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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신관, 아이리엔
천천히 하나하나 옷을 다 걸쳐 입은 베라즈는 질 안 가득한 무엇인가를 흘리지 않으려는듯 두 다리를 모으고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아이리엔의 앞으로 걸어가 자신의 턱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흠... 드레인 웜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효과는 3일 간 지속 된다. 그 이후에는 다시 나에게 와야지만 너의 흡혈충동을 사라지게 할수 있을것이다. 너의 그 볼썽사나운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면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겠지.”
자신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섬짓한 이야기인 말들을 간단하게 내뱉는 베라즈를 잠시 바라보던 아이리엔은 가볍게 침을 삼키며 대답을 했다.
“이, 잊지않고 명심하겠습니다...”
베라즈는 순종적으로 변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리엔을 잠시 지켜보다가 가벼운 코웃음과 함께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음... 언젠가 반드시 이렇게 만들어 주리라 생각은 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뭔가 아쉬운듯한 느낌이군, 크큭. 자네가 조금 더 반항해줬더라면 참 재미있었을텐데 말이야.”
정말로 무언가 아쉬운듯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는 베라즈의 얼굴을 보며 아이리엔은 지금껏 겪었던 지독한 고통들이 떠오르며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녀의 새하얗고 조그마한 어깨가 살며시 떨리며 움찔 거리는 모습은 너무도 가련하고 안타까웠지만, 베라즈는 그러한 모습으로 공포에 질린듯한 눈빛을 하고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리엔이 되려 더 마음에 드는듯 더욱 진한 미소를 품으며, 쓰다듬던 그녀의 볼을 가볍게 툭툭 치고는 그녀로부터 일어섰다.
“자, 앞으로 자네가 할 일들에 대해서 간단하게 말해주도록 하지. 일단 자네의 목에 씌여져 있던 암살죄는 지난 시간, 매음굴로 끌려간 다른 여신관 중 하나가 대신 덮어쓸것이다. 뭐, 그 신관은 사형을 면치 못하겠만, 그런건 알바 아닐테고. 그리고 자네의 본격적인 활동은 앞으로 이틀 뒤 모든 귀족들의 대회의가 있는 날 발표할것이다.”
베라즈는 아이리엔에게 하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전과 같으면 절대적으로 자신의 말에 강한 거부감과 반발심이 그녀의 얼굴에서 나타났을테지만, 이제는 마치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듯 무심한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조금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흠, 자네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 이후 할 일들은 간단하다네, 자네는 오로지 이르피온의 교리를 설파하고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일과 함께, 대륙을 향한 음모를 꾸미던 카룬 교국에 대한 절대적인 반대를 지지하는 것으로 끝이라네. 어떤가 여태까지 자네가 하던 일과 별 다를바 없이 간단한 일이지 않은가. 하하하하!”
아이리엔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는 베라즈를 보고도 여전히 큰 동요없이 그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대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반항적이던 여태까지와 달리 완전히 전혀 같은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을정도로 돌변해버린 아이리엔의 순종적인 모습에 베라즈는 흥미를 조금 잃은듯 가볍게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쩝, 그다지 재미가 없군. 자네는 역시 톡톡 튀기는 맛이 제일이었는데 말이지. 하하하. 여튼 알아들었다니 다행이군. 그럼 난 이만 가보도록 하지. 참, 내가 나가고 나면 잠시 뒤에 시종들이 들어올텐데, 자네를 데리러 오는 것이니 그들을 따라 나서면 될것이네, 물론 그런 음란한 몸을 하고 있으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니 몸 조심하도록 하고, 크크크. 참, 자네의 방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두었으니 곧바로 사용해도 될것이야. 하하하하!”
아이리엔만이 아니라 세상의 그 어느 여자가 듣던 섬뜻할만한 이야기를 가볍게 말한 베라즈는 그대로 몸을 돌려 뇌옥의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고, 그가 열어젓힌 뇌옥의 문에서는 녹슨 경첩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지며 석실을 가득 채워나갔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뒤 베라즈의 걸음소리가 들리지 않을때가 되어서야 아이리엔은 멍하니 문을 쳐다보던 시선을 돌려 자신의 허벅지 사이를 바라보았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녀의 눈빛에는 여러 가지 수많은 감정들이 하나씩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던 아이리엔은 틀어 올려 묶었던, 자신의 머리를 다시 풀어 헤치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머리를 풀어헤친 아이리엔의 얼굴은 방금까지 담담하던 사람의 얼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깊은 시름과 슬픔으로 얼룩져 있었다.
“이르피온이시여...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당신에 대한 저의 믿음이 부족했던 것입니까? 대체... 어찌하여... 이르피온이시여... 흐윽...흐으윽...”
