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169)

강선을 보유한 화승총의 위력자체는 크다.

하지만 실전에서 연사문제부터 시작해 장전까지 불리한것이 너무많았다.

“무기고에 보유한 화약들을 가져와보게.”

“가능하지만 위험합니다. 잘못 다루게 된다면...”

“그대들보다 내가 더 잘아니 괜찮네.”

명령을받자 50대 중인이 머뭇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주머니에 담겨진 화약을 가져왔다.

열어보니 화약가루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일부를꺼내 손바닥위에 올렸다.

무연화약이 나오기까지 화승총에 사용하던 흑색화약이다.

“화약의 제조방법을 말해보게.”

질문을받자 선임의 중년사내가 대답하였다.

밀덕으로서 화약을 제조하던 방법에 대해서는 알고있었다.

조선은 고려때 최무선이 화약을 도입하고 개발한뒤로 화약을 제조하고 연구하는 관청까지 두었을 정도로 화력덕후의 성격을 지녔다.

화약무기들은 조선수군에서 화포를 만들고 운용하는데 많이 투자했다.

그결과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활약할수있는 계기가 되었다.

대구경 화포에는 화약무기의 개발과 적용을 잘했는데 문제는 소구경 총포에는 너무나도 더디고 발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흑색화약은 초석+숯+황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제조해낸다. 그리고 알갱이의 굵기에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에서 조선은 서양의 흑색화약 기술에비해 결코 뒤지지 않았다.

작약용부터 시작해 화승총용, 그리고 점화용까지 다양하게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발화시범을 보고싶군.”

“준비를 하겠습니다.”

물러나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화약을 제조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루는 기술이나 방법들도 중요하다.

조선시대에는 화약을 다루던 관청이나 인원들의 사이에서 폭발사고도 종종 발생했다.

제대로 교육을 못받은 지방의 화약저장소나 관청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

최소한 군기시에 속하는 기술자들이 그런 실수를 하지는 않을것이다.

지켜보던 나의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화약다루는 솜씨나 절차등은 매끄럽고 안전수칙등을 잘 지키고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언제든지 가능하네.”

손을들어 허락했다.

치지지직! 점화용 화약에 불이붙으며 타들어갔다.

잠시후 펑! 하는 굉음이 터져나왔다.

화약의 양을 조절했기에 폭음이 주위를 진동시킨건 아니다.

하지만 수행해온 송내관은 놀라면서 자지러졌다.

비명소리가 튀어나올까싶어 억지로 입을막고 있는 중이다.

설마 오줌싼거 아냐?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만약 진짜면 송내관은 인생의 트라우마를 겪을테니까.

코끝을 자극하는 화약냄새를 맡으며 중인들을 보았다.

그들의 표정은 놀라고 있었다.

송내관처럼 저정도 폭발음에 놀랄것으로 생각한건가?

흑색화약의 폭발음은 군대사격장에서 터져나오는 소총사격의 발사음보다 약할정도다.

무연화약의 폭발음은 흑색화약을 월등하게 능가했고 가까이서 들으면 고막을 찢을 수준이다.

“뭘 넋을놓고 있는것인가? 다음에는 화승총의 시범사격을 해보게.”

“알겠습니다. 전하!”

재촉을받자 중인들의 준비를 하였다.

탕! 타탕! 준비된 두자루의 화승총에서 발사가 시작되었다.

화승총을 발사한것은 측근에서 경호하던 호위청 군관들이 하였다.

사격솜씨가 제법 괜찮았다.

50보 앞에있던 표적을 맞추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크기의 표적이다.

화승총의 유효사거리와 정밀도는 현격하게 떨어진다.

임진왜란에서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조총에맞고 사망했을때 누구는 그것을 왜군이 조준사격을 한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턱없는 소리다.

왜군들이 이순신 장군께서 탑승한 지휘선을향해 일제사격을 펼치는 가운데 눈먼탄에 돌아가신 것이 현실적인 설명이다.

화승총은 조준사격을해서 적을 맞추는것이 아니다.

