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169)

그외에도 전국에서 상당한 숫자의 작업원들도 충원되었다.

무엇보다 운산금광이 규모는 엄청날 수준이였다.

처음에 서준보는 지상으로 드러난 한개의 금맥만을 발견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에 더많은 조사와 탐색을 거치면서 내부에 숨겨진 여러개의 금맥들도 발견했다.

그에따라 운산금광의 주변으로 다수의 갱도와 작업들이 한꺼번에 진행되었다.

이것을통해 추출되는 순금의 양은 순식간에 늘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소규모의 인원들이 모여서 갱도에서 가져온 광석들을 녹이면서 순금을 추출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규모가 점차로 늘어났다.

철종 이원범은 공조에 지시를내려 조선초기에 개발된 연은분리법을 본격적으로 실용화 시켰다.

그에따라 추출된 순금의 양은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운산금광과 그 주변의 갱도에 대규모로 순금을 추출하는 설비들을 마련했고 그곳에도 다수의 작업원들이 배치되었다.

“준보형님. 갱도가 무너질 걱정이 없으니 더 깊은 곳까지 들어갈수가 있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거기다 갱도의 바닥에 저렇게 철로를 깔아놓으니 더많은 양의 광석들을 외부로 꺼낼수도 있고 말이야.”

서준보가 미소를 띠었다.

지금 운산금광에서 진행되는 작업방식은 상당히 근대적인 광산개발과 운영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 모든것이 철종의 지시에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전까지 조선의 광산개발은 민간에 의지하는 잠채였다.

이런 민간의 잠채는 한계가 분명했다.

때문에 이원범은 조선에서 진행되던 민간의 잠채를 무너뜨리고, 국가주도의 대규모 광산개발 사업으로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효과는 운산금광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후에는 더많은 광산개발에 적용될 예정이였다.

* * *

“아무리 역사에대한 지식이있고, 지금의 국제정세를 알고 있다해도, 계속해서 세밀한 정보들이 없으면 당한다. 이미 내가 과거로 환생한 이상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까.”

지도를 펼쳐놓고 중얼거렸다.

탁자위에 놓여있는 세계지도.

예조에서 가져온 지구전후도-를 내가 알고있는 지식등을 보완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조선은 극동에있는 작은 국가이다.

하지만 이 조선을 제대로 발전시키고 내가 원하는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

그중에는 국방, 산업, 외교, 국제정치까지 다양하다.

물론 이것에도 앞으로 해내가야할 부분이 산더미다.

하지만 또 빼놓을수가 없는것.

그것은 바로 정보이다.

사실 정보에대한 것이라면 조선에서 임금인 내가 가장 선진적인 지식을 갖고있다.

아니 1850년의 동시대를 모두해서 미래의 지식을 알고있는건 나뿐일 것이다.

아닌가? 혹시 지금 이시대에 나말고도 미래에서 온 사람이 또 있을까?

그런생각도 문득 들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일단 접어두었다.

만약에 엄청난 확률로 미래인이 두명다 동시대에 떨어진다는게 가능할까.

사실 불가능에 가깝지.

그리고 그런 가능성마저 신경쓰면 아무것도 할수가없다.

어쨌든 21세기는 정보산업, 정보의 전쟁이라는 말도 있다.

대형 컴퓨터에 저장된 엄청난 데이터와 자료들-

그런것들이 내손에 있었다면 훨씬더 쉬웠겠지만 그런걸 바랄수는 없었다.

대신에 현대인으로 조선시대에 환생한 나로서는 먼저 내가 갖고있는 지식들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게 우선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지식을 활용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시나 나의 눈과 귀가 되어줄 조직이 필요하다.

손과 발이 되어줄 조직은 무력을갖춘 전투부대이다.

그리고 눈과 귀는 바로 정보를 담당하는 첩보조직이다.

사실 이 첩보조직에 대해서는 임금에 오른후부터, 아니 강화도에서 한양으로 오면서도 줄곧 생각했다.

다만 그것을 서두르지 못한것은 다른 이유도 있다.

첩보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믿을수있는 부하가 필요했고, 첩보조직에 포함될 조직원들이 어느정도의 능력들을 갖추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했다.

