정에 방행수는 주먹을 쥐었다.

남방원정대에 참가하는 선박들의 숫자는 대략 50척이다. 단순히 병력만 싣는것이 아니라 양무화포와 같은 중량물도 적재했다. 그외에도 송진태가 훈련시킨 수백명의 기병부대들도 있었다.

조선군의 기병전술과 작전능력은 탁월했다.

그럴것이 백두철포라는 강력한 총포를 바탕으로 월등한 화력과 기동성, 거기다 돌파력까지 갖춘것이다.

그외에도 현무철포를 장비한 2,000명의 보병대원들도 개개인이 뛰어난 명사수면서 전투에도 능숙했다.

총 50척의 선박들중에서 20척은 조선이 자체적으로 만든 거중기들이 장착되어 서양 선박에있는 크레인과 같은 역활을 하였다. 이때문에 다양한 물자와 장비들을 빠르게 선적하고 하역하는 능력까지 보유했던 것이다.

철종은 앞으로 조선군의 해외원정 작전과 활동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남방원정대에 참가한 수송선단들을 더욱 확대할 계획을 갖고있었다. 이번에 송진태가 지휘하는 남방원정대는 그것을위한 시발점이 되는 것이다.

* * *

“저건, 뭐야?”

주먹밥을 먹고있던 오타니가 소리쳤다.

옆에있던 동료 카니자와가 고개를 돌렸다.

순간 카니자와의 두눈이 커지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수평선 너머에서 하나둘씩 보이는 선박들.

얼마후 숫자는 20척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이케다 가문을 공격중인 야마나가문 소속의 병사들로, 시마네를 점령한뒤 주고쿠 지방의 해안선에 배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력들은 시코네 성채에대한 공성전에 투입된 상태였다.

때문에 소타케 해안을 포함해 주변에는 일부의 경계병들만 배치되어 해상으로 들어오는 적들을 감시하는 역활이였다.

“저건 막부에서 보낸 적들이 분명하다!”

“서둘러 상부에 보고를 해야한다.”

두명이 상관인 우지시마를향해 달려갔다.

얼마후 그들이있는 장소로 갑옷을걸친 무관이 다가왔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개같은 막부놈들이 포기할줄 모르는군.”

“그러게요. 육상에서 우리 야마나 가문에 개박살이 나면서 도망친 주제에 말입니다.”

“어차피 그래봐야 소용없다. 저놈들이 주고쿠에 상륙하면 그날로 제삿날이 될것이니까.”

우지시마가 조소를띠며 주먹을 쥐었다.

이번에 해상에 나타난 적선들을 발견했으니 자신에게도 상당한 포상이 주어질 것이다.

* * *

“그것이 사실인가?”

“조금전 전령이 보내온 내용입니다.”

다카모리가 야마나의 수장인 하토시마에게 대답했다.

오늘도 시코네 성채에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그럼에도 하토시마의 표정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럴것이 하토시마의 계획은 시코네 성채를 포위한채 이케다 가문을 말려죽이는 것이다.

때문에 성채를 포위한 병력의 숫자는 많아도, 직접 공성전에 투입하는 병력들은 일부에 불과했다.

성채의 함락을 성공하지 못했지만, 병력의 숫자에서는 야마나 가문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때문에 이케다 가문이 버티고는 있지만 피해가 누적되면서 방어에도 빈틈이 생기는 중이였다.

이처럼 모든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고 좋아했는데 지금 들어온 보고내용은 그의 미간을 꿈틀거리게 하였다.

해상에서 20척의 적선들이 출현했다는 것-

보고 내용에는 그것이 막부군의 함선일 가능성이 높다고했고, 하토시마도 동의했다.

“만약에 놈들이 상륙해오면 우리쪽에도 골치가 아프겠군.”

“그렇습니다. 저기있는 시코네 성채가 버티는것도 얼마남지 않았는데 막부군이 주고쿠에 상륙해 후방을 위협한다면 그것으로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20척의 수준이라 상륙할 병력들이 많은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놔두면 더많은 부대가 집결할수도 있습니다.”

