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국 조교 연대기-56화 (56/107)

0056 / 0107 ----------------------------------------------

제국의 신관, 아이리엔

부드럽게 아이리엔의 볼을 쓰다듬던 베라즈는 천천히 그녀로부터 손을 떼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자네가 해줄 일은 간단하다네, 뭐 여태까지 하던 일과 별 다를것은 없을것이야. 아이리엔, 너는 이제 카룬 교국의 이르피온 신관이 아닌, 우리 제국의 신관이 되어주어야겠네.”

“그...그게 무슨?”

베라즈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한 아이리엔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고, 그는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잘듣게나, 이르피온의 왕국이라고 불리우는 카룬 교국과 전쟁을 하게되면 신을 믿는 여타 왕국들이 그들을 돕기위해 연합을 하게 될것이란 말이지.”

“그, 그건 당연한 말입...니...다...”

아이리엔은 베라즈의 이야기에 약간 흥분을 한듯 큰 목소리로 그에게 외치다가 섬짓하게 내려꽂히는 그의 눈빛에 움찔 놀라며 고개를 푹 숙여버렸고, 베라즈는 약간 마음에 들지 않는듯 팔짱을 끼고는 그녀의 주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했다.

“흠, 일단 그것은 리리안과 엘프들의 힘을 빌려 그들의 직접적인 도움을 차단할 것이기 때문에 큰 변수만 없다면 의외로 간단하게 끝날수도 있지, 중요한것은 우리 제국 내에 존재하는 이르피온의 신도들이다. 그들은 제국의 잠재적인 적이라고 볼 수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결국 궁극적으로 제국에 이득이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 말이네. 그런 이유에서 카이아린의 봉인해제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자네가 이렇게 재활용 되는 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네.”

베라즈의 이야기가 진행되면 될수록 그가 원하는게 무엇인지가 어렴풋이 느껴지기 시작한 아이리엔은 긴장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크크크, 이제야 뭔가 알겠다는 표정이구만. 그래, 자네는 우리 제국에서 이르피온의 ‘성녀’가 되어 신도들과 함께 이르피온을 받들어라.”

“그...그 말은...”

“그래, 자네를 우리 제국의 전면에 내세우고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공표 할것이다. 카룬 교국과의 전쟁을 하더라도 우리는 이르피온에 대한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것이다. 제국은 이르피온을 믿는 자들을 억압하기 위해서 카룬 교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닌, 대륙정복이라는 자신들의 야욕을 위해 제국의 황제를 암살하려고 한 카룬이라는 왕국에 보복을 하는 것 뿐이다. 이 전쟁에서 제국이 이기더라도 이르피온을 믿는데에는 어떠한 억압도 없을것이다, 우리는 그저 카룬이라는 왕국을 무너트릴뿐 그 어떠한 목적도 없다. 이 전쟁에 희생되기 싫은 자들은 제국으로 오라, 제국은 믿음을 억압하지 않는다. 그 증거는 바로 새로운 ‘성녀‘ 아이리엔이 보여줄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자네는 성녀로서 활동을 하는것이네. 어떤가, 그럴싸하지 않은가? 하이엘프에 대영웅인 리리안을 내세워 카룬 교국을 악도들로 몰아세우고, 그곳의 차기 성녀로 책정되있던 대신관 아이리엔, 너를 내보내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 리리안이든 자네든 둘 다 성공한다면 필승은 확실한 것이고 하나만 성공하더라도 확실히 우위는 잡을수 있겠지. 그리고 자네의 경우는 100% 확실하게 성공할 것이네.”

성공할 확률이 희박한 도박과도 같은 계획들을 마치 반드시 성공할듯한 완벽한 계획이라는 눈빛을 빛내고 있는 베라즈는 보며 아이리엔은 약간 의아해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대...대체 어째서 그런 계획이 성공할 것이라고...”

아이리엔의 질문에 베라즈는 그 말을 기다렸다는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지, 이르피온을 믿는 왕국들 중 자네들 교국을 좋아하는 왕국은 사실... 없거든. 크크큭.”

작게 웃음을 터트리는 베라즈의 말에 아이리엔은 크게 놀라며 외쳤다.

“그, 그게 무슨!”

“말 그대로다 너희들 카룬 교국인들은 모르겠지만, 이르피온이 국교인 나라 중에 교국을 진심으로 따르는 나라는 단 하나도 없다. 당연한 것이지, 이르피온에 대한 믿음을 마치 자신들에 대한 충성인것 마냥 이용하고, 거부한다면 이단으로 몰아가는 너희들을 그 누가 좋아하겠는가, 제대로된 명분과 빠져나갈 수 있는 뒷길만 만들어준다면 다른 왕국들은 그 누구도 교국을 도와주지 않을것이라네. 크크큭, 우리가 이기든 교국이 이기든 그들에게 손해는 없을테니까. 하하하하.”

멍하니 질려있는 아이리엔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리던 베라즈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는 무릎을 내려 아이리엔의 턱을 붙잡았다.

“흐읍!..”

