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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63화 (6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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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서막.

한 나라의 왕들이었으나, 이제는 제국 아래의 대공이 되어 대공국을 다스리는 대공들과, 그들을 따르는 수많은 고위 귀족들은 하나 같이 불만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자신들을 이 자리에 모이게 만든 그들의 위대한 황제인 베라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말이나 됩니까, 제국이 만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전쟁입니까!”

호랑이가 없으면 여우가 왕이라고 했던가, 베라즈가 없는 대회의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서로의 열띤 토론으로 인해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황제는 생각이 있는겁니까 없는겁니까. 내실을 다지고 기틀을 마련해도 모자랄 이 시점에 또 다시 전쟁이라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요!”

“맞습니다, 이것은 우리 대공들을 우롱하는 짓거리나 다름 없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카룬 교국과의 전쟁이라는 무지막지한 일을 자신들과의 상의도 없이 벌이고 있는 베라즈에 대한 대공들과 귀족들의 토론은 끈임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런 그들의 등 뒤로 한 여인의 비웃음이 들려왔다.

“풋, 폐하가 대륙의 모든 종족들을 집결시킬때까지 버티지도 못하고 마룡 카이아린의 공격에 왕국을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분들이 말들은 많으시군요.”

빈정거리는 여인의 말에 귀족들은 격렬하게 분노하며 그녀에게 모든 눈길이 쏠렸다.

“뭐라! 네 년이 지금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이 계집 년이! 네 년이 얼음의 마녀라고 불리우면 다인줄 아느냐, 그 입 함부로 놀리다간 큰 꼴이 날것이야!”

그들을 향해 빈정거리며 비웃던 그 여인은 바로 푸른 머리칼을 지닌 9서클의 대마법사인 레이린이었다. 그녀, 역시도 베라즈의 부름으로 대회의장에 모여있다가 자신들의 나라도 지키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뒤, 그에 의해 제국에 합병된 주제에 아직도 자기가 잘났다는 듯이 외치는 그들을 보자 터져나오는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던 것이었다.

“모르긴 뭘 모릅니까, 당신들이 대륙 최초의 제국의 건립을 옹호한 까닭을 모르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려고 하는 것이냐! 아무리 대마법사라도 함부로 입을 놀리다가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역정을 내며 달려드는 귀족들의 서슬퍼런 눈빛에도 꿈쩍하지 않은 레이린은 다시 한번 풋 하고 비웃음을 던지며 이야기를 마저 이어갔다.

“호호호, 마룡과의 전쟁이 끝나고 난 뒤, 거의 모든 병력과 나라의 기반이 파괴당한 당신들에게 그 권력과 그 부를 지킬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도 없었지요. 하지만 이종족의 참전이라는 혁혁한 공을 세우고, 대륙의 왕국 중에 가장 막대한 부를 가지고 있으며, 전쟁 중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베라즈 황제가 당신들에게 제국 탄생으로의 합병이라는 달콤한 손을 내밀자 기회다 하고 그 배에 올라탄 걸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요. 쿠쿡.”

방금까지도 후끈하게 달아오르던 대회의장의 열기는 레이린의 그 한마디에 차갑게 식어가며 분노어린 눈빛들이 쏟아져 나아갔지만, 정작 그 눈빛을 받는 레이린 그녀는 웃기다는듯 코웃음을 치며 마저 말을 이어나갔다.

“정말이지, 황제 폐하가 그토록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도 당신들을 유지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군요. 크기만 크다고 강한 나라는 아닐텐데 말이지요, 그 내부가 이토록 썩어버린 알맹이로 가득 차있으면 언제 분열하고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데 말이지요. 물론 그 영민한 황제폐하가 모를리는 없지만요. 호호홋!”

“이 년이!!”

“당장 네 이것을!!”

“네가 감히 뭐길래, 황제의 편을 드는 것이냐!”

격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화를 내는 대공들과 귀족들을 보며 레이린은 여전히 가볍게 조소했다.

“훗, 저는 누구의 편도 아닙니다만, 마법사로서, 또 사업가로서 받은만큼 일하는 법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니 좀 많이 받은 저로서는 폐하의 손을 들어주는건 당연하겠지요. 설마 저도 알고 있는 이런 사실을 당신들은 모르지 않겠지요. 호호호.”

은근히 자신들의 아픈 부분을 찌르며 웃음을 터트리는 레이린을 보며, 모든 이들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것은 아니었기에, 다들 침음성을 흘리며 그녀를 노려보기만 했다. 그리고 그 순간 회의장 문 앞에 버티고 있던 시종이 별안간 큰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베라즈 황제 폐하, 행차이십니다!”

웅성웅성.

시종의 입에서 베라즈의 입회를 선언하자 방금까지 레이린을 노려보던, 모든 귀족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시금 웅성거리며 저마다 이야기를 하기 바빠졌다.

그리고 커다란 회의장 문이 열리며, 그 안에서 정복을 입은 베라즈가 천천히 시종들과 네명의 여인을 데리고 나오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베라즈와 함께 들어온 여인들의 낯익은 얼굴과 낯선 얼굴에 다시 한번 서로 저마다의 의견을 교환하기 바빳고, 그들의 웅성거림은 베라즈가 자리에 앉아서야 종결되며 조용해졌다.

