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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64화 (6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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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서막.

수많은 귀족들의 눈빛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리리안은 조금 긴장한듯 깊게 숨을 들이키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마룡과의 전투 이후 죽었던 것이 아니라, 죽을 뻔 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한 괴한들의 갑작스런 공격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계신 이 베라즈 황제폐하의 친위기사들과 저기 계신 레이린님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리리안은 팔짱을 끼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레이린에게 가볍게 목례를 했고, 사건의 모든 전말을 알고 있는 레이린은 베라즈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며 황당하기 그지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저 엘프가 어찌하여, 황제의 편을 드는데에 대한 생각에 저절로 입이 벌어지려고 했지만, 그녀는 질문에 대한 때와 장소를 가릴줄 아는 여인이었기에, 조용히 그들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괴한들을 모두 잡아들이고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결과, 모두 카룬 교국에서 보내온 자들이었습니다. 제가 죽은척 했던 것도 그들이 다시 괴한들을 보내 올까봐 폐하께서 한 일들입니다.”

콰앙!

“말도 안되는 소립니다! 대관절 카룬 교국이 뭐가 아쉬워서 암살자를 엘프들에게 보낸단 말입니까!”

리리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공들 중 하나가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격분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시선을 끈김에 가지고 있던 모든 말을 해야겠다는듯 격렬하게 자신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솔직히 믿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르피온을 믿는 성국인, 카룬 교국에서 대체 뭐 때문에 서신에 적혀있는 것 처럼 황제폐하께 암살자를 보냈는지, 저 하이엘프의 말 처럼 그녀에게도 보냈는지를 말입니다. 그들에게 돌아갈 이익이 없지않습니까!”

불같이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는 대공을 쳐다보며, 베라즈는 바로 옆에 있던 아이리엔에게 눈짓을 했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눈을 질끈 감고는 천천히 그들의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 그것에 대해서는 저, 아이리엔이 말씀 드리지요.”

누구보다 카룬 교국의 의중을 잘 알고 있을 아이리엔의 발언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모였고, 아이리엔은 신관복의 앞자락을 살며시 움켜쥐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황궁신관이기도 하지만, 카룬 교국의 대신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지금 계신 성녀님의 뒤를 이을 성녀이기도 하지요. 그런 저의 말이라면 여기 모여계신 분들도 제 말을 믿어 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말대로 아이리엔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그 누구의 발언보다 확실한 이야기였기에, 자리에서 일어난 대공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의 고개가 끄덕여지며, 수긍을 했다.

“그럼 말씀드리지요. 카룬 교국은 지금 대륙의 통치를 꿈꾸고 있습니다.”

“!!!”

아이리엔의 폭탄과도 같은 발언에 그녀를 쳐다보고 있던, 모든 귀족들의 얼굴이 벙찐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절대로 믿을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수도 없었다. 이 이야기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 교국의 차기 성녀로 예정 되어 있던 아이리엔이 아니던가.

“그...그게 사실이오?”

모두들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재차 묻는듯한 질문을 했고, 아이리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에서 일어났던 대공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고는 꽤나 충격을 받은듯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으며 중얼거렸고, 그를 대신하듯 다른 대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베라즈를 쳐다보며 외쳤다.

“미...믿을수 없습니다, 아이리엔님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이르피온을 믿는 그들이 그런 짓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습니까, 혹여 그런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희쪽에서 이야기로 하면 처리가 될수도 있을것 아닙니까. 이르피온을 믿는 교국을 적대하다니...”

역시 수년, 수십년을 교국의 그늘 아래서 지내오던 왕국의 왕들이었던, 대공들답게 교국의 치부를 밝혔음에도 그들의 움직임은 더디기만했다.

결국 그들을 보며 베라즈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은 사실이다! 물론 교국에 묻고 싶은 자는 직접 물어라, 하지만 당연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오겠지. 내가 이 전쟁을 하려는 이유를 알겠는가! 그렇다, 우리 제국은 대륙을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아니면 누가 그들을 상대하겠는가! 그리고 자네들이 걱정하는 이유도 알고 있다, 이르피온의 신자들인 자네들이 그 종주라고 할수 있는 교국을 상대하다니, 꽤나 껄끄러울테지, 하지만 그것 또한 걱정하지마라. 나는, 우리 제국은 이르피온을 적대하지 않는다. 다만 사악한 야망을 드러냈던, 카룬이라는 왕국을 처단하는 것이다. 카룬 교국과의 전쟁 선포와 동시에 제국에서는 이르피온의 신자들을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여기 대신관 아이리엔이 제국의 성녀가 되어 모든 일들을 행할것이다. 자,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제국의 성녀, 아이리엔. 그리고 적당한 명분과 믿음에 대한 약속.

