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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67화 (6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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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경우 [카이아린]

회의장 밖으로 나온 베라즈는 뒤 따라오는 네 명의 여인들을 향해 몸을 돌려 주춤하는 그녀들을 바라봤다.

“흠, 카이아린, 리리안, 아이리엔, 세레나.”

“예, 옛!”

“네.”

그의 뒤를 따르던 그녀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불리자 움찔 놀라며 반사적으로 대답했고, 베라즈는 그런 그녀들에게 사람 좋은 표정으로 미소지었다.

그와 함께 한 뒤로 처음으로 보는듯한 악의없는 그 미소에 그녀들의 입에서는 가벼운 탄성이 터져나왔다.

“아...”

한없이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들을 바라보던 베라즈는 한걸음 가까이 다가가 상냥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수고들 많았다. 많은 귀족들 앞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나의 바람대로 충분히 역할을 해준듯해서 기쁘구나, 하하하. 내일부터 할 일들이 많아질테니 오늘은 모두 들어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

베라즈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실타레 마냥 빙빙 꼬여가던 계획들 중 하나가 거의 완벽하게 풀어나가지자 너무도 기분 좋은 느낌에 그녀들을 부드럽게 대했을 뿐이었지만, 처음으로 보여주는 그의 친절한 모습에 그녀들은 당황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베라즈는 자신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우물쭈물 거리는 그녀들을 보며 미소를 지우고 딱딱해진 표정을 했다.

“싫은가.”

돌연 차가워진 그의 반응에 그제야 제 정신을 차린 두 명의 여인, 아이리엔과 세레나는 황급히 그에게 고개를 내저으며 외쳤다.

“아닙니다!”

“아, 아니요.”

재빠르게 그를 향해 간단한 인사를 건넨 두 여인은 그대로 그로부터 멀어지며 자신들의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베라즈의 곁에는 다른 두 여인만이 남아있었다.

자신의 이야기에도 아랑곳않고 옆에 남아있는 카이아린과 리리안을 보며 베라즈는 자신의 턱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흠, 카이아린, 리리안. 너희들은 왜 가지 않는것이냐.”

그의 질문에 카이아린은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듯 자신의 허리 위로 양 손을 척하니 올리며 베라즈를 올려다봤다.

“난 항상 베라즈가 있는 곳이 쉬는 곳이기 때문에 안 갈거에요, 헤헷.”

베시시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을 쳐다보는 카이아린의 미소에 그는 고개를 돌려 리리안을 쳐다봤다.

“카이아린은 그렇다고 치고, 리리안. 너는 왜 안가는 것이냐.”

궁금하다는듯한 그의 목소리에 리리안은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당황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아, 아니에요. 베라즈. 저도 가보도록 할게요.”

몇 번이나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무엇인가 말하려던 리리안은 결국 조용한 어조로 고개를 살며시 떨구며 베라즈에게 간단한 인사를 건낸뒤 몸을 돌리려고 했고, 그 순간 몸을 돌린 그녀의 등 뒤에서 베라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의 말에 잘 따라줘서 고맙다, 리리안. 힘들었을텐데 푹 쉬도록해라.”

리리안은 부드럽게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다시금 목까지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왠지모를 부끄러운 마음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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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린의 경우]

카이아린은 베라즈가 부드러운 어조로 리리안에게 말을 건네자 조금 불만인듯 볼을 뾰루퉁하게 부풀리며 그의 곁으로 다가가 옆구리를 살며시 쿡쿡 눌렀다.

“응?”

복도 너머로 사라지는 리리안을 바라보고 있던 베라즈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옆구리의 이물감에 고개를 돌려 그곳을 쳐다봤고, 카이아린은 그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번 더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흥, 베라즈는 저 엘프계집 따위가 뭐가 좋다고 그렇게 친절하게 구는거에요. 저런 엘프따위 보다 내가 더 베라즈를 위해서 움직일 수 있단 말이에요.”

대체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볼을 계속해서 부풀리고 있는 카이아린을 보며 베라즈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카이아린도 수고가 많았다. 그럼 방으로 돌아가 있어라,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으니 마무리를 해야겠지. 후후.”

“헤헤헤.”

자신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베라즈의 손길을 느끼며 카이아린은 마치 고양이 마냥 그의 손에 기대어 부비적 거리며 입을 열었다.

“베라즈, 그러면 언제 돌아올거에요?”

“왜 그러나? 흠, 오늘은 바쁠듯해서 침실로 못 갈 수도 있을듯하군.”

사랑을 갈구하는듯한 소녀의 표정으로 베라즈를 바라보던 카이아린은 그의 입에서 나온 대답에 축 처진듯한 표정을 하며 고개를 숙였고, 잠시 무엇인가를 웅얼 거리던 그녀는 다시금 반짝이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재잘 거렸다.

