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5화 (75/169)

그러나 동료인 박상호와함께 임금을 만났고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다.

정대상이 태어나 처음드는 것들도 많았고 이해조차 되지않았다.

그런데 광저우에서 마리너호를타고 항해하면서 임금이 얼마나 큰 세계를 보고있는지 깨달은 것이다.

자신과는 비교조차 할수없는 거대한 태산이다.

정대상은 임금이내린 명령을 반드시 수행하고 성공시키겠다는 결심을 하였다.

“선상음식은 그런대로 맞는지 모르겠군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지금은 적응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조선을떠나 이국으로 가는 먼길을 나선지라 조선의 음식만을 고집할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루퍼트도 안심했다.

마리너호가 호화 여객선도 아니기에 승객들에게 제공할수 있는 음식은 한정된 상태였다.

조선의 음식은 특이한 것이였다.

그들이 항해시에 먹는 것들과는 많이달랐다.

마리너호의 경우에는 영국식과 인도식이 혼합된 식단이다.

때문에 영국식의 딱딱한 빵과 인도식의 쌀과 커리(Curry)등이 주된것이다.

정대상과 국제유학생단 인원들은 처음먹어본 서양음식과 인도음식에 충격을 받았다.

조선의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들이 그리웠던 상황이지만 나중에는 적응이 되었다.

선장인 루퍼트는 조선인들의 적응력이 상당히 빠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동방에 이런 민족이 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이후에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킬지 기대되었다.

어쩌면 조선은 아시아의 영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프랑스처럼 거들먹 거리고 잘난체하는 녀석들이 아니라 뭐든지 실용적이고 유용한것은 받아들이고 제것으로 만드는 것.

영국인들의 강점이였고 이제는 조선인들에게 그런것을 본것이다.

“루퍼트 선장님. 이배는 어디쯤 항해하고 있는 것입니까?”

“해도를통해 보여드리겠습니다.”

루퍼트가 손짓했다.

옆에있던 1등항해사 아놀드가 가방에서 해도를 꺼내었다.

선장이 두루마리처럼 말려져있던 해도를 펼쳤다.

정대상은 해도를보며 감탄했다.

이전에도 본적이 있었지만 영길리국의 항해능력은 조선과는 비교조차 안되었던 것이다.

마리너호에는 펼쳐보인 해도외에도 선장실에 더 상세한 해도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지도에는 전세계의 5대양 6대주가 표시되어 있었다.

조선은 동방의끝에 존재하는 국가였다.

루퍼트 선장의 지도에도 조선에 대해서는 제대로 표시된 상태가 아니였다.

조선은 전세계를 무대로 대항해를 펼치는 영국의 선장들에게도 미지의 국가였던 것이다.

“미스터 정(Mr. Jung). 당신의 말대로면 조선은 여기쯤에 있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요동의 동쪽, 그리고 일본의 위쪽에 조선이 있습니다.”

“영국에 돌아가면 항해도를 제대로 고쳐야 겠군요.”

루퍼트가 웃으며 대답했다.

정대상은 루퍼트 선장의 항해도를보며 깊은 숨을 들이켰다.

조선밖에는 엄청나게 큰 세계가 있었다.

중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알고있던 조선인들에게는 충격적인 부분이다.

중화인들이 동서남북으로 속칭 오랑캐라고 부르는 지역들도 존재했다.

북적, 남만, 서융, 그리고 동이다.

중화인들은 한민족을 고대부터 동이라고 부르며 멸시했다.

그렇게 멸시하던 동이에게 중국사의 대제국이였던 수나라가 멸망했고 송나라는 고려인들에게 기세조차 펴지못했다.

이런 역사가 있는데도 조선의 사대부와 양반유생들은 중국이 최고라고 떠받들며 지금도 살아간다.

정대상과 박상호등은 자신들이 얼마나 좁은곳에서 살아왔는지를 체감했다.

국제유학생단의 조선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우리들은 뱅골만지역을 항해중이니까, 얼마후면 인디아의 항구에 도착할 것입니다.”

“천축국이로군요.”

“조선에서는 인디아를 그렇게 부르는군요. 그런데 조선에서도 인디아의 국가들과 왕래를하는 상황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과거 역사에서 저곳을 방문했던 위인들은 있습니다.”

정대상이 대답했다.

한민족의 역사에서 혜초등을 포함해 극소수의 사람들이 천축국을 여행했지만 그것도 오래전의 일일뿐이다.

루퍼트 선장의 말에따르면 지금 영길리국은 저 큰 영토인 천축국을 지배하고있는 상황이다.

영길리국은 영토가 큰 대국이 아님에도 그런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그들이 타고있는 증기선과 전세계의 바다를 항해하는 영길리국의 능력을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수 있었다.

본래 영토는 작지만 중국보다 더 강력한 국가.

그것이 영길리국의 모습이였다.

‘조선도 영길리국처럼 전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국가가 될수 있을까?’

부러움이 생겨났고 열망이 끓어올랐다.

새임금이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들을 구라파(유럽)-로 보내는 이유를 깨달았다.

