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5화 (55/169)

이것이 단편적으로 알고있던 시필드 가문에대한 부분인데.

시필드 가문의 둘째아들이 중국이나 동방으로 갔다는 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부분이 일부 변경되면서 시필드 가문의 둘째가 중국의 광저우에 있었다.

이번에 선죽상회의 김도영과 만나게된 것이다.

놀라운건 시필드 가문의 둘째인 제이든이 머리가 잘 돌아가는 청년이라는 사실이다.

선죽상회의 부행수인 김도영에게 지시한 내용과 지침들을 잘 파악하고 중개상으로서의 활동을 해낸것이다.

“제이든이 만든 회사의 이름이 뭐라고 했는가?”

“이스트 프론티어(East Frontier)-입니다.”

“생각보다 야망이 큰 녀석이군.”

시필드 제이든이 뭘하고 싶어하는지 짐작이 되었다.

뭣 때문에 중국과 동방으로 왔는지는 모르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아시아에서 독자적인 기반을 만들고 세력을 키우는것.

영국령 동인도회사를 무너뜨리고 싶은건가?

하지만 생각을 바꾸었다.

시필드 가문에게는 동인도회사보다 더 거대한 적이 있으니까.

그러고보니 지금쯤 런던에서는 시필드 가문이 로스차일드에게 난타를당해 자근자근 밟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시필드 제이든의 야망이 무엇인지를 학인할수 있었다.

생각보다 거물급이 낚시에걸린 것이다.

더 엄청난 거물은 로스차일드이긴 하지만 그 녀석들과 연결되어 이득을 취하는건 쉽지않았다.

무엇보다 녀석들이 조선이라는 국가를 어떤식으로 생각할지는 뻔하니까 말이다.

이후에 조선이 강국이되면 로스차일드에 대해서도 이용해볼 방법을 찾을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로스차일드가 개박살나면 조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생길수도 있고 말이지.

이것은 계산을 따로 해봐야겠다.

“부행수는 이후로도 제이든과 계속해 거래관계를 유지하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김도영이 고개를 숙였다.

이전에도 김도영과 군기시 장인인 방정태를 희정당으로 불러서 만남을 가졌다.

처음에 비해서 두명의 표정에 여유가 있었다.

당연할 것이다.

조선은 여전히 신분제 사회.

그중에서도 김도영은 평민보다도 천시를받는 상인이다.

방정태는 군기시 장인이라고 하지만 중인의 신분.

그들에게 임금은 하늘같은 존재다.

두명보다 신분이높은 양반들도 임금을 직접 만날기회가 없는 상황에서 임금의 침소가있는 희정당에서 독대했으니 말이다.

처음 희정당에 들어온 두명은 나를 보자마자 경악하며 엎드렸다.

고개조차 들지못했고 시선을 마주보는건 불경죄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이제는 임금이 내려주는 술상과 안주를 먹으면서 겸상까지하고 있었다.

수백년간 내려온 조선의 신분제-

이것은 임금인 내가 수많은 신하들 앞에서.

오늘부터 조선은 양반을 포함해 사농공상의 구별없이 모두 평등하게 지낸다라고 발표해도 제대로 지켜질 가능성도 없다.

하루아침에 손가락 튕기듯이 할수있는게 아니란 뜻.

그럼에도 준비는 계속해 해야했다.

신분제를 없애는 방법은 여러가지 과정도 필요했고 조건도 필요했다.

기득권인 양반의 권력과 지위는 계속해 침식시키고.

대신에 조선 민초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일반백성들의 지위는 높이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교육도 필요하고 산업화도 필요했다.

동시에 양반 대지주들에게 지배받지않은 자영농의 비율도 높여야했고 말이다.

결코 쉽지않다.

그렇지만 내앞에있는 김도영이나 방정태같은 인재들을 바탕으로 시작해야했다.

어쨌든 시필드 가문과 제이든은 조선에게 있어서 중요한 존재가 된것이다.