이제 그런 부분들에대한 검토가 끝났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옮길 차례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동석이 녀석도 여기를통해 훈련시키는게 필요하겠군. 사실 그놈을 정식적인 관료로 임명하기는 좀 그렇고. 무엇보다 비밀작전이나 이런 부분에는 써먹기에 좋을수도 있으니까.”

머리속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강화도에서 나와함께 한양으로 온 배동석은 현재 내가 종걸이(송내관)을통해 전달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씩 그런 활동을통해 입수된 정보들이 종걸이를거쳐 나에게까지 들어왔다.

일전에 동석이를 몰래 창덕궁 내부로 불렀고 야간에 희정당에서 면담을 가졌다.

한양생활이 좀 익숙해 졌는지 그리고 경험도 제법 쌓인거 같았다.

물론 아직도 한참이나 부족한건 사실이지만.

“그럼 먼저 첩보조직의 수장을 누구로 하는게 좋을까? 아니 그것보다 조직의 명칭부터 정해야겠지?”

머리속으로 여러가지 이름들이 스쳐갔다.

JCIA(Jeosun Central Intelligence Agency : 조선 중앙정보부)

가장 먼저 이 영문 이니셜이 머리를 맴돌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사실 이름만 거창할 뿐이지 지금 만드는 첩보조직이 저런 이름을 달기에는 너무 이르고 부족하다.

대신에 좀 간단하면서 과도기적으로 사용할 이름을 골랐다.

얼마후 하나의 명칭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비호국(飛號局)이라... 일단 나쁘지는 않군.”

이름에서 비밀조직같은 분위기가 풍기면서 느낌도 괜찮다.

일단 첩보조직의 이름은 비호국으로 정하였고.

다음은 이 조직을 담당할 인물을 선정하는 것인데.

“비호국장으로 종걸이...? 그건 아니지.”

문득 송내관이 물망에 올랐지만 고개를 저었다.

중국 역사에서보면 내시(환관)이 황제의 밀명을받고 비밀조직을 운영하고 감독한 경우도 있었다.

이를테면 명나라때 비밀조직인 동창(東廠)이 그런것중에 하나다.

다만 동창의 경우에는 정보기관의 역활보다는 정적을 감시하고 탄압을하는 악명이 더 높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구상하는 첩보조직인 비호국은 좀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또한 비호국을 온전하게 책임지며 관리할 인물이 필요한 것이다.

송내관도 후보자이긴 하지만 역시나 부족한 부분들이 좀 보인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경험을 쌓고있는 동석이(배동석)에게 맡길수는 없었다.

‘뭔가 적당한 인물이 없을까?’

한참을 고민하던중에 겨우 후보자가 떠올랐다.

확실히 이 친구라면 가능하겠군.

얼마후에 결정을 내렸고, 종걸이를 불렀다.

흙수저의 꿈과 희망

“왜 그러느냐? 불편한 것이라도 있느냐?”

“아니옵니다. 전하.”

고개를 숙이며 수줍게 대답하는 그녀.

표정은 당황한듯 보였다.

처음에 그녀를 만난것이 일주일 전이다.

21세기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아이돌 걸그룹인 블루핑크(Blue Pink)의 맴버인 수지를 빼닮은 소녀였다.

그때문에 나의관심을 끌었다.

송내관에게 관심이 있다고 지시까지 해두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그녀는 한순간에 새임금의 총애와 성은을 받은 궁녀가 되어버렸다.

현대로치면 로또 맞은 겪이랄까?

그리고 임금이 어떤 궁녀를 마음에 들어하면 그날밤 침소에 부르는게 보통인데 이번 경우는 달랐다.

그녀가 나의 침소인 희정당에 온것은 수일이 지나서였다.

그사이에 저애가 얼마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냈을지 대충 짐작되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좀 미안하긴 했지만 어쩔수없지.

아무튼 그사이에 박소현은 궁내의 나이많은 상궁으로부터 이런저런 지도까지 받았을 것이다.

그 지도란것은 아마도 임금과의 잠자리에서 어떻게 처신하고 보필해야 하는것등에 대한것.

원래 이런것은 궁녀들 사이에 내려오는 전통이자 관습이다.

따라서 저애도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하고 오늘 희정당에 온것이다.

그런데 임금인 내가 딴짓을하고 있으니 저애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당황한 눈치다.

젊은여자가 각오까지하고 왔는데 너무 실망을 안겨주면 그것도 곤란한 일.

이윽고 몇차례 헛기침을 한뒤에 입을 떼었다.

