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2화 (102/169)

누구도 여기에대해 의문을 표시하거나 말을꺼내지 못하였다.

그런자가 있다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 것이니까.

이처럼 장수미는 김좌근의 그림자로 막강한 힘을가졌다.

“쥐새끼 한마리도 얼씬하지 못하도록 경계해라.”

“알겠습니다. 마님!”

하인들이 대답했다.

그들중에는 몽둥이를 들거나 허리에 검을찬 자들도 있었다.

김좌근의 저택에는 다수의 무장한 호위병들도 생활했다.

겉으로 드러난 무사들의 숫자만 수십명이 넘었다.

얼마나 많은 인원이 저택에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장수미는 오늘이 얼마나 중대한지 알고있었다.

그래서 하인과 무사들을시켜 저택주변을 계속해 순찰했다.

그녀가 총관에게 질문했다.

“혹시 오지않은 사람들은 있는가?”

“명단을 확인해본결과 모두 도착했습니다.”

총관의 대답을듣자 표정이 흡족하게 변하였다.

조선제일의 권세가에서 부르는데 거부한다면 그것은 무덤을파는 짓이다.

“마님. 명단에있는 사람들이 대업이후에 모두 공신의 자리를 차지할 인물들이군요.”

“쉿! 말을함부로 해서는 안될것이야.”

“물론입니다.”

총관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녀는 총관에게 입단속을 명령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중요한 손님들이 왔기에 음식과 술을 준비중인 하녀들을 다그쳤다.

“뭣들하느냐? 서둘러 준비를 마쳐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마님.”

장수미의 질책을받자 하녀들이 움찔거렸다.

저택의 잡무를 총관이 담당하고 있지만 안주인의 역활을하는 장수미의 성격도 보통이 아니였다.

그녀는 하녀들이 제대로 하지못하면 매로 다스렸다.

저택에있는 하인들과 하녀들은 권신인 김좌근보다 아내인 장수미를 두려워했다.

손님들이 모여있는 안채를 바라보던 그녀.

잠시후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남편인 김좌근이 조선의 임금이 된다면 그녀의 신분은 왕후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발아래 엎드릴 것이고, 조선의 국모가 되는 것이다.

“오호호홋!”

기분좋은 상상에 그녀가 교활한 웃음을 터뜨렸다.

* * *

상당히 넓은 회의실이다.

김좌근 저택의 안채에있는 곳이고 특별히 마련된 장소였다.

100명은 충분히 들어갈만한 크기였다.

중앙에는 탁자가 있었다.

상석에는 김좌근이 앉아있었다.

그의모습은 궁궐에있는 임금이 용상에앉아 신하들을 내려다 보는것과 비슷했다.

철종을 폐위시키고 역모를 계획한 순간부터 김좌근은 임금이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아내인 장수미를시켜 몰래 제작한 곤룡포까지 벽장에 숨겨두고 있었다.

소집령에따라 모여든 인원들은 수십명이 넘었다.

그중에는 김좌근의 핵심세력인 좌의정, 우의정, 그리고 병조판서와 호조판서, 형조판서들도 있었다.

이들이 다음의 상석에 위치했다.

아래로 김좌근에게 선택을받아 고위직에오른 인물들이 있었다.

그중에는 안동김씨 일족들도 꽤 되었다.

김좌근의 소집령에따라 지방에서 먼길을 달려온 자들도 보인다.

김좌근 세력은 한양과 중앙을 포함해 지방까지 다양하게 퍼져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그를 두려워하고 권신이라고 치켜세우는 것이다.

얼마후 상석에있던 김좌근이 말했다.

“그래. 신조군(新朝軍)의 준비상태는 어떤가?”

“대감께서 내어주신 방대한 재물을통해 상당수의 군사들을 모았습니다. 특히 흑계(黑契)를 이용한 대감의 선택은 탁월한 계책이였습니다.”

“그놈들은 평소에는 조선에서 골치아픈 세력들인데, 이럴때에는 나름 쓸모가 있군.”