“그러면 베라즈, 그 일 내가 도와주면 안되요? 베라즈도 알다시피, 나 드래곤이란 말이에요, 왠만한 일은 나도 다 도와줄수 있다니까요. 응? 응?”

계속되는 카이아린의 칭얼 대는듯한 이야기에 베라즈는 조금 짜증이 난듯 약간의 인상을 쓰며 카이아린의 볼을 살며시 부여잡았다.

“으으응...”

“카이아린.”

“네, 네.”

볼을 잡고 있던 손을 오므려 턱을 가볍게 튕긴 베라즈는 가볍게 그녀의 검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오늘의 업무는 네가 없어야 더 잘 풀리는 일들이니, 너를 데리고 갈수는 없다. 정 그렇게 심심하다면 대신관이나 리리안과 함께 너의 불안정한 봉인 해제를 완전히 풀 방법이나 찾아보도록 해라. 모든 일의 어긋남은 그로부터 시작됐으니, 그것만 처리되면 이번 처럼 계획에 없던 일들을 만들 필요도 없었겠지.”

모든 이야기를 마친듯 카이아린으로부터 멀어진 베라즈는 가볍게 손을 털고는 그녀로부터 몸을 돌려 자신의 집무실로 걸어나갔다.

“후으... 베라즈...”

카이아린은 한걸음씩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베라즈의 뒷 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며 무엇인가 아쉬운듯 혹은 안타까운듯 한숨을 토해냈고, 시야에서 완전히 그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그녀 역시도 몸을 돌려 방으로 걸음을 옮겨나갔다.

“마나스캔.”

조용한 주문 영창에 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몸 주변에 마력이 움직이며 푸른 색의 빛이 모여들어 카이아린을 감싸 안았고, 잠깐의 시간동안 그녀를 뒤덮은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마법이 사라지고 난 뒤 걸음을 멈춘 카이아린은 자신의 배에 살며시 두 손을 얹고는 나직히 읇조렸다.

“여전히 있구나.”

마나스캔을 통하여 자신의 배 안에 있는 새로운 생명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낀 카이아린은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는 그대로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푸훗...하하, 하하하하.”

그렇게 잠시동안 웃던 카이아린은 쪼그려 앉아 자신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있잖아, 사실 나는 니가 아직도 내 뱃속에 생겼다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크게 느끼지를 못하겠어, 내가 볼수도 느낄수도 없잖아? 그런데 웃긴건 뭔지 알아? 왠지 모르게 내 안에 네가 있다는걸 생각해내면 뭔가 울컥거리면서 따듯한 무언가가 가슴에서부터 솟아올라오는 것같아. 베라즈를 생각하면 배 아래에서부터 그런 느낌이 나는데, 너는 가슴이 따듯해져와. 후음...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보지도 듣지도, 존재하는지도 알지 못하는 아이에게 푸후훗.”

가볍게 미소지은 카이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드레스를 팡팡 털고는 베라즈가 사라진 복도를 한번 쳐다본 뒤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에서는 마치 스스로에 대한 변명인듯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베라즈가 불안정한 봉인해제를 풀 방법을 찾으라고는 했는데, 나 그따위것 모르는걸. 정말로 이 아이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도 확실하지 않으니까, 보류하는거야. 베라즈를 속이는게 아니라고, 정말 정말 정말 모르니까 그러는거야. 어쨋거나 베라즈가 내 봉인을 완벽하게 해제하려는 이유는 대륙을 정복하려는 이유니까, 그것만 달성하면 아무 상관 없잖아. 열심히 도와줘야지, 베라즈를. 흥흥~”

방금까지도 어깨를 늘어트리며 기운 빠진듯한 몸짓을 하던 카이아린은 언제 그랬던적이 있었냐는 마냥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며 깡총깡총 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어나갔다.

원래부터 감정의 기복이 조금은 심한 그녀였지만, 요 근래에 들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듯 순식간에 이리저리 바뀌는 그녀의 마음은 주변의 사람들로선 꽤나 적응하기 힘든 일이었다. 물론 베라즈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상당히 기분이 올라간듯한 카이아린은 금새 침실에 도착해 드레스를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 위에 올라타며 베개를 껴안고 뒹굴 거리기 시작했다.

“히히힛, 베라즈는 언제 올까. 기다리기 싫은데, 헤헤.”

중얼중얼 거리며 왠지 모르게 들뜬 마음에 애꿎은 베개만을 괴롭히던 카이아린은 어느새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침대 위에서 조용한 콧소리를 새근새근 내며 잠이 들어버렸다.

“후이... 음냐...”

귀여운 잠꼬대를 하는 카이아린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 작품 후기 ============================

아옭옭!

자, 슬슬 레이린편이 다가오고 있군요.

느하하삿!

그리고 리플 달아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일일이 하나하나 댓글을 안달고 있지만 언제나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쌩큐 베리 쏘 마취!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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