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1화 (31/169)

북아프리카의 생활과 모험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새로운 지역에대한 개척과 모험이다.

그 과정이 순탄한건 아니였다.

북아프리카에비해 아시아는 영국과 너무나도 떨어져 있었다.

영국을떠나 지중해를 건너고.

다시 이집트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배편으로 갈아탔다.

중국으로 오는동안 시필드 제이든은 새로운 것들을 보았고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인도에비해 중국은 다른 지역과 국가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제보니 그것이 확실없군.”

제이든이 중얼거렸다.

중국으로 오는동안 제이든은 중간 기착지인 인도의 항구에도 들렀고 시간을 보내었다.

인도는 영국이 해외식민지 개척의 최우선 전략목표로 선정한 만큼 엄청난 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에반해 중국에 대해서는 이제부터 초기단계에 들어섰다는 느낌이다.

“홍콩과 상하이에 대해서는 좀 실망을 하셨겠지만 지금부터 보게될 광저우는 다른 장소입니다.”

“정말인가?”

제이든이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한명의 동양인 사내가 있었다.

나이는 중년정도이다.

제법 유창한 영국식 영어를 구사했다.

제이든은 자신을 리앙쉰-이라고 밝힌 이 사내를 만난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소개를 했지만 정확히는 객가인이다.

동남아에 진출해있는 화교들의 한 분파이다.

실제로 태어난 고향도 동남아의 작은 도시중에 하나였다.

제이든은 그의 안내를받아 홍콩과 상하이를 방문했다.

2곳은 영국이 중국과의 전쟁(아편전쟁)을통해 얻은 조차지라고 하였기에 눈으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실제로본 홍콩과 상하이의 모습은 기대와는 틀렸다.

‘영국정부는 왜 저곳을 중국한테서 달라고 한것이지?’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다.

이후에는 이해가 되었다.

홍콩과 상하이.

양쪽 모두 허름한 어촌과 항구에 불과했다.

이제 영국인들과 외국인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며 서서히 규모가 커지는 중이다.

이후 제이든이 중국지도를 구해 그곳의 위치를 확인한 뒤에는 감탄사를 토했다.

지금은 발전도못한 허름한 어촌과 항구이다.

지리적인 위치는 상당히 중요했다.

이후 영국이 중국에대한 공략과 식민지를 개척하는데있어 전략적인 가치는 엄청났기 때문이다.

홍콩과 상하이가 본격적인 가치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말이다.

“제이든씨. 드디어 광저우에 도착하는군요.”

리앙쉰이 손을들어 가리켰다.

그들이 탑승하고 있는 증기선 앞쪽으로 중국의 정크선들이 보였다.

영국의 선박들은 상당수가 증기선으로 바뀌거나 개조되고 있었다.

그에반해 제이든이 목격한 중국의 선박들은 여전히 풍력을 이용한 범선의 형태다.

범선모습이 영국이 대항해의 시대에 사용했던 범선과는 꽤 다른 모양이였다.

제이든의 관심은 눈앞으로 다가오는 거대한 항구의 모습에 집중되었다.

리앙쉰의 말대로 중국에와서 확인했던 홍콩이나 상하이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거대한 항구도시가 정면에 펼쳐진 것이다.

도시의 규모만으로 따졌을때는 웬만한 영국의 대형 항구도시를 능가할 수준이다.

인도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것이 아시아의 가장 큰 제국의 모습이구나.’

제이든이 주먹을 쥐었다.

아시아와 중국에대한 가능성을 기대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의 내부에 잠재된 모험심과 열정이 새롭게 불타올랐다.

* * *

“망할놈의 동인도회사 놈들!”

시필드 제이든이 주먹을쥐며 투덜거렸다.

예상했지만 광저우에와서 경험해보니 더 심각했다.

과거 북아프리카와 모로코에서 느긋하게 지낼때.

그때에는 제이든이 그곳에서 뭔가 사업을 하거나 이득을 취할려고 하는것은 아니였다.

때문에 이권이 걸려있는 분야에 뛰어드는 경우도 없었다.

