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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75화 (75/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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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레이린

베라즈는 광기로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레이린을 쳐다보며, 이를 악 물고 두 손으로 그녀에게 기어가기 시작했다.

“으드득,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것 같으냐! 절대로 절대로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거다!”

부서진 다리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고통 속에서도 그의 집념은 무너지지 않는듯, 그는 조금씩 천천히 주문을 외우고 있는 레이린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다리가 부서진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올라오는 엄청난 고통에 움직이지도 못했을테지만, 그는 그런 것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는 다는듯이 어느사이엔가 레이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붙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었다.

씨익.

“미안하군요, 당신보다 내가 조금 빨랏네요. 호호호.”

베라즈가 드디어 그녀의 몸에 손이 닿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레이린의 굳게 닫혀있던 두 눈이 번쩍 떠지며, 그를 향해 비릿한 비웃음이 흘러나왔고, 그녀의 손은 파랗게 변하며 수인이 맺어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오랜만에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는 모습에 베라즈는 격분하며 외쳤다.

“크아아아!!! 이 개같은 년이!!”

“마인드 컨트롤.”

그의 고함소리와 함께 레이린의 입에서 마지막 시동어가 발동되었다.

“제기라라라라알!!”

비명과도 같은 외침과 함께 레이린의 손에 모여있던 푸른 빛은 베라즈에게로 쏟아져 들어가며 그의 온 몸을 휘감았고, 천천히 머리 위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으으! 우, 웃기지마라! 내가...내가 네 년의 꼭두ㄱ... 끄아아아!!”

자신의 머릿속으로 파고드는 기이한 느낌에 베라즈는 격렬하게 반항하며 몸부림을 쳤지만, 그의 반항은 그저 고통스러운 시간을 더 끄는 행위 밖에 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반항하고 아무리 거부해도 조금씩 눈과 귀, 코와 입으로 흘러들어가는 푸른 색의 기운은 멈출줄을 몰랐고, 베라즈는 조금씩 멍한 상태로 변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후후후, 다됐어요. 다됐다구요. 이제 당신은 내 마음대로에요. 호호호, 오호호홋!”

레이린의 웃음과 함께 마지막 푸른 빛의 기운이 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갔고, 멍하니 떠져있는 베라즈의 눈에는 기이한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

멍청하니 앉아있는 그를 보며 이제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한 레이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베라즈의 곁으로 다가갔다.

피이이잉.

“뭐, 뭐지? 뭐얏!”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향해 손을 뻗던 레이린은 갑자기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이한 소리에 깜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고, 이내 그 소리가 베라즈에게서부터 나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쳐다봤다.

“무, 무슨!”

베라즈를 바라보던 레이린은 경악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입을 벌리며, 지금 벌어지는 광경을 믿지 못하겠다는듯이 두 손으로 눈을 비볐다.

방금까지도 기이한 기운이 어지러이 돌아다니던 그의 눈동자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금씩 맑은 색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머릿속으로 모조리 흡수되었던 푸른 색의 기운은 스믈스믈 그의 구멍들로부터 빠져나오며 밑으로 안개 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레이린이 완성시킨 마인드 컨트롤 마법은 그렇게 실패하여가고 있었다.

“뭐야, 대체 이게 뭐냐고! 당신 대체 무슨 인간이지? 9서클의 마법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리가 없어!!”

그저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9서클의 마법은 무위로 돌리고 있는 베라즈의 모습을 보며, 레이린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의 멱살을 붙잡고 다그치기 시작했다.

“말해! 당신 대체 뭐냐고!”

“크, 크으으...”

멱살을 붙잡고 흔들어대는 그녀의 행동에 조금은 정신을 차린듯한 베라즈가 신음을 흘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지독한 두통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부술듯이 두들기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끄으으으!! 끄아아아!!! 카, 카이어스... 크으윽!! 개자식아!!”

갑작스레 발광하기 시작하는 베라즈로부터 물러난 레이린은 몸부림을 치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혼자 무엇인가를 정리하듯 중얼거렸다.

