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1화 (71/169)

누데치는 오른팔과 같은 부하였다.

실력도있고 용맹했기에 지금까지 총애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등신같은 짓거리만 해대는 것이다.

주둔지에서 본대를 이끌고 나왔는데도 약속장소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지르칼손님. 누데치가 딴생각을품고 배신한것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다. 놈이 그런짓을하면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 잘알고 있을테니까 말이다.”

지르칼손이 소리를 질렀고 나머지 부대장들이 움찔했다.

팔기군에서 배신은 죽음이다.

자신들이 속해있는 요동파견군의 팔기군이 팔기군의 중핵은 아니다.

연경이나 중요지역에 파견된 팔기군에 비해서는 변방이다.

그렇다해도 팔기군은 다른 부대에비해 정예군이였다.

요동에 배속된 다른 부대들도 만주족 기병대 앞에서는 숨을 죽일정도다.

때문에 누데치가 자신을 배신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런짓을 한다면 끝까지 추격해 팔다리를 찢어놓을 것이다.

“저희들도 누데치가 배신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남은것은 하나뿐. 누데치 부대에 사고가 생겼거나 적에게 당했다는 뜻입니다.”

“감히 만주에서 청의 팔기를향해 도전할 놈들이 있다고? 마적떼 놈들도 우리만보면 도망치고 조선놈들은 수십년간 약탈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고 있는데.”

지르칼손이 피식웃었다.

청제국 기마부대에는 적수가 없다고 확신했다.

누데치의 부대에 사고가 생겼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즈음 한명이 말을타고 달려왔다.

“지르칼손님! 적이 나타났습니다.”

“마적떼 놈들인가?”

“그건 아니고 조선군 같습니다.”

“사실이냐?”

보고를받자 지르칼손이 측근들과 앞으로 나아갔다.

저멀리 다가오는 기병들의 모습.

복정이나 갑옷등을 볼때 마적떼들은 아니였다.

숫자는 기껏 50명에 불과했다.

지르칼손의 본대에는 800명이 넘어가는 기병들이 있었다.

“저놈들이 미쳤구나!”

지르칼손이 냉소할때 선두기병이 뭔가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전방을향해 던졌다.

“저놈이 뭔가를 던졌는데 사람의 머리같습니다.”

“확인해라.”

지시가 떨어지자 수십명이 돌진해 나갔다.

머리를던진 기마병들이 속도를 높이면서 파고들었다.

“개같은 놈들! 잔머리를 굴리는구나! 조심해라.”

몇명이 소리치며 속도를 늦추었다.

나머지는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확인할려고 신경쓰지 못했다.

그때 핑! 피피핑! 돌진해가던 상대가 활을꺼내 발사했다.

크억! 켁! 쇄도해온 화살에 5~6명의 청나라 기병들이 쓰러지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머지는 겁을먹으며 후퇴했다.

기습적인 화살공격을 성공시킨 조선군 기병들은 말을돌렸다.

기회를노려 바닥에 떨어진 머리를 줏어든 부하가 지르칼손에게 그것을 가져갔다.

부하가 가져온 머리를본 지르칼손의 눈에서 핏줄이 곤두섰다.

“크아앗! 이놈들.”

그것은 자신이 오른팔로 아끼던 누데치의 머리였다.

포위하고 섬멸한다

콰두두두! 굉음을내며 수백의 기병들이 나갔다.

추격하는 대상은 전방에있는 조선군 기병들이였다.

숫자는 기껏해야 7-80명남짓.

추격을위해 지르칼손은 모든 부하들을 동원했다.

“놈들이 탈출하지 못하도록 우회해라.”

“길목을 막아!”

지르칼손의 외침에 부대장들이 명령했다.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얼마후에는 충분히 포위망을 만들수 있었다.

그뒤에는 하나씩 살육을 펼치면서 죽여줄 결심이였다.

“감히 누데치의 목을잘라서 나에게 던져?”

지르칼손의 눈에 핏발이섰다.

모욕감을 느꼈고 씹어먹어도 시원치않을 정도다.

누데치는 자신의 오른팔이면서 오랜동안 충성해온 부하다.

연경(북경)에서부터 자신을 따라다닌 측근이다.

그런 부하를 조선군들이 죽인것이다.

그것도 목까지 잘라서 자신에게 던졌다.

“지르칼손님! 이대로 추격하는건 위험할수도 있지 않습니까?”

“씨끄럽다. 저놈들은 기껏해야 100명도 안된다. 그것보다 네놈들이 제대로 못하니까. 저놈들과의 거리가 줄어들지 않은거잖아. 우회해서 길을 막으라고 한것을 못들었나?”

“지금 부하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부하의 대답에 지르칼손이 시선을 향했다.

도주했던 조선 기마병들은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때문에 속도가 늦어졌다.

일부는 우회를 시작했고 포위망을 만드는건 시간문제다.

“이제 독안에든 쥐새끼들이다.”

청의 기병들이 기세좋게 외쳤다.

그들은 유인작전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추격해간 청 기병들이 언덕의 중간까지 올라갔을때 후방쪽에서 조선의 보병들이 빠르게 나타났다.

새로운 부대의 출현.

지르칼손과 부하들은 오히려 좋아했다.

기껏해야 보병일뿐 청의 기병에게는 상대조차 안된다.

“돌파해서 쓸어버려라!”

“대청제국의 기병부대에 보병으로 덤비다니? 미쳤구나!”

