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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아린과 리리안의 음모
자신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는 그녀들을 보며 베라즈는 짜증이 난듯 인상을 찌푸리며, 베이디언에게 다가갔다.
“소녀여. 네가 말해보아라, 넌 누구며 대체 이 둘과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이냐.”
“그...그것이...”
베이디언이 당황한듯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리리안이 재빠르게 그 둘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
“베, 베라즈 그게 어떻게 된...”
“시끄럽다!”
움찔.
그에게 무어라 설명을 하려던 리리안은 갑작스런 베라즈의 호통에 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고, 그는 그런 리리안을 옆으로 치우며 말했다.
“리리안, 나는 너에게 물은 것이 아니다. 저 소녀에게 물은 것이니 네가 대답할 필요는 없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소녀여. 너는 누구며, 왜 이 둘과 같이 있었던 것이냐. 대답하라!”
“그게... 그러니까...”
계속되는 베라즈의 다그침에 당황함으로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한 베이디언은 허둥거리며 우왕좌왕 거리다가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하는 베라즈의 눈동자를 보고는 질끈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으...그, 그것이... 저, 저는... 저는...”
“됐다, 그만둬라. 너는 이제 근위기사단에 붙잡혀 네 정체를 말하지 않고는 못버티게 될것이다. 그리고 리리안, 카이아린. 너희들도 각오해두는 것이 좋을것다.”
더듬거리며 말하는 베이디언의 모습을 더는 보기가 싫은듯 베라즈는 뱉어내듯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방을 나가려고했고, 그의 모습에 베이디언은 황급히 그를 불러세우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자, 잠시만! 황제폐하! 저...저는 검성 베이디언의 딸입니다! 힉!”
“?!”
“!!”
베이디언은 다급한 나머지 아무렇게나 말해놓고는 자신 스스로도 놀라며 입을 막았고, 나머지 카이아린과 리리안도 그녀의 발언에 깜짝 놀라며, 베이디언을 쳐다봤다.
그리고 베라즈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는 더욱 일그러진 얼굴로 베이디언에게 다가갔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네가 누구라고?”
“으...으으...”
자신이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담을수는 없는 법, 베이디언은 입술을 질끈 물며 다시금 입을 열어 그에게 대답을 했다.
“저, 저는 검성 베이디언의 따...딸이라고 했습니다.”
“크큭, 크하하하! 크하하하하!!”
베이디언의 대답을 다시 한번 들은 베라즈는 자신의 이마를 짚으며, 격한 웃음을 토해냈고, 한참을 그렇게 웃은 뒤에야 숨을 고르며 그녀를 다시 쳐다봤다.
“소녀여, 넌 내가 베이디언 대공과 몇 년을 알고지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런데 갑자기 그의 딸이라고? 크큭. 농담도 그런 농담이 없구나, 정 그렇게 네 정체를 밝히기 싫다면 지금 말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넌 입을 열지 않으면 안되게 될테니까.”
섬뜩하게 눈동자를 빛내며 다시금 돌아서려는 베라즈의 등 뒤로 베이디언은 악을 지르듯 소리쳤다.
“진짜입니다! 저는 검성의 딸입니다!”
타닥! 턱!
“으으윽!!”
베라즈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돌려 베이디언의 멱살을 움켜쥐며 들어올렸고, 조여드는 제복 때문에 베이디언은 신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조금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들인 베라즈는 분노어린 눈빛으로 다시금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다시 한번 말해보라, 뭐라고?”
“저...쿨럭...저는 검성 베이디언의 딸...입니다...”
다시 한번 힘겹게 자신의 말을 내뱉는 베이디언을 잠시 노려보던 베라즈는 그대로 그녀를 밀어 던졌다.
쿵.
“으윽.”
던져지면서 균형을 못잡은듯 엉덩방아를 찧은 베이디언의 입에서는 작게 신음이 흘러나왔고, 베라즈는 그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턱을 부여잡으며 들어올렸다.
