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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신관, 아이리엔
카이아린들과 헤어진 이후 느긋한 걸음걸이로 아이리엔이 갇혀있는 뇌옥의 앞에 도착한 베라즈는 천천히 문을 열고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익.
안에 갇혀있는 사람의 감정을 나타내주듯 메마른 경첩의 소리가 섬짓하게 울렸고, 뇌옥의 문이 열리며 시큼한 냄새가 베라즈의 코를 자극했다,
“크흠... 지독하군.”
짜르르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은 베라즈는 뇌옥 안에 펼쳐진 광경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주변의 온 바닥에는 구토물과 피딱지들이 듬성듬성 널부러져있고, 뇌옥의 한쪽 구석에는 그가 나간지 고작 하루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몇날은 갇혀있은듯한 모습의 초췌하고 앙상한 아이리엔이 양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자신의 손톱을 물어뜯으며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베라즈는 엉망진창이된 아이리엔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녀의 앞에 다가갔다.
“싫어...살려줘...히힛...아니야...안돼! 으으으...안돼!!! 히히힛... 그만...제발...흐흐흐..흐으으흐..”
고문의 여파와 흡혈 충동, 그리고 스스로의 행한 흡혈의 행위... 온갖 것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며 그녀의 정신을 좀먹어간듯 이제 아이리엔의 모습 어디에서도 당당하고 빛나던 대신관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멍한 눈빛으로 혼잣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던 아이리엔은 자신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난것을 그제서야 알아차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들어 베라즈를 쳐다봤다.
“히...히히...하하하하!! 나, 나쁜 사람이다! 으...으흐흐, 으아아!!”
잠시동안 실성한 웃음을 내뱉던 아이리엔은 무엇인가 기억이 난듯 베라즈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다가 갑작스레 자리를 박차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너, 너때문이야! 히힛... 나쁜 사람! 주, 죽여버릴꺼야!! 꺄아아악!!”
“크윽!”
생각지도 못하게 손톱을 세우고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아이리엔을 가까스로 피해낸 베라즈는 곧바로 공격이 실패로 끝난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그녀의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버렸다.
빡! 쿠당탕.
“크아아악!!”
“하아...하아... 미친...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구만.”
“하으으...하으아! 아파...아파!!”
베라즈는 갑작스런 습격에 움직이느라 경직된 몸의 근육을 어루만지며, 고통에 뒹굴고있는 그녀에게 다가갔고, 아이리엔은 어찌나 그에게 강하게 맞았는지 금새 시퍼렇게 멍이든 옆구리를 부여쥐고는 고통에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도 베라즈가 자신의 가까이 오자 언제 고통스러워 했냐는듯 자세를 바로잡고 마치 짐승 처럼 이를 드러내며 그를 향해 울부짖었다.
“크으으!! 으으으!!!”
“흐음... 이거 안되겠군.”
자신을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베라즈는 턱을 한번 쓰다듬고는 섬뜩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이리엔, 지금부터 두 손과 두 다리를 사용해서는 안된다. 아무리 네가 그런식으로 나를 정신을 놓아버렸다고 하더라도 종속의 고리가 있는 이상 내 말을 거역할 수가 없지. 들어라, 지금부터 너는 그 두 손과 두 다리를 사용할 수가 없다!”
털썩.
“으윽! 크아아!! 꺄아악!!”
베라즈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이리엔의 두 손과 두 다리는 마치 그녀의 통제를 따르지 않는듯 관절이 사라진 마냥 무너져 내리며 바닥에 널부러지며 쓰러졌고, 아이리엔은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 때문에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베라즈가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볼을 움켜쥐었다.
“아으!! 으으윽!”
“내 말을 잘 듣는게 좋을것이다, 아이리엔. 네가 아무리 정신을...큿!”
“퉷!”
이미 놓아버린 정신때문인지 자신의 행한 일의 뒤에 일어날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는듯 아이리엔은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베라즈를 증오어린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향해 침을 뱉어버렸다.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타액의 덩어리가 베라즈,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방금까지 이야기를 하고있던 그의 입이 조용히 닫히며, 그녀의 볼을 잡고있던 손을 풀고는 흘러내리는 타액을 닦아냈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런 말조차 않고 자리에서 일어난 베라즈는 차갑게 식어버린 두 눈으로 발 밑에서 버둥거리고 있는 아이리엔은 쳐다봤다.
“하...하하! 크하하! 그래, 내가 뭔가 착각을 했군. 미친 개한테는 매가 약이지. 크크큭, 말로 통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이었군. 그래! 아직 전에 행했던 행위들이 모자란다는 말이더냐! 크크크...좋다, 네가 원하는대로 해주도록하마.”
잔인한 웃음을 터트리며 상의를 벗은 베라즈는 그대로 옷을 찢어 자신의 양 주먹에 단단히 동여메고는 아무런 소리없이 그녀의 배 위로 올라타 섬짓한 미소를 지었다.
“아으응!! 캬아아!!”
“크큭, 그럼 시작해볼까.”
자신의 배 위에 올라타고 있는 베라즈를 떨어트리려는듯 아이리엔의 발광이 시작되고, 베라즈는 간단하게 한마디 외치고는 주먹을 들어올려 그녀의 머리를 찍어버렸다.
