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5화 (105/169)

“멍청한 놈들! 누가 마음대로 사격을 하라고 했나?”

“죄송합니다.”

무관들의 호통에 일부가 대열을 만들었다.

그들은 호위청 병사들이 화승총 사거리 내부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접근해오는 호위청 병사들이 들고있는건, 자신들의 구형 화승총과는 달랐던 것이다.

“군관님! 저들이 들고있는 화승총은 이상해 보입니다.”

“씨끄럽다! 사격을 준비해라.”

신조군 무관들이 닥달했다.

그사이에 진격해가던 호위청 대장이 소리쳤다.

“사격준비!”

대열을 이루며 나가던 병사들이 조준하였다.

현무철포는 군기시에서 새로 개발된 신병기다.

특히 발전된 퍼커션캡(뇌홍)의 방식을 사용했고 장전속도도 빨랐다. 동시에 현무철포는 사거리에서 구형의 화승총을 압도했다.

발사! 타타탕! 지시가 떨어졌다.

진격하던 호위청 병사들이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저놈들 뭐냐? 설마 저 거리에서?”

“크악!”

“케엑-”

무관들이 당황하고 있을때 신조군 보병부대의 선두가 피를뿌리며 쓰러졌다.

놀라운건 다음에 벌어졌다.

선두대열의 병사들은 일제사격을 개시한뒤 신속하게 양쪽으로 흩어졌다.

그러자 후방의 대열이 앞으로 나오면서 사격을 개시했다.

호위청 보병부대가 펼치는 사격술.

그것은 서양열강의 전열보병부대가 사용하는 방식에서 한발더 진보된 것이였다.

“적들이 처음본 전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동요하지 마라. 화승총 사수들은 대열을 유지해라.”

신조군 보병 부대장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일제사격으로 기세가 꺽였다.

옆에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시체로 변해가자 병사들은 공포에 빠져들었다.

“적들이 아군부대를 양측면으로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

정면의 호위청 병사들만 상대하던 신조군 보병부대는 당황했다.

일제사격을 퍼부으며 좌우로 흩어졌던 나머지 호위청 병사들.

그들이 포위망을 만들면서 사격하는걸 목격했던 것이다.

탕! 타타탕! 측면에서 파고드는 탄환에 신조군 보병들은 경악했다.

이제는 3면에서 사격을받는 상황에 이른것이다.

“이걸보니 병사들의 훈련수준이 상당할 정도다. 전하께서 군기시를통해 제작한 신형보총들이 이처럼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다니.”

전투를 지켜보던 박규수는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 * *

“이판대감! 소신이 선봉을 담당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요.”

“아니요. 선봉은 내가 하겠소.”

몇명이 목소리를 높이며 나섰다.

김좌근의 표정은 뿌듯하게 바뀌었다.

오늘로서 조선의 새로운 국왕은 자신이니까 말이다.

부하들이 충성하는 모습에 김좌근이 너스레를떨며 말했다.

“아무래도 김상국. 자네가 안동김씨 문중에서 용맹하기로 소문이 났으니까 이번에는 선봉으로서 공을 세워보게.”

“감사합니다. 대감!”

김상국이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지휘소에는 김좌근을 포함해 다수의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중앙에는 넓은탁자가 있었고 몇개의 지도가 있었다.

한양내부를 상세하게 그린 지도다.

나머지 2개는 신조군의 습격목표인 창덕궁에대한 것이였다.

“자네들은 부대를 이끌고 여기로 전진하게.”

“알겠습니다.”

총지휘를 담당하는 병조판서가 지시를 내렸다.

김좌근은 그것을 지켜보며 만족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병조판서가 짜낸 공격계획은 마음에 들었다.

숫적으로 월등하게 많은 신조군을 한양내부로 진격시키고 창덕궁을 포위해 버리는 전술이였다.

이것은 철종이 혹시라도 탈출하는걸 방지하기위한 것이다.

상국인 청나라에보낼 철종을 생포하는데 실패하면 김좌근의 역모는 반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좌근은 그 부분에대해 병조판서에게 강조했다.

“어떤일이 있어도 강화도 촌놈을 놓쳐서는 안될것이야.”

“걱정마십시요. 대감! 신조군을 이용해 창덕궁을 2중, 3중의 포위망을 만드는것도 가능합니다.”

“역시 안심이 되는군.”

