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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레이린
수 십 여명의 귀족들이 모이기 위해 만들어진 커다란 대 회의장은 생각지도 않은 뜨거운 공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베라즈가 퇴장하고 난 뒤에 열띤 토론을 벌이며 주변의 공기를 데우고 있는 여러 귀족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보고 지금 후방에서 지원이나 하고 있으란 말입니까!”
“아니, 그럼 우리 중에 가장 병력도 없고, 물자도 없는 베리든 대공께서 선봉을 서겠다는 말이신지요. 너무 속셈이 뻔히 보이는 수작 아니십니까!!”
지금 그들은 베라즈가 약속한 카룬 교국의 분배권에 대해서 서로의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욕망을 토출해내며 도착점 없는 말싸움들을 시작하고 있었고, 그 토론의 끝은 보이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다른 이유로 잔뜩 인상을 쓰며 고민하는 자가 하나 있었다.
“제기랄... 대체 황제는 무슨 생각인가... 으득...”
자신도 모르게 엄지 손톱을 질근 깨물며 중얼거리는 그 사람은 바로 푸른 머리의 대마법사인 레이린이었다.
그녀는 몇 번을 고심하고, 몇 번을 다시 생각해도 도저히 무슨 생각을 가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는 베라즈의 행동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움직였다. 아마 그 이유가 아니었어도 귀족들의 시끄러운 행태에 참지 못하고 나왔을테지만,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들의 행동 따위는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을정도로 베라즈에 대한 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웅성웅성.
가만히 벽에 기대어 서있던 그녀가 갑작스레 움직이기 시작하자 서로 토론을 벌이던 귀족들 중 몇 명이 이야기를 그만두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레이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곁에서 아는체를 시작했다.
“대마법사 레이린님 아니십니까. 왜 벌써 돌아가시려고 하는지요.”
“맞습니다. 기왕이면 저희랑 어울리면서 이번 전쟁에 관해서 이야기를 조금 하시는게 어떨런지요.”
이미 교국과의 전쟁이 기정 사실이 된 이상 그들의 목표는 조금이라도 많은 공을 자신들에게로 돌려 전쟁 이후의 이익을 받아내는것이 었기에, 그 목표를 충실히 이행해줄 수 있는 레이린 같은 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너무도 뻔한 수작이 보이는 행동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뻔히 보이는 행동에 놀아나 줄 생각이 없는 레이린은 자신의 앞에서 서성이며 말을 걸어오는 귀족들을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호호,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제가 지금 바쁜 일이 있어서요. 다음에 하도록 하지요.”
“아아, 그러지 마시고 이리로 오십시오. 이리로.”
“자, 저기에 자리를 준비해둘테니 부담스러워 마시고...”
덥썩.
그녀의 앞에 있던 귀족들 중 하나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자신들의 자리로 이끌었고, 레이린은 자신의 붙잡힌 손목을 보며 강한 반응을 보였다.
“무, 무슨 짓입니까!!! 놔!”
타악!
마치 더러운 벌레가 지나간듯 귀족에게 붙잡힌 자신의 손목을 비벼낸 레이린은 그 귀족을 노려봤고, 그녀에게 격한 반응을 받은 그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레이린을 쳐다봤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화아악.
마치 징그러운 무엇인가를 보는듯 자신을 쳐다보는 레이린의 눈빛에 기분이 상한 귀족은 그녀에게 무어라 말하고자 입을 열었지만, 살벌하게 변해있는 그녀의 표정과 주변을 휘감고 있는 마나의 소용돌이에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호호호, 죄송합니다. 비켜주실수 있으시겠습니까? 이번 무례에 대해서는 제가 나중에 확실하게 사과드리도록 하지요.”
“아, 아아... 그, 그러도록 하지요. 바쁘면 말씀을 하시지. 하하하...”
입만이 미소 지으며 차가운 살기가 감도는 그녀의 눈빛을 받은 귀족은 어쩔줄 몰라하며 꼬리를 내리고는 그녀로부터 떨어져 나왔고, 그녀의 분위기와 귀족이 당한 행동으로 인해 레이린의 주변에 몰려있던 귀족들은 하나 둘씩 그녀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귀족들이 사라진 뒤에야 치솟는 마력을 흩어낸 레이린은 곧장 걸음을 옮겨 대 회의장 밖으로 나섰다.
“제길... 저 망할 돼지들 때문에, 으으으...”
여전히 귀족에게 붙잡혔던 손목을 비비적 거리며 닦아내듯 만지작 거린 그녀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베라즈가 있는 집무실로 향했다.
“흥, 더 할 말이 있으면 자기를 찾아오라고? 좋아,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는건 이 일에대한 무언가가 있다는 말인데... 황제, 당신이 무엇을 준비했던 나한테는 안 통할거야. 대체 어떻게 그 용과 엘프, 그리고 대신관까지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과 나는 다르거든. 두고봐, 당신은 지금 내 경고를 무시하고 이렇게 크게 일을 벌인 것을 후회하게 될거야.”
