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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린 외전 - 두 소녀의 이야기
레이린과 아이린, 두 소녀가 제럴드의 도움으로 저택에 일하게 된지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수 있는 그 시간동안 두 소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겪어보는 따듯한 밥과 잠자리를 누릴수가 있었다.
특유의 부지런함과 귀여움 덕분에 저택 내의 하인들과 하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둘은 푸근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은 계속 될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날도 둘을 데리고 왔던 제럴드는 양 손에 그녀들에게 줄 조그마한 사과파이 하나씩을 들고는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찾아다니고 있었다.
레이린과 아이린, 둘 다 파란색이라는 독특한 머리색을 지니고 있었기에 그녀들을 발견하는 것은 꽤나 쉬운 일 중 하나였지만 그 날따라 둘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던 제럴드는 한숨을 푹 내쉬며 지친듯한 표정으로 막 옆을 스쳐지나가는 하녀를 불러세웠다.
“어이, 마릴린.”
“응? 아, 부주방장님. 왜 그러세요?”
“아, 뭐 별건 아니고. 레이린과 아이린이 어디있을까해서? 혹시 본적있어?”
“으음...”
그 외 질문에 마릴린이라고 불린 하녀는 머리에 손을 집고 잠시 골똘히 고민을 하다가 이내 무엇인가 생각난 듯 이마를 탁 치며 그를 바라봤다.
“아! 그 둘이라면 오늘 아침부터 주방장님이 불러서 간걸로 기억하는데요.”
“뭐? 주방장님이? 흐음... 무슨 일이지. 어어, 알았네, 고마워. 답례로 이 사과파이는 자네가 먹도록하게. 그럼.”
“네? 에에? 부주방장님?”
누군가를 부려먹고 움직이는 것 조차 귀찮아하는 주방장이 그 둘을 불렀다는 사실에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제럴드는 들고있던 사과파이를 마릴린에게 던져주고는 황급히 주방장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은 걷고 있었지만 이미 뛰는 것 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고, 순식간에 주방장이 있는 방까지 도달할 수가 있었다.
쿵쿵쿵.
방문 앞에 도착한 제럴드는 왠지 모를 급박함에 있는 힘껏 그의 방문을 두드렸고, 문 뒤편에서는 느긋하고 느릿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접니다, 제럴드.”
“아~ 부주방장이군. 왜 온거야, 들어와.”
주방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제럴드는 곧바로 문을 열어젖히며 걸어들어갔고, 주방장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하암, 보고 시간도 아닌데 왠 일로 찾아 온건가, 제럴드.”
지루한 듯 하품을 쩍쩍 해대며 이야기하는 주방장을 보며 제럴드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별건 아닙니다. 그냥 오늘 아침에 주방장님께 레이린과 아이린, 자매가 왔다 간 뒤로 보이지가 않아서 말이지요.”
“아아, 그거 말인가. 별거 아냐, 별거아냐.”
정말로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손을 좌우로 휘적휘적 흔드는 주방장을 보며 굳어진 표정을 풀어낸 제럴드는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럼 무슨 일로?”
“보자아... 아, 기억났군. 오늘 삼촌이 연구실로 떠나기 전에 괜찮은 애들 없냐고 물어보길래 그 둘을 딸려 보내줬을 뿐이야.”
주방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제럴드의 표정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그, 사...삼촌이란 분은 주인어른 아니십니까?”
“어, 뭘 다 알면서 새삼 다시 물어보는거야.”
그랬다, 주방장인 그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절대로 이 저택에서 쫒겨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의 삼촌이 이 저택의 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저택의 주인은 이 나라의 황궁에서도 인정 받는 꽤나 대단한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의 뒤를 떠도는 뒷소문은 결코 깔끔하고 기분 좋은 소문은 아니었다.
변태에 인체실험을 한다는 괴담에서부터 왕의 명을 받들어 불사의 영약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그다지 정상적으로 보이는 소문은 절대로 아니었기에 제럴드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가고만 있었다.
“추, 출발하신지는 얼마나...”
“아침에 바로 마법진으로 출발했지, 왜 계속 그런걸 물어보는거야. 귀찮게 시리!”
“크윽!!”
제럴드의 두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 어린 소녀 둘을 사지로 보냈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저런 안이한 행동을 하는 주방장을 보고 있자니, 지금껏 참아왔던 그에대한 불만들까지 폭발하려는 통에 제럴드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안간힘을 쓰며 삭혀가고 있었다.
“그...그 어린 것들을 주인어른께 보내면 무슨 짓을 당할 줄 알고 보내신겁니까... 대체...”
