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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조교 연대기-46화 (4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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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리안의 하루, 그리고... 이것들이!

카이아린과는 다르게 자신의 방을 따로 배정받은 리리안은 어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 일찍 잠에서 깨어나 침실에 앉아 몸단장을 하고 있었다. 카이아린 처럼 매일같이 베라즈와 뒤엉켜 온 몸이 지저분해지는 것도 아닌데다가 엘프의 특성상 그다지 체향이라던 것이 나지 않았기에 그녀의 아침은 보통의 여인들보다 조금 빨랐다.

그녀가 잠에서 깨어나 침실을 나올때쯤이면 가장 일찍 아침을 시작한다는 황궁의 시종들과 시녀들도 대부분이 잠에서 깨어 일을 시작하고 있는 시간일정도였다.

그녀가 베라즈에 의해 황궁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시작한 뒤부터 한가지 일과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베라즈의 식사와 목욕물을 받는 것이었다.

물론 그녀가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것은 아니었고, 시종들이 하는 것을 옆에서 살짝 거들어주는 것 뿐이었다, 게다가 베라즈는 그녀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늘 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언제나 카이아린을 옆에 끼고 있는 그였기에 리리안 역시 그녀와 비슷한 아침을 보낼거라는 예상만을 하고 있었지 그녀가 이런 일들을 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매일같이 시종, 시녀들과 함께 부대끼다 보니 어느새 리리안은 그들과 상당히 친해져있는 상태였다. 아름다운 외모와 나긋나긋한 목소리, 부드러운 그녀의 행동에 금새 주변의 시종들과 친해져 이것저것 도와주는 상황에 까지 온 것이었다.

“리리안님~ 리리안님~”

아침에 베라즈가 사용할 목욕물의 온도를 점검하고 있던 리리안은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베시시 웃고 있는 조그마한 시녀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레일라양. 무슨 일입니까?”

“리리안님, 시녀장님이 리리안님을 찾으시던대요?”

“아, 그렇습니까?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건지?”

“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헤헤. 그냥 찾는다는 말씀만 전해달라고 들어서요.”

방글방글 웃고있는 레일라를 쳐다보며 목욕물에서 손을 뺀 리리안은 슥슥 손을 닦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레일라양.”

“헤헤, 뭘요. 그럼.”

여전히 싱글거리는 얼굴로 꾸벅 인사한 레일라라고 하는 시녀는 작은 발을 잽싸게 움직이며 그녀의 시선으로부터 멀어졌다.

“흐음... 시녀장님께서 왜 나를 찾으실까?”

리리안은 고개를 갸웃갸웃 거리면서 욕실 주변을 마저 정리한 뒤 밖으로 빠져나와 시녀장을 찾아 이곳 저곳을 배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다니기 시작한지 잠시의 시간이 지나서야 주방 근처에서 일사분란하게 마치 군대를 지휘하듯 고함과 손짓을 하고 있는 시녀장을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시녀장님.”

그녀의 부름에 험상궂은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던 시녀장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으힉! 아! 리리안님. 잘 오셨습니다. 레일라가 이야기를 잘 전달해줬나 보군요.”

“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업습니다.”

“아아, 여기는 일단 시끄러우니 잠시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해도 괜찮으실까요?”

“물론 괜찮습니다.”

빙그레 웃는 리리안을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쉰 시녀장은 시종들과 시녀들에게 몇 번 더 고함을 지른 후에 그녀를 데리고 주방 밖의 약간 조용한 곳으로 나왔다.

리리안을 자신의 앞에 세운 시녀장은 목소리를 몇 번 가다듬고는 진지한 어조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흠흠, 제가 리리안님을 보자고 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오라, 리리안님의 행동때문입니다.”

“네? 제 행동말입니까? 무슨?”

시녀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리리안은 되물었고, 시녀장은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유수와도 같은 흐름으로 말을 풀어냈다.

“리리안님은 엘프입니다. 게다가 황제 폐하의 옆에 계시는 분이죠. 그런 분이 저희 일을 돕는다니 그건 말이 안되는 소리입니다. 카이아린님을 보십시오, 그런 식으로 하셔야 황실과 폐하의 권위가 사는 것입니다. 저희 도와주시는 의도는 고맙게 생각하지만 시종장과 시녀장인 제가 보기에는 조금 불만스러운 부분입니다.”

딱 잘라 말하는 시녀장의 이야기에 리리안은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는건... 제가 뭐 다 도와드리는것도 아니고 베라즈와 관련된 것과 기본적인 몇가지만 그렇게 하는것입니다만...”

시녀장은 리리안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안는듯 언성을 높이며 이야기를 했다.