“자네한테도 나쁜 일은 아닐텐데, 제국의 성녀가 된다면 지금 자네에게 씌워져 있는 굴레들을 모조리 벗겨주도록하지. 암살자라는 오명을 벗겨주고, 너의 그 흡혈충동을 억누를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그리고 대신관에서 성녀라는 파격적인 승진까지 어떤가. 참, 아마 이게 자네한테는 가장 좋은듯한 일인것 같군. 자네가 승낙한다면 지금 당장 이 뇌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도록 하지. 하하하하.”

“그...그게...”

자신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도 머뭇거리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싱글싱글 웃음짓고는 주변에 널려있는 피로 젖은 셔츠 조각을 집어들어, 다시 주먹에 묶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그와함께 아이리엔의 두 눈이 급격하게 커지며 그녀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흐...흐아악!! 하...하겠습니다! 할게요! 사, 살려주세요! 당신의... 황제폐하의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급하게 외치는 아이리엔을 보며 흡족한 표정을 지은 베라즈는 둘둘 말고 있던 셔츠 조각을 풀어내며 그녀를 쳐다봤다.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가, 꼭 그러니까 내가 나쁜 사람 같지않은가, 제국의 ‘성녀’ 아이리엔. 하하하하! 자, 이제 자네는 자유의 몸일세. 물론 나에게서는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으하하!”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리며 웃고있는 베라즈를 쳐다보던 아이리엔은 그제야 경직되어 있던 몸이 풀리며, 그 자리에서 공포로 참아왔던 숨을 내뱉었다.

“하아...하아... 아? 으아...아악!!”

가쁜 숨을 내쉬고 있던 아이리엔은 갑작스레 자신의 목과 가슴을 움켜쥐고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기 시작했다.

“흐아!! 아, 안돼!! 그마안!! 싫어! 싫다고! 흐아아악!! 나는... 나는 이런 것 싫어!!”

베라즈가 자신의 앞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듯 아이리엔은 온갖 악을 쓰며 바닥을 긁어댓고, 급기야는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팔목을 자신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시...싫어...하아악!”

비명을 질러대는 아이리엔의 송곳니가 마치 짐승 처럼 솟아오르고 그녀는 천천히 팔둑에 그 송곳니를 박아넣으려고 입을 가져다 댓다. 그것은 바로 드레인 웜으로 인한 아이리엔의 흡혈에 대한 갈망이었다. 정신을 놓음으로 해서 잊고있던 그 충동이 베라즈의 지독한 폭력으로 인해 정신이 돌아오고, 그로 인한 공포로 억눌려있던 흡혈의 욕망이 긴장이 풀림과 함께 돌아왔던 것이었다.

어느새 자신의 팔둑에 이빨을 박아넣은 아이리엔은 차마 보기 힘들정도의 모습으로 자신의 피를 빨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먹은듯하자 그녀는 제정신이 돌아온듯 팔둑에서 입을 떼고는 덜덜 떨리는 두 손을 잠시 쳐다보다가 그대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엑... 쿠웩... 웨에엑...”

상당한 피를 마셨음에도 벌써 몸으로 흡수가 되어 재생되는데 사용된 모양인지 그녀의 입에서 솟구친 구토물은 말간 위액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

“크륵...우웩...웨에엑... 흐윽...흐으윽...”

충동, 흡혈, 구토, 자괴... 그녀는 다시 한번 이런 짓을 벌이는 자신에 대한 지독한 좌절감과 자괴감으로 망가져가는 정신을 느꼇지만 이번에는 전과 같이 정신을 놓아버리지는 못했다.

바로 그녀의 앞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베라즈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베라즈는 고통과 좌절에 허우적 거리고 있는 아이리엔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아이리엔. 꽤나 힘들어 보이는군.”

놀리는듯한 그의 목소리였지만 아이리엔의 머릿속에는 지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오로지 아까 베라즈, 그가 했던 말만이 머릿속을 휘젖고 있었다.

-암살자라는 오명을 벗겨주고, 너의 그 흡혈충동을 억누를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도록 하지.-

그의 말을 생각해낸 아이리엔은 곧바로 베라즈의 다리로 기어들어가 그의 바지를 붙잡고 벌벌 떨며 울부짖었다.

“흐아아아!! 폐하...제발... 제발. 저를 더 이상 비참하게 하지 말아주세요. 제국의 성녀도 되고 폐하의 말도 잘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이제 이런 잔혹한 짓은 그만둬 주세요. 제발... 흐으윽...흐아아아....”

애원하며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내려다보던 베라즈는 자신의 품에서 붉은 색 액체가 들어있는 조그마한 약병을 하나 꺼내들고는 그녀의 눈앞에 찰랑거리며 흔들었다.

“아이리엔, 이게 뭔지 아는가.”

약병을 잠시 쳐다보던 아이리엔은 무엇인가 생각난듯 반짝이며 놀란듯한 목소리로 그 약병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그...그것은!”

그녀가 기억을 해낸듯 하자 베라즈는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건 내가 아까 말했던 드레인 웜의 흡혈 충동을 없애주는 약이지.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드레인 웜의 활동을 억제하는 약이라고나 할까. 한번 본적이 있을테지.”

