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169)

이런 귀종팔의 모습에 귀수당의 마적들은 역시 두목이라며... 감탄하는 녀석들도 나왔다.

이윽고 귀종팔이 부하들에게 수색을 지시할려고 할때, 스슥- 정면에있는 바위뒤에서 누군가가 나왔다.

서간도 정찰대의 1지대장인 허재용이다.

허재용의 한손에는 조선의 각궁, 그리고 편전의 애기살을 발사할때 사용하는 대롱처럼 생긴 통아가 들려있었다.

허재용은 지르칼손에대한 섬멸작전에도 참가했고 기병용의 백두철포와 보총인 현무철포도 능숙하게 다루었다.

그는 편전을 기막히게 사용했는데, 1지대장으로 부하들을 이끌며 은밀한 잠입과 침투시에 적병들을 해치우는데도 편전의 애기살로 원거리 저격을 펼쳤다.

“네놈이 감히 나의 부하를...”

“운좋게 살아난것을 다행으로 생각해라. 하지만 여기가 너의 무덤이 될것은 변함이 없지만.”

허재용이 냉소를 지을때 옆으로 서간도 정찰대의 인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다만 숫자는 모두합쳐도 30명에 불과했다.

이것을 본 귀종팔이 기세등등하게 바뀌었다.

처음에는 측근부하가 편전에당해 죽는걸로 움찔했는데, 상대의 숫자가 얼마되지 않는것이다.

“오냐! 조선놈들이 죽고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두목님. 저놈들 숫자도 얼마안되니 박살을 내버립시다.”

귀종팔의 부하들도 기세가 살아났다.

다만 그들이 알지못한것.

허재용과 서간도 정찰대의 제 1 지대원들은 상대의 숫자가 많은것에도 기죽지 않았다.

신속하게 좌우로 늘어서며 3열횡대의 방어진을 만들고 있었다.

기껏해야 마적떼에 불과했던 귀종팔과 부하들은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일부는 정찰대원들이 휴대한 것이 총포란것을 인식했지만, 조선군의 화승총은 연사속도가 느리고 자신들같은 기마부대에는 더욱 취약했다.

따라서 돌진하는 가운데 몇명이 당할수는 있어도, 그뒤에는 곧바로 조총대열을 무너뜨리는건 일도 아니다.

때문에 승리를 확신한 귀수당의 마적들이 신호를 기다렸다.

“전원 돌격해라! 조선 놈들을 쓸어버려라!”

“해치워라!”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귀수당 마적들 150명이 돌진한다.

지면이 흔들릴 정도였고 후방으로 흙먼지가 솟아오른다.

돌진해오는 상대를보며 허재용이 지시를 내렸다.

“지금부터 저놈들에게 현무철포의 위력을 보여준다. 제 1 열 사격준비.”

처척! 3열 횡대로 늘어선 30명의 대원들.

선두열이 현무철포를 조준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사이에 속도를높인 귀수당의 마적떼들은 어느새 80보에 가까운 거리까지 들어왔다.

현무철포의 사거리는 100보에서 충분히 적의 급소를 관통할수 있을 정도다.

“발사!”

탕! 타타탕! 맹렬한 총격이 개시되었다.

크악! 케엑! 비명소리가 터지며 칼을들고 달려들던 마적떼의 선두가 나가 떨어졌다.

“멈추지마라! 돌격해라.”

귀종팔이 소리쳤다.

부하들의 선두중 일부가 당할것은 각오했던 터였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한것은 현무철포를 사용하는 정찰대원들의 뛰어난 사격솜씨와 방법이다.

선두가 당하면서 움찔하는 사이 또다시 탕! 타타탕! 연달아 터지는 총격과 탄환이 퍼부어졌다.

이번에는 후방에 대기중이던 2열과 3열이 동시에 40발의 탄환을 퍼부으며 기마돌격의 예봉을 꺽어버린 것이다.

일부가 겨우 정면까지 돌격해서 곡도를 내리쳤다.

챙! 카캉! 불꽃이튀며 현무철포에 총검을 장착한 대원이 막아낸 것이다.

“이놈들 봐라! 나의 참마도를 막아내?”

“멍청한 마적놈들. 신형철포를 상대로 칼이나 휘두르며 덤벼들면 통할줄 알았냐?”

총검을 장착한 현무철포로 선두열이 방어를 개시할때, 재장전을 마친 뒷열이 앞으로 나왔다.

총구가 자신들을 겨누자 달려들었던 마적들이 경악했다.

“으아! 살려줘!”

