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1화 (51/169)

이후에 제이든은 홍삼차에 다른 것들도 추가하면서 맛을 음미했다.

우유를 넣는것도 좋았고 그외에 벌꿀을 첨가하는것.

다양한 방법으로 홍삼차의 향기와 분위기를 바꿀수 있었다.

홍차의 뒤를이어 영국의 중상류층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조선의 홍삼을 영국과 유럽에 판매할수만 있다면...’

제이든이 머리속으로 계산을 해보았다.

엄청난 이득을 얻을것은 물론이다.

이것을 기반으로 시필드 가문이 일어서는데 큰힘이 될것이다.

더 놀라운건 또 있었다.

홍삼의 품질이나 생산에 있어서 조선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영토를지닌 중국도 제대로 생산을 못했고 일본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홍삼은 독보적인 제품이였고 다른 국가들은 흉내조차 못내는 상황이다.

자신에게 그 독보적인 제품을 유럽에 보여줄 기회가 온것이다.

절대로 놓칠수 없었다.

더럽고 천박한 졸부들

“당신은 조선의 홍삼을 구라파(유럽)에 판매하고 싶다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제이든이 김도영을향해 대답했다.

그것에대해 김도영이 옆에있는 막내 김도진을향해 시선을 돌렸다.

제이든이 불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제이든씨같은 새로운 구매자가 나타난것에 대해서는 우리같은 장사꾼들은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광저우로 갖고온 홍삼들은 이곳에있는 중국의 상인들에게 판매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중국 상인보다 더좋은 가격에 매입을 할수 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믿어 주십시요.”

제이든이 요청했다.

당장은 수중에 보유한 자금이 얼마없는 상태다.

하지만 영국에있는 시필드가에 연락하면 단시간에 막대한 자금을 끌어오는것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대답하는 김도영의 표정에는 가격에대한 문제가 아니였다.

“얼마전까지는 우리같은 상인들이 홍삼의 판매에대해 나름 재량권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설명을 해주십시요.”

제이든이 요청했다.

김도영이 천천히 대답했다.

철종 이원범은 임금이되고 난뒤에 신속하게 공조판서를통해 조선의 주력 수출품이 될수있는 홍삼의 관리를 시작했다.

그에따라 홍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선죽상회라해도 사전에 공조에 판매할 양과 판매자에대한 신고와 허가를얻고 난뒤에 해야했다.

이것은 이원범이 홍삼의 수출과 판매가 난잡하게 바뀌고 통제 불가능에 빠지는걸 방지하기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선죽상회라해도 홍삼이 제이든을통해 유럽으로 수출되는걸 마음대로 결정할수는 없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자 제이든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선임금이 누구인지 몰라도 상당히 영악하고 국제무역에대한 지식이 꽤 높은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까?”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김도영이 말끝을 흐렸다.

제이든은 의미를 알아차렸다.

세상에 공짜란 없는법이다.

제이든은 눈앞에 나타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뭐라도 해야하는 것이다.

“제가 여러분들과 조선왕을위해 도울수있는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 주십시요.”

“막내를통해 제이든씨에대한 여러가지를 알게되었습니다. 특히 영길리국(영국)에서 제법 알려진 시필드 가문의 분이라는것도 말이지요.”

“어차피 과거의 영광일 뿐입니다. 지금 영국에서 시필드 가문은 조롱과 냉소의 대상이 되어있는 상태라...”

제이든이 자조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대로 런던에서 시필드 가문은 더이상 위용을 드러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몇년안에 가문이 몰락할 것이라고 장담했고 부정하기도 힘들었다.

그럴것이 시필드 가문은 로스차일드의 계략에의해 막대한 손해를 보았고 부채만도 상당할 정도다.

정말로 몇년안에는 거지가 될수있는 것이다.

그것을막고 로스차일드에 대항하기위해 제이든이 여기까지 온것이다.

“당신말대로 시필드 가문이 과거의 영광이라해도, 저는 당신과 시필드 가문의 능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와 선죽상회의 식구들이 광저우에 온것은 홍삼의 거래만이 아니라 다른목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홍삼의 거래보다는 이것이 몇배나 중요한 것인데.”

“시필드 가문의 명예를걸고 비밀을 지키겠습니다.”

제이든이 대답했다.

