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6화 (106/169)

김좌근의 음성이 떨리며 경악했다.

반정을위해 출정준비를 하던 중이였는데, 지금은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적들이 지휘부까지 도달하지 않았지만, 신조군은 여러개의 부대로 침투해온 적들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판대감! 놈들은 호위청 병사들이 분명합니다.”

“저기서 부하들을 지휘하고 있는건 박규수 입니다.”

형조판서가 2지대를 이끄는 박규수를 확인했다.

김좌근의 미간이 꿈틀했고 분노가 치밀었다.

철종에게 붙어 자신의 권위에 도전했고, 이제는 병사들까지 이끌고 기습해온 것이다.

“박규수 저놈을 당장에 죽여버리고 말겠다.”

“대감! 진정하십시요. 판세를보니 쳐들어온 적들의 규모가 큰것은 아닙니다.”

병조판서 이규동이 대답했다.

“지금은 습격해온 저놈들과 박규수를 처리하는게 급선무 입니다.”

“알겠소. 그런데 동원가능한 부대는 어느정도요?”

“먼저 유생들로 구성된 주학대는 멍청하게 돌진했다가 함정에걸려 상당한 피해를 입은거 같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흑계단의 모든 병력을 투입해 압도적인 숫자로 끝을 내는것이 해결책 입니다. 다만 생각보다 호위청 놈들이 사용하는 보총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병조판서가 대답하고 무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얼마후 흑계단(黑契團)의 지휘부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달려왔다.

선두에있는 강용식을보자 김좌근이 소리쳤다.

“쓰레기 같은놈! 주변지역의 경계를 어떻게 하였길래, 저놈들이 여기까지 온것이냐?”

“죄송합니다. 대감.”

강용식이 김좌근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는 뒷골목인 흑계의 수장이였고, 이번에 신조군 핵심중에 하나인 흑계단의 인원 3000명을 모집하는데 상당한 역활을 하였다.

그뒤에는 지휘부와함께 흑계중대-를 맡고있었다.

지휘체계에는 김좌근이 임명한 군관들도 있었지만, 흑계의 간부들이 상당수 중하급 지휘관으로 포진된 상태였다.

“당장 저놈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섬멸해라. 만약에 실패하면 댓가를 받을것이다.”

“맡겨 주십시요.”

강용식이 대답하고 부하들과함께 움직였다.

다만 그는 김좌근에게 질책을받고 발끈했지만 눌러참았다.

동시에 습격해온 적들에의해 안당골과 신조군이 혼란상태에 이르자 불길함을 느낀것이다.

“이거 완전히 꼬인거 같은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두목님!”

“여기로 습격해온건 국왕의 친위부대다.”

“그럴수가? 하지만 숫자는 얼마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놈들이 사용하는 병기를 봐라. 이미 투입한 신조군 부대들도 저놈들의 강력한 보총에 수백명이 고깃덩이로 변하였다.”

측근 간부들이 고개를 향했다.

6개의 부대로 나뉘어진 호위청 병사들은 일제사격과 막강한 화력, 심지어는 뛰어난 근접전투까지 발휘하며 방어하던 아군들을 궤멸시키는 중이였다.

“김좌근 대감의 명령이니까, 흑계단을 투입시킨다. 하지만 먼저 우리쪽 인원들이 다수 포함된 흑계중대는 놔두고, 흑계좌대와 흑계우대를 먼저 보내! 일단은 그놈들을 투입해 시간을 벌면서 이후의 상황을 지켜본다.”

“좋은 방법입니다.”

강용식의 말에 부하간부들도 동의했다.

처음에는 김좌근의 반정에 참가해 출세를 해볼려는 생각이였다.

그런데 안당골이 기습당하고 상대가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자신들이 살길을 먼저 시도한 것이다.

그리고 강용식의 소극적인 방법때문에 3000명에 이르는 흑계단이 한꺼번에 돌진하지 못했다.

그결과 먼저 투입된 흑계우대의 병력들은 호위별장 이종석이 지휘하는 호위 1지대의 맹렬한 사격에 녹아내리는 중이였다.

* * *

다각! 말을타고 전진했다.

안당골로 연결된 입구가 가까워지며 내부에서 총격음이 흘러나왔다.

