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4화 (104/169)

김좌근의 역모가 들통난 이상 송갑석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이라도 살리고싶어 발악하는 중이다.

잠시후 박규수가 말했다.

“앞으로 저자를 어떻게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단은 김좌근과 반역도들이 계속해서 방심하도록 해야겠지요.”

“좋은 계책이십니다.”

나의대답에 박규수와 이하응도 동의했다.

송갑석이 털어놓은 정보에 따르면 김좌근이 준비한 신조군이 북문을 통과해 창덕궁으로 기습해 오는건 3일후다.

김좌근도 어지간히 시간에 쫓기는 상태였다.

하긴 그놈이 청나라 사신단에게 내건 조건중에는 서둘러 조선왕인 나를 처리한다는 약속을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병력숫자에서 우세하다고 판단해 자신감도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김좌근의 결정적인 헛점이다.

잠시후 나는 정찰대장인 박민준에게 일단은 송갑석을 풀어주고, 밀착감시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금이라도 허튼짓을하면 송갑석은 목이잘리고 그의 가족들도 몰살당한다.

따라서 저놈이 혹시라도 딴마음을 품고 김좌근에게 몰래 알릴 가능성은 없었다.

얼마후 정찰대장인 박민준이 송갑석을 데리고 나갔다.

“김좌근이 제법 치밀한 계획을 세운거 같습니다. 한성부에서 북문을 담당하는 관리를 매수해 단시간에 치고 들어올 음모를 꾸미다니.”

“그것이 김좌근과 역적의 무리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것입니다.”

박규수를향해 대답하며 작전계획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꽤 당황했던 그들이였다.

그럴것이 나의 작전은 김좌근이 오는걸 기다리는게 아니라, 상대가 방심하고있는 헛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리고 김좌근에게 처참한 굴욕을 맛보여줄 생각이다.

토벌작전 (01)

새벽을지나 먼동이 터오는 안당골의 주둔지.

내부의 공터에는 수백개가 넘어가는 천막들이 세워져 있었다.

김좌근 세력들이 모집한 5000명의 신조군(신조군)-들은 조선의 임금을 몰아내고 나라를 뒤집는 역모를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그날이 오늘이였고 밤새 경비를섰던 병사들은 피곤한 표정으로 하품을 해댔다.

“제길. 어제밤에 다른 놈들은 배불리먹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우리는 이게뭐야?”

“그러게 말이야.”

동료의 불평에 김태명도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그는 얼마전까지 경기도 가동촌에서 양아치로 생활했다.

그러다 흑계의 간부인 박상구에 포섭당해 신조군에 합류한 것이다.

김태명같이 흑계들이 포섭한 인원들의 숫자는 대략 3000명 정도였다. 그리고 신조군의 사령관인 병조판서 이규동은 이들을 흑계단(黑契團)이라 불렀고 모두 3개의 부대로 편성했다.

그에따라 1000명씩 나누어 흑계좌군, 흑계우군, 마지막으로 흑계중군이 되었다.

한편 신조군에는 한양과 경기도의 서원에서 동원된 양반과 유생들도 1200명에 이르렀고, 이들은 주학대(朱學隊)-라는 그럴싸한 부대명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흑계단이나 주학대는 애초부터 김좌근과 측근들이 숫자를 불리기위해 모집한 것이다.

때문에 그들이지닌 무기는 김좌근이 몇개의 군영에서 빼돌린 화승총이나 장창등의 허술한 무장들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주학대의 유생들이나 흑계단의 양아치들은 자신들이 대단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져있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이 나라를 뒤집는 거사날이라며?”

“어제밤에 주학대의 유생들이 수근거리는 말을 들으니까, 그렇다고 하던데.”

“우리들이 진짜로 임금이있는 궁궐을 쳐들어가는 거야? 웬지 겁나는데. 그럴것이 반역하다가 걸리면 삼대가 몰살이잖아.”

“짜식이 뭘 겁내고 그래? 지금 조선내에서 김좌근 대감이 최고인거 몰라? 김좌근 대감을 따르는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 그런데 기껏해야 강화도에서 농사나짓던 촌놈이 상대나 될거 같아?”

“하긴. 이번기회에 우리도 한몫 잡아야지.”

김태명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두명은 자신들에게 다가올 운명이 뭔지는 몰랐다.

