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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레이린
격한 감정의 흐름으로 인해 느끼지 못하고 있던 집무실의 이질감을 그제야 눈치 챈 레이린은 소매로 자신의 입과 코를 막으며 자신을 비열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웃고 있는 베라즈를 쳐다봤다.
“크읏... 제국의 황제치고는 옹졸한 방법이군요.”
자신의 아랫배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무언가를 느끼며 레이린은 베라즈를 향해 씹어뱉듯이 이를 갈았고, 그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이번에는 또 황제 취급을 다시 해주는건가. 그런식으로 변덕이 죽끓듯 하면 안좋은데 말이지.”
“으득! 당신이라는 자는...!”
“옹졸하면 어떻고 치사하면 또 어떤가, 결과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을. 하하하. 지금 자네가 들이킨 것은 최상급 서큐버스의 숨결이니 충분히 맛보도록 하라고, 후후후.”
그의 말대로 집무실에는 한가득 달콤한 향기가 퍼져나가며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한동안 그 향기에 그대로 노출되어있던 레이린의 몸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반응하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벌어지는 그 기분나쁜 현상에 레이린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베라즈를 노려봤다.
“흥, 보아하니 대충 알겠군요. 이런 식으로 그녀들을 중독시켜서 짖밟은 뒤 따르게 만든거겠군요. 드래곤은 어차피 인간소녀나 다름없었으니 그대로 중독되어서 허덕였을테고, 하이엘프 리리안은 후우... 저도 일조 했으니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녀 역시 마찬가지 였었을것이고. 흠, 그런데 대신관은 대체 어떻게 한거지요. 그녀의 몸에 충만한 신성력으로 인해서 왠만한 독들은 효과를 보지 못했을텐데... 그럼 이것도 아니란 말인가?”
서큐버스의 숨결에 중독된 것을 아는 것 치고는 너무도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레이린을 보며 베라즈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호오, 뭐 영 틀린 추측은 아니지. 그건 그렇고 자네 중독된 것 치고는 꽤나 담담한 표정이군.”
“아? 그런가요? 그럼 제가 당신의 육체를 원하면서 허덕이기라도 해야하는 건가요. 당신은 아직 나에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요. 풋, 이따위 허접한 약따위로 나를 어떻게 하려고 생각햇다면 정말 큰 오산이에요.”
말을 끝마친 레이린은 곧바로 마력을 끌어올리며 두 팔을 앞으로 펼쳐냈다.
“퓨어 필드, 안티 도트.”
그녀의 주문 영창이 끝나자 모여들던 마력이 일제히 흩어지며 집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던 서큐버스의 숨결을 모조리 정화시키고, 그녀의 몸에 흘러들어가 중독시키고 있던 효과들 마저 깔끔하게 해독시켜버렸다.
모든 독을 해제시켜버린 후 레이린은 약간의 비웃음띤 미소를 지으며 베라즈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예상과는 다르게 자신이 준비한 것들이 손짓하나에 사라져버렸음에도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짓고있지는 않았다.
되려 느긋하게 자신의 책상으로 걸어가 자리에 앉으며 그녀를 향해 어깨를 으슥 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역시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꽤나 손쉽게 처리를 해버리는군. 처음부터 자네가 제일 만만치는 않을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었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군.”
“그런 칭찬을 들으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저를 잡기 위한 패는 지금 전부 꺼내 두시는게 좋을겁니다. 전 만만치 않은 여자거든요. 호호호.”
레이린은 팔짱을 끼며 살벌하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베라즈를 노려보며 웃음을 터트렸고, 베라즈는 조용히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흠, 그렇군.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레이린을 쳐다보며 들어올린 베라즈의 손에는 한 장의 편지가 들려있었고, 그녀는 왠지 모를 불안함에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그건 뭐죠?”
“후후후, 자네가 더 잘 알것 아닌가. 정 모르겠다면 내가 직접 말해주도록 하지. 자네가 그렇게나 돈에 미쳐 벌려고 하는 이유를 적어놓은 편지라고나 할까? 한가지 덧 붙이자면 그 소녀 꽤나 심각한 병에 걸려있던데, 그렇게나 돈을 퍼부어도 목숨을 연명하는게 다라니, 후후. 9서클의 마법사도 못하는게 있다는 걸 잘 알았지. 뭐 하지만 덕분에 병약한 처녀를 먹는 새로운 기쁨에 눈을 떠버렸다고나... 크윽!”
콰아앙!
“닥쳐! 개새끼! 내, 내 동생을 어떻게 한거야!!”
건드려서는 안되는 역린을 건드려버린 것 마냥 레이린은 폭발적인 마력을 뿜어내 베라즈앞의 책상을 날려버리고는 악마같은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앞에 다가섰다.
“말하라고 개자식아!!”
“크으윽!!”
레이린은 자신이 제어하는 모든 마나의 리미트를 풀어버리고 그대로 마법 조차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마나만으로 베라즈를 내리누르며 압박해 들어갔다.
“크큭, 자, 자네가 지금 이럴때가 아닐텐...크으윽...크아아아!!”
이미 분노로 눈이 돌아가버린 레이린은 더 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토록 돈에 집착하며 모아왔던 이유, 9서클의 마도사가 될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얼음의 마녀라고 불리며 모든 남성들과 사람들을 멀리했던 이유가 모두 그녀의 동생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베라즈가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면, 그녀는 그녀의 동생과 관련된 일이라면 지금껏 그녀가 보여왔던 냉철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었다.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심하게 압박해오는 마나의 짓누름에 베라즈는 격한 통증을 느끼며 신음을 터트렸고, 레이린은 전신이 펄럭 거릴 정도로 마력을 풀어놓은 상태에서 그에게 다가가 멱살을 부여잡았다.