귀족들은 베라즈의 발언에 조금씩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회의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일어섰던 대공 역시 전보다는 풀어진 표정이었지만, 딱딱하던 표정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다.

“후훗, 그래... 이래도 자네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승리에 대한 확신때문이겠지. 이미 한차례의 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을뻔했던 자네들이 다시 한번 그렇게 될 수 있는 이 전쟁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겠지. 맞는가, 나의 이야기가!”

너무도 정곡을 찌르는 베라즈의 말에 대공들과 귀족들은 가벼운 기침을 하며 고개를 슬그머니 돌렸고, 그런 그들을 더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베라즈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크하하하! 좋다. 맞는가보군. 너희들의 황제인 내가 누군가! 바로 그 어떤 힘에도 구부러지지 않는 강철왕 베라즈다! 내가 너희들에게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도록 하겠다. 그 첫번째로 우리는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교국과의 전쟁을 치룰 것이다.”

“!!!”

생각지도 않았던 엘프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는 그의 발언에 모든 귀족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는가, 자네들의 눈 앞에 있는 그녀가 대체 누구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베라즈의 말과 동시에 귀족들의 시선은 곧바로 리리안에게 향했고, 대답을 바라는듯한 그들의 시선에 리리안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네, 저 리리안은 엘프들의 참전에 앞장서 움직일 것입니다. 대륙의 안위는 저희들에게도 같은 것이니까요.”

잔잔히 들려오는 그녀의 말이 끝나고, 베라즈는 여전히 충격에 빠져있는 그들을 향해 다시금 이야기를 시작했다.

“두 번째, 우리에게는 아주 우수한 전력의 마법사들이 많지, 그 중 하나가 오랜 인간의 역사에 유일하게 단 하나 나타난 9서클의 대마법사인 레이린이다. 그리고 그녀의 마탑에 있는 무수한 인재들도 우리를 도우기로 했다. 또한, 우리에게는 6서클의 마법사가 또 한명 존재하지.”

웅성웅성.

레이린이 나오기 전까지 인간으로 달할수 있다는 최고의 경지라고 하는 6서클의 마법사가 제국에 또 하나 존재한다는 베라즈의 말에 귀족들은 저마다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6서클의 마법사가 밝혀진 지금에 새로이 등장할만한 자는 없었기에 그들의 의문은 커져만갔다.

6서클에 달한 마법사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장 강력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이었기에, 모든 왕국에서 그들을 데려가려고 혈안이었고, 때문에 지금 와서는 소속이 없는 마법사들이 없을 정도 였기때문이었다.

“모두 궁금해 하는 얼굴이군. 자, 소개하지. 나오너라, 카이아린.”

베라즈의 부름과 함께 그의 뒤에서 검은 머리의 소녀가 걸어나왔고, 그녀는 양 손에 팔짱을 끼고 베라즈를 잠시 쳐다보다가 가볍게 혀를 한번 찬 뒤 귀족들을 향해 가벼운 목례를 취했다.

“반갑...워요. 저는 카이아린이라고 합니다.”

반말로 그들에게 인사를 하려던 카이아린은 그녀의 옆에서 슬쩍 허벅지를 만지는 리리안의 행동 때문에 급 우회하여 바뀌었고, 그래도 다행히 막나가는 수준이 아닌 카이아린의 인사에 리리안은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하지만 귀족들은 마법사는 커녕 이제야 소녀의 티를 벗은듯한 여자아이를 6서클의 마법사라고 하는 베라즈의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둘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지만, 그들 중 유일하게 한명만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터져나오는 비명을 참고 있었다.

“크흡, 쿨럭...”

그 자는 바로 그 카이아린과 베라즈, 둘의 관계와 숨겨진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레이린이었다. 봉인이 풀리지 않는 이상 절대로 마력이라는 것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는 카이아린을 베라즈가 6서클의 마법사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은 이미 그녀의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사실이었기에 레이린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리리안과 아이리엔이 그에게 우호적으로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말할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럴수는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드래곤인 카이아린 마저 봉인이 해제되었다는 것을 알아버리자 더 이상 참을수가 없는듯 그녀는 한쪽 벽에 기대어 있던 몸을 움직여 자신도 모르게 베라즈를 향해 입을 벌려버리고 말았다.