그녀는 전에 베라즈가 카이아린의 봉인해제와 리리안의 봉인해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때부터 그가 무엇인가를 저지를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빠르게 그리고 이렇게나 대담하게 일을 저질러 버릴 줄은 몰랐기에 조금 황당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마법적인 힘이라고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다가 유일하게 보통 인간들 보다 나은 점이라고는 단련된 육체 밖에 없는 그가 무슨 수를 사용해서 카룬 교국의 대신관인 아이리엔을 복종하게 만들어, 카이아린의 봉인을 풀었으며 그 자존심 높은 블랙 드래곤은 봉인이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따르는 건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되려 리리안만이 그를 따르고 있었다면 엘프들의 특성상 그럴수도 있다고 봐줄수 있었겠지만 도저히 이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수 없는 문제였다.
“젠장, 왜 이렇게 먼거야.”
조금이라도 빨리 자신의 궁금함과 그에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놓고 싶었던 레이린은 베라즈의 집무실이 너무도 멀게만 느껴졌고, 점점 그녀의 발걸음은 속도가 붙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순식간에 베라즈의 집무실로 도착한 그녀였지만, 레이린 자신에게는 그 조차도 느리게만 느껴졌던지, 노크를 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녀는 곧바로 그의 집무실 문을 열어젖히며 방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응? 이런 누가 이렇게 급하게 오나 했더니, 대마법사 레이린양 아니신가. 하하하.”
갑작스런 방문에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마치 자신을 기다렷다는 마냥 웃음을 터트리는 베라즈를 보며 레이린은 왠지 모를 울컥함에 거칠게 집무실 문을 닫어버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콰앙.
“황제폐하,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무엇을 말인가?”
베라즈는 분노하는 그녀의 외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능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화를 더욱 부추기듯 행동했다.
“으득, 지금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어쩌자는 생각으로 그 드래곤의 봉인을 풀어버리신 겁니까. 그리고 대체 무슨 수를 썻기에 하이엘프와 대신관이 당신을 따르게 된거냐는 말입니다!”
“아아, 난 또 무슨 질문을 하러 왔는가 했군. 하하하. 그게 그렇게나 궁금한가?”
“지금 저랑 장난 치려는거는 아니겠지요. 황제, 아니 당신의 대답 여하에 따라 지금 여기서 저의 행동이 결정 날겁니다.”
화아악.
계속되는 베라즈의 능글맞음에 참지 못한 레이린은 더 이상의 존칭은 생략해버리고는 몸에서부터 강한 마력의 기운이 뽑아내며 그를 압박해들어가기 시작했다.
“크흐음... 레이린, 자네 지금 제국의 황제를 협박 하는 것인가!!”
“흥, 제국의 황제?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런 웃기는 개소리는 서로 하지 말도록 하죠.”
다른 누군가가 들었다면 당장에 반역으로 몰려가도 상관 없을것 같은 이야기를 가볍게 내뱉는 레이린을 보며 베라즈는 그녀가 마음에 드는듯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크큭, 크하하하. 재미있군, 재미있어. 그래 좋다, 어차피 허울만 있고, 실속은 없는 이 황제라는 자리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크크큭. 그렇다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면 조금 가슴이 아픈데 말이야, 내가 이 자리를 앉으려고 얼마나 많은 손해를 봤는지 안다면 말이지. 크큭.”
“뭐 그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하지요. 아무 쓰잘데도 없는 그런 직위보다는 그냥 쓸어버리는 편이 나앗을텐데요.”
“그렇지, 그렇지. 역시 자네는 이야기가 통하는군. 그래도 말이지, 남아있는게 있어야 밟았을때의 느낌도 큰 법이라고, 그건 알아둬야지. 크크큭.”
약간의 광기가 스쳐지나가는 베라즈의 눈빛을 바라보며, 레이린은 표정을 굳히고는 치솟아 오르던 마력을 풀어내며 그에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 농담은 끝내고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대체 당신은 무슨 수를 쓴거지요.”
“무슨 수 말인가?”
“계속 그럴껀가요! 계속해서 이런다면 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는 않을겁니다.”
“아아, 내가 블랙 드래곤과, 하이엘프, 그리고 대신관을 내 편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 물어봤던가?”
강하게 압박을 해오는 레이린의 마력에도 베라즈는 웃음을 잃지않고 여전히 빙글빙글 거리며 그녀의 신경을 긁어댓고, 그런 그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오른 그녀는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그를 향해 내밀었다.
“당신이란 자는 정말!! 맛을 봐야하겠습니까!! 라이트닝 웨이브!”
파지직.
“크으윽!! 크크큭.”...
상당히 많은 양의 마나를 억제한 가벼운 전류가 베라즈의 몸을 타고 흐르며 그에게 고통을 주었고, 그는 온 몸이 찌릿거리는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그녀를 바라봤다.
마치 미치광이 같은 그의 모습에 레이린은 불현듯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황급히 자신의 소매를 들어 입을 가리며 웃고 있는 베라즈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크윽! 다, 당신이 지금껏 시간을 끌며 노리고 있던게 바로 이겁니까!!”
============================ 작품 후기 ============================
아, 술을 너무 많이 먹었네요...
막걸린데 내일 머리가 안아플지 걱정입니다 ㅜㅜ
졸려서 더 많이 쓸,수있는데 더이상 적지를 못하겠네요,./..
ㅜㅜ 내일은 회식인데...
여튼 제 직장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신듯 한데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는
lg전자 서비스입니다. 혹시 여러분들의 집에도 제가 갔을지도 ㅋㅋ
ps. 혹여 레이린이 고작 여기서 당할거라고 생각하지는 분은 없겠죠 ㅋㅋㅋ
레이린은 여태까지와 다르게 조금 색다르게 갑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