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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드래곤 카이어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 빛이 조금씩 사그라들었고, 베라즈는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봤다.
“?!”
그는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엄청난 빛무리가 일어났던 것 치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교왕 역시 온 몸이 너덜너덜 해진 채 바닥에 무릎을 꿇어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응?! 저, 저런!”
대체 그 빛무리는 무엇이었을까 에 대해 잠깐 고민하는 사이 숨이 끊어졌을 거라 생각했던 교왕의 갑작스레 꿈틀거리며 움직였고, 베라즈와 카이아린들은 깜짝 놀라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크드득, 뜨득.
교왕이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에서는 살과 뼈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니, 정말로 그의 몸에서는 살들이 무너져 내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카이아린, 저게 대체 무슨!”
“아, 저...저도 모르겠어요.”
두 눈으로 보기엔 너무도 기괴한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 베라즈들은 한 번 더 뒤로 물러섰고, 베라즈는 리리안과 레이린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레이린, 리리안. 교왕에게 한 번 더 공격을 해라! 지금 당장!”
“네...넷!”
“아, 네!”
그녀들도 멍하니 넋을 놓고 교왕의 기행을 바라보고 있었던 터라 베라즈의 외침이 들리고서야 깜짝 놀라며 공격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파, 파이어볼!”
“윈드 에로우!”
갑작스레 발동시킨 마법이었던지라 저단위의 마법이 그녀들의 손을 떠나 구현되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불의 구와 바람의 화살은 교왕에게로 곧장 쏘아져 나갔다.
퍼펑!
“헉, 무...무슨!”
레이린과 리리안은 눈앞에 벌어진 믿기 힘든 일에 깜짝 놀라며 경계자세를 취했다.
그것은 그녀들이 만들어낸 두 개의 마법을 육체가 무너져 내리던 교왕이 번쩍 들어 올린 손짓 한 번에 모두 소멸시켜버렸기 때문이었다.
투두둑, 투둑.
시커멓게 탄 고개를 들어 올리며 굳게 닫혀있던 눈을 번쩍 뜬 교왕 돌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파아앙!
“크하하하하!!!”
그와 함께 강렬한 바람이 사방으로 쏟아지듯 뿜어져 나갔고, 교왕의 몸에 붙어있던 살덩이들도 함께 터져 사방으로 날아가 버렸다.
서서히 뿜어지던 바람이 잦아들자 그곳에는 더 이상 교왕의 흔적은 보이지가 않았다.
“크큭, 크하하하!”
그곳에는 탐스런 흑발을 길게 늘어트리고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한 사내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광소를 터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본 카이아린과 베라즈는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린채 그의 광소가 끝날 때까지 움직이지를 못했다.
“크큭, 이번 유희를 잘도 망쳐주었구나. 나의 딸이여.”
“아...아빠?”
“으득, 카...카이어스!”
그랬다,
무너져 내린 교왕의 육체에서 나타난 사내의 정체는 바로 카이아린의 아버지이자, 지금의 베라즈를 만들어낸 블랙드래곤 카이어스였다.
베라즈의 머릿속에서는 교국의 갑작스런 변화와 지금까지의 있었던 상황들이 그제야 정리가 되기 시작했고, 뒤이어 격한 분노가 그를 침식해 들어갔다.
“당신이... 당신은!! 어찌하여 이토록 나를 방해하는 겁니까!!”
피를 토하듯 울부짖는 베라즈의 외침에 카이어스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크큭,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난 너를 방해한 적이 없다, 내가 정한 유희 속에서 가장 옳은 방법을 골라 행했을 뿐이지. 그건 그렇고 저번 유희때의 흔적이 이토록 훌륭하게 성장했다니 기묘한 기분이군. 흐하하하!”
다시 한 번 웃음을 터트리는 카이어스의 모습에 베라즈는 이를 갈았고, 카이아린은 교왕이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상황에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혼란한 표정으로 그와 베라즈를 번갈아가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혼란 하는 카이아린의 모습에 카이어스는 한발씩 그녀에게 다가가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카이저에 가장 근접한 힘을 지녔음에도 그 급하고 멍청한 자질로 인간에게 봉인 당하고, 거기다가 이번엔 인간의 아이를 가졌다니. 여태껏 유희따위는 하지 않던 네가 일을 저질러도 제대로 저질렀구나.”
“그...그건...”
콰아앙!
“시끄럽다! 드래곤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트려도 너무 떨어트려버렸어!”
“하, 하지만! 크...크으...”
카이어스의 몸에서 난폭한 기운이 쏟아져 나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위협하며 뿜어져 나갔고, 그 기운의 직접적인 목표인 카이아린은 강한 압박감을 느끼며 두 눈에 눈물이 가득 맺혀갔다.