억지로 비집어 내는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제럴드를 보며 주방장은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뭘 말인가, 족보도 없는 고아 계집 둘을 지금껏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밥값을 해야지.”
“큿, 그 애들이라면 지금도 충분히 자기 할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니,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래! 자네 지금 뭐하자는건가!”
계속되는 이야기에 주방장 역시 짜증이 난 듯 목소리가 올라갔고, 그 순간 제럴드의 노기가 폭발하고 말았다. 여지껏 참아오던 것들이 폭발한만큼 그의 분노는 엄청났고, 자리를 박차며 주방장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콰앙, 꽈아악!
“크윽!”
“지금 당신이 뭐하자는 겁니까! 주인 어른의 조카라고 지금껏 얼마나 많은 것들을 봐주고 있었는줄 압니까! 능력이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니야!”
주방장의 멱살을 쥐고 있는 제럴드의 손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고, 예상치 못한 그의 행동에 주방장은 두려움에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으윽! 자, 자네 왜이러나!”
“뭐? 왜이러는지 정녕 모른단 말입니까? 제기랄, 너같은 녀석이랑 이야기 하고 있는 내가 병신이지.”
“뭐...뭐하는거야, 하, 하지마... 으...으악!”
빠악!
주방장과의 이야기에서는 더 이상 얻을것이 없다고 느낀 제럴드는 그 우람한 주먹을 들어 그의 얼굴에 꽂아 넣고 흐느적 거리는 그를 멀리 던져버리고는 방에서 걸음을 옮겼다.
“젠장, 젠장! 주인 어른의 연구소까지 걸어서 3일은 걸릴텐데, 제기랄! 레이린, 아이린, 제발 그때까지 아무 일도 없기를!”
제럴드는 이제 고작 만난지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 소녀들을 위해서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 두 소녀의 해맑은 미소를 떠올리자 이내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가슴에 차오르는 것을 느꼇다.
“기다려라, 아저씨가 지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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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린은 지금껏 살아온 순간 중에 가장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치 하늘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듯한 기분에 아무런 걱정 따위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방금까지도 옆에 있던 동생, 아이린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것따위로는 지금 이 기분을 망칠수가 없다는 듯 헤실헤실 웃음을 터트리며 멍청하니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레이린 앞에 왠 두 사내가 나타나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아까 그 소녀와 이 소녀, 이렇게 둘이 이번 실험대상인가?”
“네, 그렇습니다.”
앞서 입을 연 사내는 길고 탐스러운 흑발에 젊어보이는듯한 얼굴을 한 젊은 청년이었고, 그에게 두 손을 살살 비비며 말하는 사내는 나이가 들어보이는 중년 남자였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겠지?”
“아이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실험체들은 제가 특별히 따로 수집해서 온 애들이니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후후후.”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고는 실패하지 않았나.”
“에, 에이.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겁니다. 반드시 성과를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잔뜩 식은땀을 흘리며 억지웃음을 짓고 두 손을 비비적 거리는 중년 사내를 지긋이 바라보던 청년은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린으로부터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반드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성과를 보여줘야 할걸세. 자네의 연구비가 그냥 솟아나는 것은 아니거든.”
움찔.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일단 실험체들의 처리 여부는?”
“흠, 언제나 그렇듯이 자네한테 맡기지.”
“헤헤헤, 감사합니다.”
비열하고 한편으로는 음흉한듯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달라붙는 중년의 사내를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린 청년은 무엇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참, 이번에는 적당히 하게나. 자네 취미 생활도 좋지만 항상 실험체 두 개 중 하나는 망가지던데 말이지.”
“윽...”
지나가는 듯 이야기한 청년의 말이었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듯한 그의 이야기에 중년사내는 다시 한번 식은땀을 흘리며 신음을 흘리며 비굴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번에는 성공할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헤헤.”
“훗, 기대하도록 하지. 나도 이번 놀이에 거는 기대가 많거든. 하하하.”
청년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곳으로부터 사라져갔고, 언제나 알 수 없는 말을 내뱉으며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중년사내는 청년이 완전히 사라진 듯 하자 맞잡고 있던 손을 풀고는 허리를 일으켰다.
“하아, 일단 하겠다고는 했지만 인간이 어떻게 드래곤만큼이나 강대한 힘을 가진단 말인가. 뭐, 될리 없는 실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나 막대한 연구비와 그리고...흐흐흐.”
중간에 말을 끊고 뒤를 돌아본 중년사내는 여전히 몽롱한 눈빛으로 헤실헤실 웃고있는 레이린을 바라보며 음흉한 웃음을 터트렸다.
============================ 작품 후기 ============================
장염 걸려서 이번에도 외전 투척하고
죽습니다...
겁나게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