흡족한 표정을짓는 김좌근이다.

모든것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왕을 지키기위해 나설것은 기껏해야 한줌밖에 안되는 호위청이나 금군의 부대들이 전부다. 처음에는 방어에 나서겠지만 신조군의 압도적인 숫자와 위세를 본다면 그놈들도 도망치고 말것이다.

“여기있는 중신들이 대감을 궁궐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크하핫! 듣던중 반가운 소리군.”

측근들의 아부를듣자 김좌근이 광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하였다.

이윽고 김좌근이 시종을시켜 곤룡포를 포함해 몇가지를 준비시키고 있을즈음 외부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이건 무슨 소리냐? 지금 밖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김좌근이 당황했다.

순간 지휘소로 부하가 들어오며 다급하게 외쳤다.

“병판대감! 긴급상황 입니다.”

반역도들 표정이 굳어졌다.

이윽고 김좌근과 수뇌부들이 다급하게 지휘소를 나왔다.

그리고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보며 경악했다.

토벌작전 (02)

“조선의 사대부와 유생들이여! 적들이 군자의 도리를 어기고 비열하게 기습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자와 성리의 도리를어긴 저놈들을 무찌르고 조선의 법도를 바로세울 것입니다.”

“와아! 해치우자.”

“비천한 상것들에게 사대부의 기개를 보여주자!”

송노진의 외침에 주학대(朱學隊)의 유생들이 화답하며 기세를 높였다.

한양에서도 성리학 꼴통의 본산인 주학서원.

그곳 훈장인 송노진은 유생들로 구성된 주학대의 지휘관을 담당했다.

그가 데려온 유생들이 다수를 차지했고 평소에도 선동하는 능력만큼은 쓸만했던 것이다.

때문에 호위청 부대가 기습을 펼쳤을때 송노진은 유생들에게 경보를 알리고 소집했다.

얼마후 송노진의 앞으로 칼과 창, 그리고 화승총으로 무장한 유생들 1200명이 모여들었다.

‘이번에는 주학대가 공을세울 차례다. 지금 기습해온 적들의 숫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반정에서 공을세우고 위명을 떨치는 부대는 주학대가 되어야한다.’

공명심으로 송노진의 눈이 번들거렸다.

얼마후 각 부대장들이 다가왔다.

“주학대 유생들이 모이기는 했는데 습격해온 적부대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걱정마시요! 군자의 도리를아는 우리들이 적을 무서워 하겠소. 공자와 주자의 가르침으로 무장한 주학대 유생들은 일당백의 전사들이요.”

“와아아!”

송노진의 말에 유생들이 기세를 높였다.

신조군에서 성리학 꼴통만으로 구성된 부대. 그것이 바로 주학대였다.

한편 송노진은 성리학 꼴통력을 높이기위해 기묘한 짓거리까지 하였던 것이다.

“여러분들은 어제 우리들이 나누어준 부적들을 받았을 것입니다. 부적에는 옛성현인 공자와 주자의 신묘함이 스며 있습니다. 그것을 품에 지니고 있으면, 아무리 저 무도한 적들의 칼날과 창, 그리고 탄환이 날아와도 여러분들을 피해갈 것입니다.”

“훈장님의 말씀대로 공자와 주자님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몇명이 품속에 간직해둔 부적들을 꺼내 확인했다.

일명 공자부적, 또는 주자부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송노진은 전투에 참가할 유생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호승심을 높이기위해 일부러 나누어준 것이다.

“모든 유생들은 나를따라 적을 무찌릅시다.”

먼저 300명이 선봉을 담당하며 돌진을 시작했다.

그뒤로 나머지 유생들도 창과 칼, 그리고 군데군데 화승총을쥐고 달려나갔다.

“저기를 보십시요. 유생들이 아군을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신조군에는 서원에서 동원된 자들도 있다고 하던데, 저놈들이군.”

호위청 2지대를 지휘중이던 박규수가 주학대의 유생들을 확인했다.

800명으로 구성된 호위청 부대는 1지대부터 7지대까지 6개의 부대로 나누었다.

1지대 병력 200명은 호위별장인 이종석이 지휘했고, 2지대 병사들 200명은 박규수가 맡았다.

나머지 3지대, 5지대, 6지대, 7지대는 100명씩으로 구성되면서 호위청의 선임 무관들이 담당했던 것이다.

