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69)

이제 자신들에게 허수아비 역활을 할 새임금은 딱 그정도의 수준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특히나 새임금이 궁녀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여색을 밝히는듯한 모습이라면 더없이좋다.

젊고 혈기넘치는 임금이 여색에 빠지면 정사는 뒷전이고 쾌락과 향략을 추구하는데 몰두할 테니까 말이다.

허수아비의 역활로서는 최적이다.

“이판대감께서는 사람을 볼줄아는 혜안을 가졌습니다.”

“농사나짓고 비천한 생활을한 인간의 본성은 숨길수가 없는 것이지요. 우리들에게 있어서 임금은 조선이라는 국가를 유지하기위해 필요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신권정치가 조선의 주요한 덕목이지 않습니까? 임금이 신하들을 억압하고 마음대로 할려고하면 국정에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그것보다는 능력있는 신하들이 나서서 국가의 안위와 조선의 번영을위해 힘써야할 것입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모여있던 김좌근의 측근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자신들이 능력있는 신하라고 자부하며 임금에대한 충성심은 사라진 상태다.

그리고 조선의 모든것은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다는 오만과 자만심으로 가득한 발언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것이 철종, 이원범의 철저하게 계산된 전략이란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애초에 그들이 상대하는 존재는 동시대의 19세기 조선인이 아니고 강화도에서 농사나짓던 촌부도 아니였다.

정확히는 21세기의 최첨단의 현대문명에서 살던 인물이였고, 사학을 전공하면서 역사에서 나왔던 온갖 사건과 권모술수등을 정보로 수집했다.

사학과 출신이고 역사에나온 사건과 다양한 음모와 계략을 알아도 그것을 자기것으로 만드는것은 쉽지않다.

쉽게말해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라해도 순박한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일명 학자타입의 인물.

그에반해 철종 이원범의 몸에 환생한 최성준은 사학을 전공했지만 학자타입의 인물은 아니다.

애초에 현실에대한 타협으로 중간에 전공을 경영학으로 바꿀정도로 현실의 때가 잔뜩 뭍어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필요하면 얼마든지 상대를 속일수도 있었고 다양한 계략을 펼칠수도 있었다.

이처럼 김좌근과 측근들은 자신들이 상대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를 몰랐던 것이다.

* * *

“나으리. 정말로 여기에 금맥이 있기는 한것입니까?”

“이놈들! 어느 안전이라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이냐?”

공조좌랑 박종갑의 호통에 인부들이 움찔했다.

전국에서 잠채하던 광산기술자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회유해 광산개발팀을 꾸리는것이 첫번째 단계.

그것은 어려움없이 가능했다.

두번째 단계는 이렇게만든 광산개발과 탐색팀들을 이끌고 목표지역인 운산지역에가서 금맥을찾는 일이였다.

이원범이 현장에서 지휘하는 공조좌랑 박종갑에서 내린 최우선 임무가 운산금광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운산에는 채산성좋은 금광이 없었다.

몇차례 소량의 금들이 발견되었다는 기록들은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상당한 금맥이 있다는 임금의 지시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한 상태였다.

하지만 운산에서 금맥을 찾아라는것은 임금의 직접적인 명령이다.

소홀히 할수없었고 어길수도 없었다.

그러나 운산지역에서 한달이나 거점을 만들고 주변에대한 탐색을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여기에서 소량의 금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채굴과 개발을 할만한 장소는 아닌데.’

공조좌랑 박종갑의 생각도 일정부분은 타당했다.

다만 박종갑이나 탐색에나선 작업원들이 모르는 사실을 이원범은 알고있었다.

운산에는 엄청난 금맥이 있다는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원역사에서도 미국인 알렌에게 운산광산의 운영권을넘긴 고종이나 조선정부에서도 모르고 있었다.

때문에 알렌에게 싼값에 광산의 개발권을 넘겼다.

알렌은 운산금광을통해 엄청난 돈을챙긴 것이다.

이처럼 운산광산에 대한것은 고종때에도 가치를 모르던 수준이였다.

이것은 운산광산의 금맥이 다수의 광산기술자들을 동원해서 세밀하게 탐색해야 알아낼 정도로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원범은 이것을 알기에 공조좌랑 박종갑에게 100명 이상의 광산기술자들을 동원하고 정밀탐색을 시킨 것이다.