“모두들 먼 길 오느라,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저의 부름에 이토록 빠짐없이 참석 해주신것에 대해서 먼저 감사를 드리지요.”

베라즈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간단히 귀족들을 향해 목례를 했고, 귀족들도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서 그를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서로 간의 인사가 끝난 뒤 베라즈는 더 이상 격식을 차리며 시간 끌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여기에 모이신 이유는 저의 서신을 받으셔서 아실겁니다. 저는 질질 끄는걸 싫어하니  간단히 말하죠, 우리 제국은 카룬교국와 전쟁을 할 것입니다.”

웅성웅성.

그의 발언이 끝나자 마자 큰 회의장은 귀족들의 말소리로 가득차며 엉망이 되어갔고, 잠시의 시간을 주고 그들을 바라보던 베라즈는 어느정도 되었다고 생각이 들자 강하게 책상을 내리치며 외쳤다.

콰앙!

“시끄럽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직접적으로 말씀들을 하시지요.”

강한 베라즈의 외침에 모든 귀족들은 일순간 입을 다물며 그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쏟아지자 베라즈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조용하니 좋군요. 그대들의 말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제국이 세워진지도 얼마 되지않아, 내실에 충실해도 모자랄 이 시점에 또 다시 다른 나라와의 전쟁이라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요.”

핵심을 집어 이야기하는 베라즈의 말에 대부분 귀족들의 고개가 끄덕이며 흔들렸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쳐야하는 것이 있고,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제국을 세울 당시 당신들에게 외쳤던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륙의 안위를 위해 그것을 컨트롤할 거대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외쳤던 것 보다 지금 우리의 힘은 작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작은 힘 마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입니다.”

베라즈의 열변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대공들 중 하나가 손을 들며 물었다.

“폐하, 지금 그것과 카룬교국과의 전쟁이 대체 무슨 상관이라는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폐하의 말씀대로 저희의 힘은 지금 미약하기 그지 없으니 혼란은 피하고, 기반을 다질때이옵니다. 전쟁이라니, 가당치도 않습니다.”

한 사람이 말문을 열자 마치 터진 둑 처럼 여기저기서 말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방금까지 조용하던 회의장은 다시금 엉망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콰앙!

다시 한번 강렬한 타격음이 회의장에 울려퍼졌고, 그 소리를 만들어낸 베라즈는 조금 불쾌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내 말을 지금 무시하는 겁니까, 그대들이 일국의 왕들이었다고는 하나, 지금은 나의 신하들입니다. 이미 제국으로 통합된 이상 그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베라즈가 손해를 감수하고 멸망해가던 그들의 왕국을 흡수한 이유가 엿보이는 대목이었으나, 아무도 그의 생각은 눈치 채지 못하고 그저 그의 발언이 귀에 거슬리는듯 그와 마찬가지로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고만 있었다.

주변이 어느정도 조용해진듯 하자 베라즈는 다시금 표정을 바꿔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했다.

“친애하는 대공들과, 귀족 여러분. 많은 불만들과 많은 의문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왜 우리가 이 전쟁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여러분도 잘 아시는 제 뒤의 두 분이 설명해주실겁니다. 바로, 엘프들의 공주라 불리우는 하이엘프 리리안님과, 지금 저희가 전쟁을 벌이려는 카룬 교국의 대신관, 아이리엔님입니다.”

웅성웅성.

그토록 베라즈가 노력하여 조용히 만들었던 회의장은 리리안과 아이리엔의 등장과 함께 다시 크게 들썩 거리며 그들의 입을 쉴세없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리리안은 그들에게도 마룡과의 싸움 중 전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자였고, 아이리엔은 이제 전쟁을 하려는 카룬 교국의 가장 높은 신관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대공과 고위 귀족들에게 리리안이 전사했다는 소문이 돈 이유는 간단했다. 리리안, 그녀의 포획과 감금은 모두 레이린과 제국으로의 합병 전 그가 직접 세뇌시킨 레파르 왕국의 귀족들로만 행해졌기에, 그들 모두는 베라즈가 엘프들에게 흘린 소문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리리안이 황궁에 있었음에도 직접적으로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한 그들은 그저 황제의 곁에 엘프 여인이 늘었다는 것 정도만 알았을 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설마설마 하던 귀족들의 얼굴에는 경악이라는 두 글자가 하나 가득 새겨져있었다.

베라즈에 의해 불려진 리리안과 아이리엔은 그의 옆으로 걸어나가며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귀족들을 향해 가볍게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숲의 딸, 하이엘프 리리안 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황궁신관인 아이리엔이라고 합니다.”

그녀들의 인사가 끝나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듯 여기 저기서 베라즈를 향한 해명의 눈빛이 쏟아졌고, 금새라도 아수라장이 될것 같은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무거운 분위기를 깨고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리리안이었다.

“많은 궁금함들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이제 거기에 대한 대답을 해드리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자, 이제 베라즈가 열심히 짜낸 음모가 시작되는 건가!

과연 뒤 따라온 네명의 여인은 누구누구?

그들 앞에 그 여인들은 각각 어떻게 소개가 될것인가.

그건 그렇고 베라즈가 이런 가파르고 위태한 제국의 성립을 한 이유는 바로,

처음 시작부터 그렇듯 그저 복수 라는 이름 하나 +_+

자신을 깔보고 울부짓게 만들던 그들을 발 밑에 두는 것이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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