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0화 (80/169)

끼릭! 끼릭! 잠시후 10문의 개량된 캘버린포들이 사격위치로 나왔다.

서양식 화포들처럼 바퀴가 장착된 포가위에 올려졌고 뒤쪽에는 포신의 높이를 조절하는 장치가 있었다.

한편 포가와 포신의 사이에는 포각계가 달려있어 포신을 얼마나 높였는지에대한 측정이 가능했다.

다만 이것은 90도 각도처럼 정교한것이 아니라 90도의 각도를 1/10로 나누어서 설정한 것이다.

현대적인 포병의 360도를 6400밀로 나누고 정교하게 계산하는 밀리라디안 계산법과는 비교조차 불가능 하지만, 저런 간단하고 즉시적인 표시기만 장착해도 포격 정밀도는 충분히 상승한다.

얼마후 신호가 떨어지자 포탄에대한 장전이 시작되었다.

화약은 영국령 동인도회사를통해 들여온 것이다.

그리고 포신에넣는 화약의 양을 일정하게 담아놓은 자루를 이용했다.

이것은 신형철포인 백두철포와 현무철포에서 사용하는 약협과 같은 원리고 포에 사용되는 화약의 양을 통제하는데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포탄장전 완료!”

“발사용 뇌홍장전!”

“방아끈 연결!”

구령에따라 화포병들이 동작을 실시했다.

개량된 캘버린포에서는 조선군이 사용하던 화포들과는 다른것이 또 있었다.

포탄을 발사할때 꽃는 화승심지 대신에 뇌홍을 사용한다는것.

여기에 격발장치로 방아끈을 연결해 당긴다는 부분이다.

특히 방아끈은 20세기의 견인포들에서 주로 사용했던 격발방식이고 화승심지를 사용하는 것에서 더 발전된 형태다.

이전에는 포격을위해 화승심지에 불을붙이면 타들어가는 시간도 느렸고, 화승심지는 날씨가 흐리거나 우천시에는 심지가 잘 타지않는 부분까지 문제점들이 많았다.

그에반해 뇌홍을 꽃고 그위에 격발장치를 다는것.

마지막으로 이걸 방아끈으로 후방에서 당기는건 발사순간을 단번에 조정이 가능했다.

얼마후 발사준비를 완료한 상태로 포수가 방아끈을 쥐고 후방으로 물러났다.

화포장이 명령했다.

“발사!”

펑! 퍼퍼퍼펑! 10문의 화포들이 굉음을 토해냈다.

발사신호에 맞춰 일제발사가 진행되는 광경.

조금전 조선군의 화포발사에 감탄했던 흥선군 이하응은 개량된 캘버린포의 포격에는 입이 따악-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발사된 포탄들이 날아간 사거리도 조선군 화포에비해 월등하게 길었다.

그뿐인가, 쾅! 콰지직! 표적으로 만들어놓은 가건물들과 돌벽마저 한꺼번에 박살내는 중이다.

“전하! 군기시 장인들을통해 양이들의 화포를 개량했더니 위력이 더 강력해진거 같습니다.”

“과인도 만족합니다. 이정도면 북방정벌과 대업을 위해서도 충분한거 같군요. 병조참지는 그동안 수고한 군기시 관원들과 장인들에게 포상을 내리도록 하십시요.”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박규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의 말속에는 열정과 힘이 느껴졌다.

박규수도 군사에대해 식견이 있었다.

따라서 조선에서 개량된 캘버린 화포들이 이후 실전에서 얼마나 강력할지는 충분히 깨달은 것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첩보원들

어둠이 깔리는 한성의 거리.

생업에 종사했던 민초들은 저녁이되자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갔다.

잠시후, 스윽- 어둠에쌓인 뒷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내들.

선두는 중년의 얼굴이다.

다른 한명은 약관을넘긴 20대 초반으로 보였다.

둘의 행색은 주변 행인들과 비슷했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자들이 아니였다.

선두에서 움직이는 중년사내.

그는 조선최고의 비밀조직인 비호국(飛號局)의 수장, 최원상 국장이다.

뒤에서 따라가는 20대의 청년은 배동석이였다.

현재 배동석은 비호국장인 최원상의 지시를받아 활동하는 비밀요원이 되었다.

얼마후 두사람이 향하는곳은 창덕궁이다.