박규수와 이종석 별장이 지휘하는 호위청이 적을 기습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전투에는 호위청이 기습해서 혼란을 만들고, 그뒤에 금군의 강력한 기병들이 돌진해 전과를 확대하는 방법이다.

그것을위해 금근에서 파견한 침투조들이 안당골로 들어가는 후방통로를 확보해놓은 것이다.

얼마후 금군별장인 박두식이 내앞으로 다가왔다.

“전하! 금군의 기병들도 출동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소! 이제부터 금군은 안당골의 반역도들을 격멸하시요.”

“어명을 받을겠습니다.”

금군대장이 기마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금군의 상당수는 군기시에서 제작된 기병총포인 백두철포로 무장된 상태였다.

이제부터 금군 기마병들이 활약할 차례다.

“진격하라!”

콰두두두- 금군대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굉음을내며 기마병들이 나아갔다.

숫자가 많은건 아니지만 돌진하는 위세는 상당했다.

“저놈들은 뭐냐?”

“안당골 뒤쪽에서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막아라!”

돌진해오는 금군 기병들을 막기위해 흑계좌대에 소속된 병사들이 달려갔다.

하지만 기껏해야 한달도 훈련받지 못한 흑계단 뒷골목 양아치들은 금군의 상대가 못되었다.

“크악! 켁!”

금군 병사들이 말위에서 휘두르는 기병도에 적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숫자는 400명에 불과했지만 돌진하는 기세는 엄청났고 단번에 방어선을 뚫어버린 것이다.

“대감! 안당골 후방에서 또다른 적이 출현했습니다.”

“호위청과함께 금군 놈들도 참가한거 같습니다.”

병조판서가 주먹을 쥐었다.

그는 신조군의 사령관으로 적들에게 기습 당했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뭉개진 것이다.

얼마후 김좌근과 이규동은 돌진하는 금군의 뒤편에 낯익은 인물을 발견했다.

용포를 걸치고 말위에있는 청년.

김좌근이 그토록 없애고 싶어했던 철종이다.

“저 개같은 놈이 직접 온것인가?”

“오히려 잘되었습니다. 저 애송이 놈이 왔으니, 여기에서 놈을 사로잡으면 됩니다.”

“알겠소. 병판은 사검대를 투입해 저놈을 잡으시요. 생포가 불가능하다면 죽여도 상관없소.”

“알겠습니다.”

병조판서 이규동이 대답했다.

얼마후 그는 김좌근의 정예인 사검대에서 800명의 인원들을 추렸다. 그리고 기마대장들에게 공격을 지시했다.

“기껏해야 500명도 안되는 숫자로 덤비다니. 죽을려고 환장하였군.

사검대 기마병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진격했다.

기마부대 끼리의 전투에서 숫자는 핵심이다.

상대보다 더많은 숫자라면 승리는 거머쥔 상태다.

하지만 그것이 사검대의 착각일 뿐이였다.

돌진하는 사검대가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일부는 마상창을 앞으로 뻗어냈다.

그에반해 숫적으로 열세인 금군의 기마부대는 다른방식을 사용했다.

“저놈들 뭐하는 것인가?”

“대장님! 녀석들이 화승총을 빼든거 같습니다.”

“미쳤군. 기마병들과의 전투에서 화승총이라고? 전투의 기본도 모르는 놈들인가? 어차피 상관없다. 해치워라.”

화승총은 보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다.

그리고 장전이나 조준도 상당히 느렸다.

달리는 말위에서 화승총을 사용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동시에 흔들리는 말위에서 화승심지에 불을 붙이는건 더욱 힘들다.

그 때문에 기마병들은 원거리 무기로 활을 사용했고, 근접전에서는 마상창과 기병도를 휘둘렀다.

“전원 거총!”

금군별장이 소리쳤다.

선두에서 돌진하던 그가 말안장에 부착된 백두철포를 들어올린 것이다.

백두철포로 무장한 금군의 기마부대는 서양에서 활동했던 용기병(드라군)보다 우수한 화기로 무장된 상태였다.

동시에 군기시에서 제작한 백두철포는 쌍열총신을지닌 형태다.

얼마후 금군별장은 백두철포의 위력을 최대한 이용하는 전투를 펼쳤다.

“사격!”