“그런데 부행수의 말대로 제이든이 우리에게 협조하는것이 공짜는 아니겠군. 조금전 말한 홍삼에대한 구라파 지역에대한 이권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김도영이 대답했다.

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는 나로부터 광저우에서의 특명에대해 상당부분 전권을 부여받은 상태기는 하다.

그럼에도 김도영은 제이든과 홍삼에대한 유럽 판매권에대해 협상한것에 걱정하는 눈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도영의 유연함을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다.

나 같아도 그런 상황에서라면 제이든과 협상을 했을테니까.

다만 과한 칭찬을 부하들에게 하는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제이든과의 협상내용을 보니 그런대로 잘 처리한거 같군. 다만 몇가지 부분을 보완해야 되겠군.”

“소인이 전하께 큰 죄를 저지른 것입니까?”

“그정도까지는 아닐세.”

김도영을향해 손을 내저으며 설명하였다.

제이든도 시필드 가문의 자식답게 머리를 굴린 상태였다.

조선의 홍삼을 유럽에 판매하는 것에대한 독점권을 원하고 있었다.

이것이 엄청난 이권이란건 분명했다.

만약에 성급했다면 제이든의 요구에대해 무조건 승낙을 해줬겠지만 상대를 내 뜻대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맛있는건 한꺼번에 주면 안되는 것이다.

잠시후 나의 설명을듣자 김도영이 고개를 숙였다.

“소신이 전하의 뜻대로 행하지못한 불충을 용서해 주십시요.”

“부행수는 그런대로 잘 해주었네. 광저우에 돌아가거든 과인의 요구사항들을 제이든에게 전해주게.”

“알겠습니다. 전하!”

선죽상회의 김도영은 나와 제이든, 그리고 조선과 이스트 프론티어(East Frontier)의 사이에서 연락담당 및 조정자의 역활을 하게되는 것이다.

이후에도 제이든과 이스트 프론티어를통해 해야할 것들이 엄청나게 많다.

김도영에게 격려와 보완사항을 전해준뒤에 다음으로 넘어갔다.

여기에 김도영과함께 방정태를 부른것은 이유가 있으니까.

뭔 개소리야 ???

“방정태. 군기시 관원으로서 이번일에 참가하여 많은 공헌을 해주었네.”

“소신 방정태. 전하의 대명을위해 모든것을 바치겠나이다.”

방정태의 음성에서 흥분을 느낄수 있었다.

신분높은 양반들도 임금과 직접 마주하기 힘든데, 군기시의 하급관원인 자신이 이런 영광을 얻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실력이지 신분이 아니다.

그것을 실천하신 분이 조선최고의 명군인 세종대왕님 이시다.

신분이낮은 장영실을 등용해 조선전기 최고의 과학기술 혁신을 이룩해 내셨으니 말이다.

“영길리국(영국)의 화약과 화포들을 견문해본 소감이 어떤가?”

“양이들의 화약과 화포들은 상국인 청의 무기들을 월등하게 능가하고 있었습니다.”

“제대로 보았네. 하지만 자네들이 광저우의 동인도회사에서 가져온 화약과 화포들은 오래되고 구형의 것이네. 지금 구라파에있는 영길리국이나 다른 국가들은 방정태 자네가 구경한 것보다 뛰어난 화약과 화포들을 보유하고 있네.”

“전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방정태가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광저우로 파견한 선죽상회에 방정태를 동행시킨건 이런 이유다.

그는 군기시의 최고 장인인 한기준의 수제자중에 한명이다.

조선군이 사용하는 총포와 화포, 그리고 화약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동인도회사에서 받은 화약과 화포들을 점검하는데 적격자였다.

방정태처럼 실무에서 활동하고 무기를 개발하는 장인들이 직접 눈으로 보는것도 중요했다.

몸으로 체감하고 느껴야 현실을 깨닫는 것이다.

지금 조선에는 직접 체감하고 느껴도 변하지않을 놈들이 있기는했다.