임금은 영길리국의 존재와 힘을 알고있었던 것이다.

조선도 그처럼 강성한 국가로 만들기위해 자신들에게 이런 엄청난 임무를 맡긴것이다.

궁궐내부에 있으면서 세상을 꿰뚫어보는 임금의 지혜와 전략에 정대상은 고개를 내저었다.

“천축국, 아니 인디아라... 기대가 되는군요.”

“인디아에는 영국의 라이벌이자 껄끄러운 상대인 프랑스 놈들도 있기는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것입니다.”

루퍼트가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영국이 인도의 중요지대를 차지하고 이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에서 영국의 라이벌인 프랑스가 인도에서 완전히 철수한 상태는 아니였다.

프랑스도 인도의 몇몇 항구에서 거점을 갖고있었고 이따금씩 영국과 충돌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간에 휴전과 긴장상태를 유지할뿐 큰 사건이 벌어지거나 하는건 아니다.

그럼에도 루퍼트 선장은 긴장을 늦출수 없었다.

정대상은 청제국을 상대로 전쟁에서도 이긴 영길리국에도 경쟁상대가 있다는것에 놀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에게는 점점 놀라운 일들이 펼쳐지는 것이다.

* * *

“세창이, 자네는 정말로 선택을 잘한것이야.”

“모든게 형님의 덕분이지요. 그리고 소문에 듣기로 천왕(天王)님은 하늘이 내리신 분이라고 하시더군요.”

“정말일세, 우리같이 보잘것없고 핍박만 받아온 사람들에게는 진정한 구세주인 분이네.”

“그런데 다른 신도들이 있는곳은 언제 도착합니까?”

“걱정말게. 이제 다 왔으니 말이야.”

중년사내가 대답했고 정면으로 마을이 보였다.

정세창 일행들을 안내한 중년사내, 남청은 흐믓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에대해 정세창이 끄덕이며 같이온 두명에게도 살짝 신호를 주었다.

얼마후 그들 세명은 남청을따라 금전촌(金田村)의 내부로 들어갔다.

입구쪽에는 몇명 무장을한 신도들이 있었지만 같이온 남청과 일면식이 있는듯 보였다.

때문에 그가 언질을주자 정세창과 일행들은 특별한 검문없이 통과를 하였다.

한편 남청은 자신이 정세창과 만난것에 기뻐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았고, 이제는 그들을 배상제회(拜上帝會)의 본부가있는 금전촌으로 안내해 같은 신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금전촌에 들어온 정세창은 빠르게 주변을 훑어보았다.

같이온 일행들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비호국 요원의 실력을 발휘하였다.

남청이 중국인이자 비슷한 처지의 강남인으로 생각한 정세창은 실제로 비호국에서 훈련받은 첩보원이다.

동시에 그의 본명은 정세창이 아니라 윤대영이고 상당히 뛰어난 격투솜씨와 몸놀림이 날렵했다.

“이보게들, 오늘 데려온 새로온 신도들을 소개하겠네.”

“천왕님과 상제님의 가호가 있기를...”

윤대영 일행들은 남청의 안내에따라 몇몇 신도들과 인사하며 쉴곳을 지정받았다.

얼마후 주변에 사람들이 없고 적당한 기회가되자 윤대영이 천천히 말했다.

이번에는 조금전까지 사용하던 유창한 중국어가 아니라 조선어다.

“그래도 첫단계로 금전촌에 잠입하는데는 성공했군.”

“생각보다 마을의 규모와 신도들의 숫자가 제법 되는거 같습니다.”

“어림잡아 계산해 봤는데도 대략 3000명은 넘을것으로 보입니다.”

“제대로 보았네. 처음에는 전하가 뭣때문에 강남지역, 그것도 광서성에있는 이런 자그마한 마을로 잠입하라고 했는지 이해할수 없었는데, 이제는 전하의 깊은 뜻과 안배를 확인할수 있겠네”

윤대영이 대답했다.

동시에 윤대영은 나머지 두명의 요원들을 지휘하는 첩보조장의 역활이다.

나이도 두명보다 많았고 경험도 풍부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윤대영은 상대에게 접근해 친밀감을 높이고 정보를 캐내는 능력에서는 탁월했다.

한편 윤대영은 조선을 떠나기전 비호국장인 최원상과함께 창덕궁을 비밀리에 방문했다.

그곳의 희정당에서 윤대영은 비호국을 창립하고 자신들을 지원해주는 하늘같은 존재를 보게된 것이다.

철종의 명에따라 비호국이 비밀리에 설립되었지만 철종이 비호국의 현장 요원들을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상당히 특수한 경우이고 중요하기 때문에, 최원상에게 지시해 현지에서 활동할 첩보조장을 면담하게 된것이다.

“전하께서는 금전촌을 근거지로하는 배상제회라는 사교집단이 앞으로 중국내에서 대규모 민란을 벌일것으로 예상하고 계시네.”

“그게 가능한 것입니까? 비록 3,000명이란 숫자가 적은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중국을 뒤흔들 민란을 만들어 낸다니.”

