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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98화 (9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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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교왕의 넙적한 손이 루비를 쓰다듬자 목걸이에서는 돌연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주변을 밝히기 시작했다.

"크윽, 무슨 짓이냐!"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은 빛에 베라즈는 손으로 눈을 가리며 고함을 내질렀고, 교황은 살찐 볼을 들어올려 그를 바라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허허, 별것 아닙니다. 그저 이동마법인 메스텔레포트일뿐이지요. 껄껄, 원래라면 간단히 전력만 약화시키고 가려고 했는데 여기까지 되버린 이상 조금 많이 힘을 써야 할듯 해서 말입니다."

"무..무슨! 이곳에서는 전송마법이 불가능한...."

"그것은 일반적일때의 이야기이지요, 허허. 저를 그런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셨다니, 이 목걸이만 있다면 한두번 정도는 그런 방해 마법 따위는 없는거나 마찬가지지요. 자, 그럼. 슬슬 마법이 완성되었습니다. -메스 텔레포트-"

교왕의 이야기가 끝나자 주변을 감싸고 있던 빛이 응축되기 시작하면서 베라즈들과 교왕, 모두가 서서히 그 자리에서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빛의 폭발 이후 그곳에는 마치 처음부터 아무도 없었던것 마냥 깔끔하게 모두가 사라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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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크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에 눈을 뜬 베라즈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가 현재 있는 곳은 주변이 마치 지우개로 지워버린듯 온통 새하얀 빛으로 뒤덮힌 장소였다.

"여기는 무...무슨..."

카룬교국, 교황의 마법에 의해 텔레포트 된것 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그 이후 정신을 잃고 어떻게 쓰러졌는지까지는 떠오르지가 않았지만 지금 급한 것은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카이아린!, 리리안!"

두 여인을 부르는 베라즈의 목소리는 어디가 끝인지 모를 곳을 향해 저멀리 퍼져나갈뿐 그녀들의 응답은 들려오지가 않았다.

"젠장! 제기랄!"

방금까지도 마지막 전쟁의 승리를 생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것만, 이토록 일을 망쳐버린 교황에게 지독한 분노를 느낀 베라즈는 욕설을 내뱉았다.

하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없는터, 그는 천천히 마음을 추스르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

아무것도 없을것만 같던 이 공간에 베라즈는 무엇인가를 발견한듯 미간을 모으며 어느 한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저건..."

그곳에는 아주 작은 점 처럼 보이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잠시간 더 지켜보던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그곳을 향해 달려나갔다.

저것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 메마른 곳에 자신 외에 다른 것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한 것이었다.

탁탁탁.

"하아..하아..."

눈으로 보였던 곳 치고는 상당히 먼 거리였던듯 한참을 달려서야 그곳에 도착한 베라즈는 가쁜 숨을 고르며 그 점의 정체를 확인했다.

“!!”

그 것의 정체는 한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다름아닌 그의 첫번째 여인인 카이아린, 그녀였다.

"후읍...하... 사람?! 아...카...카이아린!"

정신을 잃은듯 바닥에 엎드려 누워있는 카이아린의 모습을 확인한 베라즈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후우....다행이군. 카이아린, 정신차려라. 카이아린! 응?"

카이아린을 깨우기위해 그녀의 몸을 돌려 눕히던 베라즈는 순간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는, 황급히 그녀의 옷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이...이건!!!"

그리고 그는 보고야 말았다.

여지껏 카이아린, 그녀가 숨겨오고 있었던 비밀을 말이다.

그녀가 예상치 못하게 정신을 잃자, 지속해오던 마법 또한 깨어진듯 카이아린의 배는 작지만 여느 임산부와 다름없이 솟아있었고, 그것을 본 베라즈는 그 상태로 잠시동안 멍하니 그녀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으...으음...."

지금의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이아린은 조금씩 정신을 차리는듯 약간의 신음을 터트리며 천천히 눈을 떳다.

"흐으음...베..베라즈?"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베라즈의 얼굴에 안도의 기분을 느끼면서 살짝 미소 지었고, 몸을 추스르고 자리를 일어나려는 순간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스르륵.

"............"

반쯤 벗겨져있던 상의가 배를 타고 흘러내리는 느낌과 딱딱하게 굳어있는 베라즈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카이아린의 얼굴은 울상이 되어버렸다.

"베...베라즈, 이건....이건.... 내 이야기를 좀 들어줘요!"

"언제부터냐."

"네?"

“언제부터 날 속이고 있었냔 말이다!!”