타타탕! 타탕! 수십발의 탄환이 퍼부어지며 적들이 말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후방에서 지켜보던 귀종팔이 당황했다.

몇배나많은 부하들을 돌진시켰는데 기껏 30명이 지키는 방어선도 뚫지를 못하였다.

거기다 근처까지 달려든 부하들이 칼을 휘둘러도 상대는 총포에 장착된 총검으로 수월하게 막아버린 것이다.

“두목님! 조선놈들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전멸을 당할수 있습니다. 지금은 후퇴해 다음번 기회를 노려야 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부하의 외침에 귀종팔이 버벅거리며 대답했다.

데리고있던 마적들중에 반정도가 당해버린 상태다.

30명의 방어진도 뚫지못하고 참패를 당한것이 억울하지만, 지금은 물러나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는것이 최선이다.

다만 귀종팔이 충고에따라 결정을 내렸을때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독안에 든 쥐새끼들이 도망칠려고?”

허재용이 신호를 보내었다.

삐잇! 날카로운 소음이 협곡내부를 울렸다.

후퇴를 시도하던 마적들 후방에서 말을탄 부대원들이 출현했다.

숫자는 20명 정도였고 1지대장인 허재용의 지시에따라 후방퇴로를 차단하기위해 매복해 있었던 것이다.

“지대장님의 공격신호다!”

“해치워라.”

콰두두두! 20명의 대원들이 말을달리며 나아갔다.

능숙하게 등뒤에맨 백두철포를 꺼내 정면으로 조준했다.

장전까지 마친 상태였고 혼란에 빠져있던 마적떼들의 뒤를 파고든 것이다.

“사격개시!”

탕! 타타탕! 말을타고 돌진해가며 사격을 개시했다.

그러자 백두철포에서 발사된 탄환이 적들을 관통했다.

백두철포는 기병들이 사용하기에 좋았지만 사거리는 짧았다.

다만 백두철포의 위력은 적기병을향해 초반에 화력을 퍼부으며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다.

2발씩의 백두철포를 발사한 기마대들은 신속하게 기병도를 뽑아서 적의 목을 쳐버렸다.

이제는 앞뒤로 포위된 상태다.

척! 처척! 3열 횡대로 집중사격을 퍼부었던 허재용쪽의 대원들 30명이 현무철포를 조준하며 앞으로 진격했다.

각자의 목표를향해 조준사격을 펼쳤다.

그때마다 마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아앗! 개같은 조선놈들!”

귀종팔이 광기를 터뜨리며 돌진했다.

부하들을 지휘중인 1지대장인 허재용을 노린것이다.

그러자 허재용이 준비해둔 말에 올라타고 나아갔다.

캉! 귀종팔이 휘두른 곡도를 허재용이 백두철포를 꺼내어 막아냈다.

그리고 몸을돌리며 반격을 시도할려는 귀종팔의 얼굴쪽을향해 백두철포를 조준했다.

“네놈도 부하들 곁으로 보내주마.”

“허억! 어어...!”

탕! 타탕! 두발의 백두철포와 탄환이 연속으로 발사되었다.

퍽! 퍼퍽! 탄환이 귀종팔의 얼굴과 머리를 수박처럼 으깨고 터트려버린 것이다.

머리가 박살난 귀종팔이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두목이 당해버리자 남은 마적떼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그순간 기세를잡은 정찰대의 대원들이 적들을 섬멸시켜 나갔다.

얼마후 협곡 내부에는 마적떼들의 시체가 굴러다녔다.

구출된 한족마을의 여자들과 아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같은 한족들마저도 마적떼들로 변해서 우리를 탄압하고 있는데, 조선인들이 구출을 해주시다니!”

허재용은 여자와 아이들을보며 격려해 주었다.

그럴것이 요동과 만주, 동북 3성에서 살고있는 주민들은 그들이 중국어를 쓰고 있다해도, 본래는 고대로부터 조선인들과 같은 뿌리를 공유했던 동이족이면서 예맥족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만주쪽에서 살고있는 한족들이 쓰는 중국어도 화북이나, 중원의 중국어와는 다른 만주방언이나 요동방언이다.

이때문에 허재용은 구출된 중국인들을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마시요. 당분간은 여러분들을 간도에있는 조선인들 마을에서 돌봐줄 것입니다.”

“지대장님! 여자와 아이들이 무사히 구출되어서 다행이군요.”

“그렇지. 듣기로 전하께서는 이후 간도를 포함해 만주와 동북 3성, 그리고 요동까지도 조선의 강역으로 생각하고 계시네. 따라서 우리들이 구출한 저들은 이후에 조선의 백성이 될 사람들이지.”