빠악!
“크캬아앙!!! 꺄아아!!!”
퍼억! 빠악! 빠악!
베라즈의 주먹이 아이리엔의 얼굴과 머리에 맞닿을때마다 전혀 가감없는 그의 힘이 느껴지며,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피가 튀기 시작했다.
그만큼 조용한 그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듯 베라즈의 주먹은 그칠 줄을 몰랐고 한참이 지나서야 더 이상 아이리엔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오지 않게 되어서야, 지친듯한 표정의 베라즈가 그녀에게서 숨을 헐떡이며 떨어져나왔다.
그의 주먹이 떨어지고 난 뒤 아름다웠던 아이리엔의 얼굴이 차마 보기는 힘들정도로 함몰되어, 온통 피범벅이 되어있었고, 아직 숨은 쉬는듯 코와 입에서는 피거품이 가글거리며 솟구쳐 올라오고 있었다.
“하아...하아... 망할! 제기랄! 크크큭, 확실하게 편한 계집이군. 얼마든지 괴롭히고 얼마든지 망가트려도 다시 재생하다니. 크크크.”
지친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웃음을 터트리는 베라즈의 말대로 도저히 회생의 기미 조차 보이지 않던 아이리엔의 망가진 얼굴은 기괴한 뼈소리와 함께 조금씩 원상태로 복구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부서졌던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함몰된 부분들이 새로이 솟아오르며 원상태로 돌아가는 모습은 보통 왠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야 보는 것 만으로도 공포에 질릴정도로 징그럽고 더러운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듯이 부릅뜬 두 눈으로 그녀의 회복을 바라보던 베라즈는 이제 완전히 복구된듯한 얼굴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리엔에게 걸어갔다.
“자, 다시 한번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피범벅이 된 주먹의 셔츠를 풀어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뒤 그녀의 얼굴 옆에 쪼그리고 앉은 베라즈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아이리엔을 쳐다봤고, 그녀는 지독한 구타로 인해 정신이 돌아온듯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파르르 몸을 떨며 고통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커윽...콜록...하으으... 그만... 제발... 폐...폐하... 살려주세요... 제발...”
“호오, 이제 제정신이 돌아온것인가. 왜 그러나, 아까 처럼 또 덤벼보란 말이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해주도록하지.”
섬짓하게 웃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베라즈를 쳐다보며 아이리엔은 지독한 공포가 두 눈에 스며들기 시작했고, 턱이 저절로 딱딱 거리며 공포에 젖어들어갔다.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도 모를정도로 두려움에 떨고있는 아이리엔을 보며 베라즈는 그제야 만족한듯 섬짓하게 웃음짓던 표정을 풀고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흠, 이제 대화를 할 준비가 된것 같군. 내 생각만 그런건가, 대신관.”
“아...아닙니다. 추...충분히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만...제발...”
베라즈의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파르르 떨리는 아이리엔의 목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왔고, 베라즈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엉망진창이 되버린 은발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흐...히익...”
“흐음, 우리 위대하신 대신관 아이리엔님께서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크큭, 한 나라의 왕도 쥐락펴락 하던 카룬교국의 차기 성녀님께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제발...”
“아냐아냐, 그러지 말라는 말이 아니었다네. 크크큭, 이제부터는 자네가 하던 그 일을 더 열심히 해주어야 할것 같아서 말이네. 이제는 카룬교국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이겠지만 말이네. 크큭, 물론 자네의 동의가 있어야하겠지, 날 도와줄수 있겠나. 대신관 아이리엔.”
마치 옛날과도 같이 아이리엔, 그녀를 대하는 베라즈의 말투였지만 그 표정은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릴듯한 광기로 가득 차 있는 그의 표정을 바라보던 아이리엔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이제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것은 더 이상 고통 받기 싫다는 것 단 하나 뿐이었으니까...
“하, 하겠습니다. 할게요! 뭐든지 시키는 대로 잘 할께요!”
“호오, 그렇게 간단하게 승낙해주다니 나로서는 정말 뭐라 이를 말이 없을정도로 기쁘군, 하하하. 뭐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자네니까, 자네가 뒤처리를 하는게 맞겠지.”
아이리엔의 기쁜듯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 하던 베라즈는 말을 하는 도중 검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육체를 희롱하기 시작하며 점점 차갑게 변해버린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가 카이아린의 봉인만 제대로 해제했다면, 번거롭게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한번에 힘으로 쓸어버렸을텐데 말이지. 안타깝군, 안타까워.”
“흐...흐으...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을 탓하는듯한 그의 어투에 아이리엔은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그에게 애원하듯 빌기 시작했고, 베라즈는 이제 막 그녀의 가슴골을 지나기 시작한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며 ‘쉬잇‘ 하는 소리를 내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아냐아냐, 자네를 탓하는게 아닐세.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하겠나, 벌어진 일은 수습을 하면 되는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 수습은 당사자가 해야겠지. 바로 자네가, 크크크.”
베라즈는 가볍게 웃음 지으며 더럽혀져있는 아이리엔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자, 그럼 이제 자네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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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졸려요...
여튼 아이리엔 따위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