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타타탕! 야마나 가문이 준비해둔 비장의 무기인 화총대가 투입된 것이다. 화총대가 사용하는 플린트락 머스켓-의 위력은 강력했고 막부파견군에있는 조총부대를 압도했다.
그리고 요시타카의 무능한 지휘로인해 스스로 화망을향해 뛰어든 것이다.
크악! 케엑! 요시타카의 친위부대가 짚단처럼 쓰러졌고 시체가 사방을 굴러다녔다. 함정을 준비한 시바토번과 야마나 가문은 화총대를통해 적의 대열을꺾고 그사이에 기병대를 투입했다.
그 숫자가 많은건 아니였지만 요시타카의 친위 기병대가 화총대에 박살나면서 막부군의 조총병들이 적 기병들에게 쓸려나간 것이다.
조총병들이 사용하는 보총은 그것이 탄환을 발사할때 위력이 있는것이지, 함정에빠져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근접으로 파고든 기병들에게는 꼼짝없이 베어지는 것이다.
얼마후 요시타카의 근처까지 적들이 파고들었다.
요시타카가 혼신의 힘으로 방어했지만 결국에는 부상을 당하며 말에서 떨어졌다.
마지막이라고 생각된 순간 시바토번의 함정을 돌파하고 달려온 수하들이 요시타카를 구해내서 후퇴한 것이다.
운좋게 목숨은 구했지만 요시타카의 부상은 상당했고 더이상 지휘가 불가능했다.
막부파견군의 사기는 급락했고 15,000명에서 10,000명에 가까운 숫자가 사라진 것이다. 겨우 남은 5,000명의 병사들도 전의를 상실했고 적에대한 공포로 가득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휘관인 요시타카가 부상당해 드러누워있는 상태라 더이상의 작전은 불가능했다.
남은 선택은 한가지, 잔존한 5000명의 병사라도 유지해 후퇴하는게 전부였다.
이것에대해 요시타카는 반대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그는 패장이였고 모든것은 그의 실책이였으니 말이다.
“그놈들이 우리를 속이기위해 이정도로 계략을 짤 줄이야.”
“애초에 상대가 야마나 가문이 전부라고 생각한것이 실수였습니다. 설마 시바토번 놈들까지도 야마나에 붙어있다니! 이런 상황이면 어디서 배신자 놈들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가장 두려운것이 그 부분이다.
이곳은 본거지인 에도에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야마나 가문에게 협력하는 또다른 세력들이나 번들이 있다면 완전히 포위되는 것이다. 한동안 부대의 지휘관들이 논의를할때 병사중에 한명이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후방에서 적들의 추격대가 나타났습니다.”
“크윽! 놈들이 우리를 살려보내지 않겠다는 수작이군.”
“적이다! 측면에서 적들의 기습이다.”
핑! 피핑! 크억! 후퇴하던 막부파견군의 우측을 기습해온 적들이 보였다. 기습적으로 퍼부어지는 화살에 막부파견군의 병사들이 쓰러졌고 일부는 조총을쏘며 대응했지만 화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어떻하든지 여기를 돌파해라!”
측면과 후방에서 공격받으며 막부파견군은 후퇴를 거듭했다.
그것이 쉬운건 아니였다. 특히 사령관인 요시타카를 보호하기위해 상당수가 희생되었다.
겨우 좌우가 트여있는 넓은 지역으로 나오자 적들의 기습과 공격은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후퇴는 성공했지만 그과정에서 추가로 2000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전사했고 막부파견군에 남은 병력은 3000명이 전부였다.
“15,000명의 병력중에 겨우 3,000명만이 남았다니!”
처참한 결과에 부대장들이 분노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복수를 한답시고 저곳으로 진격을 했다가는 모두 전멸을 당할테니까 말이다.
* * *
“동문쪽이 위험하다!”
“그곳으로 병사들을 더 보내라!”
갑옷을걸친 무장들이 소리쳤다.
잠시후 병사들이 허겁지겁 동문쪽을향해 달려갔다.
도착해보니 동문쪽의 상황은 일촉즉발이다.
성문이 반쯤 뚫려져 있었고 그곳으로 적들이 파고드는 중이다.
“야마나 놈들을 막아라!”
“와아아아!”
함성을 내지르며 병사들이 달려갔다.
챙! 카캉! 무기들이 충돌하며 불꽃이 튀어올랐다.
“궁수대! 측면에서 사격을 개시해라!”
핑! 피핑! 크억! 반쯤뚫려진 동문을향해 파고들던 적들이 화살을맞고 쓰러졌다. 하지만 궁수대를향해 외부에서 노리던 적들이 있었다.
“이케다 가문의 궁수대가 저곳에있다. 사격!”
탕! 타타탕! 크악! 조총이 연속으로 불을뿜었다.
야마나 가문이 보유한 총병부대가 일제사격을 퍼부었고 화살을 장전하던 궁수대들이 피를뿌리며 넘어졌다.
야마나 가문의 총병부대는 크게 2가지였다.
일반적인 조총을 보유한 부대가 있었고 플린트락 머스켓-으로 무장한 화총대가 있었다.
