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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54화 (5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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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린과 리리안의 음모

베이디언이 촛대로 만들어낸 검기를 정신없이 한참을 쳐다보던 베라즈는 아차 하는 생각에 얼른 안색을 바꾸고는 다시 그녀를 쳐다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좋다, 그정도면 너의 실력은 충분히 본것 같구나.”

충분하고 할것도 없었다, 이 나이에 이정도의 검기를 만들어내는 소녀라면 앞으로 검성보다 더 뛰어난 검사가 되고도 남을것이 틀림 없었기에, 이제 베라즈의 머릿속에는 이 소녀가 베이디언의 딸이든 아니든 그러한 것은 중요하지가 않았다.

이제는 되려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존재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저 소녀를 원하는 사람은 베라즈, 바로 그 자신이었다.

베이디언과 이 소녀의 실력이라면 카룬 교국과의 전쟁을 손쉽게 이끌어 갈수 있다는 생각에 베라즈의 마음은 조금 조급해졌지만 겉으로는 전혀 표출 하지 않으며 담담하게 베이디언을 보며 말했다.

“그럼 이제 다음 의문점을 물어볼 차례인듯하군. 자네는 왜 카이아린, 리리안과 이 방에서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던거지. 여기까지 대답한다면 일단 자네의 처분을 보류해두도록 하지.”

간단하게 말을 끝내고 다시금 의자에 앉는 베라즈를 보며 베이디언은 격렬한 두통이 밀려오는것을 느끼며 다시금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그...그건...”

베이디언이 베라즈의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버벅이고 있자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리리안이 끼어들며 그녀를 도왔다.

“베라즈, 미안하지만 그건 제가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괜찮을까요?”

“흠, 그래. 알겠다, 말해보라.”

이미 눈 앞에 있는 소녀의 신분과 누구인지따위에는 관심이 사라진지 오래인 베라즈였기에 리리안의 끼여듬을 흔쾌히 승낙하며 다시금 의자에 앉고서, 둘을 지긋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실 베이디언이 변해버린 소녀의 실력을 확인 한 뒤 베라즈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어떻게 저 신분이 불확실한 소녀를 안전하게 자신의 밑에 둘것인가에 대한 계획들이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열심히 짜낸듯한 리리안의 설명은 한쪽 귀로 들어갔다가 반대편 귀로 흘러나가는 정도로 건성건성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리리안은 베이디언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에게 열성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저희랑 같이 있었던 이유는 간단해요. 베라즈도 저 소녀가 가진 마나를 보셨죠, 카이아린과 저는 갑작스레 황궁 안에 나타난 생소한 마나를 느끼고, 그것을 찾아 돌아다녔는데 저 소녀를 만나게 된거에요. 그러다가 서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카이아린과 저 소녀가 마찰이 생겨서 이런 상황이 된거에요. 둘이서 싸운다고 옷이며 방 안도 엉망이 된대다가 저도 그것을 말린다고 지금 이 상황까지 와버렸네요, 일단은 저희끼리 수습하고 있었는데 베라즈가 찾아와서 지금 이 상황이에요. 그리고 알고보니 저 소녀는 그 검성 베이디언의 딸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구요, 어느정도 답변은 되었나요? 베라즈.”

스스로 거짓말을 한데에 약간 가책이 느껴지는듯 생긋 웃는 모습이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리리안이었지만 베라즈는 굳이 그런대까지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었다.

분명 저 소녀와 카이아린, 리리안 그녀들끼리 무엇인가 숨기는 것은 있었지만, 그게 무엇이 되었든 자신에게 해를 끼치거나 혹은 계획이 엉망이될 우려는 없었기에 베라즈는 지금 느껴지는 어색한 답변들과 이상한 상황을 꼬치꼬치 캐묻고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저 소녀를 어떻게 자신의 발 아래 둘것인가에 대한 생각들로만 가득차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그런건가, 일단 뭐 여러 가지 상황들로 보아 저 소녀가 스스로 말하는대로 베이디언의 딸이라는 것을 바로 인정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고, 음... 소녀여, 너는 내가 너에 대해서 어떻게 해주었으면 하는가.”

“에? 아...으음...”

베이디언은 갑작스런 베라즈의 질문에 당황하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장 이곳을 박차고 나가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자신의 몸에 부여된 이 저주스러운 마법을 풀기 위해서는 베라즈의 곁에 있으면서 그를 도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또 그렇게 하자니 자신의 상황이 베라즈에게 들킬것 같고, 저렇게 하자니 마법의 해제는 점점 묘연해지는 일이었다.

지금 이 모습으로 자신의 공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그 누가 자신을 공국의 왕인 베이디언 공왕이라고 인정해주겠느냐는 생각이 들면서 결국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울상을 지은채 베라즈를 쳐다봤다.

“으...으으... 저는 아, 아버지의 말씀대로 베라즈 폐하 옆에서 폐하를 도우며 옆에 있도록 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시옵소서...”

살며시 무릎을 꿇으며 자신의 앞에 앉는 베이디언을 보며 베라즈는 흡족한 웃음을 머금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음, 좋다. 일단 내가 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으니, 앞으로 이틀 뒤에 있을 대회의 이후에 너를 내 곁에 둘것인지 혹은 다른 처분을 내릴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하도록하겠다. 그러니 너는 앞으로 이곳에 머물면서 얌전히 있는것이 좋을것이다. 흠... 그리고 아직 네 이름을 듣지 못했는데, 베이디언의 딸이라고 말하는 너의 이름은 무엇이냐, 소녀여.”

“아, 저는... 제 이름은...”

베라즈의 질문에 오늘 잠시 말문이 막힌 베이디언의 머릿속에는 그에게 대답할 이름들로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고, 당황한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바로 어제까지 자신의 옆에서 교태를 부리던 여인의 이름이었다.

