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 조교 연대기-69화 (69/107)

0069 / 0107 ----------------------------------------------

그녀들의 경우 [세레나]

[세레나의 경우]

“우으으으...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베라즈로부터 벗어난 세레나는 잔뜩 찡그린 얼굴로 혼자 중얼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위기사라니... 호위기사라니!! 대체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것을 정해버리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폐하께서는...”

누구의 호위기사가 되든 그녀에게 별 다른 상관은 없었지만, 베라즈만은 예외였기에 세레나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져가고 있었다.

“폐하의 호위기사가 되면 매일 같이 그런 엄청난 긴장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 아닌가! 그 무슨 말도안되는...으으으...”

세레나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강한 압박감에 항상 베라즈의 앞에서 긴장을 하고 있었고, 이번에 그의 호위기사가 되면서 매일 같이 그런 생활을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좌절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불만은 중얼거리면서 방으로 돌아온 세레나는 방문을 닫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우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악!! 아아악!! 왜, 왜냔말이다! 내가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냐! 아아악!!”

정말로 가슴에 맺힌 울분을 토해내듯 악을 지르며 발광하던 세레나는 한참이 지나서야 반쯤 풀려버린 눈으로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 멀뚱멀뚱 앞을 쳐다보며 가만히 있었다.

“아우우... 제기랄...”

그렇게 맥이 풀린듯 멍하니 있던 세레나는 갑자기 자신의 아랫배를 슥슥 문지르며 신음을 토해냈고,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나 아래를 쳐다봤다.

“젠장, 제기랄! 아플수도 있다더니 이건 아픈게 아니라, 짜증이 나게 욱신거리잖아. 으으으...”

아마도 오늘 아침에 있었던 생리때문인듯 욱신거리며 아려오는 자신의 아랫배를 움켜쥐고 어기적 어기적 침대 앞으로 걸어가던 세레나는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그 자리에 멈춰서서, 천천히 자신의 바지를 벗어 내렸다.

“.........? 에...에엑? 끄아악!!”

가랑이 사이에서 나는 이상야릇한 느낌에 바지를 내렸던 세레나는 그대로 격렬한 비명을 내지르며 휘청휘청 거렸고, 그녀가 그렇게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다름아닌 피범벅이 되어있는 자신의 속옷때문이었다.

아침에 대회의장에 가기전에 리리안이 착용하라고 건네준 천조각을 속옷 사이에 한번 덧대어봤다가, 그 거북스런 느낌에 결국 귀찮다고 벗어던진 일이 이렇게 크게 변해버릴 줄은 생각도 못했던 그녀였기에 더욱 크게 충격을 받은듯 몸을 떨어댓다.

“이게...이게 대체 뭐냔 말이다! 아아악!! 다시 돌려줘! 돌려달란 말이다! 으아아!!”

바지를 벗자마자 풍겨올라오는 비릿한 피내음과 야릇한 냄새에 어질어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좌절과 절망에 빠져들어가던 세레나는 다시 한번 남자로 돌아가기 위해 베라즈의 대업 달성에 물심양면으로 노력할 것을 굳게 다짐하며 피에 젖은 속옷과 바지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버리고는 비척비척 방 한쪽에 만들어져있는 욕실로 걸어들어갔다.

여자가 되기전까지는 자신의 손으로 샤워 한번 한적없는 그녀였지만, 여자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그런 호사따위는 생각지도 못했고, 그렇게 욕실로 들어온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며, 자신이 오기전 시녀들이 준비해둔 욕조물에 천천히 발을 담궜다.

마법으로 인해 항상 따듯한 물이 유지되는 욕조였기에 아무런 생각도 안하고 발을 집어넣던 세레나의 표정은 갑작스레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으와악! 차, 차가워!”

당연히 따듯해야할 욕조의 물은 차갑게 식어서 그녀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고, 세레나는 제대로 풀리는게 없는 자신의 일에 이를 부득부득 갈며 욕실에서 나와 벗어던진 바지를 대충 걸치고는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거기 아무도 없느냐! 여기 누가 관리하는거야!”

그녀의 외침이 복도를 쩌렁하게 울렸고, 저기 복도 끝에서부터 한 시종이 헐레벌떡 달려와 숨을 헐떡이며 짜증으로 이글이글 거리는 눈빛을 하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헤엑...헤엑... 부, 부르셨습니까.”

겨우겨우 숨을 고르며 대답을 하는 시종을 보며 세레나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그 시종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너! 네 녀석이 이 곳을 관리하는거냐?”

“그, 그렇습니다. 일단 기본적인 관리는 제가...”

“야!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길래, 욕조 물이 식은거냔 말이다!”

“네? 그, 그럴 리가.”

욕조의 따듯한 물이 없음에 화를 내는 세레나의 외침을 들은 시종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고, 그의 그런 모습에 세레나는 더욱 격분하며 그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이익! 너도 내가 이런 모습이라고, 우습게 보는거냐!”

“네? 네?”

그렇지 않아도 일이 풀리지 않아, 온갖 사건들이 벌어지는 통에 짜증이 나던 세레나는 모든 것들이 자신을 비웃는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렇게 그녀는 그 짜증을 눈 앞의 시종에게 풀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화를 내며 자신의 멱살을 잡는 세레나의 행동에 시종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듯 당황하며, 버둥거렸지만 외관만 소녀인 세레나의 힘을 버텨낼 재주가 없었기에 자신보다 키가 작은 세레나가 멱살을 잡자 구부정한 자세를 한 채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수 밖에 없었다.

