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2화 (62/169)

거기에는 돈을주고 구입하는 방법.

또는 공개된 것들까지 다양했다.

김정호의 지도제작팀은 이원범에게 넉넉한 자금지원을 받고있는 상황이라 이미 만들어진 지도들을 빠르게 모았다. 그뒤에 김정호는 다년간 쌓아왔던 지도제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별로된 지도들을 종합하고 틀린 부분은 고치면서 진행해 나갔던 것이다.

김정호가 그렇게 제작된 지도를 탁자위에 펼쳤다.

만주지역을 전체적으로 나타낸 것.

각각의 지역별로 그려진 지도들까지 있었다.

홍상준과 신재식은 그것을 살펴보며 감탄했다.

이정도면 군사작전을 펼치는데 충분할 수준이다.

“자네들 덕분에 청국부대를 상대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네.”

“송구하옵니다.”

김정호가 머리를 숙였다.

만주에대한 지도제작을하고 얼마되지 않았는데 벌써 그 지도가 실전에 쓰일날이 왔다는 사실에 김정호는 기뻤다.

홍상준과 신재식은 김정호가 제공한 만주지도를 바탕으로 작전을 계획했다.

적의숫자는 아군보다 많았지만 승산은 충분히 있었다.

지금까지 청나라의 기병부대는 조선에게 있어서 공포의 존재였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이제부터 적들에게 조선군의 힘을 보여줄때가 온것이다.

* * *

“공판이 올린 장계를보니 새로운 광산들을 추가로 개발하는데 성공했군요. 앞으로 조선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광산들을 발굴하고 운영하는게 필요합니다.”

“망극하옵니다. 전하.”

공조판서인 김석민이 대답했다.

요즘들어 공조판서는 업무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럴것이 조선을 근대화 시키고 산업화 시키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업무들이 대부분 공조와 관련이 많았다.

아시아의 SSS-특급 운산금광의 개발도 공조의 일이다.

이후에 몇개의 금광과 은광들이 더 발굴되고 채굴이 진행되면서 일이 더 늘어났다.

그뿐인가?

조선의 철생산량을 늘이고 대량의 철강들을 비축하는 것.

이것도 핵심 사업중에 하나다.

왜냐하면 앞으로 조선군에 보급할 신무기들은 물론이고 새롭게 개발하는 무기들도 모두 철의 생산량과 비축분이 제대로 없으면 달성할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일단 영국령 동인도 회사를통해 성능좋은 캘버린 화포들을 수입해서 비축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포탄들은 모두 조선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언제까지 서양의 화포들만 수입할수는 없다.

캘버린 화포가 현재로서는 성능이 좋지만 그것도 조선군의 화포나 청군의 화포에비해 월등한것 뿐이다.

지금 영국에서는 캘버린포의 개량형과 신형 화포들이 나오는 상태이다.

이후에는 후장식 화포, 즉 본격적인 후장식 캐논(Cannon)의 시대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전장식 대포를 굴리고 있다가는 일방적으로 학살 당한다.

즉 조선이 자체적으로 고성능 화포를 만들고 포탄을 만들어야 강대국이 될수있고 살아남을수 있는것이다.

그때를 위해서도 철광산의 개발과 철생산은 지속적으로 해야했다.

‘지금 영국은 1년 철생산량이 최소 300만톤은 넘어가겠지? 그리고 몇년뒤에는 미국이 영국의 철생산량을 능가해서, 1년에 500만톤, 600만톤은 우습게 뽑아낼 수준이고...’

대량의 철강을 생산하지 못하면 신무기도 못만들고, 증기기관차를 달리는 철도사업.

그리고 대양해군에 필요한 장갑선과 철갑선, 심지어는 도시를 근대화 시키는것도 못한다.

인류가 본격적인 현대문명을 만든것도 철의 대량 생산이고, 철강제국이 곧 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이 될수있는 것이다.

‘어쨌든 조선에도 본격적인 중대형 제철소를 만들 준비를 해야겠군. 언제까지 소형 용광로를통해 철을 생산할수는 없으니.’

공조판서가 작성한 장계들을 확인하며 필요한 부분들을 확인했다.

지금은 공조판서가 여기까지 해낸것에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해서 일구어낸 것이니 말이다.