“하오나 대감. 이후 반정이 성공한뒤에 흑계놈들은 깨끗이 처리를 해야할 것입니다.”

소집된 안동김씨중에 한명인 김병진이 말했다.

그러자 김좌근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당연하다. 새롭게 시작하는 나의 왕조에 흑계같은 놈들이 끼어들 자리는 없으니까 말이지.”

“놈들은 소모품으로 이용 당하는줄도 모르고, 신이나 있는거 같습니다.”

김병진이 말하며 히죽거렸다.

애초부터 김좌근이나 안동김씨들에게 흑계같은 뒷골목 조직은 경멸의 대상이다.

평소같으면 상대조차 안할 놈들이지만, 놈들이 고기방패들을 모아주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쓸모있을 뿐이였다.

소집된 안동김씨중에 또다른 한명이 말했다.

“그런데 대감! 신조군에 들어갈 군사를 모집하는건 순조로운 편인데, 그들이 사용할 병장기들은 어떻게 합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라면 이미 대책을 세워두었다.”

김좌근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얼마후 김좌근은 자신의 친위대장인 최재상을 시켜 충청도 하포군영에있는 대량의 화승총과 화약, 그리고 병장기들을 빼돌렸다는것.

그외에도 입김이닿는 다른 군영들에서도 무기들을 몰래 징발해 이동중이란 설명을 하였다.

“역시. 대감의 지략은 탁월하십니다.”

“창덕궁에있는 애송이 놈과는 차원이 다르십니다.”

“지금 그 촌놈은 이런것도 모른채 청나라 사신단을향해 기세를 드러낸것에 우쭐거리고 있을겁니다.”

저마다 아부를 하였고 김좌근의 표정은 흡족하게 바뀌었다.

‘강화도 촌놈을 왕으로 세울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가 조선의 임금을 했어야 했는데 말이지. 하지만 얼마후면 창덕궁은 나의 것이 될테니 크게 상관없지.’

고개를 숙이는 측근들을보며 김좌근은 승리를 확신했다.

잠시후 역모를 담당할 신조군에대한 지휘관들을 뽑는 과정을 진행했다.

“대감! 소생에게 선두를 맡겨 주십시요.”

“아닙니다. 저는 거사를위해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그리고 육도삼략의 병서들을 공부하며 실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러니, 대감의 대업을위한 돌격부대를 이끄는것은 소생이 되어야 합니다.”

서로 지휘관을 맡겠다고 나선다.

그럴것이 반란은 성공이 보장된 것이고 선봉을 맡으면 무조건 일등공신을 넘어서 특등공신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모인 자들중에서 제대로 군사와 전술을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좌근은 그런걸 무시하고 나서는 안동김씨의 일족들에게 지휘관 자리를 맡기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후 김좌근은 그들에게 미리 준비한 군령표-를 주면서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왕이된 기분이였고 창덕궁을 차지할 꿈에 부풀어 올랐던 것이다.

* * *

드넓은 공터, 곳곳에 세워진 막사들이 보였다.

중앙에는 대형으로 만들어진 지휘부가 있었다.

김좌근은 부정부패와 권력으로 모은 재산과 재물, 그리고 인맥들을 동원해 신조군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신조군의 목표는 오직 한곳, 바로 한양에있는 창덕궁이다.

“이놈들! 동작봐라!”

“서둘러라!”

무관들이 소리쳤다.

갈색군복에 적색의 허리띠를두른 병사들이 화승총을 조작했다.

화약을넣고 탄환을 쑤셔박는 동작-

하지만 너무나도 엉성하고 서툴렀다.

여기에온 신조군(新朝軍), 그중에서도 뒷골목 건달패와 양아치들로 구성된 3000명의 부대원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화승총을 만져보았기 때문이다.

얼마후 화승총의 장전이 완료되자 무관들이 구령하였다.

“거총! 발사!”

탕! 타타탕! 정면을 조준한 화승총들이 불을 뿜었다.

일제히 발사되는 화승총들의 위력은 강력한듯 보였다.

그러나 여러가지 헛점이 많았다.

