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5화 (25/169)


그중에서 은의 비중이 월등하게 높은편이다.

금과은을 제외하고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화폐는 영국의 파운드화가 유일했다.

영국의 영란은행에서 찍어낸 지폐.

종이 쪼가리가 금/은 같은 역활과 가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에반해 조선의 화폐인 상평통보는 오로지 국내용이다.

조선이 외국과 무역을 포함해 거래를 할려면 금/은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조선이 보유한 금/은이 없다면 외국과의 거래는 물론이고 필요한 것이 있어도 사올수 없다.

물물거래의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한계가 명백했다.

“전하. 조선내에서 중단되어있던 광산채굴을 시행한다면 필시 상국(청나라)에서 간섭이 들어올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

“그렇기는 하옵니다. 하지만 이후에 청에서 알게될 가능성은 충분히있고 그뒤에는 청의 간섭때문에 애써 채굴한 귀중한 금/은이 청국에게 넘어갈수밖에 없을겁니다. 이럴진데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광산개발을 다시 시작하시려는 것입니까?”

공조판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뭐빠지게 금과 은을 캐놓았는데 청에서 싹다 가져간다면.

그거야말로 죽써서 개주는 것이지.

“공조판서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오. 그러나 조선의 상업과 산업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조선이 자체적으로 대량의 금과은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지금 전세계는 대륙과 대륙, 그리고 대양을 가로질러 무역과 교역을하는 시대입니다.”

공조판서와 관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공조의 업무중에는 상업과 산업에 관련된 분야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것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깨닫고 있었다.

지금 조선은 농본주의 정책마저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할 정도로 낙후된 상태다.

“한가지 더. 과인은 조선의 광산들에서 채굴한 금과 은을 단 한냥도 청에게 바칠생각은 추호도 없소. 오히려 그들로부터 지금까지 조선을통해 뺏어간 막대한 금과 은을 받아낼 생각이요. 물론 몇배, 몇십배의 이자까지 붙여서 말이요.”

“.....”

나의말에 공조판서와 관료들이 당황했다.

직접적으로 전쟁을 언급한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말을통해 앞으로 조선이 청을 상대로 어떤 정책을 취할것인가를 대충 드러낸 것이다.

두사람이 설마 전쟁까지야... 생각하겠지만 나는 거기까지 계산하고 있다.

앞으로 조선이 본격적인 강국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청과의 전쟁은 피할수없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청과의 전쟁을 반드시 승리하는 전쟁으로 만들 예정이다.

그것을위한 구상이 머리속에 있었고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

광산에대한 부분을 추가적으로 지시했다.

조선에는 운산금광이라는 SSS급의 금광이 있는것 외에도, 평안도의 자산, 성천, 수안등지에도 금광들이 있었다.

하지만 금광에서 금을 채굴하는 것보다 은광에서 채굴하는것이 더 생산량이 많은법이다.

지금은 금보다는 은이 국제거래에서 많이 사용되니까 말이다.

“은광에 대해서는 함경도의 단천, 그리고 평안남도의 은산, 마지막으로 황해도에있는 수안광산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게.”

“단천광산과 은산광산은 공조에서도 그 자료와 존재가 확인된 상태인데 황해도에있는 수안광산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곳입니다.”

“그곳도 운산광산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양의 광맥이 있다고 들었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정보들을 알고 계시는 것입니까? 소신들은 도저히 믿을수없어 귀신을 보는듯한 기분입니다.”

“임금을향해 귀신이라고 하면 좀 그렇구만.”

“소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공조판서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를 책망할 생각은 아니였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반응일 테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적당히 둘러대는것도 필요하지.

“과인이 이런것을 알고있는건 우연히 잠채를하는 무리들의 정보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일세.”

“잠채라 하시면... 그렇군요.”

내말에 공조판서와 관료들이 납득했다.

광산개발이란건 국가주도로 하는데 조선은 명과 청에게 대량의 금/은을 빼앗기게되자 광산채굴을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고 조선에서 광업이 없는건 아니다.

민간에서 정부의 감시몰래 광산을 개발하고 채굴하는 잠채가 벌어지고 있었다.

잠채를통해 일정부분 조선에서 광산업이 유지되기는 했지만 잠채로 시행되는 광산개발이나 산출량은 한계가 분명했다.

이제까지야 국가가 광산개발을 안해서 그런것이지 내가 공조를통해 본격적인 광산개발에 나선이상 더이상 잠채를하는 행위를 나둘수는 없었다.

지금 조선 상황에서 광산개발은 국가가 관리하고 주도하며 강력하게 나아가야 효과가 있는것이다.

잠채따위에 맡겨둬봐야 피래미들이 놀다가 끝나는 수준이다.

“한가지 더. 이제부터 공조에서는 잠채에대한 부분도 단속과 정보를 수집하게.”

“그들을 엄벌하실 작정이십니까?”