갑작스레 격분하는 베라즈를 보며 카이아린은 스믈스믈 기어오르는 공포를 느꼇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채 조금씩 뒤로 물러서며 눈물을 글썽였다.

“소...속이려고 한적은 없어요... 다만...다만, 당신이 우리 아이를 없앨까봐...”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무언가에 맞은듯 베라즈는 잠시동안 그녀를 쳐다보다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크큭, 크하하하!!”

불안에 떠는 카이아린을 남겨두고, 한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은 그는 광기에 찬듯한 웃음을 다시 한번 터트렸다.

“키킥, 크하하!! 크하하하!! 크크크... 크하하하!!”

그렇게 한동안 웃음을 터트리던 베라즈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후...”

그렇게 잠시동안 카이아린의 얼굴을 쳐다보던 베라즈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네?”

“일어나라고 말했다.”

단호한 그의 명령에 카이아린은 겁먹은 표정으로 바닥에 앉은채 우물쭈물 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잠시 지켜보던 베라즈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너의 아이는 건들지 않을테니, 안심하고 일어나라고 말한 것이다.”

“!!”

그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카이아린의 두 눈에서는 맑은 눈물줄기가 터져나왔다.

“응, 응! 알겠어요! 고마워요, 베라즈.”

내밀어진 그의 손을 붙잡으며 일어난 카이아린의 두 눈에서는 여전히 쉴새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귀 옆으로 베라즈는 속삭이듯 조용하게 읊조렸다.

“내가 분명히 저번에 말하지 않았나. 좋은 아버지가 되어줄거라고 말이야. 크크큭. 자! 가자, 나머지 사람들도 다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옆을 스쳐 지나가는 베라즈의 광기찬 두 눈을 잠시 바라보던 카이아린은 바닥에 떨어져있는 자신의 옷을 주워입고, 그의 뒤를 따라가며 자신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절대로... 절대로 그가 무슨 짓을 하던지, 넌 지켜내겠어.’

그녀가 무엇인가 결심하는 동안 베라즈의 목소리가 앞에서 다시금 들려왔다.

“카이아린! 뭐하는가! 어서 마나로 주변을 확인해봐라.”

“아?! 네!! 넵!”

약간은 짜증섞인듯한 목소리에 카이아린은 황급히 달려나가며 그의 곁에 섰고, 천천히 주변의 마나를 느끼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음... 후우.......”

잠시간 그렇게 주변을 느끼던 카이아린은 긴 한숨과 함께 베라즈를 쳐다봤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세레나와 레이린의 기운이 느껴져요. 리리안은 따로 떨어져있는 것 같구요. 그리고 교왕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요. 아이리엔의 기운 역시 느껴지지 않는걸로 봐서는 같이 텔레포트가 되지 않았거나,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아요.”

“흠...그렇군. 텔레포트 금지지역에서 무리하게 발생시킨 마법이라 오차가 생긴 것인가. 일단은 리리안이 있는 곳으로 먼저 이동하지.”

베라즈의 말이 끝나자 카이아린은 곧바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네, 저쪽에서부터 리리안의 기운이 느껴져요.”

그는 더 이상의 지체 없이 곧바로 그녀의 손끝이 향한 방향으로 몸을 옮겼고, 그녀 역시 빠른 발걸음으로 베라즈의 뒤를 쫒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우뚝.

잠시동안 잰걸음으로 그의 뒤를 쫒아가던 카이아린은 돌연 걸음을 멈추고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왜 그러나?”

앞서 나가던 베라즈 역시 갑자기 멈춰선 그녀의 행동에 궁금을 표하며 고개를 돌렸고, 카이아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무엇인가 생각하려는듯 고민하다가 절래절래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에요, 그냥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그랬어요. 그나저나 이 공간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진건지 신기하네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모두가 모이고 난 뒤에 확인 하도록 하지. 지금은 모이는게 중요하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것을 확인한 베라즈는 곧바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카이아린 그녀 역시 잠시 주변을 다시금 둘러보고는 그의 등을 쫒아 걸어나갔다.

============================ 작품 후기 ============================

아...안녕하세요...

음... 돌아왔네요... 쿨럭...

취미생활에 너무 빠져서 있다보니 다른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

여튼 그렇습니다.

원래 초기 이걸 적을땐 3부작이었는데, 1부 완결이 다되가니 왠지 모를 기분때문에

잠시 중단했었는데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항상 다음편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ㅜㅠ

여튼 조만간 제국연대기 1부를 완결하고 2부 준비해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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