탕! 타타탕! 돌진하던 금군별장이 사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후방에서 따라가던 금군 기마병들이 백두철포를 발사했다.

수십발의 탄환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갔다.

퍽! 퍼퍼퍽! 크악! 기세좋게 돌진하던 사검대 기마병들이 피를뿜으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냐?”

“설마, 다른 놈들의 매복인가?”

사검대 기마병들은 당황했다.

선두가 일제사격을 당한것을 믿을수 없었다.

다른곳에 매복한 보병부대가 화승총으로 사격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만큼 상황파악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사이에 금군 기병들의 두번째 사격이 개시되었다.

공기를찢는 총격음. 그때마다 사검대 기병들이 비명을 토하며 쓰러졌다.

콰두두두! 강력한 화력을 바탕으로 금군의 기병부대는 숫적으로 우세한 적들의 중앙을 돌파하며 나아갔다.

순간 사검대 기마대는 반으로 갈라졌고 혼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원거리에서는 백두철포를 사용하고, 근접전에서는 날카로운 기병검을 휘두르며 상대의 목을 베어버린 것이다.

* * *

“도저히 믿을수 없다! 내가 그깟 애송이 놈에게...”

김좌근이 괴성을 내질렀다.

신조군 주둔지였던 안당골에서 기습을 받은뒤 모든 상황은 김좌근을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처음에는 안당골로 들어온 호위청과 금군부대를 반격으로 섬멸시킬 생각이였지만 전세는 급격하게 불리해졌다.

유생들로 구성되었던 주학대는 전멸에 가깝게 당했다.

그뿐이 아니였다.

자신이 아끼던 사검대의 기마병들도 반이나 날아간 상태였다.

한편 숫자만 많았던 흑계단은 전력을 집중하지 못했고 결국에는 호위청 병사들에게 연이어 섬멸을 당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김좌근이 선택한 마지막 방법은 하나였다.

“그래도 북문을 통과해 창덕궁을 손에넣으면 희망이 있다.”

“맞습니다.”

김좌근과 동행하던 측근들이 대답했다.

그들은 흑계단 중에서, 흑계좌대와 흑계우대를 고기방패로 삼으면서 퇴각을 한것이다.

안당골 앞쪽에있던 원당천의 다리를 건넜고 북문을향해 나아갔다.

여기까지 수습해온 김좌근의 병력은 기껏해야 1200명 남짓.

아침만해도 5000명이 넘어가는 대부대였는데 순식간에 이런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판대감! 드디어 도성으로 들어가는 북문이 보입니다.”

“그래. 저기만 통과하면 창덕궁은 나의 것이다. 그리고 저곳에는 미리 매수해놓은 한성도윤이 우리를향해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고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다시금 반정을 성공할수 있겠군요.”

“물론이다.”

김좌근이 측근들에게 대답했다.

얼마후 그들이 북문에 도착했을때 김좌근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을 마중나와야할 한성도윤 송갑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북문은 원래 신조군을위해 열려있어야 했는데 완전히 닫혀있었던 것이다.

개죽음과 배신

“이판대감!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북문을 담당하는 한성도윤을 매수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호조판서가 따지면서 항의했다.

그러자 김좌근의 미간이 일순 꿈틀했다.

과거에 호조판서는 자신에게 아부하기 바빴던 놈이였는데 상황이 불리해지자 바로 머리를 쳐드는 것이다.

‘창덕궁을 차지하고, 반정이 성공하면 네놈부터 처리해야겠군.’

김좌근이 호조판서에 살기를 품었다.

그러나 표정은 변하지않고 옆에있던 부하에게 지시했다.

“아무래도 한성도윤 송갑석이 우리들이 도착한걸 발견하지 못한걸수도 있다. 그러니 병사들을 이끌고가 확인해봐라.”

“알겠습니다.”

지시를받은 군관이 몇명을 데리고 나아갔다.

그리고는 북문앞쪽에 도착한뒤 소리쳤다.

“한성도윤 송갑석은 모습을 드러내라. 이판대감과 신조군이 도착했다. 당장 성문을 열어라.”

몇차례 외쳤고 그제서야 성벽위에 한성도윤 송갑석이 주츰거리며 얼굴을 드러냈다.

그것을보자 김좌근의 표정이 기세좋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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