화총대의 병력숫자가 많은건 아니지만 일본의 조총보다 월등하게 강한 플린트락 머스켓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때문에 결정적인 전투에서는 역활을 충분히 하였던 것이다.
“동문이 뚫리면 끝장이다! 내가 선두에서 막겠으니 너희들은 더 많은 병사들을 데려와라.”
이케다 가문의 수장인 토시노가 장창을 휘두르며 적들을 베어나갔다. 가주의 용맹한 모습에 나머지 부하들도 합세해 적들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헉헉! 앞으로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거친숨을 내쉬며 토시노가 말했다.
이번에는 운좋게 방어가 가능했지만 모든것이 열세였다.
토시노는 동문에대한 보강과 수리를 지시한뒤 성채위로 올라갔다. 적들에게 자신과 이케다 가문이 당당하다는걸 보여주기 위한것이다.
“토시노! 네놈이 아직까지도 살아있구나. 아마도 시코네 성채에서 버티면 에도막부에서온 지원군과함께 반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나 본데, 넌 실수했군.”
“무슨 뜻이냐?”
토시노가 야마나 가주인 하토시마를향해 소리쳤다.
하토시마가 비릿하게 웃더니 손짓했다.
얼마후 뒤쪽에서 걸어나오는 한명, 그것을보자 토시노의 두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당신은 시바토번의 쿠니조? 뭣때문에 여기에 있는것인가?”
“크하핫! 이제는 시바토번도 우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하였다. 그것만이 아니지. 얼마전에는 에도막부에서 파견된 15,000명의 지원군까지 박살냈지. 파견군 사령관인 요시타카 놈을 죽이지 못한것이 아깝지만 에도에서 보낸 지원군은 겁먹고 도망친 상황이다. 너와 이케다가문 놈들이 거기서 버텨봐야 결국은 패배할 뿐이야. 지금이라도 항복하는게 어때? 그렇다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하토시마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때 옆에있던 부하인 다카모리가 귓속말로 전했다.
“가주님. 저놈들이 정말로 항복한다면 살려두실 생각이십니까?”
“흐흐! 자네는 내가 정말로 그럴거라 생각하나? 이번에야말로 이케다 가문과 토시노를 몰살시킬 기회인데.”
“그렇군요.”
다카모리가 조소를 띠었다.
평소에 토시노와 이케다 가문을 증오하는 상관이 갑자기 항복이니, 목숨을 살려주니... 하는 말을 꺼낸것에 당황했는데, 본심은 몰살시키는 것이였다.
하토시마의 말에 토시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로서는 에도에서 파견된 지원군이 적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믿을수 없었다.
“헛소리마라! 하토시마 네놈은 과거에 이케다 가문을 습격했다가 에도의 대군에의해 목이잘린 선대가주, 카네즈쿠만큼 멍청하구나.”
“뭐라고? 저놈을 죽여라! 쏴라!”
하토시마가 괴성을 내질렀다.
탕! 타타탕! 지시를받은 야마나 가문의 총병들이 조총을 연사했다. 하지만 토시노는 신속하게 몸을 숙이면서 은폐했고, 하토시마가 발광했다.
그러나 전세는 야마나 가문과 하토시마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토시노와 이케다 가문은 시코네 성채에 갇혔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던 중이였기 때문이다.
* * *
스윽- 어둠속에서 이동하는 그림자들.
숫자는 5명이였다. 선두에는 항왜의 후손이자 뛰어난 칼솜씨를 보유한 오가와가 있었다.
뒤쪽으로 따라가는 요원들도 발걸음이 민첩했다.
얼마후 오가와가 시선을 들었다.
정면으로 시코네 성채의 모습이 보였다.
시코네 성채의 정면과 측방에는 야마나 가문의 병사들이 포위망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코네 성채는 본래 산성이였던 부분을 보강해 만들었다. 때문에 야마나 가문의 병사들이 포위망을 구성해도 견고하지는 못하였다.
특히 우측에서 경사진 곳에는 빈틈이 있었다.
그곳에서 몇명의 경비병들이 있었지만 오가와를 포함한 유키카제구미(雪風組)의 대원들이 충분히 해치울 정도였다.
오가와의 신호에따라 대원들이 은밀하게 나아갔다.
밤하늘에 초승달이 있었지만 잠시 먹구름에 가리웠다.
그러자 주위는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그것을노려 기습이 시작되었다.
“헉! 네놈은 누구... 커억!”
5명의 경비병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적들을 해치운 오가와의 대원들이 시체를 다른곳으로 옮긴뒤에 숨겼다. 그리고 오가와를 선두로 대원들이 시코네 성채의 내부로 침투를 시작했다.
* * *
“설마, 하토시마 놈의 말이 사실이였다니!”
“녀석이 독사같은 혓바닥을 가지긴 했지만 시바토 번주인 쿠니조의 앞에서까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토시노를향해 부하가 대답했다.
야마나 가문의 하토시마가 기세좋게 떠들었던 내용.