대가리가 깨져도 성리학 최고... 라고 외치며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멍청이들이 존재하니까 말이다.

이들이 바뀐다면 용서해줄수 있지만 그렇지않고 임금인 나에게까지 대가리 빳빳하게 들고 대든다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지.

그때를위해 정말로 충성하고 조선을 발전시킬 인재들을 키우고, 그들의 눈을뜨게 만드는게 필요한 것이다.

“방정태 자네는 수석장인 한기준과함께 영길리국에서 받은 화약과 화포들을 관리하며 연구하도록 하게. 어차피 지금 당장은 조선의 능력이 부족하기에 양이들의 무기들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비축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럴수는 없지. 조선의 장인들이 스스로 능력을 발전시켜서 나중에는 자체적으로 만들고 개량하는 단계까지 해야할 것이다.”

“전하의 말씀을 명심하겠습니다.”

방정태의 표정에서 각오를 읽을수 있었다.

저런 표정과 눈빛이지.

조선에 인재는 넘쳐난다.

한국이 21세기에 무역대국의 위치에 오를수 있었던것도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인재들의 덕분이지.

변변한 자원도없이.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공업화를 이루어냈던 한국의 성공을 지금부터 이루어내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을 100년이나 앞당겨 시작하는것.

앞으로 어떤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

* * *

우르릉! 콰쾅!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동행하던 시종과 내관들이 움찔거린다.

몇명은 두려움으로 비명까지 질렀다.

내관 녀석들이 호들갑 떨기는.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황송하옵니다. 전하.”

호통을 치기는 했지만 나도 놀라기는 했다.

비오거나 우중충한 날씨라면 몰라도 아침부터 해가 쨍쨍해서 맑은날인데 이런 상황이다.

기분이 찜찜하고 예감이 안좋다.

“서둘러 선정전으로 가야겠다.”

발걸음을 재촉했다.

평상시 조회를하는 장소는 선정전이다.

인정전의 경우에는 정식조회인 조참은 매주 1회정도를 하는곳이다.

그외 약식조회인 상참은 주로 선정전에서 하였다.

조선국왕의 일과란것은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똑같은 일과가 반복되는 중에도 수많은 사건들이 연속해서 벌어진다.

그래서 조선국왕이란 직책이 업무상 스트레스가 꽤 많은 상황이다.

이걸 대응하지 못한 국왕들은 단명하는 것이다.

선정전에있는 용상에 위치했다.

조회를위해 들어오는 신하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수렴청정을 진행중인 순원왕후가 궁녀의 도움을받아 들어왔다.

3년의 수렴청정 기간이 설정된 상태지만 허수아비 국왕으로 3년을지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분 같아서는 3년은커녕, 6개월도 이런 상황으로 지낼 마음은 없었다.

지금은 준비를위한 기간이라 참고있는 것뿐.

철종 이원범으로 즉위하고 처음 몇달은 궁궐생활을 포함해 각종 업무의 파악.

그리고 조정내에 측근세력들을 형성하는데 필요했기에 크게 불만은 없었다.

‘오늘은 분위기가 이상한데.’

들어오는 신하들중 몇몇의 표정들이 굳어진 상태다.

뭔가 일이 벌어진거 같다.

* * *

“그것이 사실인가?”

대왕대비인 순원왕후의 음성이 격하게 올라갔다.

조금전 장계를 보고하던 병조판서의 음성도 떨리고 있었다.

병조판서가 읽은 장계에대해 울컥하는 느낌이다.

청나라 놈들이 지랄을 하는구나.

예상했던 부분중에 하나다.

놈들이 먼저 선수를쳤고 나로서 대비할 여건이 없었다는 사실일 뿐이다.

불쌍하게 당한 민초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덤덤한 놈들이 있네.

김좌근과 안동김씨의 패거리들.

“병조판서.”

“예. 전하.”

병조판서가 대답하더니 내쪽을본다.

허수아비 국왕인 네가 왜 나서? 이런 모습.

저놈은 김좌근과 붙어먹는 놈이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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