“형님. 우리들이 헛수고 하는거 아닙니까?”

“잔소리말게. 위에서 시킨 일이니까 따라야지.”

“그거야 알지만 말이지요. 벌써 한달이나 주변을 헤매고 다녔지만 사금조각 비슷한 거라도 발견하지 못했지 않습니까?”

동생들의 말에 서준보도 곤혹스런 표정이다.

그는 조선내에서 뛰어난 광산기술자이다.

어릴때부터 광산을 개발하던 어른들을 따라다니며 기술을 익혔다.

서준보는 광맥을 찾는데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때문에 잠채하던 많은 기술자들이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조선에서 몰래 광산을 채굴하는 잠채는 위험이 큰 사업이다.

잘못해 들키거나 잡히면 어떤 형벌을 받을지 모른다.

이전에 서준보에게 기술을 가르쳐주며 같이 다녔던 일행들중에는 잠채를하다 걸려 불구가된 이들도 있었다.

이때문에 서준보도 자신을믿고 모여드는 동료들과함께 일하면서 한구석에는 늘 불안함이 있었다.

언제 걸릴지 모른다는.

그리고 꼬리가길면 밟힌다고 서준보와 일행들은 잠채를하다 적발되었고 모두가 몽둥이 찜질을 당하면서 체포되었다.

이제 죽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신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서준보와 일행들은 공조관원들의 지시에따라 운산의 여러 장소를 다니면서 광맥을 찾기위해 밤잠을 설쳤다.

서준보는 여기에 진짜로 엄청난 금맥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광산기술자로 오랜세월을 살아오며 최고의 순간이 엄청난 광맥을 발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

그래서 서준보도 지쳐가던 상황.

낮동안 여러곳을 헤매면서 조사했다.

이제는 서쪽으로 노을이 지면서 밤이 다가오는 상황이다.

오늘도 별다른 소득없이 보냈다.

“잠채를하던 우리들을 거두어 주신분이 주상전하다. 그분께서 운산지역을 조사하고 광맥을 찾으라고 하셨다면 분골쇄신의 정신으로 일해야한다.”

“그것은 잘알고 있습니다.”

서준보의 말에 동생들도 침을 삼켰다.

잠채를하다 걸린 자신들이 살아난것도 임금의 은혜니까 말이다. 이윽고 서준보와 일행들은 시간도 늦었기에 처음의 집결지를향해 돌아갈려고 하였다.

그때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서준보의 눈에 뭔가가 들어왔다.

“설마 저것은?”

한번더 확인하듯이 서준보가 눈을 깜박거렸다.

잠깐이지만 조금전 자신들이 지나왔던 산의 비탈쪽에서 뭔가가 반짝거렸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당장에 알수없었다.

하지만 빛의 반사에 의한것은 분명했다.

“저쪽으로 가보자.”

“형님. 복귀하시는게 아닙니까?”

“확인을 해봐야한다.”

서준보가 앞장서서 움직였다.

자신이 발견했던 장소를향해 나아갔다.

수풀이 우거져있어 쉽지는 않았다.

겨우 도착했을때 그곳에서 자그마한 틈새를 발견할수 있었다.

서준보가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갔다.

느낌으로 알수있었다.

여태까지 수차례 광맥을 발견했을때 경험했던 흥분감.

틈새를 조사하자 두눈이 경악으로 커졌다.

비밀 첩보조직을 만들어볼까?

“이건 금맥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형님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주상전하께서는 하늘이 내리신 분이다.”

눈앞으로 엄청난 금맥을 발견한 서준보가 외쳤다.

서준보와 일행들은 한양이있는 방향을향해 엎드렸고 수차례 절을 올렸다.

자신들이 엄청난 금맥을 발견한것은 임금의 지시에따른 것이다.

서준보는 광산기술자로 평생을 사는동안 이처럼 굉장한 금맥은 처음이였다.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고 얼마후 연락을받은 다른 기술자들도 달려왔다.

일행들과 함께왔던 공조좌랑 박종갑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역시 자네인가? 드디어 장인의 실력을 발휘했구만.”