“전하께서 일러두신대로 역천탄과 갈탄을 이용해서 만든 제철용의 열탄(熱炭)을 사용한결과, 철의 생산과 비축은 상당히 올라간 상황입니다. 그리고 용광로에서 만들어진 철을 뜨거운 상태에서 한번더 제련하는 전로방식을 쓰면서 철의 품질이 더 좋아졌다고 합니다. 현장에있는 장인들의 말로는 이전에는 용광로에서 나온 철이 쉽게 깨지고 하였지만, 지금은 전로를통해 더 질기고 단단한 철이 대량으로 나오기에, 작업공정이 훨씬더 간편해진 상태입니다.”

공조판서가 설명했다.

역시 나에게 이것저것 많은 부분을 지시받고 현장에도 직접가서 장인들과 이야기 하더니 공조판서도 지식이 꽤 늘었다.

좋은 현상이다.

물론 공조판서가 현장에서의 기술과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야 하는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의 산업화를 총괄하는 직책으로서 기본적인 지식들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조금전 공판이 말한 열탄-이라는건 내가 공조에 지시해서 지금은 조선의 철광제조에 많이 사용하는 코크스-다.

코크스가 제철산업에서 혁명적인 기술중에 하나인건 사실이지만 그것과함께 중요한것이 바로 전로기술이다.

공판의 말대로 처음에 제철을통해 나오는 철들은 푸석하고 쉽게 잘 깨어진다.

탄소의 함유량이 일정치않고 뭣보다 불순물이 많아서다.

이것을 한번더 제련하고 걸러주는 것이 전로기술인데 역사에서는 벳세머 전로법이 혁신적인 기술로 통한다.

한편 이것은 철강생산의 강국인 영국에서도 몇년뒤에나 나올것인데 조선에서는 이미 나의 지시를통해 소형으로 진행중이다.

다만 벳세머 전로법이 제대로 효과를 볼려면 대형 제철소를통해 거대한 용광로와 전로를 사용해야 한다.

조선은 아직 거기까지는 미치지 못했기에 대량생산을위해 반드시 중대형 제철소를 건설하는게 필수중에 하나다.

‘어차피 현재 조선의 기술로 중대형 제철소를 만드는건 힘들고, 결국은 다른곳에서 솜씨좋은 철강업자를 포섭해야 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잠시 고민을 하였다.

영국쪽은 마땅한 후보자가 없었다.

물론 영국이 현재로선 제철강국인건 사실이지만 조선에 제철소를 세울만큼 관심있는 사업가는 없는것이다.

동시에 영국의 제철산업은 꽤 폐쇄적이고 속칭 이너서클(Inner Circle)-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결국 미국인가?

하긴 지금 미국의 제철산업은 이후에 철강왕 카네기가 등장해서 철강산업을 완전히 장악할때까지 속칭 군웅할거-의 시대처럼 중소형 제철업자들이 꽤 많다.

이들은 이후에 철강왕 카네기에게 모두 잡아먹히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전에 실력좋은 철강업자를 미국에서 데려오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이후에라도 카네기쪽의 공세에 대항이라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공판이 수고해준 덕분에 과인은 안심이 되는군요. 그런데 저번에 말했던 조선내 거상들이 각자 자금을내어 투자하는 부분에 대한것은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습니까?”

공판을향해 질문하며 나의 시선은 유연석에게 향했다.

이곳에는 공판과함께 호조에서 뛰어난 인재인 유연석도 동참하고 있었다.

유연석을 포함해 호조내의 실무형 인재들을 포섭한것은 잘한 선택이다.

그들을통해 김좌근과 안동김씨들이 빼돌린 돈과 비자금, 그리고 감추어둔 재산들의 목록까지 작성된 상태다.

김좌근과 안동김씨를 치기전에 그놈들이 갖고있는 재산을 먼저 파악해 놓아야 확실한 승리가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외에도 공조에서 진행중인 많은 사업들에 호조의 실무형 관료들이 참가해서 협력하는건 중요했다.

이때문에 요즘들어 공판과 호조의 유연석은 같이 일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럴것이 운산금광에서 나오는 금괴들에대한 관리.

그리고 조선내의 상업들과 관련된 부분들도 모두 돈과 연관된 것이니까.

때문에 호조의 인재인 유연석은 핵심중에 한명이다.

