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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
“저...저건!!”
엄청났던 폭발 속에서 걸어나온 자의 정체는 모두를 경악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겹겹이 쌓인 살들이 푸들거리며 떨릴정도로 풍만한 몸집을 지닌 그 자의 정체는 바로 모두를 이곳에 떨어트린 장본인인 교왕이었다.
“너 이 새끼!”
파앗!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교왕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분노로 가득찬 표정의 세레나는 번개같은 몸놀림으로 그를향해 쏘아져 나갔고,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푸른색의 마나가 실려 넘실거리고 있었다.
“타핫!”
검사로서의 경지를 보여주듯 순식간에 교왕과의 거리를 좁힌 세레나는 곧바로 그의 육중한 몸을 향해 살기가 가득한 주먹을 내질렀다.
터헉.
“?!!”
강맹한 마나를 머금고 있는 자신의 주먹에 교왕의 피육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닌 둔탁한 무언가에 막히는 소리가 나자 세레나는 의문을 표하며 앞을 쳐다봤고, 곧 이어 그 이유를 알수가 있었다.
그것은 푸르스름한 마나를 머금고 있는 그녀의 주먹을 교왕이 한손으로 부여잡고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무...무슨! 이, 이익!! 놔!”
살과 뼈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행할수 없는 이 기괴한 일에 세레나는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손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교왕의 손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허허허, 저의 은총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나 봅니다. 이렇게 보자마자 저에게 달려오시다니요. 껄껄. 아쉽지만 지금은 조금 참아야겠군요. 나중에 그때보다 더 즐겨보도록 하지요. 이번엔 앞으로 말입니다. 흐흐. 홀드.”
피잉.
“크! 크윽!”
갑작스레 교왕의 손을 타고 시전된 마법은 그대로 세레나에게 흘러들며 그녀의 몸을 순식간에 마비시켰고, 그런 그녀를 한손으로 가볍게 품으로 감아든 교왕은 느긋하게 세레나의 자그마한 가슴을 주물럭 거리며 눈 앞의 베라즈를 쳐다봤다.
“허허허, 이거이거 역시 강철왕이라 불리우는 베라즈님이시군요. 조금 더 기다리다가 나타날까 했지만, 그대로 놔두면 탈출이라도 할 기세라 어쩔수 없이 나올수 밖에 없었군요.”
“닥쳐라! 당신이 이곳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아 이 아공간의 주인은 찾아 볼것도 없겠군. 기회를 주마, 지금 당장 그 손을 치우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이번은 그냥 놓아주도록 하겠다. 잘 결정하는게 좋을것이다, 교왕!”
강하게 나오는 베라즈를 잠시 바라보던 교왕은 한쪽 볼을 씰룩이며 들어올리고는 세레나의 외투를 붙잡아 그대로 찢어발겨버렸다.
찌이익!
“흐으읍! 으읍!”
나신을 가리고 있던 옷이 찢어져 나가자 방금까지 교왕의 희롱에의해 발갛게 부어오른 세레나의 가슴이 드러났고, 그런 그녀의 핑크빛 유두를 가볍게 집은 교왕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흐, 지금 잘 결정해야 하는 자가 누구인지를 모르시나보군요. 여기는 저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저에게 붙잡혀 있는것이나 다름 없지요. 안그렇습니까? 허허허.”
“뭐, 뭐라!”
“너무 그렇게 흥분하면 좋지 않을겁니다. 껄껄.”
“이 더러운 돼지새...”
“라이트닝!”
“핫! 쉬...쉴드!!”
콰아앙!
이야기를 하던 도중 갑작스레 떨어져내리는 번개에 레이린이 거의 반사적으로 쉴드를 펼쳤고,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그것을 막아낼수가 있었다.
“흥분을 좀 가라앉히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흠흠, 보아하니 이제야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된듯 하군요. 허허.”
빈정거리며 이야기를 하는 교왕을 바라보며 베라즈는 분노로 부들부들 떨리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크...크으... 원하는게 무엇이냐!”
“제가 원하는 것은 별것 아닙니다. 그저 제국군의 철수와 데리고 계신 여인들 중 몇명만을 저에게 주신다면 이곳에서 벗어나게 해드리지요. 어떻습니까? 물론 간단한 휴전협정도 맺으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바라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겠군요. 허허. 어떤지요.”
“이..미...미친!”
“싫다고 한다면야, 전 손해볼것은 없습니다만? 당신들을 가둬놓고 지속적으로 방해만 한다면 이곳에서 탈출하지는 못하겠죠, 그렇다면 수뇌부를 잃고, 교국의 첩자들로 가득한 제국군이 얼마나 버틸수 있을거라고 보시는지요. 허허허!”