“바로 그 점입니다!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시종들과 시녀들의 버릇이 나빠진다는 겁니다! 모든 건 저희에게 맏겨두시고 편하게 계십시오!”

“우...하지만 그러면 제가 할 일이 없습니다. 게다가 제가 편해서 하는 일입니다.”

“흠, 그러면 제가 다른 할 일을 만들어 드릴까요? 황궁예절이라던지 교양강사라던지 그런것들을 배우시면 금새 시간이 부족해지실 겁니다.”

시녀장의 권유에 리리안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으... 제가 그런것을 배워서 어디 사용하겠습니까.”

“다 사용할때가 생기는 겁니다! 지금부터 카이아린님과 리리안님 두 분 다 제가 강사를 붙여드릴테니 다음부터 준비해 주십시오. 리리안님은 엘프족의 공주님이신 분이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카이아린님은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분이시니 반드시 받도록 해야합니다. 아시겠죠.”

너무도 확실하게 못 박듯 이야기하는 시녀장의 이야기에 리리안의 표정은 더욱 어색해지고 있었다.

“하..하... 이...일단은 알겠습니다. 그래도 오늘 도와드리기로 한것 까지는 마무리를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응? 무슨 일 말씀이십니까?”

리리안의 말에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매와 같은 번쩍이는 두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본 시녀장은 되물었고, 리리안은 황급히 이야기를 이었다.

“아, 오늘 베라즈가 귀족들과 대공들을 불러들인것 때문에 숙소 정리 인원이 부족하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던데... 그것만 도와주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안됩니다.”

“약속 한거니까 해야합니다.”

“안되는건 안되는겁니다! 내 이것들을!”

두 팔을 걷어부치며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나갈듯이 눈을 부라리는 시녀장을 보며 다급하게 말린 리리안은 그녀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싱글싱글 웃으며 말했다.

“자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럼 저는 알아들으신걸로 하고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만.”

“아! 잠... 리리안님!!”

시녀장이 더 무슨 말을 하기전에 재빠르게 그곳에서 탈출한 리리안은 황급히 시종들과 시녀들이 숙소 정리를 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우왁, 리리안님 뭘 그렇게 뛰어오십니까. 드레스를 입고 뛰면 보기 흉하니 그런 짓 하시면 안됩니다.”

숨을 헐떡이며 자세를 가다듬는 리리안을 보며 시녀들이 달려오며 이야기를 했고, 리리안은 빙그레 웃음 지었다.

“후후, 이거 여기 저기서 하지 말라는 말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오늘 도와드릴 곳이 어디지요. 귀족분들이 오시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괜찮다고 말씀드렸는데. 헤헤, 저희들보다 손이 빠르신 리리안님이라면 오늘도 금새 끝나겠군요. 괜찮으시다면 리리안님이 먼저 서북쪽에 있는 침실 복도에 가셔서 대충 정리할 방만 확인해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테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았습니다. 간단하군요.”

그렇게 시녀들에게서 부탁을 받은 리리안은 느긋한 마음으로 죽 늘어선 침실들의 문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했다. 항상 사용하지 않는 방이라도 시종들이 정리를 해두는 터라 그다지 정리하거나 손을 봐야할 방들은 그다지 많지가 않았기에 리리안은 금방금방 다음 방으로 넘어가며 침실의 상태를 확인했다.

-으으으읍!! 으으으!!-

“응?”

이제 몇 개의 방이 남지 않았을때 막 자신의 앞에 있는 문을 열려고 하던 리리안은 갑자기 문 안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긴 귀를 쫑긋 세우며 귀울였다.

-흐아으으으!! 흐으읍!!-

그 목소리를 아무리 들어도 분명 여자의 신음소리였고, 리리안은 기척을 감추며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

방안에는 나신의 소녀와 왠 거구의 사내가 뒤엉켜 몸부림을 치고 있었고, 그 둘의 얼굴을 확인한 리리안은 황급히 방문 옆에 있던 촛대를 부여쥐었다.

이 상황은 그 누가 보더라도 저 거구의 사내가 소녀를 덮치는 모습이었고, 그 사내는 리리안, 그녀가 저질스럽게 생각하는 사내인 베이디언이었다. 거기에 그의 밑에 깔려있는 움직임을 봉쇄당한채로 있는 소녀는 그녀도 익히 잘아는 카이아린이었기에 그녀의 몸놀림은 더욱 신중하고 빠르게 움직였다.

기척을 숨기고 베이디언의 뒤로 이동한 리리안은 들고있던 촛대의 날카로운 끝 부분을 그의 목 뒤에 지긋이 누르며 입을 열었다.

“거기까지 해두시는게 좋을겁니다. 검성 베이디언.”

============================ 작품 후기 ============================

내가 오늘 카온을 안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를 보여드리겠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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