자신을 구해준 조선 상인들은 평범한 자들이 아니였다.

이들과의 유대관계를 만드는것에 중요했다.

제이든은 이들이 조선왕에게 비밀임무를받고 왔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서양인인 자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라면 자신의 선택과 활동에따라 모든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 * *

“이거야말로 엄청난 것이군요.”

“전하께서는 예상이라도 한듯 광저우에서 믿을만한 서양인을 만나게 된다면 그를통해 이번일에대해 도움을받고 같이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혹시 그분은 과거에 영국이나 유럽에서 지내본 적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제가 알고있는 범위에서는 없는것으로 생각됩니다.”

“놀라울 정도군요.”

제이든이 고개를 저었다.

조선왕이라는 사람은 누구길래 자신을포함 상류층의 사람들만이 알고있는 고급정보를 꿰뚫고 있는것인가?

처음에는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온 기회에 안도감이 생겼다.

“당신말대로 그들은 상당한 양의 화약과 화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건 영국령 동인도회사의 사람들을통해 들은것이고 그외에 다른 방법을통해 수집한 정보들이기도 합니다.”

대답하던 제이든이 입술을 깨물었다.

동방과 아시아에서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얼마나 악랄하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알기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영국인에게도 이권을 뺏어먹기 위해서 난리치는 상황이다.

제이든에게는 아시아에서 박힌돌이 되어있는 동인도회사는 적대세력이다.

지금은 기회를 노려야하기 때문에 제이든도 시필드 가문의 후광을이용해 동인도회사의 핵심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제이든이 평가한 동인도회사의 상부층들은 한마디로

평가할수 있었다.

더럽고 천박한 졸부들-

이것이 제이든의 생각이다.

지금은 천박한 졸부들을 이용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했다.

그후에는 기회를노려 반격을 가하고 빼앗으면 되니까 말이다.

냉소를짓던 제이든이 고개를 갸웃했다.

조선왕이 영국이 갖고있는 화약과 화포에 관심을 가진다는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장은 생각나지 않았다.

화약과 화포는 군사무기의 핵심중에 하나다.

앞으로 엄청난 변화가 생길것은 분명해 보인다.

기회를 잡았다는 생각에 잠겨있던 제이든에게 또다른 의문이 들었다.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보유한 화약과 화포들의 숫자는 상당히 많지만... 문제는 그것을 살수있는 대금인데. 당신들이 홍삼을 거래하는 조선의 상인이란것은 알고있지만 동인도회사의 간부들은 탐욕이 가득한 자들입니다. 그들이 원하는건 오로지...”

“황금이겠지요.”

김도영이 대답하며 신호했다.

옆에있던 김도진이 상자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그것을 본 제이든의 두눈이 커졌다.

상자에서 꺼낸것은 묵직한 금괴였고 크기도 상당했다.

“유럽인들에게 소문으로 알려진 지팡구는 일본이 아니라 조선이였군요.”

“금괴는 임금께서 갖고계시는 금괴입니다. 그리고 당신에게 보여준 것은 일부에 속할뿐입니다.”

“.....”

제이든이 신음을 삼켰다.

홍삼만이 아니라 금도 상당할 정도로 있는 국가라니?

저 금괴라면 동인도회사의 졸부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수준이다.

제이든이 광저우에서 중국상인들과 동인도회사의 졸부들과의 거래를 확인해보니 은을 이용한 거래가 많았다.

은자도 충분히 가치가있는 화폐인 것은 사실이지만 황금만큼의 수준은 아니다.

“조선 임금께서는 어느정도의 화약과 화포를 원하시는 것입니까?”

“많은수록 좋지만 일단 첫번째 거래에서 원하시는 부분은 이정도 입니다.”

김도영이 제이든을향해 숫자를 표시했다.

그것을 확인한 제이든의 표정이 굳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수준이다.

현재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광저우 창고에 보유중인 화약과 화포들을 상당부분 긁어와야할 판이다.

그리고 제이든을향해 김도영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도 거래인만큼 제이든씨가 영국령 동인도회사를 상대로 좋은협상을 벌이고 그것으로 이득을 챙기는것도 조선의 임금께서 바라시는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훨씬 싼값에 구매가 가능하고 제이든씨는 중개를통해 또다른 기회를 만들수도 있고 말이지요.”