잠시 이야기를 중단한 교왕은 뱀 처럼 긴 혀를 내밀어 세레나의 새하얀 뺨을 슬쩍 핥아내며 다시금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제가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것도 다 당신이 가진 여인들 때문이라는 것만은 잊지 말아주셨으면 하는군요. 흐흣. 전 자신의 의지로 타락해가는 자를 보는게 참 재미있더군요.”
“크윽! 그게 무슨 소...!”
다시 한번 소리를 내지르려던 베라즈는 잠시 말하던 것을 멈추고 교왕을 지긋이 쳐다보다가 카이아린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갔다.
“잠시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다오.”
베라즈, 그가 말하던 것을 멈추고 그녀들이 있는 곳으로 간 이유는 교왕에게 붙잡힌 세레나가 무엇이라 말하듯 작게 입술을 들썩이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남아있는 세 여인에게 다가간 베라즈는 무언가 생각하는듯 잠깐의 시간을 요구했고, 교왕은 느긋하게 허락을 하며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 세레나를 희롱해갔다.
“흐...흐극!! 흐으읍!!”
그의 피둥피둥 살찐 손이 살결에 닿을때마다 세레나의 얼굴은 새빨개지며 치욕을 참는듯한 신음이 그 작은 입에서 흘러나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세레나에게는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고 모든 이야기를 끝낸듯 베라즈는 몸을 돌려 교왕을 바라봤다.
“카룬 교국의 교왕이여!”
베라즈의 부름에 교왕은 반색하며 밝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호오, 결정은 하셨습니까.”
“그래, 결정했소. 나의 결정은...”
바로 들려오는 교왕의 대답에 베라즈는 잠시 뜸을 들이며 세레나를 바라보다가 다시금 그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나의 결정은 당신의 파멸이오. 세레나!!”
“흐아압!”
콰앙! 부욱!
베라즈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교왕의 품에 안겨있던 세레나는 구속을 풀어내며 푸른색의 마나로 물든 두 손바닥을 그의 배에 꽂아넣었다.
그녀의 일격은 방심하고있던 교왕의 배에 정확하게 꽂혀들어갔고, 가죽이 터지는듯한 소리와 함께 그의 육중한 체구가 살짝 떠오르며 데굴데굴 굴러나갔다.
“쿠웨에엑.”
갑작스럽게 당한 일격에 교왕의 입에서는 한움큼의 시커먼 피가 쏟아져 나왔고, 그것을 닦아낼 생각 조차 못할 정도로 놀란 그는 덜덜 떨리는 입술로 입을 열었다.
“어...어떻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지 못 하겠다는듯한 교왕의 표정에 천천히 기수식을 잡은 세레나가 그를 바라봤다.
“경지에 오른 검사는 마나로 자신에게 걸린 마법을 어느정도는 해제할 수가 있다. 너 이 돼지새끼가 날 핥을때부터 네 놈이 건 마법을 풀었었단 말이다. 다행이 명석하신 황제께서는 나의 신호를 알아들으셨고 말이다.”
“쿠웩... 크큭. 아직 검사로서 살아본적이 없었기에 검사들이 그런게 가능한지는 몰랐군요. 쿠웩...저의 실수입니다.”
다시 한번 피를 토해낸 교왕은 푸들푸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키려했고, 그것을 본 베라즈는 카이아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끝을 내라!”
“네!”
그의 외침과 동시에 리리안, 카이아린 그리고 레이린의 손에서 갖가지 마법들이 쏟아져 나갔고, 그것들은 모두 교왕의 몸에 적중되며 그의 육체를 갈갈이 찢어발겨버렸다.
콰쾅! 카가강!
엄청난 폭염과 칼날같은 바람은 먼지 한톨 남기지 않고 모든 것을 부숴버릴듯 휘몰아쳤고, 이제 그곳에 남을 것은 숯덩이가된 교왕의 육체밖에 없을터였다.
“이제 밖으로 나갈 일만 찾으면 되는 것인가.”
“그렇네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베라즈와 여인들이 경계를 풀었고, 그의 주변으로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방금까지 마법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던 공간에 엄청난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피이이잉!
“?! 무...무슨?”
“에?”
“저, 저게 뭐?”
온 공간을 가득 메울듯 찬란히 빛나는 광채에 모두는 두 눈을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고, 그 빛은 잠깐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천천히 사그라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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