“지대장님의 말씀을 듣고보니 우리들 간도 정찰대의 임무가 막중하군요.”

허재용의 설명에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간도 정찰대에 포함된 대원들 중에는 그들의 조상이 만주쪽에서 살다가 온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만주의 한족들도 어찌보면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공동체인 것이다.

얼마후 대원들은 구출된 사람들을 보살피며 출발을 시작했다.

* * *

“지금부터 영어 강습회를 시작하니 모두 모이시오!”

땡땡땡! 누군가 꽹과리를들고 소리쳤다.

마리너호 갑판으로 다수의 조선인들이 무리를지어 모여들었다.

3개의 그룹으로 모여들었고 각각의 모임에는 수십명 정도의 숫자였다.

조금전 그들이 말한 영어강습회-

조선을떠나 유럽으로 향하던 국제유학생단.

이들이 매일마다 실시하는 과정중 하나였다.

이원범은 국제유학생단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있었다.

조선말기때 진행된 조사 시찰단(신사유람단)과 보빙사는 서구의 문물과 견문을 넓혀보겠다는 목적으로 시도한 방법중 하나였다.

역사적으로 볼때 조사시찰단과 보빙사는 완전히 실패했다.

성과도 별로없었다.

그럴것이 조사시찰단의 대다수를 구성한 인원들이 문제였다.

구성원은 성리학에 매몰된 양반 유생들이였다.

개중에는 깨어있는 양반들도 일부 있었지만 대다수는 서양것은 천하다고 생각하는 성리학 탈레반들 이였다.

그리고 실용학문을 천시했고 서양에대한 편견도 가득했다.

얼마후 결과는 처참했다.

역사에서 조사시찰단과 보빙사는 코메디같은 일들만 반복했다.

조선이 얼마나 무지하고 우물안 개구리 신세였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에 불과했다.

이원범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때문에 국제유학생단 파견부터 확실하게 원칙을 세웠다.

150명에 이르는 조선인들을 유럽으로 보내고 그들을 유럽에서 체류시키면서 기술과 학문을 배우게 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영국과 유럽으로 보낸 조선인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막대한 돈낭비가 될것이다.

그에따라 준비도 철저히 하였다.

진행과정도 합리적으로 준비했다.

그중 하나가 영어강습회다.

이번에 국제유학생단이 방문하는 국가는 영국이다.

150명 인원들중에 상당수는 영국에서 체류하게 될것이다.

때문에 그들이 지내게될 국가의 말을 배우는건 필수다.

조선인들이 유창한 영어를 단시간에 배우기를 원하는건 아니다.

생활에 필요한 그리고 기본적인 소통에 필요한 영어를 할줄 아는것은 필요했다.

국제유학생단이 개성을 출발해 청국의 항구도시인 광저우에 도착하는건 일주일정도 걸렸다.

광저우에서 국제유학생단은 선죽상회와 시필드 제이든의 이스트 프론티어의 지원을받아 한달정도 머물렀다.

이곳에서 국제유학생단 사람들은 항구도시 광저우의 광대한 규모와 여러가지 것들을보며 감탄했다.

그것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다.

국제유학생단에는 조선의 예비역관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숫자도 10명정도가 되었다.

이들은 광저우에서 지내는동안 이스트 프론티어의 직원들을통해 양이의 언어, 그중에서도 영길리국의 말인 영어를 배우는데 집중했다.

여기서 오경석은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중국어와 왜국(일본)말까지 유창하게 할수있었던 오경석이다.

이전에도 틈틈이 영어를 배워두었던 오경석이다.

때문에 짧은기간에 영어실력이 늘어갔다.

나중에는 같이온 역관들을 지도해주는 상황에 이르렀다.

동시에 대학자였던 정약용의 후손인 정대성.

그의 동료인 박상호도 광저우에서 처음접해본 양이의 언어, 영어를 배우고는 했지만 오경석만큼의 뛰어난 성과를 거두기는 힘들었다.

오경석은 언어능력 부분에서는 조선내 최고, 그리고 타고난 천재였으니까 말이다.

이후 오경석의 주도로 국제유학생단은 매일마다 선상에서 영어강습회를 실시했다.

이것은 오경석이 조선을 떠나기전 철종에게 지시받은 내용들중에 하나였다.

목적은 영어강습회를통해 영국과 유럽으로 향하는 국제유학생단이 현지의 말에 빨리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였다.

이것의 효과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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