“좋다, 그래 네 말대로 네가 베이디언 대공의 딸이라고 하자, 너라면 그것을 믿겠느냐? 네가 베이디언 대공의 딸이란것을 증명해보아라, 그리고 왜 그녀들과 여기서 알몸으로 있었는지도 내가 수긍할수 있게 말해보아야 할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너는 황족 능멸죄를 물어 내가 친히 처리 할것이다.”
이야기를 끝마친 베라즈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잡고있던 그녀의 턱을 한쪽으로 던지듯 놓았고, 베이디언의 고개가 살짝 꺽이며 그녀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졌다.
“큭!”
“자, 이제 말해보아라. 네가 베이디언 대공의 딸이라는 것의 증명을!”
베라즈가 방 주변에 널부러져있던 의자를 가지고 와 그녀의 앞에 앉으며 쳐다봤고, 따갑게 느껴지는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운듯 베이디언의 고개는 저절로 숙여졌다.
베이디언은 지금 당혹스럽기 그지 없었다, 일단 조금이라도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되는대로 입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내뱉었지만 일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버리니 더 이상 그에게 할 말이나 변명 따위가 생각날 턱이 없었다.
다시금 머뭇거리기 시작하는 베이디언을 잠시 바라보던 베라즈는 혀를 한번 차고는 의자에서 일어서려했다.
“크...크윽! 자, 잠시만! 즈...증명하겠습니다!”
마저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하던 베라즈는 황급히 외치는 베이디언의 목소리에 다시금 자리에 앉으며 그녀를 쳐다봤고, 그녀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번 길게 쓸어내리고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후, 지금 아...아버, 아버지 베이디언께서는 카룬 교국과의 전쟁에 참여하시지 못하십니다.”
“뭐라? 지금 뭐라고 했느냐!”
느닷없는 베이디언의 발언에 베라즈는 깜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카이아린의 봉인이 제대로 풀어지지 않으면 일그러지기 시작한 자신의 계획이었는데 이번에는 검성 베이디언의 불참 소식에 베라즈는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이기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감히 네 년이 누구인데 그의 참전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것이더냐! 정녕 죽고싶은 것이냐!!”
깊은 곳에서 분노를 표출하는 베라즈의 모습에 잔뜩 긴장한 베이디언은 떠듬거리는 목소리로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아, 아버지께서는... 이번에 새로운 경지에 들어서시게 되었고, 그러던 중 일이 잠시 틀어져 그 여파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십니다, 그리하여 카룬 교국과의 전쟁에 참여 못하게 되시자 저를 여기에 보내신겁니다.”
“그건 또 무슨 헛소리더냐! 지금 베이디언 대공의 군사들은 여기 황궁으로 이동 중인데 대체 무슨 말이냔 말이다!”
“그, 그건... 거기에는 저희 아버지가 안계십니다. 그것은 통신사들을 이용하여 한번이라도 물어보시면 아실겁니다.”
베라즈는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마자 몸을 돌려 방문을 열어젖히며 저 멀리 대기하고 있던 근위기사들을 불렀고, 그들 중 한 기사가 허겁지겁 달려오며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르셨습니까, 폐하.”
“그래, 너는 지금 이 길로 곧장 통신사를 이용하여 베이디언 대공의 군사들에 연락해 현재 베이디언 대공의 위치를 파악하라, 그리고 보고가 오는 즉시 곧장 나에게 오도록 하라.”
“예.”
무릎을 꿇은 자세로 베라즈에게 경례를 한 기사는 그가 몸을 돌리자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고, 베라즈는 방문을 다시금 닫고는 베이디언의 앞으로 걸어갔다.
“자, 일단 그것은 그렇다고 하자, 그리고 베이디언 대공이 그렇게 되었다고도 치자. 그런데 왜 그는 너를 여기에 보냈단 말이더냐.”