이것을통해 호위청 부대는 현무철포를 사용하는 막강한 화력을 발휘하며 기동성까지 갖추게 되었다.

호위청 병사들 800명이 한꺼번에 모여있다면 기습을당한 신조군에서도 단순하게 대응할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호위청이 6개부대로 나뉘어 전투를 개시하자 적들의 대응은 힘들어진 상태였다.

한편 송노진이 지휘하는 1200명의 주학대들은 박규수의 호위 2지대를향해 돌진하며 한꺼번에 밀어버릴 셈이였다.

다만 이것은 송노진의 착각에 불과했다.

“전대열! 탄환장전!”

괴성을 지르며 몰려오는 주학대 유생들-

이것을보며 박규수는 냉정하게 지휘를 하였다.

병사들이 현무철포에 탄환을 장전했고 대열을 구성했다.

50명씩 4열횡대를 만들었고 장전을 완료한 병사들이 총구를 전방으로 향하였다.

적들이 사거리로 들어오자 박규수가 외쳤다.

“선두열 일제사격! 발사!”

탕! 타타타탕! 한꺼번에 터져나가는 50발의 탄환들-

퍽! 퍼퍼퍽! 크악! 케엑! 비명소리가 연달아 터지며 선두에서 달려들던 수십명의 유생들이 피떡으로 변해버렸다.

송노진이 그들에게 나눠준 공자부적과 주자부적은 현무철포의 탄환을 막거나 피하는데 아무 소용도 없었던 것이다.

“물러서지 마시요!”

“돌격해라! 적의 숫자는 얼마되지 않는다.”

“놈들이 화승총을 일제사격 했으니 지금을 노려야한다.”

소리치며 뒤쪽의 유생들이 나아갔다.

쓰러진 동료들의 시체를 밟으며 무모하게 뛰었지만, 그들에게 퍼부어 지는건 제2열에서 조준을마친 현무철포의 사격과 빗발치는 탄환이 전부였다.

타타타탕! 타탕! 퍼퍽! 또다시 수십명이 근처도 못가고 고깃덩이로 변해버렸다.

사격을마친 선두대열은 신속하게 측면으로 빠지며 재장전을 개시했다. 이번에는 3열이 발사했고 마지막으로 4열이 탄을 발사하며 나아갔다.

톱니가 움직이듯 진행되는 연속사격과 가공할 화력-

얼마후 송노진이 선두로 투입했던 주학서원의 유생들은 대부분이 전멸했다.

“이럴수가? 성리의 가르침을 따르는 우리들이 저런 무도한 놈들한테 당할수 있다는 것인가?”

“이제 어떻게 한다는 것이요?”

“돌격이요! 화승총을든 유생들은 돌격대를 지원해라.”

송노진이 소리쳤다.

그나마 정신차리고 화승총을 휴대한 유생들을 활용할려고 했지만 이것도 소용없었다.

유생들이 어설프게배운 화승총 사격이나, 조작은 현무철포로 무장한 호위청 병사들에게 상대조차 않되었던 것이다.

돌격대를 지원하기위해 200명의 유생들이 모여 탄환을 장전하고 제멋대로 사격을 개시했다.

그때 박규수가 투입시킨 2지대의 병력들 일부가 주학대의 화승총병들을 기습해 들어간 것이다.

“어서 탄을 장전해!”

“화약이 어딨어? 화승줄을 잃어버렸다.”

구형 화승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불을붙인 화승줄을 지니고 있어야했다. 하지만 공자왈 맹자왈~이나 할줄 알았던 유생들은 화승줄 관리를 대충했다. 그리고 실전에서는 어디에 불을 붙여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당황해 자기들끼리 소리치고 있을때 현무철포에 총검까지 장착한 호위청 병사들이 돌진해 들어갔다.

이번에는 일제사격이 아닌 장전된 현무철포를 발사했고, 구형 화승총에 탄을 집어넣던 유생들 수십명이 피를뿌리며 쓰러졌다.

“저놈들이 완전히 무너졌다! 진격해서 총검으로 해치워라!”

“으아! 사, 살려줘!”

탄환을 장전못한 화승총은 기껏해야 막대기에 불과했다.

그에반해 한자(30cm)길이의 총검이 장착된 현무철포는 그 자체로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쉬잇! 쿠엑! 총검에 베어지고 목이찢겨진 유생들이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 * *

“어떻게해서 놈들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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