나로서는 유연석의 재능이 확실하기에 이후에는 미래의 호조판서, 그리고 조선제국의 재무성 장관으로 낙점해놓은 상태다.

“신 유연석 아뢰옵니다. 전하의 명을받아 공판과함께 조선내 거상들로부터 상당한 자금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어느정도 입니까?”

“조선내 팔도의 거상들이 기꺼이 투자금을 내었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거상들만이 아니라, 지방에있는 중소규모의 상인들도 참가를 희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모인 액수는 대략 230만냥에 이릅니다.”

은화 230만냥이다.

처음 예상할때는 잘해봐야 7-80만냥 정도로 계산했는데 3배나 되었다.

“조선의 거상들과 상인들이 과인을위해 그정도로 협조를 해주다니 정말로 뜻밖이군요.”

“소신이 생각하기에 전하께서 그들에게 자금을 낸 만큼, 왕실이 보증하는 채권을 발행한 것이 큰 역활을 한것으로 사료됩니다.”

“과연...”

유연석의 설명을 들으며 바로 납득했다.

상인이란 이익에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거상들에게 돈을내면 그만큼 댓가가 생긴다는걸 암시했고 그것을 보증하는것이 왕실보증이 채권이다.

즉 이번에 모인 230만냥의 돈에 대해서는 각각의 상인들이 돈을 낸만큼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통상 100냥, 500냥짜리 채권부터 시작해서 1000냥, 5000냥, 1만냥까지 다양했다.

특히 5000냥, 1만냥짜리 채권은 팔도의 거상들이 충분히 살수있지만 각지역의 상인들에게 그정도 자금은 무리였다.

때문에 좀더 금액이 작은 100냥, 500냥짜리, 1000냥짜리 채권도 만들었는데 이게 상당한 효과를 본것이다.

동시에 구입한 채권에는 얼마후에 이자를 붙여서 상환해준다는 왕실의 보증까지 있으니 각 지역의 상인들도 뛰어든 것이다.

이자도 제법 높은 연 15% 짜리다.

즉 고배당의 채권이란 뜻이고 지금 당장 자금이 급한 상태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

그리고 연 15%-의 수준이라해도 크게 문제될것은 없다.

앞으로 조선이 강대국으로 커나가면 그정도는 껌값에 불과할 테니까.

금융공학에서 말하는 미래가치를 현재로 당겨서 쓰는것.

그리고 미래가치는 조선제국이다.

어쨌든 유연석의 보고를통해 230만냥이란 자금이 모였다는건 출발이 좋은 편이다.

여기가 네놈들의 무덤이다

“자금들중에 일부는 저번에 과인이 말했던 조선인 유학생들을 선발해, 구라파(유럽)로 보내는 일을 시작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전하께서는 그것에 어떤 복안을 갖고 계십니까?”

예조판서가 질문하였다.

이전에 몇번정도 조선인들을 선발해 국제유학생단으로 보내는것에대해 떡밥을 뿌려둔적이 있었다.

물론 공개적으로 말한것은 아니고 나와 함께하는 측근 세력들, 그중에서도 예조판서나 공조판서등 핵심인사들이다.

문제는 유학생을 보낼려면 돈이 드는데, 그것은 이번에 모인 230만냥의 자금중에 일부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대략 2-30만냥 정도면 넉넉하겠군.

조선후기 고종때에는 양반들이나 집안형편이되는 조선인들중에 능력껏, 또는 개별적으로 외국에 유학을 갔다오는 조선인들이 생겨났다.

이들이 속칭 신세대 개화파가 되었고 조선의 근대화를위해 노력한 부분은 인정한다.

그런데 체계적이지 못하고 개별적인 유학들이 가져온 결과는 차참했다.

뭣보다 유학생들중 상당수가 조선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을 갔다왔다. 이때문에 신세대 개화파들중에 친일적인 성격을가진 이들도 많이 생긴 것이다.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놨더니 일뽕(?)이 되어서 돌아왔다?

그당시 일본이 아시아에서 먼저 근대화를 이루었고, 이 부분이 일뽕(?)으로 변해버린 일부 신세대 개화파들에게 파고든것도 사실이다.

동시에 일본이 고종때 조선을 쉽게 먹은것에는 이미 친일적인 일뽕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당연할 것이다.