“다,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흡...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폐하.”

무슨 말을 내뱉는지도 모르고 고함을 치려던 레이린은 순간 자신이 하고있는 일을 깨닫고는 황급히 숨을 들이키며, 입을 막았고 그와 카이아린을 노려보며 침묵했다.

“흠, 대마법사 레이린님께서 저에게 무슨 할 말이 있으신가 보군요. 그건 나중에 따로 저에게 찾아오시도록 하시지요. 자, 그럼 다음으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폐하! 죄송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이어서 하려던 베라즈의 말을 한 귀족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막아섰고, 그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던 베라즈는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좋습니다, 말해보시지요.”

베라즈의 허락이 떨어지자 그 귀족은 기다렸다는듯 카이아린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외쳤다.

“대체 저 소녀가 어딜봐서 6서클 마법사란 말입니까, 저 나이에 그 정도의 경지에 올라섰다면 그건 저기 있는 얼음의 마녀 보다 더 대단한 경지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말 아닙니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수가 있는거냔 말을 묻고 싶습니다. 정말 저 소녀가 6서클의 마법사가 맞는 것입니까!”

그의 열변을 거들듯 다른 귀족들의 눈빛 또한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고 베라즈를 쳐다봤지만, 그는 마치 그들의 이런 말을 기다렸다는듯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카이아린의 검은 머리칼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이야기했다.

“카이아린, 네가 가진 힘을 조금만 보여주도록 해라. 여기 있는 많은 분들이 너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하는듯 하구나.”

부드럽게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베라즈의 손길을 잠시 즐기던 카이아린은 그의 부탁에 슬그머니 눈을 뜨며 눈 앞의 귀족들을 바라봤다.

씨익.

그녀의 입꼬리가 위로 솟아 올라가며, 그와 함께 가녀린 그녀의 손 또한 올라가 눈 앞의 귀족들을 가르켯다.

“매직 미사일. 셋트(Set)!”

파바바방.

고작 1서클의 간단한 마법이 카이아린의 손을 통해서 발현 되었지만, 그 파장은 만만치가 않았다.

“우오오오오!!”

“이...이럴수가!”

“정말 저 나이에 이런 경지에 다다르다니!”

매직미사일이라는 간단한 마법이었지만 그들의 눈 앞에 카이아린의 손에서 펼쳐진 마법은 절대로 그런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대회의장에 모여있는 인원수 만큼의 무지막지한 매직 미사일들이 생성되어 있었고, 거기에 그 미사일들은 발사가 되지않고 명령을 기다리듯 공중에 멈춘채로 서있었다. 마법은 발현하는 것보다 멈추는게 힘들다, 그것은 마법을 모르는 이라도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식이었다. 게다가 이 엄청난 양의 매직 미사일은 결코 저 서클의 마법사는 만들 수 없었기에, 카이아린 그녀가 6서클은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한 마법사라는것에 대한 확실한 증거임이 틀림 없었다.

“그만 치우도록 해라.”

“네, 베라즈.”

팟.

그의 한마디에 방금까지 생성되어있던 엄청난 양의 매직미사일은 마치 언제 있었냐는듯이 사라져버렸고, 벙쩌 있는 귀족들을 향해 베라즈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 어느정도 대답을 되셨습니까. 여러분, 하하하.”

“아...추...충분합니다.”

카이아린의 실력을 의심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던 귀족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 재빠르게 앉아 고개를 돌렸고, 그런 그와 마찬가지로 다른 귀족들 역시 가볍게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카이아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의 마법시연을 통해 확실하게 카이아린의 부활을 목격한 레이린은 자신의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 씹으며 둘을 노려보기 시작했고, 베라즈 역시 그런 그녀의 눈길을 눈치챈듯 고개를 돌려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까요. 으하하하!”

============================ 작품 후기 ============================

자, 레이린도 카이아린의 봉인해제를 알아버렸고~ 어떻게 될까요.

다음 히로인은 정해진듯 하죠?

ㅋㄷㅋㄷ

그건 그렇고... 텍본이 유출되서 떠돌아 다니던데...

슬프네요 ㅜㅠ 전 따로 텍본 만든적이 없는데... 흙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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