한번 터지기 시작한 그녀의 울음은 여태까지 울지 못했던 것을 모두 털어내 버리듯 한동안 계속됐고, 그녀를 데리러 시종들이 도착해서야 겨우 멈추며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아이리엔은 베라즈가 했던 마지막 말이 기억나며 황급히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가렸지만, 그녀가 생각하던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는 않았다. 제 아무리 간이 큰 시종이라고 할지라도 황제의 명으로 데리러 온 여인을 덮친다는 생각을 할 만큼 정신을 놓은 시종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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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라즈가 아이리엔이 갇혀있던 뇌옥에서 나오자 바깥은 짙은 밤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하는 어두운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가지 변수들로 인하여 자신의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그는 지끈거리기 시작하는 머리를 꾹꾹 눌러가며, 생각을 정리했고 천천히 자신의 업무실로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의 업무실은 뇌옥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짧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던 그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생각했던 일들을 정리하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지금껏 예상치 못했던 변수 중 가장 큰 것은 카이아린의 봉인이 풀리지 않은 것 뿐이던가. 하... 고작 하나 어긋난 점이지만 모든 것이 어긋난 거나 다름 없는 상황이군...”
베라즈는 다시금 지끈 거리는 머리의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자리에 일어나 팔짱을 끼고는 천천히 주변을 서성이며 걸어다녔다.
“대체 어째서 봉인이 풀리지 않은 것일까. 모든 상황은 완벽했는데, 하아... 지금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이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을테지, 앞으로의 계획을 다시 짜야만 한다. 많은 것들이 너무 어긋나기 시작했어.”
카이아린과 리리안의 봉인을 해제 한 후 그 방대한 힘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쓸어버릴 작정이었던 베라즈는 완전히 틀어진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 흐름에 전면적으로 그의 계획을 수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힘으로 인한 처리가 안된다면 남은 것은 철저한 통제에 의한 완벽한 계획의 수립 밖에 없었기에 베라즈는 카이아린의 제대로 된 봉인의 해제 실패 이후 자신이 해 왔던 일들을 정리하며 생각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틀 뒤 대회의에서의 안건은 카룬 교국과의 전쟁이다. 이미 그들의 신관을 처리한 이상 이것은 물릴수 없는 필연적인 사건이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현 귀족들의 참전을 유도할 수 있는 리리안과 아이리엔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 엘프들에게는 카이아린과의 전투 도중 죽었다는 리리안의 생환을 알리고, 그들의 참전을 유도한다. 사건의 전말을 아는 다른 왕국들이 본다면 꽤나 웃을 일이지만 엘프들의 특성상 그들은 절대적으로 리리안의 말을 신뢰할것은 당연한 일이니, 참전은 거의 확실시 되겠지. 그리고 아이리엔으로는 제국의 안정을 꽤한다. 이르피온을 국교로 삼으며, 그녀를 제국의 성녀로 삼아 카룬 교국과의 전쟁에서 있을수 있는 반발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아이리엔은 그들의 가장 깊숙이 있었던 중요 인물이었으니, 그녀의 발언은 꽤나 힘있는 한마디가 될것은 분명한 일이지. 이 두가지로 인해 귀족들은 교국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는 못버틸것이다.’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한듯한 베라즈는 다시금 의자에 앉으며 탁자 위에 턱을 괴었다.
“흠, 쓸수 있는 전력은 대공들의 사병과 국경방위군과 수도방위군을 제외한 나머지 병사들, 그리고 카이아린의 6서클 마법인가... 레이린의 마탑에서도 어느정도 마법사들을 보내줄테고, 흐음... 아이리엔이 있다고는 하나 신관들의 지원을 받는건 무리겠군. 일단 지금 문제는 그들을 지휘할 지휘관인데... 베이디언이 있었다면 그에게 바로 맡겼을테지만... 후우... 대체 그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자신이 그의 딸이라고 우기는 소녀 하나만을 남겨두고... 그의 카리스마와 강력한 힘이 아니라면, 말이 대공의 사병이지 한 왕국의 정규군이었던 그들의 군사들을 움직일수 있는 자가 누가 있단 말인가. 하아...”
여러모로 꼬여가기 시작하는 계획에 베라즈는 왠지 모를 갑갑함을 느끼며 목 위 까지 잠겨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어 헤치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괴로운듯 신음을 흘렸다.
“크으...복잡하군, 복잡해... 큿, 지금 여기서 나혼자 고민한다고 딱히 뾰족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겠군. 모든 것의 시작은 이틀 뒤부터다... 바로 그때 제국이 대륙의 진정한 강자로 거듭날지 아니면 겁쟁이들의 모임이 될지 정해질것이다. 하지만 내가 제국에 있는 이상 우리가 갈 길은 하나 뿐이지. 하하하하!”
============================ 작품 후기 ============================
.... 텨텨텨!
자 이렇게 아이리엔과 준비과정은 끝이났고,
이제 다시 시작...
그리고 나도 오늘 교육과 회의가 시작... 망트리...
그러나 난 연참을 하겠지.
왜냐고요? 이 뒷 이야기가 내가 꽤나 기다려왔던 스토리!
음트틋...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