화승총에 익숙치않은 신조군 병졸들은 폭발소리에 놀라서 눈을 감기도 하였다.

총구가 위로 올라가는 상황도 계속 나왔다.

이것을본 무관들이 고개를 저었다.

오합지졸들을 가르치는 기분이다.

그러나 상관인 김좌근이내린 명령이라 어쩔수 없었다.

이처럼 신조군 상당수가 실전경험도 없는 신병들로 구성된 상태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것은 아니다.

김좌근이 이전부터 사병으로 모았던 1000명의 사검대들은 정예의 수준이다.

그중에서 200명정도는 과거에 무관으로 활동하던 인원들이다.

그들은 김좌근이 제공하는 돈에이끌려, 그리고 출세에대한 욕망으로 김좌근의 사병들이 된 것이다.

실전경험이 있었던 그들 눈에는 신병들이 화승총을 다루거나 사격하는것이 불만족 스러웠지만 상관없었다.

그럴것이 신조군의 병력규모는 5000명이란 대병력이다.

일격에 창덕궁을 쓸어버릴 수준이니까 말이다.

“이판대감. 어떠십니까?”

“훌륭하군.”

김좌근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신조군이 훈련장과 주둔지로 사용하는 장소는 경기도의 북부.

의정부에있는 안당골이다.

이곳은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이고, 김좌근 측근인 병조판서 이규동이 머리를 짜내어 선택한 장소다.

정면에는 개천이흘러 자연적인 방패막이 되었다.

그리고 측면에는 골짜기와 산으로 가로막혀 적들이 접근해오기 힘든 곳이다.

후방에있는 통로만 지켜내면 방어와 공격이 자유로운 군사기지가 될수있었다.

“역시, 병판의 군사적인 안목은 뛰어나군.”

“과찬이십니다.”

병조판서가 머리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이원범을 폐위시키고 조선왕이 되겠다는 반역음모.

그것을위해 김좌근은 측근들과함께 이곳으로 와서 준비를 시작했다.

주둔지가있는 안당골은 한양에서 멀지않은 장소다.

때가되면 대군을 움직여 단번에 한양으로 쳐들어간다.

그리고 철종이 지내는 창덕궁을 습격하는 것이다.

김좌근은 조금전 신조군 병사들이 화승총을 일제사격하는 모습을보며 기뻐했다.

병사들이 사용하는 화승총과 화약들은 지방군권을 갖고있는 측근들이 무기고에서 빼돌린 것이고, 김좌근은 그들에게 막대한 돈을 포상으로 주었다.

“신조군이 보유한 수천정의 화승총과 화력이면 창덕궁에있는 호위청과 금군들은 일격에 시체로 변할것입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날렵하게 움직이는 기병들도 준비되어 있고. 그들이 적들의 방어선을 뚫으면서 선두를 담당할 것입니다.”

“과연!”

김좌근이 탄복했다.

화승총 사격훈련이 끝난곳에서 좀 떨어진 넓은공터.

그곳에는 군마에 탑승한 수백의 기병들이 돌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진격하라!”

“이럇! 이럇!”

콰두두두-

신호가 떨어지자 지면을 박차면서 군마들이 돌진했다.

그 위세는 장대했고 땅이 흔들릴 정도다.

이것을본 김좌근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기마병들이 창덕궁의 정문을뚫고 궁궐내부로 돌격하면 어떤일이 벌어질지 짐작이 되었다.

강화도에서 온 촌놈은 수백의 기병들을보며 오줌까지 지릴것이다.

“크하핫! 원범이 그놈의 최후가 얼마남지 않았구나.”

“그렇습니다. 모든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대감께서는 조선의 군주로서 우뚝서실 것입니다.”

측근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좌근과 측근들의 망상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김좌근 놈. 이정도의 수준으로 전하를향해 역모를 시도하고 있는것인가?”

유동수가 냉소를 지었다.

안동골의 신조군들이 반역을 준비하는 사이, 감시하며 지켜보는 시선들이 있었다.

병조판서 이규동은 안동골의 주둔지를 적들이 모를것이라 생각했지만 착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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