적을향해 지향사격과 일제사격을통해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화승총은 심지를 사용했고 심지가 타들어가는 속도로인해 제대로된 일제사격을 펼칠수가 없었다.

‘어차피 지금 서양국가의 보병들도 플린트락과 퍼커션캡 방식이 혼합되어 있으니까. 영국군은 대부분 퍼커션캡 방식으로 전환을 마쳤을거 같고. 그뒤로 프랑스군이나 미군도 따라가고 있을거 같군.’

머스켓소총(전장식 소총)의 최종 진화형이 퍼커션캡 방식의 소총이다.

퍼커션캡 방식의 이후에는 본격적인 후장식 소총과 라이플의 시대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은 조선이 구닥다리 화승총으로 열세였지만 결코 늦은것은 아니다.

“지금 자네들이 군기시에서 제작하는 이 화승총들도 실전에서는 나름대로 써먹을수 있는건 사실이지.”

“황공하옵니다. 전하!”

“그런데 자네들은 화승총을 제작하면서 어떤 점들이 부족하고 고쳐야할 점들이 무엇인지를 알고있는가?”

“......”

질문에 모두가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조선왕이 병기에대해 능숙한것에도 놀랐지만, 이런식으로 질문해올것은 예측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것은 내가 저들에게 실시하는 시험이고 테스트다.

만약 새로운것에 도전하고 신무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리 지시하고 가르쳐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잠시후 제작소에서 선임을 담당하는 50대 후반의 중년인이 나섰다.

그가 조금전 화약을 준비하고 기타 화승총의 시범을위해 총포들을 준비하는 인물이다.

주위에있는 작업원들도 그를향해 신뢰와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얼핏봐도 오랜세월 총포와 화약제작의 장인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부족한 소인이 주상전하께 감히 한말씀 올리겠습니다.”

“좋아. 해보게나.”

손을들며 대답했다.

얼마후 그가 조선군이 보유하고있는 화승총의 문제점들에대해 하나둘씩 설명을 시작했다.

첫째로 비가오거나 습기가 많을때에는 화승총에있는 화약이 젖거나해서 제대로 발화가 안된다는 것.

둘째로 화약과 탄환을 장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것.

셋째로 화승심지에 불을 붙이는 과정도 복잡하다는것.

넷째로 50보정도의 표적에는 그런대로 적중하지만 그 이상의 거리에서는 명중율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것.

그외에도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나열하였다.

실제로 화승총을 제작하고 사용해본 노련한 장인답다.

경험을통해 문제점들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들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고있는 것이다.

“제대로 지적하였군. 그런데 지금 서양에서는 비가 오거나 습기에젖은 날씨에서도 사용하는 화승총이 있다는걸 그대들은 알고 있는가?”

“설마 그런 뛰어난 화승총이 있다는 것입니까?”

대답에 모두가 놀라고 있었다.

지금까지 조선에서는 누구도 서양의 퍼커션캡 방식의 화승총을 구경해본적이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제 1 차 아편전쟁에서도 영국군은 신형의 퍼커션캡 방식의 화승총보다는 구형의 플린트락 머스켓을 주로 사용했다.

이후의 제 2 차 아편전쟁에서는 영국군이 본격적으로 퍼커션캡 방식의 화승총(머스킷)을 실전에 투입하면서 청군은 박살난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향해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서양에는 비가올때나 습기찬 날에도 사용이 가능한 화승총이 있다는 말만하고 그것이 어떤것인지 설명조차 없다면 저들이 아무리 열정이 높아도 제대로 개발하기 힘들것이다.

밀덕생활을 오래한 나에게는 퍼커션캡 머스킷의 구조나 작동원리등은 숙지된 상태였다.

얼마후 시범사격을 했던 화승총을 가져와 상세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게해도 실제로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건 또다른 문제다.

그래도 조선장인들의 손재주와 실력을 믿기로했다.

악마를 보았다 ???

조선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라고 한다면 성균관이다.

역사에서 성균관을통해 배출된 인재들은 많았다.

그들은 조선의 발전을위해 공헌하였다.

하지만 인재양성을위해 만들어진 성균관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질되었다.