다만 고종이 좀더 머리를쓰고 조선이란 국가에서 통합적인 관리를 했다면 많은 신세대 개화파들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해도 무지성 일뽕으로 변해버리는건 막을수 있었다.

이처럼 자국의 인재들을 외국으로 유학보내는 부분에서는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걸 못하면 오히려 독이된다.

동시에 배움을 한다해도 조선의 산업화와 공업화에 필요한 학문들을 배워오는것이 중요한 것이다.

돈 들여서 보내놨더니 쓸데없는거 배워오는 놈들이 생기는것도 곤란하고 말이지.

“전하께서 지정하신 분야들을 볼때 조선내 양반들이나 사대부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학문들이 없을거같아 염려가 됩니다.”

“상관 없습니다. 그들이 아니라해도 배울려는 인재들은 많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소신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예조판서가 머리를 숙였다.

유학생 선발을위해 모집할 분야들을 말해주었을때 예조판서가 저렇게 반응한것은 당연했다.

첫번째로 영국의 명문대인 케임브리지(Cambridge) 대학에가서 기계 / 물리 / 화학 / 의학 / 경제학-등을 배울 학생들을 1차로 선발한다.

인원은 각 분야마다 10명씩해서 50명정도가 되겠다.

조선역사 최초로 케임브리지 대학생 50명이 생기는 것이다.

어차피 케임브리지 대학교 학비가 비싸고 동시에 저들 50명에 대해서도 영국에있는 시필드 가문을통해 편법을 써야한다.

즉 상당한 황금과 돈을 찔러주고 뒤로 들어가는 기부입학인 셈인데, 그렇다해도 상관없다.

어차피 조선의 인재들이 신학문을 배운다는게 중요한 것이니 말이다.

문제는 예판의 말대로 저런 학문들에 대해서는 조선내의 성리학 탈레반 양반이나 사대부들이 개뿔 관심도 없다는 것이겠다.

국가에서 엄청난 돈을들여서 공짜로 보내주고, 현지의 생활비까지 준다는 것인데, 양반놈들이나 유림의 글깨나 익혔다는 놈들이 콧방귀를 낄테니까 말이다.

21세기에도 1년 학비가 1억 2천만원이나 하는 금칠한 대학이다.

그 정도의 돈을 국가에서 대준다고 하는데도.

어차피 관심없는 놈들은 제낀다.

“예조에서 방을붙이고 알리면 필시 서방의 학문에 관심을 가진 중인들이나 평민들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할 영길리국으로 보내는 유학생들은 신분과 귀천에 관계없이 뽑을 것이니 그에따라 진행해 주십시요.”

“어명을 받들겠습니다.”

예조판서가 대답했다.

국제유학생단을 모집하고 선발하고, 이후에 사전교육등을 하는것은 모두 예판과 예조에 맡기기로 하였다.

그것이 앞으로 예조가 국제관계나 외교부분에서 실무와 경험을 쌓는 일이 될테니까 말이다.

일단 영국의 케임브리지대에서 공부할 인원들은 50명.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현장에서 직접 담당할 실무에 관련된 기술을 배우는 인원들도 필요하다.

동시에 영어나 유럽의 언어들을 배워와서 조선인들에게 가르칠 인원들도 있어야 했고.

조선후기 고종때 조선인들중에 영어나 불어, 독어등을 배운 인원들은 고종때 들어온 서양인 선교사들을통해, 또는 그들이 세운 어학교를통해 배운 경우가 많았다.

그때에 서양인 선교사들 중에는 일본에서 지내다 온 이들도 좀 있었는데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조선인들이 영어나 불어, 독어등을 배우는 습득력은 상당히 빠르다고.

특히 미국인 선교사들은 일본학생과 조선인 학생, 둘다에게 영어를 가르쳐본 결과 조선인 학생들의 영어발음이나 회회능력이 월등하다고 했으니 말이다.

이건 이후 현대에도 연구가 되었는데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일본어의 발음상 낼수있는 음성의 갯수가 제한적이고 한국어나 영어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적어서 그런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에도 일본이아닌 미국에서 태어나고 일본어를 전혀 배우지않은 일본인들은 영어능력이나 영어발음이 좋다.

결국 문제는 일본어에 있었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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