“세...세레나라고 합니다.”

그녀의 이름을 들은 베라즈는 가볍게 자신의 턱을 한번 쓰다듬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좋은 이름이군, 세레나. 앞으로 이틀 뒤 별 다른 이상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면 너는 나의 곁에서 있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상한 점이 보인다면, 알고는 있겠지. 나는 내 옆에 위험한 존재를 놔두지 않는다는 것만을 알아두도록. 좋다, 그럼 지금부터 너는 여기에 머물면서 나의 명령을 기다리도록 하라, 세레나.”

“네!”

베라즈의 말이 끝나자 가볍게 경례를 올린 세레나는 안도의 한숨을 작게 내쉬었고, 베라즈는 그녀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돌려 방 밖으로 걸음을 향했다.

“카이아린, 리리안.”

“네!”

“아...네!”

“너희 둘은 잡시 나를 따라오도록 해라.”

모든 일이 잘 풀린듯 하자 긴장을 풀고 있던 카이아린과 리리안은 갑작스런 베라즈의 부름에 다시한번 경직된 모습으로 대답을 하고는 그의 뒤를 따라 걸어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베라즈가 그녀 둘을 데리고 방을 나서려는 순간 방문이 저절로 열리며 그 앞에 한 기사가 헐레벌떡 뛰어와 무릎을 꿇으며 그의 앞에 경례를 했다.

“폐하, 지금 막 베이디언 대공의 군사에서 회신이 와 이렇게 달려왔습니다.”

막 방을 나서려던 베라즈는 기사의 말에 걸음을 멈추고는 그에게 걸어가 말을 걸었다.

“흠, 그래 말해보도록 해라. 무어라고 하던가.”

“예, 폐하. 현재 이동 중인 군사들 내에는 베이디언 대공은 합류해있지 않고, 어제 저녁 급하게 먼저 어디론가 가셨다고 합니다.”

“그렇군, 지금 베이디언 대공은 합류하고 있지 않다라... 알겠다. 수고했네, 가보도록 하게나.”

“예, 폐하!”

경례를 마치고 사라지는 기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베라즈는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세레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말대로 정말 베이디언 대공은 현재 이동 중인 군사들 중에 없었지만 그것 하나만 가지고 확실하게 그녀가 그의 딸이라는 것을 곧바로 인정할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증가한것은 사실이었기에 방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던 베라즈는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방 밖을 나섰다.

밖을 향해서 걸어나가는 베라즈의 등 뒤로 카이아린과 리리안이 따라 붙으며 함께 밖을 나섰고, 베라즈는 잠시 동안 걸어가다 넌지시 그 둘에게 지나가듯 물었다.

“흠, 내가 믿어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나?”

움찔.

“무...무슨 소리인지. 우, 우리는 베라즈한테 숨기는게 없어요.”

“마, 맞아. 드래곤인 내가 뭐 때문에 그런 걸 숨기겠어, 게다가 이 엘프계집은 거짓말을 잘 못한다고! 베라즈도 잘 알잖아!”

갑작스런 그의 질문에 당황한 둘은 스스로 무덤을 파듯 대답을 했지만 베라즈는 되려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걸 숨기다니, 그런것이라니, 훗. 그것은 이미 무엇인가 숨기는게 있다는것 아닌가. 그리고 리리안, 너는 거짓말을 하는 방법을 조금 더 연습하는게 좋을듯하군. 너무 경직되어있는게 눈에 보인다. 앞으로 엘프들의 참전을 도우려면 말을 잘해야할텐데 조금 걱정이군. 너희들이 나에게 숨기는게 있다는것에 대해서 따질 것은 아니니 너무 그렇게 긴장한 모습으로 있지 말아라. 다만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를 잘 할 것이라고 믿겠다. 그리고 어찌되었든 저 세레나라고 하는 소녀는 우리한테 엄청난 전력이 될듯하니 오늘부터 리리안과 카이아린 너희 둘이 그녀와 곁에 있으면서 그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해라.”

“아, 예...”

“알었어요, 베라즈.”

베이디언이 마법으로 인해 바뀐 모습인 세레나에 대해서 무엇을 더 알아봐야 하겠냐만은 그래도 리리안과 카이아린은 그에게 대답하며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음지었다.

베라즈는 대답을 하는 그녀들의 어깨를 살짝 어루만지다가, 다시금 몸을 돌려 걸어나가기 시작했고, 카이아린과 리리안은 잠시 머뭇거리며 그의 등을 쳐다보다 그녀들 역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세레나가 있던 방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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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린, 리리안과 헤어진 후 베라즈는 한참을 걷다가 잠시 멈추어서고는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베이디언의 딸이라... 크큭,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지만 꽤나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는걸, 붉은 머리의 베이디언과 붉은 머리의 소녀라. 정말 부녀라고 해도 믿겠군. 게다가 그녀의 말대로 어색하긴 하지만 그런대로 들어맞는 상황이라...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그 소녀가 무슨 생각을 하였던간에 내 발 아래에 둔다면 무서울것이 없을테니. 크큭, 이런 이런, 지금 이럴때가 아니지. 앞으로 이틀후면 있을 대회의에 맞춰 그 계집한테 가봐야겠군. 크크큭.”

베라즈는 지하 뇌옥에 갇혀있는 아이리엔을 생각하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는 한걸음 한걸음 걸음을 이동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음음, 이렇게 일단 베이디언 편은 일단락 났고,

역시 베라즈는 전혀 믿지 않는 눈치고

어찌됐든 자신의 능력을 소녀의 모습으로 보인 베이디언은 이제 베라즈에게 먹히는건 시간문제일테고,

아아, 다시 고통의 시간이 돌아왔군.

아이리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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