“크으으! 사내 새끼들은 다 똑같아! 지저분한 자식, 만약... 만약 내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제국이고 대륙이고 다 필요없어! 반드시 파멸시켜 버리겠어! 그것도 지독한 고통 속에서!!!”
살기가 줄기 줄기 흘러나는 섬짓한 말을 내뱉으며, 분노를 토출하는 레이린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정말 자신의 의도와는 뭔가 다르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챈 베라즈는 신음을 터트리며 상황을 돌리기 위해 애를 썻다.
“크으... 레, 레이린. 이, 이야기를 하자. 들어봐라!!! 마력을 풀란 말이다! 니 동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이냐!!”
베라즈의 외침과 동시에 그의 몸은 레이린에게서 떨어져 나오며 집무실 한쪽의 책장으로 쏘아져 나가며 처박혀 버렸다.
투웅, 콰앙!
“크아아악!!!”
마치 종잇장 처럼 구겨지며 책장에 처박힌 베라즈는 그대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고, 어느샌가 그의 곁으로 달려온 레이린은 그대로 발을 들어 그의 한쪽 다리를 내려찍어버렸다.
우직.
“끄그극!! 끄아악!!”
레이린이 밟아버린 그의 다리에서 무엇인가 부러지는듯한 소리가 터져나왔고, 베라즈의 입에서는 찢어질듯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감히... 내 동생을 건들다니... 당신은 건드려서는 안되는 것을 건들고 말았어.”
“끄윽, 진정하고 내 말을 들으란 말이다! 이 개같은!! 미치광이 같은 년아!”
베라즈도 더 이상은 참기가 힘들었는지 그의 입에서도 격한 말들이 터져나왔고, 레이린은 그의 다리를 밟고 있는 자신의 발에 더욱 힘을 주었다.
뿌득.
“으아아악!!! 젠자아앙!!”
예상과는 너무도 다른 전개에 베라즈는 치밀어 오르는 통증과 짜증을 참을수가 없었다. 원래 그의 계획이라면 레이린이 돈을 모으는 이유인 그녀의 동생을 인질로 천천히 이야기를 해 나가는 것이었지만, 상상하지도 못했던 레이린의 폭주로 인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이제 그의 최대 목적은 그녀로부터 살해당하기 전에 어떻게든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그만하지 않으면 네 년은...크으윽... 더 이상 동생의 얼굴을 보지 못할 줄 알아라!! 크악!”
“해볼테면 해봐! 그랬다간 먼저 죽는건 네가 될테니까.”
레이린의 머릿속에는 카이아린들이 어떻게 그에게 복종하였는지 따위도 없었고, 그가 어떻게 자신이 숨겨오던 동생을 알았는지 따위도 없었다.
오로지 단 하나, 동생에게 위협이 되는 이 사내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만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고, 그녀는 좋은 생각을 떠올리고 말았다.
씨익.
베라즈는 험악한 표정에서 갑작스레 자신을 바라보고 미소를 짓는 레이린을 보며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라는 것을 느끼며 그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크으윽!! 크아아아!!”
“발버둥은 그만, 좋은 생각이 났어. 내가 왜 당신이랑 이렇게 말싸움을 하고 있어야 하는거지? 당신... 변변찮은 제국의 황제라는 것 빼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응? 응? 강대한 마력이 있는 거야, 아니면 검성 처럼 뛰어난 육체와 타고난 마나 조정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평범한 인간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이 있잖아. 후후후, 마인드 컨트롤. 너무 흥분 했었나보네, 아니면 당신은 과대평가 하고 있었던가. 호호호호!”
사악하고 섬짓한 미소를 머금은 레이린은 그대로 발을 들어 베라즈의 다른 쪽 다리도 마나를 머금은 발로 내려 찍어버렸다.
우직.
“끄그극!! 끄아악!!!”
평범해도 너무나 평범했다. 막대한 마나를 가진것도 아니고, 강대한 육체를 지닌 것도 아니었다. 베라즈, 그가 여기까지 올라 올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광기에 들어찬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었다.
그것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그였기에, 9서클의 마법사인 그녀와의 비교는 벌레만도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레이린으로부터 두 다리를 봉쇄당해버린 베라즈는 격통에 몸부림을 쳤고,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보며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두 손을 들어올리며 마력을 있는 힘껏 모으기 시작했다.
“마인드 컨트롤로 당신을 내 것으로 만들어 버리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 그리고 제국의 모든 재력 또한 사용할 수 있을테고, 내가 왜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한거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건 이걸 말하는거였나. 꺄하하!”
촤아아아.
주변의 공기가 갑작스레 바뀌며 일렁이기 시작했고, 광기에 홀려버린듯 웃음을 터트리던 레이린은 두 눈을 감고 9서클에 해당하는 최고급 마법인 마인드 컨트롤의 주문이 읇어가기 시작했다.
최고위 마법인 만큼 시동어로는 발동이 불가능 했기에, 그녀는 베라즈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는 느긋하게 그리고 천천히 정확하게 주문을 외우며 그를 향해 손을 내밀어갔다.
레이린의 주문이 조금씩 완성되어가면 완성되어 갈수록 베라즈의 두 눈에는 분노와 광기가 일렁이며 젖어들어갔다.
“크아아!! 니 마음대로 될것 같으냐! 이 개같은!!! 크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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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이런...
오늘은 회식이 있는 날입니다...
가능하다면 한 편 더 적고, 회식이라서 아마 안될듯 ㅋㅎ
오오밍! 위기의 베라즈! 과연 어떻게 될거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