오히려 시필드 가문의 차남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행동에 제약이 더많을 정도였다.

그때에는 제이든이 속해있는 시필드 가문의 위상이 상당했다. 때문에 이집트에서도, 그리고 사교계에서도 재밌는 생활도 보내곤 하였다.

중국의 최대항구인 광저우에 도착해보니 모든것이 달랐다.

이곳에 터를 잡고있는 외국인들의 견제도 있었지만 더 심각한 장벽은 영국령 동인도회사였다.

영국의 제국주의 역사에서 동인도회사의 역활은 상당했다.

동방과 인도에대한 영국의 식민지 개척에서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필드 제이든은 영국을 떠나기전 사전정보들을 입수했다.

그중에는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인도와 중국에서 상당한 위치에 있다는건 알았다.

실제로 와보니 그것은 더 컸다.

수많은 분야에 손길이 뻗어져 있었다.

제이든을 짜증나게 만든것은 또 있었다.

인도는 물론이고 중국에서조차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엄청난 독점권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에는 영국정부에게 허가받아서 독점권을 유지하는것도 있었다.

동인도회사가 자체적으로 갖고있는 힘을 바탕으로 한것도 있었다.

이부분이 시필드 제이든에게는 마음에들지 않았다.

제이든이 중국온 목적중에 하나.

중국에서 독자적인 세력과 힘을키워.

영국에있는 로스차일드 가문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것이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시필드 가문에 상당한 압력을 가해왔다.

이제는 런던에서 로스차일드가 시필드 가문을 압도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필드 가문의 영광은 과거의 유적이 될것이다.

나중에는 로스차일드에게 완전히 먹히거나 박살날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인도를 압도할 만큼의 거대한 보물창고다. 그런데 동인도회사 놈들때문에 활동조차 못하게 되다니.”

동인도회사가 광저우와 상해, 홍콩등에서 펼치는 정책은 간단하면서도 강력했다.

동인도회사는 영국본토에서 더많은 영국인들과 상인들이 중국으로 들어오고 활동하기를 원했다.

그것은 동인도회사가 보유한 많은 독점권을 인정하면서 동인도회사의 통제하에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다.

“동인도회사 놈들이 중국을 상대로 더러운 전쟁을 시작한것도 이런 이유때문이군.”

“제이든씨가 본것이 일정부분 정확합니다.”

리앙쉰이 대답했다.

제이든이 말한 더러운 전쟁.

몇년전에 벌어졌던 제 1 차 아편전쟁이다.

영국정부에서는 자국내 영국인들을 상대로 중국이 영국상인들의 이권을 침해하고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벌어진 전쟁이라고 선전했다.

그것에 속는것은 정보조차 없었던 일반대중이였을 뿐이다.

세필드 제이든처럼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수 있었던 경우에는 다르다.

그 전쟁이 뭣때문에 벌어졌고 누가 시작했는지를 제대로 알고있었다.

아편전쟁의 발단은 영국령 동인도회사가 시작했다.

이후에는 영국정부와 영국해군을 끌어들인 것이다.

전쟁이 청제국의 패배로 끝난뒤.

중국에서의 수많은 이권들을 동인도회사가 먼저 챙긴것이다.

때문에 세필드 제이든처럼 이후에 중국에온 상인들이나 사업가들은 기껏해야 동인도회사가 남겨주는 찌끄러기나 받아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계산된 전략으로 속이기

“이런 식으로는 아무리 잘해봐야....”

제이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광저우에서 동인도회사의 입김이나 압력은 상당했다.

제이든이 속해있는 시필드 가문의 위상도 있기때문에 동인도회사와 적당히 협력하면 그런대로 사업체를 유지하거나 활동을 하는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한계는 분명했고 그가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

영국에서 시필드 가문을 먹을려는 로스차일드와의 싸움은 애초부터 불가능해진다.

“제가보기에 제이든씨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영국령 동인도회사를통해 이곳에 발판을 마련할수도 있을거 같습니다만.”

“그것도 가능한건 사실이네. 나로서는 동인도회사에 계속해서 통제받고 지배를받는 상황을 원하는건 아니야. 다만.”