* * *

“저곳이 안당골이군.”

“그렇습니다. 전하! 보다시피 입구는 항아리처럼 좁지만, 내부에는 수천명이 충분히 들어가고 주둔할수있는 넓은장소가 있습니다.”

금군별장인 박두식이 대답했다.

옆에있던 흥선군 이하응은 여전히 초조한 표정이다.

“전하. 지금이라도 옥체를 보전하시어, 안전한 곳으로 옮기시는것이 어떠하십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과인이 뒤로 빠진다면 병사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하오나...”

확고한 대답에 이하응이 더이상 반박을 못하였다.

역적인 김좌근과 세력들을 박살내는 자리다.

그런데 느긋하게 창덕궁에 앉아서 구경만 할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김좌근과 신조군을 토벌하는 작전-

처음에는 상대가 오는걸 창덕궁에서 방어하는 전술도 생각할수 있었지만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내쪽에서 손해였다.

첫째로 전투과정에서 문화유산이나 마찬가지인 창덕궁이 파손되는것이 아깝다.

둘째로 한양 내부가 신조군이 날뛰면서 전투현장이 되고 경우에따라 혼란이 생길수도 있었다.

때문에 저녁부터 호위청과 금군에 명령을내려 은밀하게 이동을 시켰다.

물론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는 위장을위해 평소보다 2배나 많은 병력들을 문쪽에 배치했다.

대신에 지시를받은 호위청과 금군의 병사들은 후문을통해 은밀하게 출발을 한것이다.

여기 안당골이있는 의정부는 한양까지의 거리가 가까웠다. 이때문에 김좌근도 안당골에 5000명의 신조군을 모은뒤에 한방에 진격할려는 작전을 세운것이다.

그것이 오늘이고 지금쯤 안당골 내부에있는 김좌근과 측근들은 출정준비로 들떠있을 것이다.

“호위청 부대는 어떤가?”

“새벽쯤에 안당골 좌측에있는 산길을통해 도착했다는 신호가 들어왔습니다.”

“다행이군. 그래도 이번 전투에서 호위청이 헛점을 파고들어야 승패에 유리하니까 말이지.”

“병조참지 박규수와 호위청 별장인 이종석이 전하께서 지시한 임무를 반드시 해낼것 입니다.”

이하흥이 대답했다.

박규수와 호위별장인 이종석은 믿을수있는 지휘관들이고 실력도 탁월했다.

이번에 개시될 안당골 전투에는 기병으로 구성된 450명의 금군부대. 그리고 800명으로 구성된 호위청 부대가 참가한다.

그러나 지시에따라 한양에 온 250명의 간도정찰대와 지휘관인 박민준은 다른 곳에서 준비를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친위부대들의 활약을 지켜볼까?

* * *

사삿! 무사들이 날렵하게 움직였다.

몇명은 등뒤에 활을매었고 허리에도 날카로운 환도를 휴대한 상태였다.

금군에서 선발된 침투조의 무사들은 빠르고 은밀했다.

그들이맡은 임무는 안당골 뒤쪽에있는 방어선을 뚫고 그곳의 경비병들을 해치우는 것이다.

얼마후 이동하던 선두가 손을들었다.

그러자 후방에서 따라오던 무사들이 신속하게 좌우로 흩어진다.

전방으로 그들이 해치울 상대가 보였다.

숫자는 20명정도.

무사들은 습격준비를 갖추고 조용히 접근해 나갔다.

안당골 뒤쪽에 배치한 병사들은 흑계를통해 모집된 뒷골목 건달패들이고 훈련이나 경계상태도 허술했다.

일부는 하품까지 해대며 꾸벅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것을보며 침투조의 조장이 냉소를 지었다.

신호를 보내자 몇명이 등뒤에서 활을꺼내어 조준했다.

“공격하라!”

핑! 피핑! 찰나간 십여발의 화살들이 어둠을 가르며 날아갔다. 방심하던 경비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리고 검을뽑아든 무사들이 돌진하며 전방의 적들을 베었다.

그 속도는 빠르고 정확했다.

잠시후 경비하던 20명의 적병들은 찰나간 몰살을 당하였다.

“기습은 성공입니다.”

“이제 첫번째 단계일 뿐이네.”

“그렇군요.”

“아군들에게 신호를 보내게.”