다카모리가 대답했고 잠시후, 야마나 가문과 연합한 시바토번의 번주 쿠니조가 들어왔다.

“하토시마 가주! 이럴게 아니라 우리들이 포로로잡은 이케다 가문 놈들을 이용해 지금이라도 이와미 은광 채굴을 시작하는게 어떻습니까?”

“안그래도 그것에대해 생각하던 중이였소.”

“이전의 약속대로 채굴된 은괴들의 배분은 6:4 로 한다는건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물론이요. 이번에 시바토번의 공로가 큰데 어찌 그것을 어길수 있겠소.”

하토시마가 대답했고 쿠니조가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야마나가문이 시바토번을 끌어들일수 있었던건 이와미 은광에대한 이권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두명은 이케다가문의 은광 기술자들을 노예처럼 부려서 마지막까지 빼먹을 생각이였다.

“그런데 시바토 번주. 한가지 문제가 생겼소.”

“무엇입니까?”

하토시마는 쿠니조에게 보고내용을 말해주었다.

순간 쿠니조가 분노하며 들고있던 술잔을 바닥에 던졌다.

“하토시마 가주. 처음에 당신은 막부파견군이 육로로만 올것이라고 하지않았소? 그런데 바다를통해 주고쿠와 시마네로 오다니! 이대로면 우리들은 차후에 양쪽에서 협공받는 상황이 되는거 아니요?”

“진정하시요. 막부에서 보낸 15,000명의 파견군은 우리에게 대패해 더이상은 공격해올 엄두조차 못낼것이요. 따라서 지금 주고쿠 지방의 해안선에 나타난 선박들은 기껏해야 조공을위해 파견된 부대가 분명합니다. 그 때문에 보고된 숫자도 20척이 전부인 것이요.”

“그렇다면 해안선에 나타난 놈들은 시바토번에서 처리하겠소. 대신에...”

쿠니조가 말끝을 흐렸다.

거기에 하토시마는 잠시 꿈틀했다. 동맹세력이긴 하지만 저마다 이득과 주판알을 튕기면서 모인것이다.

“시바토 번주가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와미 은광에대한 이권을 5:5 로 하자는 것이요.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소? 하토시마 당신과 야마나 가문쪽에서 이번 전투에서 큰 역활을 한것은 알고있소. 그러나 시바토번의 가솔들과 병사들도 막부에대해 반기를 든것에 걱정하는 이들도 많소.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이와미 은광의 이권을 5:5로 하는것이 가신들을 설득하기에도 좋으니까 말이요.”

“시바토 번주. 그것은 너무 과한 요구이지 않소?”

다카모리가 발끈하며 나섰다.

그러자 하토시마가 손을들어 말렸다.

“다카모리! 시바토 번주께서 우리를위해 직접 군을이끌고 나서 주겠다는데, 자네는 그것을 모욕할 셈인가?”

“아닙니다. 가주님.”

다카모리가 고개를 숙였다.

잠시후 하토시마가 미소를띠며 대답했다.

“나에게도 쉬운결정은 아니지만 당신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소. 지금은 시바토 번주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고, 뭣보다 야마나 가문은 시코네성채와 이케다 놈들을 처리하는게 더 급하니 말이지요.”

“역시 하토시마 가주는 대화가 통하는군요.”

쿠니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을 받아낸 쿠니조가 밖으로 나갔고 부하들을 소집했다

한편 쿠니조의 모습을보던 다카모리는 불만이 생겼다.

“가주님. 아무리 그래도 이와미 은광의 이권을 5:5 로 하는건...”

“걱정말게. 지금은 쿠니조의 장단에 맞춰주는게 중요하지. 그리고 다카모리, 너는 애초부터 이와미 은광은 야마나 가문의 것이란 사실을 모르나?”

“역시 가주님 이십니다.”

다카모리가 조소를띠며 대답했다.