“뭐때문이지. 9서클 마법을 인간이 막아낼 수는 없어... 정신계통 마법이 실패하려면, 세가지 이유뿐일텐데, 그 인간의 정신력이 마법보다 강한 경우, 시전자가 미숙하여 컨트롤을 못한 경우, 그리고 이미 그 마법보다 강력한 정신계통의 마법이 걸려있는 것 뿐인데... 젠장, 대체 뭐야! 그저 평범한 인간인 그가 9서클의 마법을 견뎌낼 리가 없어, 그렇다면 나머지 두 개인데, 내가 실패할리는 없고 그가 다른 마법에 걸려있다는건데 그에게 그런 마법이 걸릴 이유 따위가 없잖아! 대체 뭐냐고!”

갑자기 그를 따르게된 카이아린들에 대한 의문, 동생에 대한 걱정 그리고 마법의 실패까지 머릿속을 헤집으며 올라오는 온갖 의문점들은 점점 그녀를 초조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끄으으으...크으...흐으으...하아...하아아...”

그녀가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 격렬한 두통에 발광을 하던 베라즈는 어느정도 참을수 있을만큼 통증이 가라앉았는지 숨을 고르며 버둥대는 것을 멈추고는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레이린을 쳐다봤다.

“하아, 하아... 이 개같은 년... 넌 곱게 죽지 못할거다!”

고민을 하던 레이린은 자신을 씹어먹을듯이 이를 갈며 분노를 표출하는 베라즈를 향해 걸어가 발길질을 했다.

퍼억!

“크아악!”

망가진 다리 때문에 그녀의 발길을 피하지 못한 베라즈는 그대로 구두에 맞으며 뒤로 벌렁 자빠졌고, 그런 그의 가슴팍으로 그녀의 발이 올라왔다.

“크윽!”

“자, 베라즈 폐하, 이야기를 할 시간이 왔군요.”

“끄으으... 시끄럽다, 네 년이랑 할 이야기따위는 없어!”

비협조적인 그의 대답에 레이린은 밟고있던 발에 체중을 실으며 눌렀고, 베라즈의 입에서는 신음이 터져나왔다.

꾸우욱.

“크아아악!”

“당신 의사따위는 중요하지가 않아. 내가 하는 질문에만 대답하라고, 당신 대체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이겨낸거지?”

“끄극... 그따위것 내가 어떻게 알아! 으아악!”

“끈질기네, 당신이 아무리 그렇게 발버둥 쳐봤자, 지금 이 상황은 변하는 것 없어! 순순히 내 말을 따르면 아무런 일도 없을거야.”

“크크큭, 내가 하고 싶은 말이군. 마법도 실패한 이상 네 년은 동생이 걱정이 되지도, 끄아악!! 그만!! 으아악!!”

자신을 조종하려던 마법이 실패했다는 것을 안 베라즈는 다시 한번 그녀의 동생을 걸며 레이린을 협박하려고 했지만 동생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더욱 강하게 짖누르는 그녀의 발길에 비명을 터트리고 말았다.

가슴을 압박하는 발길에 베라즈는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러워했고, 레이린은 괴로워하는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내 동생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마!”

“끄으윽...끄크큭. 동생도 너랑 같은 크윽, 파란 머리더군. 크큭, 반항하는게 꽤나 귀여웠... 으아악!”

“이 개새끼가! 내 동생 어디에 있냐고!”

“크으윽! 왜 아까 처럼 나한테 마법이라도 걸어보지 그래. 키킥, 아니면 죽여보던가, 넌 절대 못 찾을거다 내가 죽으면 네 동생도 죽게 되어있거든. 그리고 찾지도 못할거다, 모든 탐지마법에는 안걸리도록 조치를 해놨거든. 크하하. 너에게 내 목숨과 네 동생의 목숨 어느게 더 가치가 있는지 한번 볼까!”

“이, 이 더러운 새끼! 네 입에서 내 동생이 있는 곳이 안 나오고는 못 배기도록 만들어주마! 매직미사일!”

베라즈를 향해 들어올려진 레이린의 손에서 하얀 빛의 화살이 생성되며 그의 어깨쪽으로 쏘아져 날아갔다. 아마도 그를 죽이지 않고 고통만을 주기 위해 쏘아진듯한 매직미사일은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의 어깨에 닿자마자 피식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불똥만이 튀며 사라져 버렸다.