지시받은 무사가 품속에서 피리를 꺼내었다.

삐이익! 짧게끊어진 피리소리가 흘러나갔다.

* * *

“역적들이 한꺼번에 모여있군.”

“적들은 우리가 이곳에 매복한걸 모르고 있을겁니다.”

“오늘로서 저놈들을 모조리 토벌해야 하네.”

“당연합니다.”

호위청 별장인 이종석이 박규수를향해 대답했다.

두명이 지휘하는 호위청부대 800명은 안동골이 내려다 보이는 산비탈에 잠복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좁은 샛길을 이용했고, 밤사이에 강행군을 했지만 누구도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800명의 병사들은 잘 훈련된 정예병들이고 그들이 휴대한 무기도 우수했다.

때문에 적들보다 병력의 열세임에도 사기는 높았던 것이다.

이윽고 이종석 대장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조금후면 전투가 진행된다. 전원 무기를 점검해라.”

“알겠습니다.”

지시받은 병사들이 각자의 현무철포를 확인했다.

철종이 군기시를통해 개발된 백두철포와 현무철포등의 신무기를 먼저 지급받은게 친위부대인 금군과 호위청이다.

금군에는 기병들이 많기에 백두철포가 보급되었다.

그리고 호위청에는 보총인 현무철포가 주력병기중에 하나가 된것이다.

“전하께서 생각해낸 계책은 탁월합니다. 역적군의 본대를 측면과 후방에서 습격하는 방법을 생각하실 줄이야.”

“물론일세. 때문에 아군쪽이 숫자가 적어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이네.”

박규수가 말했다.

그전에 김좌근의 동태를 감시하고 적의 본거지를 미리부터 알아낸 비호국 요원들의 역활도 중대했다.

‘김좌근 네놈은 처음부터 이길수없는 싸움에 도전한 것이다.’

박규수가 안당골에 설치된 수많은 천막들.

그중에서 중앙에 만들어진 지휘용 막사들을 확인했다.

저곳에서 김좌근은 왕이된다는 헛된 망상에 부풀어 있을것이다.

그것을 생각하자 박규수는 냉소를 머금었다.

잠시후 부하중에 한명이 다가왔다.

“침투조에서 신호가 왔습니다.”

보고를듣자 이종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은 들어라. 전하께서 오늘의 전투를 지켜보고 계시다. 지금부터 어명을 받들어 역적들을 토벌한다.”

“주상전하 만세.”

사기가 충만된 호위쳥 병사들이 진격했다.

그들은 안당골 내부로 진격하는 길목에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후 무장한 호위청 병사들이 신속하게 비탈길을 내려갔고, 그뒤에는 몇개의 대열을 만들었다.

“전부대 진격한다!”

명령이 떨어졌다.

척척척! 병사들이 대열을 맞추어서 나아갔다.

그들이 전진하는 방법은 서양열강의 전열보병들이 나아가는 방식과 비슷했다.

갑자기 등장한 부대의 모습에 신조군 병사들이 당황했다.

“저놈들은 뭐야? 어디서 나타난 거야?”

“뭘 멍청히 보고 있어? 적이다!”

“막아라!”

근처에있던 신조군들중 일부가 칼과 창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그러나 호위청의 병사들은 달려드는 적들을보며 냉소했다.

“사격준비!”

“거총!”

“발사!”

탕! 타타탕! 선두의 대열이 장전된 현무철포를 조준했고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퍽! 퍼퍼퍽! 크악! 기세좋게 달려들던 신조군, 그중에서도 흑계가 모집한 건달패들이 총격을맞고 튕겨져 나갔다.

찰나간에 수십명이 고깃덩이로 변하는 과정.

이것을보며 신조군 무관이 소리쳤다.

“저놈들이 화승총을 사용한다! 아군에서도 화승총 부대를 투입해라.”

“개같은 놈들! 신조군이 보유한 총병부대의 실력을 보여주마.”

“서둘러 화승총을 가져와라!”

잠시후 화승총으로 무장한 부대가 대응을위해 나섰다.

그러나 신조군 보병들은 화승총을 가졌어도 움찔했다.

동시에 화승총에대한 사격훈련을 받았지만 그것이 실전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않은것이다.

일부는 호위청 병사들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무턱대고 화승총을 쏘았고 맞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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