이제 성균관은 조선에서 돈많은 양반들이나 권문세족 집안의 자제들이 출세를위해 거쳐가는 중간단계쯤으로 전략해 버린지 오래다.

과거에는 전국에서 인재들을 발굴해서 성균관에서 학업을 시키고 키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성균관에 입학하는 대다수의 학생과 유생들이 돈 꽤나 있는 양반가의 자제들이였고 그들은 자신들의 뒷배경만 믿고 우쭐해진 상태였다.

“자네 이것 좀 볼래?”

“뭔데 그래?”

“내가 어렵게 구한것이지.”

눈이 양쪽으로 찢어진 30대 초반의 유생이 동료를향해 히죽거리며 뭔가를 펼쳤다.

책의 그림을본 동료 유생도 입이 벌어지며 좋아했다.

“이렇게 상세하게 그린 춘화는 처음인데 어디서 구한것인가?”

“다 방법이 있지.”

히죽거리며 우쭐하는 유생 방기범.

집안에서의 압박으로 성균관에 들어와서 공부하고 있지만 몇차례 과거에 낙방한 상태다.

애초부터 공부머리가 없었고 놀고 즐기는것에만 취미가 있었다. 하지만 집안에서 밀어주고 있었기에 성균관 학생자리를 포기할수는 없었다.

머리는 나빴지만 출세를 하겠다는 욕망도 있었다.

방기범과 동료는 몰래 입수해온 춘화도를 보면서 즐기는 중이였다.

이윽고 다른동료가 오더니 고개를 저었다.

“멍청한 놈들아. 쓸데없는 것에나 정신을팔면 언제 과거에 급제하고 입신양명을 하겠나?”

“그러는 자네는 얼마전 몰래나가서 기생집에서 지내놓고 말이야.”

동료의 핀잔에 방기범이 지지않고 받아쳤다.

한차례 충고랍시고 늘어놓았던 강동찬이 헛기침을 삼키며 말했다.

“지금이 어느때인데 느긋하게 있는건가? 엄청난 소식이 나온거 모르나?”

“뭔데 그러나?”

“내년에 과거시험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정규적인 과거시험은 내후년이나 되는거 아니야?”

“특별시네. 이번에 새로운 주상전하가 등극하셨기에 내년에 특별시를 치른다는 것이네.”

“그게 정말인가?”

강동찬의 말에 방기범의 눈이 커졌다.

춘화도 따위나 보고있을 때가 아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시무룩하게 변했다.

자신의 실력을 알기 때문이다.

“특별시가 행해지면 뭐하나? 어차피 합격하기도 힘든데.”

“벌써부터 포기할려고? 방법이 아예 없는건 아니지.”

“무슨 뜻인가?”

“저번에 과거시험에서도 급제자들이 어디 실력으로 합격했는가? 상당수는 다른 방법을 썼지.”

“.....”

강동찬의 말에 방기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시험마다 일정비율은 언제나 급제자들이 정해져 있었다. 이들 급제자들은 실력으로 된것이 아니다.

“과거에 급제하고 싶으면 공부만으로 되는게 아니지. 머리를 써야지.”

강동찬이 으쓱하며 대답했다.

잠시 주위를 보더니 두명에게 다가갔다.

“이판대감의 측근에게서 나온 말인데. 내년에 진행될 특별시에서 몇개 자리가 날거라고 하더군. 물론 급제자들중에 상당수는 안동김씨쪽에서 나오겠지만 그외에 다른 유생들한테도 자리가 나올거라는 뜻이지.”

“그것이 정말인가?”

“이판대감께서 주관하시는 것인데... 뻔하지.”

강동찬이 확신에찬 모습으로 대답했다.

두명은 반박조차 못했다.

이판대감인 김좌근이 누구인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리는 막강한 권력자이다.

자신들이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한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어때? 자네들도 합류하겠나? 필요한게 뭔지는 알지?”

“까짓거 과거에 급제하는 것인데 뭔들 못하겠나?”

강동찬의 말에 두명이 대답했다.

김좌근과 안동김씨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는 오로지 뇌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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