“내가 너를 총애하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 마음은 변치 않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하오면 소녀는 전하를위해...”

그녀의 표정이 기쁨으로 변했다.

일단 안심했다는 것.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옷거름을 풀려고 했다

무슨 진도가 이렇게 빨라.

서둘러 손을들어 말렸다.

사실 마음속으로 두근거렸고 까짓거 해버려! 이런 마음도 생겼다.

여자 경험이 아예 없는 모태솔로나 X다 도 아니고 말이지.

다만 저애의 귀여운 모습에 반한것도 있지만 그래도 여자가 갑자기 옷을 벗는다고 달려들면 그것도 멍청한거 아닐까?

“앞으로 많은날이 있을것이니 서두를 필요는 없다.”

“알겠사옵니다. 전하.”

그녀가 대답하며 동작을 멈추었다.

실망한 표정이 스쳐가긴 했는데 좀 미안한 마음이다.

저애가 귀여운 용모에 좋아하는 타입이긴 하지만 육체적인 관계나 이런부분은 너무 이른거같다.

궁녀들중에서 저애를 마음에 들어해서 성은이니 뭐니하며 난리친것도 사실은 김좌근이나 그 세력들을 일정부분 방심하게 만들고 속이기위한 전략에서 나온것이다.

내가 욕정에 눈이멀어서 무조건 여자를 밝히고 하는건 아니다.

21세기에 현대인으로 생활할때 저애처럼 귀여운 애가 여친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상상은 꽤 많이했지.

나만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에서 살아가던 젊은 청년들이라면 대부분이 그랬을 테니까.

사회적으로 돈많이벌고 출세하고.

이쁘고 귀여운 여친이 생기고 나중에는 그 여친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사는것.

21세기를 살아가는 청년 흙수저들의 꿈과 희망이지.

다만 그것들은 조선왕으로 환생하기 전의 상황이고 지금은 창덕궁내에있는 궁녀들이라면 누구든지 임금인 나의 자격으로 성은을 내릴수있다.

이를테면 여자에 대해서는 올타임 갑의 위치.

그런데 막상 그런위치에 있다보니 허탈한 느낌이다.

임금으로서가 아니라 한명의 남자로서 저애에게 다가가고 싶은 기분이랄까.

솔직히 그건 욕심일 뿐이고 제대로 되기는 힘들겠지만.

아무튼 그녀를향해 적당히 설명을 해주기로 하였다.

“앞으로 기회가 있을때마다 너를 여기 희정당으로 부르기는 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를 육체적으로 탐한다기 보다는 너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될것이다. 하지만...”

“.....”

그녀가 고개를 갸웃했다.

눈빛을 반짝이는 것이 나름 총명함이 느껴진다.

“혹시 다른 상궁들이나 윗분들이 전하와의 만남에대해 질문을하면 보통의 남녀가 정사를 가진것처럼 대답하라는 말씀이시옵니까?”

“옳거니 정말로 이해가 빠르구나.”

나도모르게 탄성을 뱉어냈다.

얼굴만 귀여운것이 아니라 두뇌회전과 눈치가 상당하다.

궁녀들중에 이런애가 있었다니.

그렇다면 어느정도 총명하고 두뇌회전이 있는지도 좀 알아볼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임금인 내가 뭣때문에 너에게 그런 요청을 했는지 아느냐?”

질문을 던진뒤에 잠시 기다렸다.

이윽고 그녀가 나를 바라보더니 몇차례 고민했다.

답을 알고있지만 이걸 입밖으로 꺼내야할지 말지 망설이는 모습.

그래서 계속하라고 신호를 주었다.

“소녀의 아둔한 머리로는 당장 헤아리기 힘들지만 혹시 이판대감과 안동김씨들의 눈치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그렇다. 그들은 임금인 내가 자신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는것을 두려워하고 있느니라.”

“소녀는 비천한 일개 궁녀에 지나지 않지만 전하의 충복이옵니다. 전하께서 저를 어여삐 여기시고 성은까지 주셨습니다. 이제는 소녀가 전하의 진심을 알았으니 어떤 걱정도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녀가 큰절을 올리며 예를 갖추었다.

어린나이에 얼굴도 귀엽고 거기다 총명하기까지.

이런 인재가 궁녀들 사이에 있었다니.

나의 표정에 그녀도 기쁜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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