기병도와 창을 뽑아들며 돌진했다.

일부는 조선 보병들이 총구를 겨누는걸 발견했다.

“조선놈들이 화승총을 조준한다!”

“신경쓸거 없다. 어차피 놈들의 화승총은 사거리도 짧고 조준도 제대로 못한다.”

기마병들이 자신감을 드러내었다.

병자호란때도 조선의 화승총 부대는 청의 기마부대에 완전히 갈려나갔던 것이다.

그때를 생각하며 적들은 속도를 내었다.

그들은 조선군이 무장한 신형보총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몰랐다.

“저놈들이 돌진해와도 겁먹지마라! 보총의 탄환 한발이면 녀석들은 즉사다!”

군관들이 소리쳤다.

적과의 거리를 파악했고 신호를 보냈다.

“거총!”

처처척! 언덕의 정상으로 늘어선 보병들이 총구를 들었다.

장전을 마쳐놓은 상태였고 뇌홍(뇌관)까지 끼워서 언제든지 발사가 가능했다.

화승총처럼 심지에 불을 붙인다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도 없었다.

그럼에도 만주족 기마병들의 위세는 강력했고 일부는 긴장하며 침을삼켰다.

“훈련받은 대로만하면 저놈들을 쓸어버릴수 있다!”

“겁먹지마라.”

보병들을 지휘하던 군관들이 사기를 높였다.

조선군들은 평정심을 되찾았다.

여러차례 훈련을통해 강군으로 변신한 것이다.

잠시후 사격명령이 떨어졌다.

탕! 타타타탕! 전열을만든 조선군들이 일제사격을 개시했다.

그 모습은 천둥이 치는것처럼 강력했다.

“크악!”

“케엑-”

기세좋게 달려들던 청의 기마병들.

선두에있는 수십명이 한꺼번에 나뒹굴었다.

사격을마친 선두열의 조선군은 신속하게 뒤쪽으로 물러났다.

후방에 대기중이던 2번째 열이 나선다.

유럽의 전열 보병들이 사용하는 사격방법-

그것을 조선군이 펼치는 중이다.

“놈들이 사격을마친 빈틈을 이용해라.”

“돌격해라.”

청의 부대장들이 외쳤다.

군마의 속도를 높이면서 파고들었다.

신형보총을 휴대한 조선군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첫번째 사격에서 상대 기마병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가는걸 지켜본 상태다.

두려울것이 없었다.

미리 장전을마친 2열의 보병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그 사이에 후퇴한 첫번째 대열의 조선군들은 재장전을 시작했다.

움직임은 상당히 빨랐다.

과거 조선군이 사용하던 구형 화승총은 재장전 속도가 느렸다.

때문에 쾌속으로 돌진해오던 적의 기마대를 막는것이 힘들었다.

하지만 조선의 특수부대가 장비한 신형보총은 완전히 틀렸다.

군기시의 장인들이 밤낮으로 작업하며 개조했고 그들의 피땀이 녹아있는 병기였다.

탁! 타닥! 재장전을 진행중인 병사들의 손놀림은 익숙했다.

한지로 만들어진 약포-

약포를 입으로 찢었고 적정량으로 들어있는 화약가루를 총구에 넣었다.

신속하게 꼬질대를 총구에 쑤셔넣으며 화약들이 내부 깊숙하게 들어가도록 하였다.

두번째로 총구로 들어간 화약의 폭발가스가 새지않도록 미리 만들어진 나무를 넣었다.

이것은 총구의 구경에맞게 제작된 것이였고 꼬질대로 밀어넣으면 단번에 압착된다.

나무로된 부분에는 금속탄환이 같이 붙어있었다.

이때문에 탄환을 넣기위해 불필요한 동작을 할 필요가 없었다.

이전의 화승총에비해 재장전 절차가 간소화된 것이다.

이때문에 조선군이 쓰던 화승총은 1분에 한발정도만이 겨우 장전가능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숙련된 병사라면 1분에 3발, 심지어는 4~5발 까지도 가능할 수준이다.

노리쇠를 당겼고 마지막으로 대나무로 만들어진 뇌홍을 끼웠다.

모든 장전이 완료되었고 언제든지 발사가능한 상태.

신형보총인 현무철포는 조선군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전원 거총!”

처처척- 절도있는 동작이 나왔다.

선두열 보병들을 지휘하던 군관의 외침에 재장전을 마친 병사들이 현무철포를 전방으로 조준했다.

후방에있던 제 2 열이 현무철포를 발사하는 사이에 뒤로 이동해서 재장전을 마치고 앞으로 나온것이다.

조선군이 화승총을 재장전하는 시간을노려 돌격한 청의 기병들은 경악했다.

도저히 믿을수 없었다.

“어떻게 된거야?”

“저놈들이 벌써 발사준비를 시작했다.”

“으아아!”

공포에질린 외침이 흘러나온던 찰나.

탕! 타타타탕! 주위를 진동시키는 사격음이 터져나왔다.

달려들던 청의 기병들은 피떡이 되었고 말에서 낙마하며 짓밟혔다.

후방에서 지켜보던 지르칼손이 분노했다.

“멍청한 놈들! 대청제국 팔기군의 용맹은 어디로 간것이냐?”

“대장님! 이대로 기병을 돌격 시키다가는 전멸입니다.”

“헛소리마라. 조선놈들이 운좋게 팔기군의 기병돌격을 막아낸것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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