그 순간.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던 카이아린의 몸이 갑자기 흔들렸고, 그녀의 앞에 황금빛 머리칼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 사내는 바로 베라즈, 그는 자신의 등 뒤로 카이아린을 숨기고는 눈앞의 카이어스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처억.
“?, 뭐하는 짓이냐.”
“여태껏 아무런 신경조차 쓰지 않다가. 지금에 와서 이러는 게 웃기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소유할 자도 나란 말입니다! 당신이 아니고 바로 나! 베라즈란 말입니다!”
당찬 베라즈의 목소리에 카이어스는 잠시 굳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이내 큰 웃음소리와 함께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 걸작이군, 걸작이야. 인간주제에 드래곤을 등 뒤에 숨기고 나에게 대항하는 모습이라니. 내가 저번 유희때 너무 네 녀석의 간을 키워놓았나보군. 재미있군 재미있어.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구나. 좋다, 이번 유희는 이대로 끝내도록 하지. 네놈이 신성교국을 정복하고 어디까지 가는지 보고 싶구나. 으하하하!”
그렇게 웃음을 터트리던 카이어스는 별안간 웃음을 멈추고는 조용한 어조로 베라즈에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단, 카이아린은 내놓아라. 드래곤이 인간에게 패했으면 당연히 그 목숨을 내놓았어야지. 그딴 치욕스런 모습으로 인간의... 사내의 노리개가 되어 목숨을 연명하고 있다니. 그 무슨...”
“그만! 분명히 말했습니다. 그녀는 내 것이고, 그녀에 대한 권한도 나에게 있단 말입니다!”
카이어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고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베라즈를 보며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지금 무어라 했느냐. 그리 죽고 싶으면 진즉에 말을 하면 되는 것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 좋다. 지금부터 네 놈들에게 힘이란 걸 보여주도록 하마. 라이트닝!”
말을 끝내자마자 터져 나온 주문은 곧바로 강력한 번개를 소환하며 카이아린과 베라즈에게 쏟아져 내려갔다.
“흐아앗!”
콰과광.
마법의 발동과 동시에 베라즈 역시 뒤를 돌아 카이아린을 끌어안고는 땅을 박차 구르듯 있던 자리를 벗어났고, 둘이 있던 자리에는 바닥에 시커먼 흔적을 남기며 번개가 내리쳤다.
짝!
“카이아린! 정신차려라!”
“하윽!! 아, 아아! 네, 베라즈!”
베라즈는 바닥을 구르던 그대로 뺨을 때리며 그녀를 불렀고, 그제야 정신을 차린 카이아린은 황급히 대답을 하며 그를 쳐다봤다.
“준비해라. 오늘은 너에 이어서 새로운 용을 잡는 날이다. 너는 내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줄수 없지.”
“아...아아...”
카이아린은 뭔가 모르게 가슴에서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며 베라즈를 한번 꼭 끌어안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있는 카이어스를 쳐다봤다.
“아빠, 오늘부로 절교에요.”
예상치 못했던 그녀의 말에 카이어스는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짓고는 곧바로 웃음을 터트렸다.
“뭐라? 크큭, 크하하하! 역시 넌 나를 너무도 닮았어. 크하하!”
무엇이 그리도 웃긴지 한손으로 이마를 쳐가며 웃던 카이어스는 다른 한손을 들어 둘에게 뻗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비티.”
후웅....쿠우웅!!
카이아린과 베라즈가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엄청난 중력의 힘이 가해지기 시작했고, 둘은 곧바로 바닥에 처박히듯 무릎을 꿇어버렸다.
“크...크아아! 레이린!!!”
한마디 한마디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강력해진 중력의 힘에 베라즈는 악을 내지르듯 레이린을 불렀고,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레이린을 비롯한 나머지 여인들 모두가 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음...
이거 복귀했더니 감사하게 투데이 순위에 계속 들더니...
여기저기서 저격 들어오기 시작하네요.
지금 엄청 두들겨 맞아서 삭제되기 시작하는 편수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바꿔도 도저히 스토리상 못 바꾸는 건 그냥 삭제했습니다 ㅎ
으하하... 그래도 원본은 모종의 벙커사이트에 숨겨져있죠.
작품란에 공지도 적어놨는데 왜 보러와서 저격인지...
제 뜰에 들어가보기만해도 아 이런 성향의 글이구나 라는걸 알텐데 말이죠...
저는 쪽지함에 쪽지가 와있으면 무서워요
이번엔 또 뭘 지워야하나...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