“대. 대체 무슨 말씀이지신지...”

“아악! 야 따라와!”

더 이상 입으로 말하기도 귀찮았던지 세레나는 시종의 멱살을 잡은 그대로 자신의 방안으로 글고 들어와 욕실 문을 걷어차버렸다.

콰앙!

부서질듯 욕실 문이 열렸고, 세레나는 시종의 멱살을 잡은채로 차가운 물이 들어있는 욕조에 그를 던져버렸다.

첨벙.

“푸와아악!!”

설마 자신이 이렇게 던져 날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던 시종은 그녀의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라사이도 없이 차가운 물 속으로 던져져버렸다.

“어푸! 푸와아!”

눈과 코로 들어온 물 때문에 비명을 내지르는 시종의 앞으로 걸어간 세레나는 그의 앞에서서 콜록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내려다봤다.

“봤느냐. 지금 그 물에 나보고 목욕을 하라는거냐? 나 지금 기분이 안좋으니까, 어서 물을 따듯하게 만들거라!”

겨우 고통에서 벗어난 시종은 갑작스런 세레나의 요구에 어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쳐다봤고, 그 모습에 세레나가 다시 한번 그의 멱살을 잡으려고 하자 화들짝 놀라며 비명을 내질렀다.

“으아악! 잘못했습니다.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비명을 내지르며 욕조 밖으로 나온 시종은 욕조의 옆에 달려있는 조그마한 마법진으로 다가가 이곳 저곳을 눌러대기 시작했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고개를 빼꼼 내밀며 세레나를 쳐다봤다.

“저, 저기... 세레나님...”

“왜!”

여전히 배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아리한 통증과 이리저리 꼬여가기만 하는 일 때문에 전혀 짜증이 풀리지 않고 있던 세레나는 시종의 부름에 소리를 내지르며 대답했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시종은 잔뜩 주눅이든 표정으로 말했다.

“그...그게...”

“뭐 말할거면 똑바로 빨리 말하란 말이다.”

“네, 넵! 그것이 요, 욕조가 고장난것 같습니다.”

“.......뭐라?”

시종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세레나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가며 파르르 떨려왔다.

“욕조가 고장이났다고?”

“넵!”

“고쳐.”

짤막하게 말하고 양 팔을 들어 팔짱을 끼는 세레나를 보며 시종은 잘 못들었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못들었는가, 고치란 말이다. 지금 당장 어서!”

대체 마법에 문외한인 시종에게 마법으로 동작하는 욕조를 어떻게 고치라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세레나는 꾸역꾸역 우기며 시종을 막다른 길로 몰아세워 갔고, 그렇게 시종과 세레나는 한참을 티격태격 거리며 말싸움을 했다.

그리고 결국 그녀에게 몰아붙여진 시종이 거의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까지 가서야 그녀의 막무가네식 협박이 끝을 고했고,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한 세레나는 시종에게 툴툴 거리며 이야기를 했다.

“크으으, 그래서 어쩌라는 것이냐, 욕조도 다른 걸로 못바꿔준다. 비어있는 다른 방도 없다. 그러면 나보고 이 찝찝한 상태로 계속 있으란 말이더냐!”

격분하며 이리저리 방방 뛰는 세레나를 보며 눈물까지 글썽 거리던 시종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난듯 감탄사를 터트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아! 그... 세레나님.”

“뭐냐!”

까칠한 세레나의 대답에 시종은 억지로 미소를 띄워, 두손을 슥슥 비비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커다란 목욕탕이라면 있는데, 괜찮으시면 그곳을 사용하는게...”

으득.

“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것이냐!”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려 놓고도 갈굼을 당한 시종은 억울하고 가슴이 답답했지만, 그래도 힘이 없는게 죄인지라 여전히 미소를 방실방실 띄우며 대답을 했다.

“으으, 사실 그곳이 세레나님 같은 분들이 사용하는데가 아니라, 저희 시종들이나 다른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곳이라 말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뭐라?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느냐, 시끄럽고. 빨리 가는 길이나 말해라. 난 지금 찝찝하고 짜증나서 미치겠단 말이다.”

그녀의 말대로 남자로 있을당시 검과 수련, 그리고 여자만을 알고 지내왔던 그녀는 귀족이니 평민이니 하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왔기에 시종들과 시녀들이 쓰는 목욕탕이라고 별반 다를바가 없었다.

사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목욕탕에 들어가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물론 여자들과 함께였지만...

그렇게 갖은 고난과 시련을 겪은 시종은 반쯤 초탈한 모습이 되어, 반드시 내일 중으로 욕조를 고쳐놓겠다는 다짐을 수없이 한 뒤에야 그녀에게서 벗어날수가 있었고, 세레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옷을 벗어던지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 참으며 시종이 가르쳐준 목욕탕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 작품 후기 ============================

다음은 세레나와 리리안의 만남.

왜 아이리엔이 안나오냐고요?

아이리엔은 또 레이린 편에서 중요한 역활을 맡아 줄것이므로 조금 더 뜸을 들여야

밥이 되지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