그러나 정문이 아니라 샛길을통해 후문으로 나아갔다.

두명이 도착한 곳에는 송내관이 대기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최대감.”

“송내관께서 수고하시는군요.”

“전하를 보필하는 몸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입니다.”

송내관이 최원상에게 고개를 숙였다.

상대가 내시의 신분이지만 최원상은 송내관에게 하대하거나 무례하지 않았다.

송내관도 최원상을향해 대감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조선의 중앙기구는 의정부와함께 6조로 구성되어있다.

이조, 호조, 병조, 형조, 예조, 공조가 그것이다.

철종은 비밀리에 설립한 비호국을 6조와 버금가는 위치로 승격시킨 것이다.

다만 비호국의 존재는 보안사항이고 비밀이다.

비호국을 운영하는 국장 최원상은 6조의 판서들과 동등한 위치였다.

때문에 송내관이 최원상을향해 대감이란 호칭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공식적인 부분은 아니다.

그럴것이 비호국에 지원되는 활동자금은 철종 이원범의 개인금고인 내탕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사를 나눈뒤 송내관이 후문으로 들어온 손님들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 * *

“전하. 최원상 국장이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던 중이였는데 잘 되었군. 안으로 들라해라.”

“알겠습니다.”

종걸이(송내관)를향해 전했다.

문이열리며 두명이 들어왔다.

선두에는 비호국장인 최원상이다.

뒤에서 들어오는 청년을 확인했다.

잠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강화도에서 생활했던 이원범의 동료이자 나를따라 한양에왔던 배동석이다.

지금 배동석과 나의신분은 하늘과 땅의 차이.

배동석이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다.

과거에 비해서 능숙해진듯 보인다.

배동석이 처음 한양에 왔을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 촌놈에 불과했다.

그 때문에 경험도 쌓게할겸 예조판서인 장우영에게 지시를했고 배동석이 한양에서 지낼 거처를 마련해 주었다.

이후 배동석도 한양에서 지내면서 많은것을 보고듣고 경험한듯 보였다. 그뒤에는 비호국에 들어가서 실력을 기르는 중이다.

“소신 최원상. 전하를뵈서 망극하옵니다.”

“여기는 사적인 자리니 너무 격식을 차릴것은 없소. 이번에 새로운 조직원들을 선발했다고 들었는데.”

“그렇습니다. 전하.”

최원상이 품속에서 장계를 꺼내었다.

내쪽으로 건네었고 펼친뒤에 확인을 시작했다.

비호국은 조선군 중에서, 그리고 민간에서도 실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계속해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선팔도는 물론이고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진행했다.

한양에서 활동하는 인원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배동석이 포함된 중경대(中京隊)도 있었다.

비호국 조직원들 숫자가 증가하면서 최원상과 강기석은 팔도에 지부를 설치했다.

장소는 비밀로 유지되었고 일종의 점조직 형태로 운영된다.

비밀유지와 보안을위해 필요한 전술이다.

이것은 최강의 첩보조직중 하나로 인정받는 이스라엘의 모사드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비호국의 전체적인 조직원들이나 숫자, 규모에 대해서는 국왕인 나, 그리고 책임자인 최원상 국장과 강기석등해서 몇명만이 알수있는 극비사항이다.

혹시 적대세력이 눈치챘다해도 그들이 파악할수있는 정보는 기껏해야 일부에 불과할 뿐이다.

“팔도를 포함해 다양한 계층과 장소에서 인원들을 선발했군요.”

“망극하옵니다. 전하.”

“지금도 비호국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인재들이 필요하게 될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새로운 복안을 갖고 계신듯 하군요.”

“그렇소. 저번에 말했던것도 포함해서 말이요.”

“.....”

최원상의 눈빛이 흔들렸다.

일전에 최원상이나 강기석을 은밀하게 불러 비호국에대한 지령을 내렸을때 조선이 나아갈 거대한 전략에대해 일부분 가르쳐 주었다.

물론 전체적인 그림은 나의 머리속에있고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실현시켜 나갈것이다.

그때 계획중에 일부만 말했는데도 두명은 상당히 놀랐다.

“비호국의 활동이 증가할수록 더많은 자금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사실은 알고있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것입니다.”

비호국 요원들의 활동을 위해서는 단순히 조선에대한 애국심, 국왕에대한 충성심만 강조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과 대우를 해줘야 하는것이다.