“조선내 광산들은 모두 임금과 왕실의 것이거늘. 이제까지 몰래 캐내간 것이야 괘씸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탓할수는 없지. 무엇보다 조정과 왕실에서 관리를 하지않아서 그렇게 된 상황이지 않는가? 따라서 잠채를했던 그들을 엄벌하기 보다는 그들이 이제까지 잠채를 하면서 익히고 배운 기술과 지식들이 필요한 법이지.”

“소신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하였나이다.”

공조판서가 진심으로 대답했다.

지시를받아 광산개발에 공조가 나선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공조는 관리를하는 기관이다.

공조에는 광산개발을 현장에서 담당하고 실무를 할수있는 관원들도 적은 편이다.

따라서 채굴생산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활동하고있는 기술자들을 끌어들이는게 더 편하지.

그래야 단시간에 많은 양의 금/은을 확보할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관원들에게 걸릴까 벌벌떨면서 잠채를하던 광산 기술자들에게 돋받고 떳떳하게 일할수있는 기회를 주는것이다.

“공조에서는 이번에 과인이 지시한 광산개발과 채굴에 참여하는 작업원들과 기술자들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고, 그들을 채용해서 쓰도록하게. 어차피 광산개발과 채굴을통해 얻는 금/은의 가치라면 그것을 충당하고도 남으니까 말이지.”

“명심하겠습니다.”

아직도 개발해야할 광산은 더많다.

조선의 철강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내에있는 철광석 산지도 개발해야했다.

또한 제철과정에 사용할 석탄을위한 탄광의 개발도 필요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후로도 진행시켜 나가면 되니까.

그러고보니 삼남지방(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는 철강산업과 제철소에 사용할 역청탄이나 갈탄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난방용으로 사용이 가능한 무연탄이다.

하지만 함경도, 평안도 지역에는 역청탄이나 갈탄이 나오는 지역이 여러곳 존재한다.

지금은 제국주의 시대.

국가의 철강생산력은 국력과 맞먹는다.

과거 조선은 철강 생산력이 낮은 상태가 아니였다.

임진왜란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거북선에 사용할 대량의 강철들을 불과 1~2달이란 짧은 시간에 조달했을 정도다.

그것은 임진왜란 전, 그리고 조선전기만해도 전국 곳곳에있는 철광석 산지들에서 대량의 강철들을 뽑아냈다는 뜻이다.

이런 강철생산량이 있었기에 화포도 만들고 하면서 화력덕후의 성격을지닌 조선군이 완성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조선의 철강생산력은 너무나도 낙후되었다.

영국만해도 지금은 연간 수백만톤의 철강을 생산해낼 수준이다. 이후에 미국이 본격적인 공업국가로 들어가면 1년에 천만톤은 우습게 뽑아낼 상황이다.

이처럼 제국주의 시기에 철강생산력은 중요한 부분이였다.

나는 조선이 세계최대의 철강생산국이 되도록 만들 계획이다.

“이것은 조선내에있는 거상들에대한 자료들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마지막으로 올라온 서류들을 훑어보았다.

광산에대한 부분은 어느정도 지시해 놓았다.

이제는 상업에대한 문제다.

조선내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인들이 존재했다.

작게는 지역을 다니면서 소량의 물품들을 판매하는 보부상들이다.

지게에 이것저것 잡다한 물품들을 지고다니며 이마을 저마을 다니며 판매한다.

조선화폐인 상평통보가 보급되고 있었지만 화폐를통한 상품의 매매보다는 물물교환인 경우가 더 많았다.

상평통보의 신뢰성에대한 문제도 빼놓을수 없지.

화폐가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고 유통될려면 신뢰도가 중요했다. 상평통보를 만드는 주조기술이 별로다보니 가짜 주화들이 돌아다니는 상황이다.

생각해봐라.

미국달러를 10장 받았는데 그중에 3~4장이 가짜라면?

누구도 달러를 받지않는다.

달러는 한순간에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것이지.

웃긴것은 상평통보에는 가짜도 유통되고 있는데 그걸 현장에서 구별하는 경우도 별로없어서 가짜 상평통보가 들키지않고 또 잘만 유통된다.

총체적 난국이다.

이러니 보부상들이 돈대신 다른 현물을 받겠다고 하는것이지.

그리고 자신의 물건을팔고 그걸 다른 현물로 받게되면 보관이나 운반에도 문제가 많이생긴다.

그때문에 보부상들이 거래하는 상품의 양도 적었고 전반적으로 유통구조 자체가 낙후되어 있었다.

지방의 소규모 상인인 보부상들외에도 그나마 규모가 좀 있다고 할수있는 상인들은 한성(한양)쪽에 몰려있었다.

한양에도 처음에는 국가에서 공인받은 시전들이 주로 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너도나도 가판을 벌리면서 장사를 진행하는 상황이다.