“크큭, 자네 너무 흥분했군. 직접 만들어준 아티펙트의 효용도 까먹은 건가, 나를 괴롭히려면 고급 마법을 써서 죽이던지 아니면 내 배를 갈라 아티펙트를 꺼내야 할거야. 키키킥.”

베라즈의 안티 매직 아티펙트는 바로 레이린 그녀가 직접 그에게 만들어준 마도구였다. 3서클까지의 모든 마법을 막아내며, 삼키는 형태로 먹게되면 배 안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동작하는 아티펙트였기에 베라즈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레이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웃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 타격을 줄수 있는 3서클 이상의 마법은 너무도 강력한 살상력으로 베라즈를 죽일게 뻔했고, 그 이하의 마법으로는 효과 조차 없었다, 유일하게 마력을 조절하여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라이트닝 웨이브 같은 경우에는 오랫동안 그 상태를 유지할 수가 없었기에 그것만을 사용하기에도 애매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크, 크으... 당신이라는 인간은! 마법 따위가 없어도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하는 당신을 괴롭힐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가슴팍에 놓여있던 발을 들어올린 레이린은 곧바로 베라즈의 어깨 위로 옮기고는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우지직.

“크아아악!!!”

레이린의 발에 힘이 들어가며 그의 어깨를 조금씩 짖눌러갔고, 어깨에서는 무언인가 부서지는 소리가 터져나오며 베라즈의 입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이래도 말하기가 싫나요. 그럼 다음입니다.”

그의 한쪽 어깨를 지긋이 밟아 누르던 레이린은 이번에는 다른 쪽 어깨로 이동해 발을 얹었고, 다시금 힘을 조금씩 주어 내리 누르기 시작했다.

탕탕탕.

“베라즈 황제폐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레이린의 발가 그의 남은 한쪽 어깨를 부수기 위해 내려가는 순간 집무실 문이 울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레이린과 베라즈의 시선은 동시에 집무실의 문으로 쏠렸고, 그와 그녀의 표정은 서로 상반되게 변해있었다.

자신의 성격상 집무실이나 침실 주변에 호위기사나 시종을 배치 시켜놓지 않던 베라즈는 거의 포기하고 있던 중 문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소리에 화색이 돌았고, 레이린의 경우에는 그가 주변에 호위를 두지 않는 것을 알고, 들어오기전 사일런트 마법까지 걸어두었음에도 불안한듯한 표정이 되어있었다.

탕탕탕.

“베라즈 황제 폐하, 안에 안계십니까?”

하늘이 내려준 마지막 기회였다, 베라즈에게는 이것을 놓치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게 뻔했다. 이 다음은 레이린 그녀에게 온 몸이 짓눌려 고통 속에 죽던가, 아니면 모든 것을 그녀에게 토해놓고 편하게 죽는가를 정하는 길 밖에 없었기에, 베라즈는 필사적으로 변해 고함을 내질렀다.

“들어와랏!! 여기 있다!! 들어오란 말이다!!!!”

탕탕탕.

“안 계십니까?”

필사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레이린의 사일런트 마법으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밖으로 흘러나가지를 못하고 집무실 안에 갇혀 사그라 들었다.

“크아아!! 안돼!! 들어오란 말이다!!”

“후후후, 당신이 아무리 떠들어도 이 방에는 내가 걸어둔 마법으로 인해서 이 곳에서 나가는 소리는 모조리 차단되고있어.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내가 이길듯하네. 호호호.”

탕탕탕.

“안 계시나보네, 여기가 아닌가.”

몇 번의 부름에도 대답이 없자, 바깥의 인기척은 그렇게 사라지는듯한 말을 남기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끄...끄아아!! 제기라아아알!!”

“호호호호호!”

절망 가득한 그의 비명과 그녀의 웃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베라즈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끼이이익. 덜컹.

굳게 닫혀있던 집무실의 문이 급하게 열리며 무엇인가 뛰어들어 온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응? 으응?

어디선가 제 글이 리뷰가 됐더군요.

거기에 충격먹고 머릿속에서 누가 트러블메이커를 부르며 춤을 추더군요.

게다가 대찬 까임까지, 멘붕에 돌입해서 한 이틀 손이 덜덜덜

글이 안나가고 있다가 역시 뽕빨물 초보작가에게는 오로지 깡만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적습니다.

우하핫! 우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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