그로인해 내탕금에서 비호국에 지원되는 자금이나 예산은 상당할 정도지만 아까운것이 아니다.

투자한 것보다 10배, 아니 수십배, 수백배를 얻기위한 과정이니까 말이다.

새로운 인원에대한 선발은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선발한 인원들을 훈련시키는 과정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호국 요원들이 평시에는 첩보원으로서 활동하지만 유사시에는 전투부대의 역활도 할수있어야 했다.

때문에 그들에게는 전투훈련이나 무기 사용법등을 훈련시키는 과정도 포함시켰다.

‘이걸보니 나중에는 군기시에 첩보장비를 개발하는 부서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거 같은데.’

비호국에대한 상황을 보고받으며 생각했다.

007 제임스본드 영화에 나오는 그런 최첨단 장비가 아니여도 상관없다.

첩보를 수집하고 유용하게 쓸수있는 장비들을 개발하는것.

그것을 비호국 요원들에게 보급하면 몇배나 뛰어난 활약을 펼칠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의 머리속에는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비호국 요원들의 활약이 그려지고 있었다.

생각만해도 미소가 떠오를 정도다.

미래에 스파이 영화가 나온다면 영국의 MI-6 나 미국의 CIA-가 아니라 조선제국의 비호국 요원들이 주인공이 될거 같다.

잠시 그런 상상을 하다가 국장인 최원상을향해 질문했다.

“청국에 잠입시킨 첩보원들의 활동은 어떤가?”

“연경(북경)에서 활동중인 청풍대와 요동지역에서 활동중인 진명대는 자리를 잡았고, 전하께서 하사해주신 자금으로 포섭을 진행중이라고 합니다. 상당수의 한인들과 만주족들이 돈에 매수되거나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빠르군.”

“전하의 가르침대로 진행한 것입니다.”

최원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얼마후 중국에서 수집된 정보들을 보고했다.

미래의 역사를 어느정도 알고있던 나였다.

그랬기에 중국에서 어떤 상황이 진행되는지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수없었다.

때문에 중국으로 파견된 비호국 요원들을통해 보강하는 것이다.

“흠. 청나라에서 새로운 황제가 나왔다는 것인가? 첫째인 혁저가 황제의 자리를 이어받았군. 조선으로서는 다행인 상황이고. 혁저가 새로운 황제가 된것말고도 다른 사항들도 있을거 같은데, 어떤 것이요?”

“그렇습니다. 전하.”

최원상이 대답하더니 보고를 시작했다.

예측대로 혁저가 눈물쑈를 펼치며 전대황제인 도광제의 신임을얻어 새로운 황제가 되었다.

사람들이 둘째인 혁흔이 새로운 황제가 될것이라는 기대와는 전혀다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문에 벌어진 문제점도 당연히 있었다.

혁저(함풍제)가 운좋게 새로운 청제국의 황제가 되기는 하였지만 둘째인 혁흔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혁저의 권력기반이 튼튼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후에는 얼마든지 변수에따라 청제국의 중앙권력이 내분과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었다.

나와 조선에는 절호의 기회가된다.

* * *

쏴아아! 어두운 밤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6척의 선박들.

은밀함을 위해 갑판은 물론이고 선체내부의 불까지 모두 꺼져있는 상태다.

그러나 야간에서의 신호와 통신을위해, 몇명은 갑판에서 흑색으로 만든 한지를씌운 호롱불을 지니고 있었다.

평소때에 닫아놓으면 불빛이 새나가지 않고, 필요할때만 뚜껑을 열어서 짧게 신호를 보낼수 있었다.

이때문에 6척의 선박들은 어두운 바다, 그것도 불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대열을 유지하는 솜씨를 발휘했다.

“키를 좀더 우측으로! 좋았어. 이대로 계속!”

오가와(小川)가 어두운 바다에서 해로를 찾는 솜씨는 뛰어났다.

이때문에 후방에서 지켜보던 방동진도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으로 들어갈때마다 오가와의 실력을 믿었고, 볼때마다 신기할 정도였다.

“행수님! 소천(오가와) 덕분에 왜국에있는 상인들과의 거래가 수월해졌고, 해남상회(海南商會)가 벌어들이는 이익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네가 오가와를 우리쪽에 데려와준 덕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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