“그렇군요.”

제이든이 숨겨진 의미를 알아챘다.

김도영은 제이든에게 영국령 동인도회사를 상대로 협상할 대표자의 역활을 맡긴것이다.

이것은 제이든에게 또다른 기회가 온 셈이다.

막대한 부를챙기는 홍삼의 유럽판매권과 중개무역. 그리고 이제는 영국령 동인도회사의 막대한 화약과 화포를 중개하는 일까지.

제이든이 반사적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의 생각대로 조선은 엄청난 잠재력과 능력을가진 국가다.

자신에게 일생일대의 찬스가 온것이다.

* * *

“제이든씨. 이것으로 회사설립에 필요한 요건들과 서류들은 대부분 갖추어진거 같습니다.”

“당신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겁니다.”

제이든이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것에대해 니콜슨이 잠시 멋쩍은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제이든씨 당신이 영국에있는 시필드 가문의 소속이기 때문에 여기 광저우에서 회사를 설립하는건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문제는 당신이만든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잘 유지하는 것이지요.”

“하긴 영국에만도 하루에 몇개씩 신생회사들이 생겨났다가 파산해서 사라지는 회사들이 있으니까 말이지요.”

니콜슨의 말에 제이든도 동의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고전경제학의 발상지인 영국.

자본주의 경제체계를 정립한 영국은 속칭 시장자유경제 또는 무제한의 자본주의-라는 이념하에 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수요와 공급을통한 보이지않은 손, 일명 인비저블 핸드(Invisible Hand)에의해 모든 경제활동이 유지된다는 신념하에 대부분의 경제활동이 진행되었다.

이당시 영국내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폐단들이 이후에 거시경제와 수정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게되는 것이다.

어쨌든 제이든도 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이된 이상 무제한의 경쟁에 뛰어들게 되었다는걸 실감했다.

이전에는 회사경영이나 비지니스등은 큰형인 시필드 메칸티나, 아버지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는데 더이상은 아닌것이다.

“그런데 당신이 회사를 만들 결심을 한걸보니 전부터 이야기하던 기회를 찾은거 같군요.”

“아직 100% 확신할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제이든이 주먹을 쥐었다.

그사이에 니콜슨은 탁자위에 놓여진 수북한 서류들을 한번더 검토했다.

대부분은 광저우에 영국계의 신생회사를 설립하는 부분에대한 것들이다.

제이든의 경우에는 영국에 시필드 가문이라는 뒷배경이 있기때문에 서류절차를 포함해 많은것들이 수월한 편이다.

한편 제이든은 광저우에서 니콜슨을 알게된것이 행운이다.

그는 본래 영국에서 활동했던 변호사였다.

하지만 영국내의 팍팍한 생활에 염증을 느꼈고 새로운 세계에대한 동경도 있었다.

그리고 우연히 술집에서 선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던중 동방과 아시아에대해 듣게되었다.

한편 영국에서 변호사로 잘나가는 상태도 아니였기에 아시아에서 기회를 찾고싶은 욕망도 있었다.

비록 니콜슨이 새로운 희망을갖고 광저우로 왔지만 쉬운건 아니였다.

그리고 광저우에 왔지만 한동안 자리를 잡지못했던 제이든과 만나면서 서로 통하는게 있었던 것이다.

술잔을 내려놓던 제이든이 니콜슨을향해 넌지시 말했다.

“앞으로 신생회사인 이스트 프론티어(East Frontier)가 해야할 일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중에는 법률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부분도 있을겁니다.”

“.....”

제이든의 말에 니콜슨의 표정이 굳어졌다.

처음에는 제이든이 회사를 설립하는데 법률자문을 해주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큰 내막이 숨겨져 있었다.

동시에 제이든이 니콜슨에게 제안을하는 이유는 당연했다.

그가 처음으로 거래를 맺은것이 유럽이나 영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이란 국가다.

또한 조선에서온 선죽상회, 그리고 배후에있는 조선왕이 요구하는 분야도 평범한것은 아니였다.

따라서 이런 난관들을 대응하고 이스트 프론티어를 키우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법률자문과 변호사가 필요했던 것이다.

잠시후 제이든의 설명을들은 니콜슨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그런 속사정이 있었다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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