제이든이 말끝을 흐렸다.

광저우에서 동인도회사와 적대관계를 유지할수는 없었다.

지금은 그럴힘도 없다.

그래봐야 다치는건 자신이니까 말이다.

조금전 리앙쉰이 제안한 부분도 타당성은 있었다.

대신에 제이든은 2가지 방법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첫번째는 광저우에서 발판을 마련하고 본격적인 사업을위해 이미 들어와있는 동인도회사와 관계를 유지한다.

그것을통해 제이든이 발견하지 못했던 여러가지 정보를 얻는것도 가능하니까.

이것으로 만족할수는 없었다.

두번째가 제이든이 숨기고있는 목표다.

그것은 동인도회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자신이 개척하는 일이다.

쉽지는 않을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건 아니다.

“광저우에서 살펴보니 중국 주변에는 여러국가들이 있다고 하던데.”

“대표적으로 일본과 조선이 있기는 합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들어봤는데 조선은 어떤곳인가?”

“청제국의 동쪽에있는 국가인데 외국인이 방문한적이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리앙쉰. 자네는 조선을 가본적이 있는가?”

“저도 동남아시아 그리고 인도를 포함해 여러 국가들을 다녀보기는 했지만 조선은 가본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은 여기 광저우처럼 외국인이 쉽게 갈수있는 곳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곳이군.”

리앙쉰의 대답을 들으며 제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이든의 내부에서는 조선에대한 호기심이 솟아났다.

자신을 포함한 영국인들의 발길이 닿지않은 국가라는 부분에 관심이 생겼다.

영국에게는 미개척지의 장소다.

어떤곳일까?

제이든의 머리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 * *

“크하핫! 그것이 사실인가?”

“그러하옵니다. 대감.”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로다.”

이조판서인 김좌근이 광소를 터뜨렸다.

조금전 부하를통해 들어온 보고내용에 꽤 흡족한 표정이 되었다.

같이있던 좌의정과 우의정, 그외에 호조판서와 형조판서, 병조판서등도 히죽거렸다.

이윽고 형조판서가 말했다.

“이판대감의 예측대로군요.”

“내가 뭐라고 했소? 강화도에서 농사나짓던 촌부가 화려하고 사치스런 궁궐생활의 향락에 빠지게 될것이라 하지 않았소? 처음에야 모든것이 낯설고해서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깨달은 것이요. 임금으로서 누릴수있는 사치와 향략이 얼마나 큰것인지를 말이요.”

“정말입니다. 강화도 촌놈에게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생활이 바뀐것이니까 말입니다.”

형조판서의 입가가 찢어지고 있었다.

그는 얼마전 새임금이 자신이없는 사이에 형조를 방문했다는 사실때문에 불쾌한 기분으로 지냈다.

이조판서인 김좌근이 그것은 별일 아니라고 충고했지만 형조판서는 일정부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자신의 영역을 임금이 허락없이 침범했다는 사실.

그리고 새임금이 뭔가 꿍꿍이속을 갖고있는게 아닐까라는 의심때문이였다.

이제는 그것이 지나친 기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요 몇주일간 새임금이 보이는 행동이나 행태등은 도저히 점잖은 임금이 할만한 것들이 아니였다.

그중에서도 창덕궁내에있는 궁녀들을 상대로 말장난을 한다든지 궁궐내에서 행차를 할때마다 주변에있는 어린 궁녀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마음에드는 궁녀들을 찾으려고 하는것등의 행태는 영략없이 못배운 촌부의 그것과 비슷했다.

그뿐인가?

최근 며칠동안은 아침마다 진행되는 어전회의에서 체통을 못지키고 하품을 하지를않나?

그때문에 수렴청정을위해 어전회의에 동석했던 대왕대비인 순원왕후가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모든것이 김좌근에게는 좋은 현상이였다.

자신들을 위협할 똑똑하고 명석한 임금은 필요없었다.

그때문에 일부러 강화도에서 농사나짓던 촌부를 한양으로 데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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