“아닙니다. 좌랑나리의 지시에따라 운산에 왔기에 이런 엄청난 금맥을 발견할수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것은 주상전하께서 안배하신 것이네. 하지만 직접 금맥을 발견한것은 자네들의 공훈이지. 이번에 참가한 장인들과 인부들에게도 큰상을 내리실 것이야.”

“감사합니다. 어르신.”

서준보와 광산기술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얼마전까지 죽을 목숨이였다가 이제는 금맥까지 발견하고 포상까지 받을 상황인 것이다.

그들은 어둑해지는 밤인데도 횃불을 밝혀가며 조사를 시작했다. 드디어 시작인 것이다.

아시아 최대의 운산금광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였다.

* * *

땅땅!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저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있었다.

그러나 망치질과 작업을하는 그들의 표정은 어느때보다 밝았다.

특히 작업을 감독중인 서준보의 두눈은 열정으로 빛났다.

몇달전만해도 서준보는 금지된 잠채를 하다가 포졸들에게 체포당했고 엄청난 형별을받을 상태였다.

잠채를 하다가 관원들에게 체포당하면 최소한 수십대의 곤장형은 기본이고 감옥에 투옥된다.

조선의 감옥은 시설이 열악했고 그안에서 몇년만 지내도 질병과 굶주림으로 지쳐서 쓰러진다.

또는 형벌로받은 곤장때문에 살이 썩어가며 그 병으로 죽는 이들도 많았다.

이처럼 서준보는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는 두려움과 공포에 떨었다.

그런데 새로운 기회가 온것이다.

광산채굴과 탐사에 경험많은 서준보와 일행들은 공조의 지휘를받아 금광탐사에 동원되었다.

그리고 공짜로 일하는게 아니라 그만큼의 보수도 받았다.

잠채를하며 언제 붙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났고 곤장형과 감옥살이를 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했다.

그후에 서준보에게는 또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엄청난 노다지인 운산금광을 발견한 것이다.

금이함유된 은광철이 지상에까지 노출된 금광이다.

지금까지 서준보가 광산탐사를하며 발견한 것중에 최대였고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은산금광을 발견한 서준보와 일행들에게는 공조에서 상당한 포상이 주어졌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본격적인 노다지를 캐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광산개발이 필수다.

“정말로 놀라울 정도다. 이런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서준보가 고개를 내저었다.

은산금광의 발견이후에 그 소식들은 공조를통해 상부에까지 올라갔다.

서준보가 듣기로는 금광의 발견소식은 임금에게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처음부터 금광탐사를 지시하고 장소를 지정해준것도 주상전하라는 소문도 있었다.

그것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먼저 지상으로 노출된 광석만으로도 상당한 금을 추출할수 있었다.

하지만 안쪽에는 더많은 금맥과 광석들이 있을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내부로 굴을파고 작업을 시작해야한다.

그리고 광산작업을위한 여러가지 명령들이 공조를통해 현장의 관리들에게 전달되었다.

그 기술들중에 일부는 서준보가 처음보는 것들이였다.

“이렇게하면 광산이 무너질 위험이 훨씬 줄어든다.”

“대체 공조에서는 어떻게해서 현장에있는 우리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고있는 것입니까?”

“나도 신기할 정도이다.”

서준보가 감탄했다.

금광의 채굴을위해 갱도를 파는것은 이전과 크게 다른것이 없었다.

다만 그 갱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구에서부터 버팀목을대고 안전한 갱도를 만들어야했다.

이전까지 조선에서 잠채를하던 사람들은 제대로된 튼튼한 갱도를 만들기가 힘들었다.

그럴것이 입구에서부터 튼튼한 갱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강철과 목재 그리고 재료들이 필요했다.

잠채의 경우에는 이런것을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자본도 부족했고 기술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준보는 이전에 잠채를 하면서 민간의 채굴업자들에게 갱도의 안전을위해 이런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잠채업자들은 그것을 무시했다.

과거에 서준보가 지휘하던 일행들 중에는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로 사망한 인원들도 나왔다.

이것에 서준보는 분노했지만 그가 할수있는건 한계가 명확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틀렸다.

현장에있는 서준보가 요구하는 여러가지 부분들에대해 공조의 관원들은 그것을 수렴했고 어떤 경우에는 꽤 높은 상부까지 전달했다.

또한 운산금광의 개발과 갱도작업을위해 막대한 양의 물자들이 지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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