지금은 시바토번과 동맹관계지만 이후의 상황은 모르는 것이니까 말이다.

* * *

“제대로 걸려든거 같군.”

“저기를 보십시요. 이미 상당한 숫자의 적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방행수가 김종수에게 말했다.

김종수는 남방원정대를 지휘하는 송진태의 부하였고, 이번 작전에서 제 2 선단을 담당했다.

한편 원정대장인 송진태는 탁월한 전술을 꺼내었다.

그것은 부산포에서 출발했던 50척의 원정선단들을 2개의 부대로 나눈것이다.

제 1 선단에 소속된 30척은 송진태가 직접 지휘했다.

그리고 제 2 선단의 20척은 김종수가 지휘하며 방행수가 옆에서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에따라 김종수는 제 2 선단의 선박들을 일부러 대낮에, 그것도 해안선의 경계병들이 쉽게 발견하도록 항해를 했던 것이다.

이런 유도작전은 효과를 나타냈다.

야마나 가문과 연합한 시바토번, 그곳 번주인 쿠니조가 4,000명에 이르는 부대를 지휘하며 도착한 것이다.

“번주님! 저놈들이 아직도 상륙하지 않는게 이상하군요.”

“걱정마라. 시바토 번의 대부대를보고 겁을 먹은것이 분명하다.”

쿠니조가 기세좋게 말했다.

해상에 출현한 선박들 숫자는 기껏해야 20척의 수준.

병력에서도 자신이 월등하게 유리했다.

쿠니조는 적들이 상륙하면 삼면에서 포위해 박살낼 계획을 세웠다. 다만 쿠니조가 몰랐던건, 남방원정대의 선박들은 모두 50척이란 사실이다. 원정대장인 송진태가 이끄는 30척의 배들은 야간을 이용했고, 다른 해안에 상륙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이제 적당한 시간이 되었군.”

김종수가 적진을 노려보았다.

보고된 정보에 의하면 해안가에 진을친 적들은 시바토번의 부대가 분명했다.

그것을 증명하듯 야마나 가문이 보유중인 플린트락 머스켓-으로 무장한 화총대는 보이지 않았다.

시바토번에도 조총으로 무장한 부대들이 있지만 숫자가 많은건 아니였다. 대부분은 나기나타(雉刀)같은 일본식 장창을든 병사들이 많았다.

애초부터 시바토번은 야마나 연합세력에서 정예군이 아닌 2선급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만 4,000명이란 숫자는 결코 무시할수 없었다. 때문에 김종수는 능숙하게 작전을 펼쳤다.

“먼저 놈들에게 양무화포의 위력을 보여준다. 그리고 화포공격이 개시되면 선두의 부대는 상륙거점을 확보해라.”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선박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해안선을향해 직선으로 오다가 횡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리고 선박의 측면에 배치된 양무화포를 장전했다.

출병한 남방원정대에는 30문의 양무화포가 투입되었다.

양무화포는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보유중이던 구형의 캘버린포들을 구입해서 군기시에서 개량한 것이다.

여기에는 포각계를 포함해 사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들, 그리고 방아끈을 사용하는 발사방식까지, 다양한 개량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리고 철종이 직접 참관한 시험발사에서 양무화포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실전에서의 테스트도 중요했기에 철종은 원정대장인 송진태에게 30문의 양무화포를 사용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한편 김종수가 지휘하는 제 2 선단에는 10문의 양무화포들만 있었고 나머지 20문의 양무화포들은 송진태가 지휘하는 주력부대에 배치되어 있었다.

“화포 장전완료!”

“발사!”

쾅! 콰콰쾅! 양무화포들이 일제히 발사를 시작했다.

포탄들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다.

양무화포의 사거리는 일본내에서 사용중이던 화포들에비해 더 길었다.

때문에 해안선에 방어진을 만들었던 시바토번의 병사들이나 무장들도, 다가오던 선박들이 저렇게 먼 거리에서 화포를 쏘아댈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무슨 소리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