에도막부에서 파견된 15,000명의 대군이 매복과 함정에걸려 대패했고 결국은 후퇴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처음에 토시노는 믿기 힘들어서 은밀하게 조사를 해보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부하가 가져온 소식을통해 하토시마의 말대로 막부에서 보냈던 지원군은 완패를 당하며 후퇴한 것이다.
이케다 가문과 토시노에게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막부의 지원군을 기대하며 버티던 상황이였는데 한순간에 모든것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아버님! 어떻게 합니까? 가문의 식솔들과 병사들이 버티고는 있지만 막부의 지원군이 오지 못한다는걸 알게되면 사기는 금방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다해도 하토시마 놈의말대로 항복할수 없다. 그놈은 우리들이 항복하면 여기 시코네 성채에있는 모든 사람들을 전멸시킬 것이다. 그것이 처음부터 놈의 목적이였으니까.”
“.....”
토시노의 말에 아들인 마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토시마가 어떤 인간인지는 충분히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항복하면 살려주겠다는건 애초부터 거짓말이고 마지막 한명까지 차례로 끌려나가 목이 베어질 것이다.
얼마후 토시노가 절망으로 고개를 숙였다.
모든것이 자신의 잘못이다.
야마나 가문의 동태를 감시하고 경계를 했어야 했는데 말이다.
얼마후 그들이있던 내부로 병사중에 한명이 달려왔다.
“가주님! 긴급상황 입니다.”
“무슨 일인가?”
“침입자들 입니다.”
“뭣이라고?”
“그런데 야마나 놈들은 아니고, 대신 가주님을 만나기위해 왔다고 합니다.”
병사의 말에 토시노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바뀌었다.
* * *
“저들을 풀어주게.”
“하지만 가주님! 잘못하면 위험합니다. 어쩌면 야마나쪽에서 보낸 자객일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저들이 자객이라면 일부러 잡히지도 않았겠지.”
토시노가 말했다.
그것에 오가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설풍조의 대원들을통해 이케다 가문의 수장인 토시노에대한 여러가지 정보들을 확인했는데 예상대로 보통인물은 아니였다.
얼마후 병사들이 포승줄에 묶였던 오가와를 포함해 대원들을 풀어주었다.
“내가 이케다 가문의 가주인 토시노일세, 그런데 나를 만나겠다고 하다니? 무슨 일인가?”
“저는 오가와이고 바다건너 조선에서 건너왔습니다.”
“조선이라고?”
오가와의 대답을듣자 토시노와 주변사람들이 놀랐다.
그들로서는 조선인이 뭣때문에 여기까지 왔고 그것도 전투가 진행중인 시코네 성채로 잠입했는지 이해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마후 오가와가 설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목적과 내용을 들으며 토시노는 깊은 신음을 삼켰다.
* * *
“아버님! 오가와가 가져온 조선국왕의 조건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입니다.”
“하지만....”
토시노가 머뭇거렸다.
그로서는 지금까지 줄곧 관계를 맺어왔던 에도막부와의 부분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나 토시노가 보기에도 현재로서는 에도막부에 뭔가를 기대하기에는 불가능했다.
이제는 배신감까지 드는 상황이다.
중앙의 막부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엄청난 은괴를 보내줬는데, 파견군이 당한것 때문에 도망치고 말았던 것이다.
문제는 시코네 성채에서 버티는것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었다.
“조선국왕이 내건 조건을보니 우리쪽에도 유리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님도 알다시피 여기 시마네에서 에도는 너무도 먼곳입니다. 그에반해 시마네가 있는 주고쿠와 조선은 가깝습니다. 조선왕은 추가로 이케다 가문의 안전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아들인 마사토의 주장에 토시노는 흔들렸다.
오가와를통해 조선왕이내건 조건은 이케다 가문의 미래와 번영을 위해서도 상당히 중요했다.
단순히 에도의 막부처럼 매달마다 엄청난 은괴를 뜯어가기만 하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케다 가문이 개발조차 못하던 신규광산의 개발과 채굴까지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케다 가문이 사용하는 연은분리법-도 사실은 조선에서 전해져온 것이다. 따라서 조선의 광산채굴 기술이나 생산능력은 일본보다 뛰어난것이 사실이다.
잠시동안 갈등하던 토시노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후 토시노는 마사토와함께 오가와 일행들이 기다리던 곳으로 향하였다.
“정말로 좋은선택을 하셨습니다. 토시노 가주님! 이제부터 전하께서 이케다 가문을위해 강력한 전투부대를 파견해 주실 것입니다.”
오가와가 대답하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잠시 밖으로 나갔고 손에 쥔것을 허공으로 치켜들었다.
불을붙이자 퓨슈슈슛! 신호탄이 솟아올랐다.
한동안 솟아오른 신호탄은 두개로 갈라지며 긴 포물선을 그렸다.
이것은 이케다 가문에서 철종이 제안한 조건을 수락한다는 신호였다. 거부했을 때에는 한개의 신호탄만 쏘기로 되어있었다. 다만 오가와는 이케다 가문의 상황을볼때 제안을 거부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않았다.
“저것봐! 조장님이 시코네 성채에서 보낸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