그녀는 베라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래위로 흔들었다. 그것은 바로 그녀가 아이든메이언에게 고문을 당할 때 자신의 아랫배에 주사했던 약과 똑같은 색의 약물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수가 있었다. 그 약을 배 안에 맞은 후부터 드레인 웜이 활동을 중단하여 육체가 재생하지 않았기에 더욱 지독한 고통을 당했었던 것까지 확실하게 몸에 새겨져있었기에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 잘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빠르겠군. 내가 나의 일을 잘 도와주면 흡혈 충동을 없애준다고 했던가?”

“예, 예! 맞습니다. 폐하!”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 애절함이 절절 묻어나오는 아이리엔의 목소리에 베라즈는 재미있다는듯 킥킥 거리며 잠시 웃다가 들고 있던 약병을 그녀의 앞에 가져갔다.

“자, 이게 가지고 싶은건가.”

“아...아아!!”

그디어 이 더럽고 저속한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기쁨탓인지 약병을 향해 다가가는 아이리엔의 두 손은 덜덜 떨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손이 약병에 닿는 그 순간 베라즈는 기다렸다는듯 쥐고있던 약병을 그녀로부터 회수하여 그대로 들이 마셔버렸다.

“?!, 아! 아아!! 아아아악!!! 무, 무슨!!”

돌발적인 베라즈의 행동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던 아이리엔은 격한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들썩이며 그를 향해 달려들것 처럼 움직였지만 차마 그 뒤에 있을 일이 생각나서인지 분노를 속으로 삼키며 울부짖었다.

“대체! 어째서! 어...어째서!!”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들고 있던 약병을 저 멀리 던져버리고는 그녀의 앞에 서서 입을 열었다.

“크크큭, 자네의 반응은 역시 산뜻하군. 괴롭히는 보람이 있어. 왜 그런 표정을 하지? 내가 언제 자네한테 이걸 준다고 했나. 크하하하!”

“이...이익!!”

그를 향한 격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디 한곳 풀곳이 없는 탓인지 아이리엔의 두 눈에서는 맑은 눈물이 터져나오며 볼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베라즈는 그녀를 보며 더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무릎을 내려 그녀의 얼굴을 쳐다봤다.

“크크크, 너무 분해하는것 아닌가. 키키킥, 재미있군, 재미있어. 내가 이 약을 왜 마셨는지 아는가? 푸하하, 어차피 이 약은 드레인 웜이 없는 인체에는 아무런 약효를 미치지 못하고 그대로 몸의 체액으로 분비되어 밖으로 나가버린다는군. 그리고 메이언의 말대로라면 여성의 몸을 숙주로 삼은 드레인 웜이 기생하는 곳은 바로 너의 이곳이다. 크크큭.”

아이리엔을 보며 음휸하게 웃음짓던 베라즈는 손을 뻗어 그녀의 배꼽 아래를 어루만졌고, 그의 손길이 닿은 부분을 보며 그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서...설마... 흐...흐으...”

“그래, 너의 자궁이다. 흐흐흐, 그래서 드레인 웜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자궁에 직접 주사를 꽂아 이 약을 주입해야하지. 이제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겠는가, 아이리엔. 하하하하!”

그 징그럽고 더러운 벌레가 자신의 아기집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데다가, 그런 벌레를 활동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메이언이 했듯이 주사액을 자신의 배에다가 직접 주사해야 한다는 말에 아이리엔은 크게 놀라며 몸을 떨었고, 뒤 이어 생각나는 그의 말들이 떠오르며 그가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는 점점 경악에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럼, 약을 마신 이유가... 하...하하...”

“이제 눈치챘나보군. 크크큭, 네가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난듯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크하하하! 알아들었으면 슬슬 몸을 움직여야지 않겠는가, 아이리엔. 자네를 데려나가려면 아까와 같은 발작은 안해야 데려나갈수 있을테니 말이지. 크하하하.”

자신의 괴로움을 마치 즐기는듯한 베라즈를 쳐다보며 아이리엔은 비통한 표정으로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베라즈의 옷을 한꺼풀씩 벗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오오밍, 아이리엔 떡밥은 이제 다 회수 했군.

+_+b

아아, 3일 내내 잘때빼고 술을 입에 달고 살면 두들겨 맞지 않아도 마치 맞은거 마냥

온 몸이 욱신거리고 아프다는 것을 이번 명절에 다시 한번 깨달았네요....

후... 저희 식구는 명절에 절에서 지내기때문에 조용한 기분으로 글이나 쓰자고 노트북을 들고 갔는데

동생(저랑 터울이 15이상들 삼촌들이 늦게갔죠. 장가를)들에게 포풍 스틸, 결국 전 친척들과

미친듯한 술파뤼만 벌이다 왔네요. ㅜㅠ

요번 설에 못적은 변명이라면 변명입니다. ㅌㅌㅌ

자, 일단 아이리엔편도 두편 정도면 종료가 될테고, 슬슬 본격적인 전쟁의 돌입에 들어가기 시작하겠군요.

그리고 베이디언과 에피소드도 나오겠네요. +_+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