베이디언은 지금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머리를 풀 파워로 회전시키며 온갖 변명거리들을 생성해내고 있었고, 조금은 멍청해보이던 그와는 달리 한번 입이 뚫리기 시작하자 그녀의 입에서는 유수와도 같은 말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가 예전의 아버지와 같은 경지에 도달했기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자신 대신 황제폐하를 도와 카룬 교국과의 전쟁에서 공을 세우라고 하셨습니다.”
그의 질문에 모두 대답한 뒤 베이디언, 그녀 스스로도 자신이 잘 대답했다고 생각하는 차에, 베라즈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듯 한쪽 눈썹을 치켜뜬 채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너같은 나이의 소녀가 베이디언과 같은 경지가 되었다고? 거기다가 여태까지 숨겨오던 자식을 대체 뭐 때문에 지금 와서 밝힌단 말이더냐. 그 말을 지금 믿으라고 나에게 하는 말이더냐!”
‘제기랄! 폐하 제발 그냥 믿으십시오!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 물으시는겁니까! 제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흐흐흑... 폐하아!!“
계속되는 베라즈의 질문에 베이디언은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다시금 그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맹렬하게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저, 정말입니다! 아버지가 저를 숨겨오신 이유는 저희 아버지께서는 검을 수련하기 위해 수많은 강자들을 이겨왔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적들이 생겼고, 저에게 화가 미칠까봐 숨겨왔습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긴합니다만... 황제폐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저희 아버지께서...음...크흠...으흐음... 여성 편력이 화려...크흠...하시지 않습니까. 혹여 아이라도 있으면 조금 밑보일까봐 겸사겸사 한것도 있을듯 합니다. 그리고 보여드리면 되지 않습니까. 저의 경지를!”
자기 스스로 자신에 대한 변명과 욕을하다보니 부끄러워진 베이디언은 빽하고 고함을 치고는 주변에 있던 촛대를 부여잡고는 베라즈의 눈 앞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있는 베라즈를 향해 싱긋 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몸안에 요동치고 있는 마나의 소용돌이를 그 촛대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육체의 형태가 소녀로 바뀐것 외에는 그 어느 것 하나 바뀐것이 없는 그녀는 지금 검성 베이디언 그대로였기에 너무도 쉽게 의지대로 통제되는 마나를 촛대의 끝에 모으며 새파란 마나의 검기를 조금씩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무...무슨!!”
베이디언이 하는 말을 그 어느 것 하나 믿지않고 이제 무슨 변명을 할것인가에 대해서 그저 지켜만 보고있던 베라즈는 정말로 눈 앞의 소녀가 마나로 이루어진 검기를 검도 아닌 촛대를 이용해서 생성하는 것을 보고는 경악성을 터트렸다.
몇 번이나 두 눈을 비비고 다시봐도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정한 마나의 검기를 바라보던 베라즈는 이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소녀가 베이디언의 딸이던 아니면 길가에 굴러다니던 거지소녀든 상관없었다.
따지자면 인간의 모습인 카이아린의 나이대와도 비슷한 이 어린 소녀가 검에 관해선 천재라고 불리고 더 이상 따라올자가 없다던 베이디언 마저 40줄 가까이 들어서야 생성해낸 마나의 검기를 생성해내는것을 확인한 베라즈는 곧바로 탄성을 내지르며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정녕 마나로 이루어진 검기란 말이더냐. 마, 맙소사... 그 나이에 이런 경지라니... 이, 무슨...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이냐...”
믿지 못 하겠다는듯 굳은 표정의 베라즈를 보며 베이디언은 그디어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눈으로 보이는 것을 믿으십시오, 폐하. 그렇기에 아버지께서는 저를 보내신겁니다.”
말을 끝마친 베이디언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 둘러댄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뿌듯해 하는 마음을 가지며 베라즈를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과연 어떻게 둘러대기는 한것같은데 이게 베라즈에게 통할것인가
그것은 베라즈만이 알고 있겠지요!!
앞으로 베이디언의 운명은 어떻게 될것인가!
그리고 음모편이 끝나면 다시 아이리엔에게 가야하게찌~ 음흐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