어차피 장사란것은 하고싶은 놈이 하는것인데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자체가 비효율이다.

특정한 물품이나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과거와 다르게 민간상업과 상인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보니 그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규모가 커지는 상인들이 나왔다.

공조에서 자료를 수집해 가져온 서류들에 있는 것들이 조선내의 거상들에대한 정보다.

“한양의 경강상인들은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는군.”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한양이 조선의 중심이다보니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고 거래를 하는것이 그들에게도 이득이되고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하는 방법일거라 판단됩니다.”

공조판서의 말에 동의했다.

한양은 전국 각지에서 물산과 상품이 모이는 곳이니까.

몇몇 상품만 취급해서는 살아남기 힘들겠지.

그때문에 경강상인은 백화점같은 특성을 지녔다.

백화점이라...

유럽에서도 백화점이란 개념이 나오지 않았다.

만약에 조선이 백화점이란 형태의 상업시설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외국에 만든다면?

이후에 얻게될 이익은 상당할 수준이다.

계몽군주 컨셉도 필요하지

“개성의 송상은 청국에 인삼과 홍삼등을 거래하면서 자주 외국을 왕래하는 상황이구나.”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청의 남방인 광주(광저우)에가서 판매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조선홍삼이 청나라에서 인기좋은 품목중에 하나이긴 하지. 청나라만이 아니라 일본, 그외의 다른 동남아쪽에서도 조선의 홍삼은 알려져있다.

동남아 경우에는 광저우에 도착한 동남아 상인들이 그곳에서 매입해서 자국에 파는 경우다.

그것을 화교들이 담당한다고 했던거 같은데.

화교들이 동남아에서 세력을 키우는데는 조선의 홍삼판매도 한몫을 한듯보인다.

홍삼외에도 동남아 화교들이 취급하는 상품들은 상당히 많았다.

이 자료를볼때 개성의 송상은 외국물 좀 먹은 이들이 많다는 뜻.

그것도 바닷길을통해 청의 남쪽지역인 광저우를 왕래하는 상황이니 청의 상인들외에 다른 서양인들과도 일정부분 접촉을 했을것이다.

그걸 조선에와서 대놓고 떠벌릴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그외에 동래의 내상은 일본과의 무역.

의주의 만상과 평양의 유상등은 압록강을 건너고 내륙을통해 청의 요동지방, 그리고 화북지방을 상대로 국제무역을 펼치는 상황이다.

조선에서 거상이라 한다해도 서구열강들 사이의 무역거래나 규모에 비한다면 명함도 못내밀 수준이긴 하지만.

“지금 조선에서는 송상, 내상, 만상, 유상등의 거상들이 지역별로 나오면서 상거래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사옵니다.”

“좋은 지적일세.”

공조정랑의 말에 동의했다.

조선에 거상들이 나와서 국제무역도 하고 성장하고 있으니 무조건 잘한다고 추켜세워줄 계획은 아니다.

조선의 상업을 발전시키는건 중요하고 거기에는 지금 성장한 거상들의 역활도 크다.

하지만 공조정랑이 지적한대로 이놈들이 정상적인 상행위와 상도를 지키면 괜찮은데 욕심이 지나쳐서 패악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대표적으로 매점매석이고 그외에 거상이랍시고 이제 막 크기 시작하는 다른 벤쳐상인들을 짓밟아 버린다.

따라서 이런걸 관리하지 않으면 임금인 나까지 졸로 볼수도 있다.

신분이낮은 상인들이 그정도까지 간덩이가 부어오르지는 않겠지만 가만놔두면 중요한때에 퉁수를 칠수도 있다는 뜻이다.

조선의 신분질서인 사농공상에서 가장 아래인 상인들을 신분으로 무시할 생각은 없지만 뭣대로하게 내버려둘 생각도 없다.

지금 당장은 거상들을 이용할 필요도 있고 말이지.

신분은 낮지만 저놈들이 돈 가진건 많아.

따라서 저들에게 임금으로서 작은거 하나 베풀어주고 몇배로 챙겨먹는 것도 필요하지.

머리속에서 한가지 계획이 떠올랐다.

그것을 공조판서에게 슬쩍 말했을때.

“전하. 그것이 진심이십니까?”

“과인이 허언을 했다는 뜻이요?”

“아닙니다. 하오나...”

“그래서 공판대감에게 요청한거 아니요. 경이 잘 할것이라 믿고 있소.”

“맡겨 주십시요.”

공조판서가 대답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내가 다른 임금과 다르게 파격적인 인물이란걸 보았으니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 못한것이다.

일단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진행하면 되고.

기왕에 신하들을 상대로 계몽군주 컨셉을 펼치고 있는데, 공조판서와 공조의 실무관료들도 왔으니 그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조선의 상업과 산업화에대한 강의도 필요했다.

신하들을 가르치는 계몽군주라니.

가르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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