“처음에는 나도 자네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였네, 그러나 사교집단인 배상제회에 소속된 인원들은 대부분 광서성에있는 객가인들이고 청조정에대한 불만이 가득한 상태지. 물론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겠지만 어쨌든 우리들이 해야할것은 이들 사교집단에 잠입한 상태에서 앞으로 전개되는 상황들을 상부에 보고하고 지시를받는 것이지.”

윤대영이 두명의 조원들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윤대영은 임금과의 만남을통해 철종이 청나라에대한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고 있는지를 알게되었다.

‘얼마후에 조선은 청국과 일전을 벌이게 될것이네. 하지만 조선이 청을 상대로 외부에서 전쟁을 전개하는것과 동시에 중요한것이 또 있네. 바로 적의 안쪽에서 혼란을 만드는 것이지.’

윤대영은 임금에게 들은 설명을 떠올렸다.

다만 철종이 윤대영에게 모든걸 말해준것은 아니다.

지금 그들이 잠입한 배상제회가 이후, 청나라 말기의 역사에서 대사건을 일으키는 태평천국 난-에서 주도적인 세력이 될것이란 부분이다.

그러나 철종이 윤대영에게 언질을 준 부분에는 조선이 이후에 배상제회-라는 사교집단을 군사적으로 지원하는것.

또한 조선의 신무기들을 비밀리에 지원해 더욱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는 부분등은 있었다.

윤대영도 조선군에게 보급중인 백두철포나 현무철포의 강력한 위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들었다.

때문에 임금의 말대로 조선에서 배상제회가 난을 일으킬때, 적당히 지원만 해줘도 그 세력은 금방 불어날 것이다.

한편 철종이 윤대영과 첩보조들에게 내린 명령중에는 태평천국의 난을 주도할 핵심 인물들의 동향에대해 보고하는 것이다.

잠시후 마을내부가 떠들썩하게 변했다.

“아아! 천왕님이 나오셨다!”

“신도들은 모이시요.”

누군가가 소리쳤고 은밀하게 대화하던 윤대영 일행들도 앞으로 나아갔다.

금전촌의 중앙에있는 건물에서 배상제회-를 만들고, 수천명의 신도들에게 하늘처럼 떠받들여지는 교주이자, 속칭 천왕(天王)-이라 불리는 홍수전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홍수전은 금으로 수놓아진 화려한 옷을입었고 구세주라도 된듯이 신도들을향해 설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홍수전을 보고있던 윤대영은 피식-하며 냉소를 지었다.

‘역시 전하의 말씀대로 저녀석은 우리 조선이 이용해먹기 딱 좋은 수준이구나.’

간도 정찰대 (01)

덜컹! 덜컹! 굉음을내며 마차들이 나아갔다.

후방에는 짐칸이 달려있는 화물용 마차들이다.

무거운 중량을 싣고 있다보니 바퀴가 이따금씩 삐걱거렸다.

때문에 속도를 높이지는 못하지만 선두마차의 마부석에있는 진성욱은 마차들에 실려있는 화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었다.

진성욱은 선죽상회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었다.

얼마전 그를 포함해 여러명의 마부들이 부행수인 김도영에게 특별지시를 받았다.

그것은 한양에있는 군기시 관청에가서 어떤 화물들을 수송하라는것.

다만 행선지는 선죽상회가있는 개성이 아니라 한양에서 수백리 떨어진 북방의 평안도에있는 초산(草山)이다.

“조장님! 목적지가 눈앞에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들 했네. 숙영지에 도착하면 며칠정도는 편안하게 쉴수있을테니까. 그 사이에 여독도 풀고 말이야.”

“그런데, 우리들이 운반중인 마차와 짐칸들에 실려있는게 모두 군기시에서 새로 개발해낸 총포들이란 말이군요. 지금 마차들에 실려있는것만 계산해도 최소 2-3000정은 될거 같습니다.”

“맞네. 대략 3000정도고, 각각의 총포들에 사용할 화약과 탄환, 그리고 여러가지 물품들도 포함된 것들이지.”

“조선에서 이런 신병기를 만들어낼 수준이 된다니. 수송을 담당하는 저희들도 뿌듯함을 느낄거 같습니다.”

후방에서 마차를몰던 오명석이 대답했다.

여기에 진성욱은 한차례 수송대열을 확인한뒤에 덧붙였다.

“안그래도 군기시에서 제작된 총포들을 북방지역의 여러곳으로 운반해야 하니까, 이번일을 끝내면 한양으로 가서 수천정의 총포들을 마차에싣고 떠나야 하네.”

“이러다가 평안도, 함경도와 한양을 왕복하는 것만해도 십수차례는 될거같습니다.”

“우리로서는 이번일로 밥벌이도 되고, 보수도 두둑하니까 좋은거 아니겠나?”

“맞습니다.”

선죽상회에서 편성된 수송대가 날라야할 총포들과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그럼에도 보람을 느꼈다.

자신들이 운반해간 신형 총포들을 사용하는 조선군.

특히 북방군은 더욱 강력해질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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